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임의로 소변 달라는데 거부하면 불이익 있나요
사건 개요
늦은 밤 길을 걷다가, 혹은 유흥가 인근에서 불심검문을 받다가 경찰관으로부터 "협조 차원에서 소변을 좀 받아주실 수 있을까요"라는 요청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영장을 제시하지도 않고, 체포나 구속 절차도 아닌 상태에서 그저 부탁하듯 건네는 말이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당황스럽고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거부하면 오히려 더 의심받아 나중에 더 불리해지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에 얼떨결에 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그 자리에서 거부하고 돌아온 뒤에도 "혹시 이게 죄가 되는 건 아닐까", "이제 나를 범인 취급하며 쫓아다니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으로 상담을 청해 오는 사람도 상당히 많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영장 없이 이뤄지는 소변 제출 요구는 원칙적으로 임의수사이고, 이를 거부했다는 사실만으로 처벌받는 규정은 없습니다. 다만 거부는 사건을 그 자리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수사기관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말 중요한 것은 "거부해도 되는가"라는 질문 자체가 아니라, 거부한 이후 어떤 절차가 따라올 수 있고 그 국면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입니다.
핵심 쟁점
이런 상담에서 실제로 확인해야 할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그 요구가 영장 없는 임의 요청인지, 이미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영장이나 감정처분허가장에 근거한 요구인지입니다. 둘째, 소변 제출 거부 그 자체를 처벌하는 명문 규정이 있는지—음주측정을 거부하면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에 따라 처벌되는 것과 같은 구조가 소변검사에도 적용되는지입니다. 셋째, 거부했을 때 수사기관이 이어서 취할 수 있는 절차, 즉 강제채뇨 영장 청구가 어떤 요건과 방식으로 진행되는지입니다. 넷째, 거부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에 따라 공무집행방해 등 별도의 불리한 상황으로 번질 위험은 없는지입니다.
이 네 가지를 구분하지 못한 채 그 자리의 분위기에 눌려 대응하면, 임의 요구에 응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성급하게 응하거나, 반대로 영장이 이미 발부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저항해 별도의 형사책임을 떠안는 경우가 생깁니다. 순서를 아는 것 자체가 대응의 절반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요구의 성격부터 구분해서 대응하기
가장 먼저 가려야 할 것은 "지금 이 요구가 무엇에 근거한 것인가"입니다. 같은 "소변 좀 주시죠"라는 말이라도 그 배경에 따라 대응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김강희 변호사는 이 사건에서 다음 순서로 상황을 정리합니다.
1) 영장 제시 여부를 확인하고 그 자리에서 기록해 둡니다.
수사기관이 제시하는 문서가 없다면 그 요구는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따른 임의제출 요청입니다. 이 조항은 소유자·소지자·보관자가 스스로 물건을 내어놓는 경우에 한해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도록 한 규정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제출"이 전제입니다. 반대로 압수수색영장이나 감정처분허가장을 제시한다면 이는 이미 법원이 강제력을 부여한 절차이므로 대응의 결이 달라집니다. 영장 유무, 제시 시각, 담당 경찰관의 소속과 성명을 그 자리에서 확인해 메모나 녹음으로 남겨 두면, 이후 절차의 적법성을 다툴 때 출발점이 됩니다.
2) 거부 의사는 명확한 말로, 그러나 물리적 저항 없이 표시합니다.
수사에 관하여는 목적 달성에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으나 강제처분은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로 제한된다는 것이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1항이 정한 임의수사의 원칙입니다. 영장이 없는 단계에서는 "지금은 제출에 동의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분명히 말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며, 이 의사표시 자체가 어떤 범죄도 구성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 국면에서 밀치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물리력을 동반하면, 요구가 임의 요청 단계라 하더라도 별도로 공무집행방해 시비가 붙을 수 있으므로, 거부는 어디까지나 말과 태도로만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3) "자발적으로 응했다"로 남지 않도록 정황을 관리합니다.
애매한 분위기에 눌려 마지못해 응했더라도, 서류상으로는 '임의제출 동의서'에 서명한 형태로 남아 나중에 절차적 하자를 다투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말로 협조할 의사가 없다면 서명이나 구두 동의 이전에 그 뜻을 먼저 밝히고, 부득이 응하게 되는 경우라도 강요된 정황이 있었다면 그 사실을 별도로 기록해 두는 것이 이후 절차에서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거부 이후의 절차에 미리 대비하기
거부는 그 순간의 문제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다음 국면을 여는 선택입니다. 실제로 결과를 가르는 것은 그 다음 단계를 얼마나 준비된 상태로 맞이하느냐이므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함께 챙깁니다.
1) 강제채뇨 영장 청구 가능성에 미리 대비합니다.
임의 제출을 거부해도 수사기관에 상당한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고, 영장이 발부되면 의료기관에서 의료인이 도뇨관을 삽입해 소변을 채취하는 강제채뇨가 시행됩니다. 대법원은 2018. 7. 12. 선고 2018도6219 판결에서, 채뇨를 계속 거부하며 저항한 피의자에게 수갑과 포승을 채워 인근 병원으로 데려가 강제로 채뇨한 조치도 영장 집행에 수반된 필요한 처분으로서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영장이 일단 발부된 이후에는 현장에서의 물리적 저항이 결과를 바꾸지 못하고 오히려 별도의 형사책임 위험만 키우므로, 이 단계부터는 저항이 아니라 영장의 발부 요건과 집행 절차의 적법성을 다투는 방향으로 대응을 전환해야 합니다.
2) 거부 사실이 불리한 정황으로 쓰이지 않도록 진술을 관리합니다.
거부 자체는 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수사 실무에서는 거부의 태도나 그 자리에서 나온 말이 혐의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언급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보장하는 원칙이므로, 거부 의사 외에 사건의 경위나 평소 생활에 관한 불필요한 진술까지 그 자리에서 덧붙일 이유는 없습니다. 필요한 설명은 이후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정리된 형태로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3) 이미 검사에 응해 양성 반응이 나온 경우의 다음 단계도 함께 챙깁니다.
현장의 간이시약 검사는 정확도에 한계가 있어 위양성 가능성이 존재하고, 이 때문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정을 다시 거치는 절차가 이어집니다. 간이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결론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정밀감정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절차와 그 사이에 할 수 있는 대응을 미리 파악해 두는 것이 이후 수사·기소 단계에서 유리한 위치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됩니다.
결론
영장 없는 소변 제출 요구를 거부하는 것은 법이 보장하는 정당한 선택이며, 거부했다는 사실만으로 처벌받지 않습니다. 다만 그 선택이 사건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강제채뇨 영장 청구 등 다음 절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그 국면에서 물리적으로 부딪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습니다.
거부의 순간에 무엇을 확인하고 기록해 두었는지, 그리고 그 이후 절차에 얼마나 미리 대비했는지가 결과를 가릅니다. 지금 이런 상황에 놓여 있거나 이미 겪은 뒤라면, 어떤 절차가 남아 있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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