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필로폰이나 코카인 밀수출입 등 마약범죄로 수사·기소된 사람의 이름이, 정작 국내 은행 계좌나 부동산 등기부에도 나란히 걸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외국 수사기관이 자국 형사사건의 몰수·추징을 확보하기 위해 대한민국에 재산보전을 요청하면, 국내 형사재판은 시작조차 하지 않았는데도 국내 계좌가 동결되고 부동산에 처분금지가 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절차는 흔히 아는 민사 가압류와는 근거 법률도, 신청 주체도, 불복 방법도 다릅니다. 이 글에서는 마약범죄에 대한 국제형사사법공조가 어떤 경로로 들어와 국내 재산을 묶는지, 그 요건과 절차, 그리고 당사자가 다툴 수 있는 지점은 어디인지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마약범죄, 국경 밖 재산까지 묶이는 이유
마약류범죄는 다른 재산범죄와 달리 범죄수익이 국경을 넘나드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밀수출입 조직은 판매대금을 여러 나라의 계좌로 분산해 두거나, 국적이 다른 가족·지인 명의로 부동산을 사두는 방식으로 자산을 관리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 때문에 마약범죄를 다루는 각국 형사사법 체계는 자국 내에서 유죄를 확정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범죄수익 자체를 국경을 넘어 추적하고 묶어 두는 절차를 함께 갖추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가입한 마약 및 향정신성물질의 불법거래방지에 관한 국제연합협약(비엔나협약)도 이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체약국끼리 몰수·추징에 관한 재산보전을 서로 요청하고 이행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이 협약을 국내법으로 구체화한 것이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입니다. 이 법은 국내 마약사범에 대한 몰수·추징의 특례를 규정하는 한편, 별도의 장인 제5장(제64조부터 제78조)에서 외국의 요청에 따른 국제형사사법공조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외국 수사기관이 자국에서 수사·기소한 마약사건과 관련해 대한민국 영역 내 재산을 몰수하거나 추징하기 위해 보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조약에 근거해 대한민국에 재산보전을 요청할 수 있고, 대한민국은 원칙적으로 이 요청에 응해 국내 재산에 처분금지 조치를 걸 수 있습니다.
마약범죄에 대한 국제공조는 형사재판이 아니라 재산 자체를 대상으로 한다 — 외국 형사사건이 끝나기 전에도 국내 계좌·부동산을 먼저 묶어 둘 수 있다.
요청은 어떤 절차를 거쳐 들어오는가 — 조약과 상호보증
외국의 재산보전 요청이 곧바로 국내 법원에 접수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인 형사사법공조와 마찬가지로 외교경로, 즉 요청국 정부가 우리 외교부를 거쳐 법무부에 공조요청서를 전달하는 절차를 원칙으로 합니다. 법무부는 이 요청서를 검토해 검찰총장에게 송부하고,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은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가 실제로 법원에 필요한 처분을 청구하는 구조입니다. 개인이나 회사가 외국 수사기관으로부터 직접 통보를 받는 일은 없고, 국내 절차가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당사자에게 처분 사실이 알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실무에서 이런 요청이 들어오는 경우는 대개 미국·동남아시아 국가처럼 마약 밀거래 조직을 오래 추적해 온 나라에서, 자국 사건의 피의자·피고인이 대한민국에 계좌를 개설했거나 부동산을 취득해 둔 사실을 확인한 뒤에 이루어집니다.
이 요청이 받아들여지려면 원칙적으로 조약상 근거가 필요합니다. 대한민국과 요청국 사이에 마약범죄 관련 조약이나 형사사법공조조약이 체결돼 있으면 그 조약이 정한 절차를 따르고, 조약이 없더라도 국제형사사법공조법에 따라 동일하거나 유사한 사안에서 대한민국의 요청에 응하겠다는 요청국의 상호보증이 있으면 공조가 가능합니다. 다만 국제형사사법공조법 제6조는 대한민국의 주권이나 안녕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거나, 정치적 성격을 지닌 범죄에 대한 수사·재판을 목적으로 하거나, 그 행위가 대한민국 법률상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경우 등에는 공조를 거절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즉 요청이 왔다고 자동으로 재산이 묶이는 것이 아니라, 검찰과 법원이 이 제한사유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살피는 단계를 거칩니다.
몰수보전명령 — 형이 확정되기 전에 재산부터 묶는 장치
국내 재산을 실제로 묶는 핵심 장치는 몰수보전명령입니다.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 제33조는 몰수 대상 재산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그 재산을 몰수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법원이 검사의 청구 또는 직권으로 몰수보전명령을 발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국내 형사사건이라면 통상 공소가 제기된 뒤에 청구하지만, 같은 법 제34조는 공소 제기 전이라도 지방법원 판사에게 몰수보전명령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수사가 진행 중인 단계에서도 재산을 먼저 묶어 두는 것이 가능합니다.
