🍷 데이트앱 만남 뒤 기억 공백, 준강간 판단
🍷 데이트앱 만남 뒤 기억 공백, 준강간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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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트앱 만남 뒤 기억 공백, 준강간 판단 

김환 변호사

데이트앱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이 술을 마신 뒤 숙박시설로 이동했고, 한쪽이 다음 날 성관계 과정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수사의 초점은 단순한 ‘기억 유무’보다 당시 의식과 행동 통제 능력에 맞춰집니다. 만남에 응했고 함께 이동했다는 사실만으로 성관계 동의가 추정되는 것도 아니며, 반대로 기억이 끊겼다는 진술만으로 준강간이 곧바로 성립하는 것도 아닙니다.

⚖️ 준강간은 어떤 상태를 전제로 하나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 경우를 형법 제297조의 강간죄에 준해 처벌합니다. 여기서 심신상실은 성적 행위에 관하여 정상적으로 판단할 능력이 없는 상태를, 항거불능은 심리적·물리적 이유로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를 가리킵니다. 술에 취했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하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실제로 행사할 수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대법원은 2021년 2월 4일 선고 중요판결에서 음주 뒤 기억 형성만 실패한 블랙아웃과 의식을 잃거나 판단·대응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패싱아웃을 구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스스로 걷거나 이름을 말한 장면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항거불능이 아니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짧은 동영상 한 장면이 아니라 전후의 연속된 상태가 판단 대상입니다.

🕰️ 앱 만남의 전체 시간표가 필요하다

데이트앱 사건은 두 사람이 알게 된 경위가 디지털 기록으로 남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매칭 시각, 최초 대화, 약속 장소를 정한 과정, 음식점과 술집의 결제 시각, 택시 호출과 이동 경로, 숙박시설 입·퇴실 시각을 하나의 시간표로 정리하면 진술 사이의 공백과 일치 부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정 메시지만 떼어내기보다 대화 전체의 맥락을 보존해야 합니다.

술의 종류와 양도 추측으로 적지 않아야 합니다. 주문 내역, 영수증, 동석자 진술, 매장 영상처럼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범위만 표시하고, 평소 주량이나 공복 여부, 복용 약, 구토·수면 등 신체 반응은 별도 항목으로 구분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혈중알코올농도를 사후에 임의 계산한 수치는 전제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단정적 자료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 CCTV는 ‘걸었다’보다 더 많은 것을 본다

숙박시설이나 건물 영상에서는 보행 가능 여부뿐 아니라 몸의 균형, 엘리베이터 버튼 조작, 출입문 통과, 상대방의 부축 정도, 시선과 반응 속도 등이 검토됩니다. 영상이 짧거나 화질이 낮다면 보이지 않는 부분을 보인 것처럼 해석하지 말아야 합니다. 원본 보존기간이 짧은 시설도 있으므로 위치와 예상 촬영시간을 특정해 보전 필요성을 신속히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택시 운행기록, 차량 내부 영상, 카드 승인 내역, 휴대전화 위치기록도 서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료는 성관계 동의를 직접 증명한다기보다 당시 의식 상태와 이동 경위를 보강합니다. 함께 숙박시설로 갔다는 사정은 그 장소로 이동했다는 사실을 보여줄 뿐, 이후 모든 성적 행위에 동의했다는 포괄적 의미를 갖지 않습니다.

💬 전후 메시지는 삭제하지 말아야 한다

사건 직전의 성적 대화가 있더라도 특정 시점의 구체적 행위에 대한 동의와 같지는 않습니다. 사건 뒤 안부, 사과, 항의, 기억을 확인하는 대화 역시 작성 경위와 문맥을 함께 보아야 합니다. 유리해 보이는 문장만 캡처하거나 상대방 계정에 다시 접속해 자료를 확보하려는 행동은 오히려 진정성과 적법성 논란을 만들 수 있습니다.

메시지는 가능한 한 원본 기기에 그대로 두고, 대화방 이름과 날짜가 보이도록 연속 촬영하거나 정식 내보내기 기능을 활용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계정 탈퇴, 휴대전화 초기화, 사진 편집은 사실관계를 확인할 통로를 없앨 수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진술을 맞추자고 제안하거나 반복적으로 연락하는 행동도 피해야 합니다.

🧭 조사에서는 기억과 추정을 분리한다

진술할 때에는 직접 기억하는 내용, 기록을 보고 되살린 내용, 다른 사람에게 들은 내용을 구분해야 합니다. 기억 공백을 억지로 채우면 이후 객관자료와 어긋나 전체 진술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조사 전에 시간순 메모를 만들되 원본 기록을 수정하지 않고, 모르는 부분은 모른다고 명확히 말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피의자 측에서도 ‘앱에서 만났으니 동의했다’거나 ‘걸어서 들어갔으니 멀쩡했다’는 식의 단순 주장은 법적 쟁점을 놓칩니다. 피해자의 당시 상태를 어떻게 인식했는지, 어떤 말과 반응을 확인했는지, 성적 행위 전후에 어떤 상황이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준강간에는 상태뿐 아니라 그 상태를 이용한다는 고의도 심리됩니다.

📚 공식 기준을 적용할 때 주의할 점

현행 형법 제297조와 제299조, 대법원 2021년 2월 4일 선고 판결이 공통으로 보여주는 것은 개별 사정을 종합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음주량, 음주 속도, 평소 주량, 만남의 경위, 영상 속 행동, 당사자의 관계, 성적 접촉의 장소와 방식, 사건 뒤 반응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어느 하나의 사정도 자동으로 유죄나 무죄를 결정하지 않습니다.

데이트앱 만남은 낯선 관계라는 이유로 의심을 키우기 쉽지만 법적 판단은 선입견이 아니라 증거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초기에 원본 기록을 보존하고 접촉을 자제하며, 강간과 준강간 중 어떤 구성요건이 실제 사실관계와 맞는지를 구분하는 것이 사건의 방향을 정확히 잡는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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