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기고] 2026.08.26. 항거불능을 표방하는 항거곤란: 대법원은 준강간죄의 구성요건을 넓히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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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2026.08.26. 항거불능을 표방하는 항거곤란: 대법원은 준강간죄의 구성요건을 넓히고 있는가 

민경철 변호사

[민경철의 법률톡톡] 항거불능을 표방하는 항거곤란: 대법원은 준강간죄의 구성요건을 넓히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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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포인트뉴스. 2026. 08. 26. 오피니언 전문가기고

민경철 법무법인 이엘 대표변호사

민경철 법무법인 이엘 대표변호사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면서 피해자가 처한 관계와 상황, 심리적 상태를 종합적으로 살피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형사법의 구성요건과 증명책임까지 느슨해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대법원 2025. 5. 1. 선고 2021도11938 친족 준강간죄 판결은 이 점에 관해서 중대한 의문점을 남긴다. 피해자는 만 19세부터 피고인과 장기간 함께 생활하며 경제적·심리적으로 종속되고 생활을 통제받으며 20년에 걸쳐 100여 차례 성관계를 가졌다.

 

검사는 친족강간죄로 기소하였으나, 1심에서 무죄 판결이 선고되자 예비적 공소사실로 친족 준강간죄를 추가하여 항소하였다. 이에 2심은 피해자의 독립적인 사회생활과 경제활동, 자율적인 판단과 행동 정황 등을 근거로 항거불능의 상태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친족 준강간죄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에 검사가 상고하였다.

 

형법 제299조 준강간죄의 구성요건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이다. 대법원은 형법 제299조의 ‘항거불능’을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라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형법이 규정한 ‘항거불능’이라는 구성요건의 의미를 판례가 해석한 것일 뿐, 형법 제299조에 ‘항거곤란’이라는 별도의 구성요건이 존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런데도 2021도11938 판결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심리적 항거불능 또는 ‘현저한 항거곤란’』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기존의 ‘항거불능’ 법리를 유지한다고 하면서 굳이 ‘현저한 항거곤란’이라는 개념을 병렬적으로 제시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는 단순한 용어상의 변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형법 제299조의 ‘항거불능’의 인정 범위를 넓히기 위한 논리적 토대를 마련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입법자는 성폭력처벌법 제6조 제4항 장애인에 대한 준강간죄에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입법자가 필요한 경우 항거불능과 항거곤란을 구별하여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형법 제299조의 ‘항거불능’을 단순히 저항하기 어려운 정도의 항거곤란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 대법원이 말하는 ‘현저히 곤란’ 역시 단순한 항거곤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항거불능에 준할 정도로 반항이 현저히 곤란한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된다. 결국 ‘현저히’라는 제한은 형법 제299조의 항거불능과 단순한 항거곤란을 구별하는 중요한 한계로 작용한다.

 

그런데 대법원은 2021도11938 판결에서 장기간 계속된 폭력, 성적 학대, 감시와 통제 등의 누적적 영향으로 피해자가 자유로운 의사의 형성과 결정에 심각한 곤란을 겪고, 피고인의 성적 침해행위 당시 이에 맞서려는 대항능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자포자기의 상태에 있었던 경우 ‘심리적 항거불능 또는 현저한 항거곤란’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은 기존의 ‘항거불능’ 법리를 변경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항거불능에 포섭되는 범위를 확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형법 제299조의 항거불능을 별다른 유형력의 행사가 불필요할 정도로 피해자의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이 결여된 상태로 보면서, 문언상 심신상실에 준하여 해석하고 강간죄에서 폭행·협박으로 발생하는 대항능력의 결여 상태와도 상응하여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렇다면 단순한 심리적 위축이나 관계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는 사정만으로 항거불능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 준강간죄가 폭행·협박 없이도 강간죄와 같은 중대한 형사책임을 묻는 범죄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에 상응하는 정도의 대항능력 상실이 실제 범행 당시 존재했는지는 엄격하게 확인되어야 한다.

 

더욱이 이 사건에서 주위적 공소사실은 친족 강간죄였고, 예비적으로 친족 준강간죄가 공소제기되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강간죄의 성립에 필요한 폭행·협박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의 의사결정이나 대항능력이 위축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다시 준강간죄의 ‘항거불능’으로 평가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준강간죄는 피해자가 이미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것을 이용하여 간음하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피고인의 폭력이나 통제 등으로 형성된 심리적 상태를 항거불능으로 인정하여 준강간죄로 처벌한다면, 강간죄의 폭행·협박에는 이르지 않는 행위까지 준강간죄의 ‘항거불능’을 통하여 처벌하게 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나아가 별도의 신분관계를 요구하는 위력간음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처벌할 수 없는 행위까지 준강간죄로 포섭하여 처벌할 가능성도 생긴다.

 

더 나아가, 과거의 지배관계와 범행 당시의 항거불능을 동일시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장기간 폭력과 통제를 경험한 사람이 심리적 무력감이나 체념에 빠질 가능성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곧바로 범행 당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능력이 현저하게 상실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특히 피해자가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하거나 피고인의 요구를 거부한 경험 등 반대 정황이 존재한다면, 과거의 관계만으로 범행 당시의 내면 상태를 추론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합리적 의심이 남는 부분을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해석하면 안 된다.

 

이 판결처럼, 기존의 항거불능 기준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선언하면서 실제 적용에서는 심리적 억압, 경제적 종속, 관계적 지배 등의 사정을 폭넓게 결합하여 항거불능을 인정한다면, 법률의 문언은 그대로인데 처벌의 범위만 넓히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형사법에서는 구체적 타당성만큼이나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이 중요하다. 특히 죄형법정주의가 지배하는 영역에서 판례가 구성요건의 의미를 확장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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