외국의 요청에 따른 국제공조 국면에서도 같은 원리가 적용됩니다. 같은 법 제71조는 검사가 외국의 공조요청이 몰수를 목적으로 한 재산보전에 관한 것일 경우 판사에게 몰수보전명령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은, 외국에서 진행 중인 형사재판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어도 이 청구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요청국에서 1심 판결조차 나오지 않은 단계라도, 국내에 있는 재산이 처분되거나 은닉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국내 법원은 먼저 처분을 금지해 나중에 몰수·추징 확정판결이 나왔을 때 집행할 재산을 확보해 둡니다.
요건 — 몰수대상재산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상당한 이유와 몰수 필요성.
청구 주체 —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외국 요청 접수 후) 또는 법원 직권.
시기 — 외국 형사재판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청구 가능(제71조).
대상 — 처분이 가능한 부동산·예금채권 등 재산 일체.
추징보전명령 — 재산을 특정할 수 없을 때의 대안
몰수는 범죄수익 그 자체로 특정되는 물건을 대상으로 합니다. 그런데 마약대금은 대개 현금화되거나 다른 자금과 섞여(혼화) 그 출처를 물건 단위로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마련된 것이 추징보전명령입니다. 같은 법 제52조는 추징 재판의 집행을 확보할 필요가 있고 그 집행이 불가능해지거나 현저히 곤란해질 우려가 있다고 인정될 때, 검사의 청구 또는 법원 직권으로 추징보전명령을 발할 수 있도록 정합니다. 몰수보전과 마찬가지로 제53조에 따라 기소 전에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몰수보전과 추징보전이 함께 신청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정 부동산이나 특정 계좌의 예금이 범죄수익 그 자체라고 볼 자료가 있으면 몰수보전을, 자금이 이미 섞여 특정이 어려운 부분에는 그 가액에 상응하는 다른 재산에 추징보전을 거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국내에 부동산 한 채와 예금 계좌 여러 개를 가진 사람이 외국에서 마약조직 자금관리 혐의로 기소됐다면, 조직 자금으로 직접 산 것이 확인되는 부동산에는 몰수보전을, 출처가 섞여 특정이 곤란한 나머지 계좌 잔액에는 추징보전을 거는 식으로 재산 전체가 순차적으로 묶일 수 있습니다.
계좌·부동산이 실제로 묶이면 벌어지는 일
몰수보전명령이나 추징보전명령이 발령되면 재산의 종류에 따라 집행 방식이 다릅니다. 부동산은 법원이 관할 등기소에 처분금지 등기를 촉탁해 등기부에 그 사실이 기재되고, 이후 소유권 이전이나 저당권 설정 등 처분행위를 하더라도 이를 국가에 대항할 수 없게 됩니다. 예금채권 등 금전채권은 은행 등 제3채무자에게 지급을 금지하는 통지가 이루어져, 사실상 계좌가 동결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합니다. 명령서에는 대상자의 성명, 관련 범죄사실의 요지, 처분을 금지하는 재산의 표시가 구체적으로 기재됩니다.
처분금지의 효력은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생활비나 치료비 등 최소한의 생계 유지에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법원에 보전 범위의 변경이나 일부 취소를 신청할 수 있고, 보전의 필요성이 애초에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었다는 사정이 드러나면 명령 자체의 취소를 구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런 신청이 받아들여지려면 재산의 출처가 범죄수익과 무관하다는 점을 소명하는 자료가 뒷받침돼야 하므로, 계좌 입출금 내역이나 부동산 취득 자금의 흐름을 정리해 두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가족 명의로 돌려놔도 소용없는 이유 — 제3자 명의 재산의 함정
마약사범 본인이 아니라 배우자나 자녀, 지인 명의로 재산을 옮겨 두면 보전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법은 이런 우회를 넓게 막아 두고 있습니다. 같은 법 제15조는 범인 외의 자가 범죄 후 그 정을 알면서 불법재산이나 이와 섞인 혼화재산을 취득한 경우에는, 그 재산이 범인 외의 자에게 귀속되어 있더라도 몰수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즉 명의자가 마약범죄로 얻은 돈이라는 사정을 알면서 그 재산을 넘겨받았다면, 명의만 다를 뿐 실질은 몰수·보전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반대로 그 권리가 보호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3자가 범죄가 있기 전부터 이미 저당권 등 권리를 갖고 있었거나, 범죄 후 그 사정을 전혀 모른 채 정당하게 권리를 취득했다면 그 권리는 그대로 존속합니다. 그래서 국제공조 사건에서는 단순히 등기부상 명의자가 누구인지보다, 그 재산을 취득할 때 자금이 어디서 나왔는지, 명의자가 자금 출처를 알았는지가 실제 쟁점이 됩니다. 가족 명의의 아파트라도 매입 자금이 해외 계좌에서 흘러 들어온 정황이 확인되면 보전 대상에 포함될 수 있고, 이 지점에서 자금 출처에 관한 자료를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실제 다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명의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보전을 피할 수 없다 — 관건은 등기부상 이름이 아니라 그 재산을 취득할 때 명의자가 자금 출처를 알았는지다.
