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가 특정 부동산을 자녀들에게 나누어 준다는 유언장을 작성하셨는데, 돌아가시기 직전에 그 부동산을 매도하셨습니다. 그러면 기존 유언은 효력이 없어지는 건가요?
”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유언한 부동산을 생전에 매도했다는 사실만으로는 기존 유언이 철회된것으로 보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대법원은 최근 판결에서 부동산을 매도했더라도 그 매매대금에 기존 유언의 효력을 미치게 하려는 유언자의 의사가 있었는지까지 살펴보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오늘은 이처럼 '유언(ex.자필유언장)을 한 이후 그 유언목적물이 처분된 경우에 그 유언은 철회된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에 관한 내용을 최근 대법원 판결을 통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오늘의 핵심내용 3가지
ⓐ 부동산 매도만으로는 유언 철회로 보기 어렵다.
ⓑ 대상재산이 바뀐 것, 따라서 매매대금에도 유언 효력 가능
ⓒ 무엇보다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가 핵심
“아버지가 유언한 부동산을 사망 직전 매도했다면?
대법원 2026. 6. 24. 선고 2024다260146 판결
이번 사건에서 아버지는 네 자녀에게 특정 부동산을 법정상속분과 다르게 나누도록 아래와 같이 지분을 지정하여 유언장을 작성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유언했던 위 부동산이 지역주택조합 사업부지에 포함됐고, 아버지는 2019년 3월 해당 부동산을 8억 원에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당시 아버지는 췌장암 말기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었고 매매계약 체결 19일 후 매매대금을 수령하지못한체 사망했습니다.

이에 원심인 부산고등법원은 아버지가 유언 목적물을 제3자에게 매도했으므로 기존 유언과 저촉되는 생전행위를 한 것이고, 유언을 철회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유언으로 남긴 부동산을 생전에 팔면 이전의 유언은 철회되는 것일까?
민법 제1108조는 유언자가 언제든지 유언 또는 생전행위로 유언을 철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민법 제1109조에 따르면 유언 이후의 생전행위가 기존 유언과 저촉된다면 그 부분의 유언을 철회한 것으로 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저촉’입니다.
대법원은 기존 (1998. 6. 12. 선고 97다38510 판결)에서도 단순히 유언의 집행이 법률상·물리적으로 불가능해졌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이후의 행위가 기존 유언과 양립할 수 없는 취지로 이루어졌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유언자의 의사가 유언의 일부만 철회하려는 것인지, 전부를 철회하려는 것인지 전후 사정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 “부동산을 처분하여 받은 매매대금에도 부동산에 대한 유언의 효력이 이어질 수 있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했는데, 특히 주목한 것이 부동산을 처분하고 받은 매매대금입니다.
대법원은 매매대금을 부동산이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형태가 변경된 대상재산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부동산 → 매도 → 매매대금 으로 재산의 형태만 바뀌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유언자가 특정 부동산을 매도했더라도 그 처분대금에 기존 유언의 효력을 미치게 하려는 의사가 있었다면 부동산을 팔았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유언 철회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이 중요하게 본 4가지 사정
첫째, 망인은 처음부터 네 자녀에게 법정상속분인 1/4씩 나누지 않고 서로 다른 상속비율을 자필유언장에 명확하게 자서하여 지정했습니다.
둘째, 유언 당시에도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추진되고 있었기 때문에 향후 해당 부동산이 매도되어 매매대금으로 바뀔 가능성을 망인도 알고 있었을 여지가 있었습니다.
셋째, 매매계약 당시 망인은 췌장암 말기로 입원 중이었고 19일 뒤 사망했습니다.
이때 망인은 생전에 매매대금을 자신의 병원비 납부나 생활비와 같이 개인적으로 사용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증여하는 등 기존 유언과 다르게 처분하려 했다는 사정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넷째, 부동산일 때는 자녀별로 다르게 나누면서 부동산이 현금으로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갑자기 네 자녀에게 1/4씩 똑같이 나누려고 했다고 보는 것은 망인이 생전에 작성한 자필유언자의 내용인 망인의 진정한 의사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 법률전문가가 아닌 망인에게 부동산을 매도한 뒤 매매대금에 대해 다시 별도의 유언장을 작성할 것까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됐습니다.

FAQ
Q. 유언한 부동산을 팔면 유언은 자동으로 무효가 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부동산을 매도했다는 사실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처분 경위와 매매대금의 행방, 기존 유언의 내용과 유언자의 의사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Q. 부동산이 현금으로 바뀌어도 유언 효력이 인정될 수 있나요?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매매대금을 부동산이 형태를 바꾼 대상재산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Q. 이번 판결로 매매대금을 유언 비율대로 나누는 것이 확정됐나요?
아닙니다.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 매매대금에도 기존 유언의 효력을 미치려는 의사가 있었는지를 다시 심리하라는 취지입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유언 목적물이 없어졌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유언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부동산이 매매대금 등 다른 형태의 대상재산으로 바뀌었다면 그 재산에도 기존 유언의 효력을 미치게 하려는 의사가 있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유언 이후 부동산이 처분된 사건에서는 유언장 내용, 처분 경위, 매매대금의 행방, 유언자의 건강상태와 처분 당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이였습니다.
글: 상속전문변호사 박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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