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상대가 기존 번호를 차단한 뒤 다른 번호로 전화를 걸어 대화를 나누고, 통화 끝에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는 말을 들은 직후 몇 차례 더 전화했다면 스토킹범죄가 바로 성립할까요. 연락 횟수만 세어 유죄·무죄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차단과 거절의 의미, 각 전화의 시간적 연결, 통화 내용과 관계의 경위,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였는지를 한 흐름으로 살펴야 합니다.
📞 전화가 연결되지 않아도 스토킹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스토킹처벌법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전화나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말·음향·글 등이 나타나게 하고,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스토킹행위의 한 유형으로 정합니다. 실제 통화가 이루어진 경우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대법원도 전화를 걸어 벨소리가 울리거나 발신번호·부재중 전화 표시가 남는 경우, 통화가 연결되지 않았더라도 스토킹행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전화가 왔다는 사실만으로 언제나 범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방의 의사에 반했는지, 연락에 정당한 이유가 없는지, 객관적으로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상황인지가 먼저 확인돼야 합니다.
🚫 차단과 명시적 거절은 같은 무게가 아닙니다
기존 번호가 차단돼 있다는 사실은 상대방이 연락을 원하지 않았음을 보여 주는 중요한 정황입니다. 이를 알면서 새 번호를 만들어 연락했다면 차단을 우회하려 했다는 해석이 가능해집니다. 그렇다고 차단 하나만으로 모든 연락의 위법성이 확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차단 시점, 이별 과정에서 오간 말, 남아 있던 정산이나 물품 반환 문제, 새 번호를 만든 경위를 함께 봅니다.
통화 중 상대방이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분명히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면 거절 의사를 알았는지는 더 선명해집니다. 그 직후 다시 건 전화는 거절 전 연락보다 불리하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재회를 바랐거나 사과하려 했다는 동기는 설명자료가 될 수 있어도, 이미 표시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한 연락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자동으로 되지는 않습니다.
🔁 횟수보다 전체가 한 흐름인지가 중요합니다
스토킹행위와 스토킹범죄는 구별됩니다. 스토킹범죄가 되려면 스토킹행위가 지속되거나 반복되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2026년 판결에서 ‘지속적’은 한 번의 행위라도 상당한 시간 계속돼 그 자체로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경우, ‘반복적’은 두 번 이상 행위 사이에 시간적 근접성, 장소적 연관성, 범의의 단일성과 계속성 등 밀접한 관계가 있어 전체를 일련의 반복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라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두 번 이상 연락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반복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연락이 짧은 시간 안에 집중됐다는 사정만으로 언제나 단발성이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약 한 시간 이어진 통화, 그 전에 새 번호로 건 전화, 명시적 거절 직후의 재통화 시도가 하나의 계속된 행동으로 평가되는지, 아니면 짧은 시간의 단속적 행위에 그치는지는 구체적 자료로 판단합니다.
⚖️ 최근 판결도 숫자만으로 결론 내리지 않습니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연락 거부를 알면서 2분 사이 두 차례 전화한 사건에서, 그 행위만으로 지속적·반복적인 스토킹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이는 “두 통까지는 괜찮다”는 허용 기준이 아닙니다. 해당 사건의 과거 확정 범죄사실과 새 전화 사이의 관계, 짧은 간격과 행위의 독립성 등을 구체적으로 심리한 결과입니다.
다른 사건에서 대법원은 상대방이 차단한 사실을 알고 다른 사람의 전화까지 이용해 여러 차례 연락한 사안에 관해, 벨소리와 부재중 표시도 포함하여 관계·지위·성향·행위 전후 사정을 종합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통화 내용에 협박이나 욕설이 없더라도 연락 방식과 맥락 전체가 객관적으로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다면 스토킹행위가 될 여지가 있습니다.
🧭 이 사안에서 나누어 볼 판단 요소
첫째, 이별 후 기존 번호로 전화나 메시지를 보낸 적이 정말 없었는지 확인합니다. 둘째, 기존 번호가 차단된 사실을 언제 어떻게 알았고 새 번호를 만든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봅니다. 셋째, 새 번호로 몇 차례 발신했고 어느 시도에서 통화가 연결됐는지 통화기록과 맞춥니다. 넷째, 장시간 통화가 상호 대화였는지, 일방적 설득이나 압박이었는지 녹음·문자와 당시 상황으로 확인합니다.
다섯째, 상대방이 연락 거부를 표시한 정확한 시점과 표현을 분리합니다. 여섯째, 거절 뒤 추가 발신의 횟수와 간격, 부재중 표시 여부를 확인합니다. 일곱째, 과거 폭력·협박·집착성 연락이나 신고 이력이 있었는지, 반대로 정산·물품 반환처럼 연락할 현실적 필요가 있었는지도 봅니다. 어느 한 항목만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전체 순서를 대조해야 합니다.
🗂️ 삭제보다 원본 보존과 시간표 작성이 먼저입니다
휴대전화 발신기록, 통화시간, 차단을 알게 된 경위, 이별 전후 메시지와 통화 녹음이 있다면 원본 상태로 보존합니다. 본인에게 유리해 보이는 일부 문장만 잘라내거나 계정을 지우면 전체 맥락을 확인하기 어려워지고 자료의 신뢰성도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통화기록은 화면 캡처와 통신사 이용내역을 날짜·시각이 보이도록 함께 확보하는 편이 좋습니다.
경찰 연락을 받았다면 기억에 의존해 횟수를 줄이거나 늘리지 말고, 객관적 기록을 기준으로 ‘차단 확인 전’, ‘통화 연결’, ‘연락 거부 표시’, ‘그 뒤 발신’으로 나눈 시간표를 만듭니다. 상대방에게 해명이나 사과를 받으려 다시 연락하거나 지인을 통해 말을 전하면 새로운 행위가 추가될 수 있으므로 직접·간접 연락은 멈추는 것이 안전합니다.
✅ 짧은 시간의 연락도 맥락을 복원해야 합니다
차단 뒤 다른 번호를 이용했다는 사실, 한 차례 긴 통화가 있었다는 사실, 거절 직후 추가 발신이 있었다는 사실은 모두 중요하지만 어느 하나만으로 결론이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스토킹행위의 개별 요건과 지속·반복성은 별개의 단계로 살펴야 하고, 연락 내용에 협박 등 다른 범죄 요소가 있다면 그것도 따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우선 더 이상의 연락을 중단하고, 발신 횟수와 간격·통화 내용·거절 시점이 드러나는 원본을 보존해야 합니다. 그다음 최근 대법원 판결이 제시한 시간적 근접성, 범의의 단일성과 계속성, 전체 행위의 불안·공포 유발 가능성에 맞춰 사실을 정리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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