다투는 법 — 즉시항고와 공조 요건에 대한 이의
몰수보전명령이나 추징보전명령을 받은 당사자가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법 제78조는 이 장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사항에는 형사소송법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고, 이에 따라 보전명령에 불복하는 당사자는 즉시항고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항고심에서는 애초에 몰수·추징 대상 재산에 해당한다고 볼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지, 보전의 필요성이 그 시점에도 여전히 인정되는지를 다시 심리받을 수 있습니다.
보전명령 자체와 별개로, 국제공조 요청 그 자체의 적법성을 다투는 길도 있습니다. 요청 범죄가 대한민국 법률상 범죄를 구성하지 않거나, 요청이 실질적으로 정치적 목적을 띠고 있거나, 조약도 상호보증도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요청이라면 국제형사사법공조법상 공조 제한사유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변호인은 공조요청서와 첨부된 혐의사실 자료를 검토해 재산과 범죄수익 사이의 관련성이 실제로 소명됐는지, 보전 범위가 필요한 만큼으로 한정돼 있는지를 따져 절차적·실체적 흠결을 찾아 다투게 됩니다.
외국 판결이 확정된 뒤 — 최종 집행공조 단계
국내에서 재산이 보전된 상태로 외국의 형사재판이 진행되다가 몰수·추징 판결이 확정되면, 절차는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같은 법 제64조는 외국으로부터 조약에 따라 몰수·추징 확정재판의 집행에 관한 공조요청이 있을 때에도 원칙적으로 공조를 실시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때는 앞서 걸려 있던 보전 조치가 실제 몰수·추징의 집행으로 전환되어, 보전됐던 계좌의 예금이나 부동산이 국고 또는 요청국에 귀속되는 절차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외국 판결이 확정됐다고 해서 국내에서 별도 심사 없이 곧바로 집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재판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확정됐는지, 공조 제한사유에 해당하지 않는지를 국내 법원과 검찰이 다시 확인하는 절차를 거칩니다. 반대로 요청국에서 무죄가 선고되거나 공소가 취소되는 등 보전의 전제가 사라지면, 당사자는 그 사정을 근거로 보전명령의 취소를 신청해 재산을 되찾을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외국에서 아직 재판 중인데도 국내 재산이 묶일 수 있나요?
A. 네.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 제71조에 따라 검사는 외국의 몰수 목적 재산보전 요청이 있으면 판결 확정 전에도 법원에 몰수보전명령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보전은 재산의 처분·은닉을 막기 위한 잠정 조치이므로 유죄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취소되지 않습니다.
Q. 조약이 없는 나라의 요청도 국내 재산을 묶을 수 있나요?
A. 조약이 없더라도 국제형사사법공조법에 따라 동일·유사한 사안에서 대한민국의 요청에 응하겠다는 요청국의 상호보증이 있으면 공조가 가능합니다. 다만 상호보증도 조약도 없다면 그 자체가 공조를 거절할 근거가 됩니다.
Q. 계좌가 동결됐다는 사실을 언제 알게 되나요?
A. 개인이 외국 수사기관으로부터 직접 통보받는 절차는 없고, 법원의 보전명령이 집행된 뒤 은행이나 등기소를 통해 처분금지 사실을 인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급여 이체나 대출 실행이 막히면서 뒤늦게 확인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Q. 생활비로 쓸 돈까지 전부 묶이나요?
A. 처분금지가 걸린 재산이라도 법원에 보전 범위의 변경이나 일부 취소를 신청해 생계·치료 등에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을 예외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자금이 범죄수익과 무관하다는 소명자료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Q. 가족 명의로 재산을 옮겨두면 안전한가요?
A. 명의자가 그 재산이 범죄수익이라는 사정을 알면서 취득했다면 몰수·보전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반대로 범죄 전부터 정당한 권리를 갖고 있었거나 그 사정을 전혀 모르고 취득했다면 그 권리는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Q. 보전명령에 불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몰수보전명령이나 추징보전명령에는 형사소송법이 준용되어 즉시항고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공조요청 자체가 국제형사사법공조법상 제한사유에 해당하는지도 함께 다툴 수 있으므로, 요청서와 첨부자료를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맺음말
마약범죄에 대한 국제공조는 국내 형사사건 여부와 무관하게 국내 계좌와 부동산을 먼저 묶어 둘 수 있는 절차입니다. 몰수보전명령과 추징보전명령은 외국 재판이 확정되기 전 단계에서도 발령될 수 있고, 명의를 바꿔 두는 방식으로는 쉽게 피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이 절차 역시 조약과 국내법이 정한 요건을 갖춰야 하고, 보전명령에는 즉시항고로, 공조요청 자체의 적법성에는 국제형사사법공조법상 제한사유로 다툴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재산이 갑자기 처분금지되거나 계좌가 막혔다면, 먼저 어떤 근거로 어느 법원이 어떤 명령을 발령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그 위에서 재산의 취득 경위와 자금 출처를 정리해 두면, 보전 범위를 다투거나 명령 자체의 취소를 구하는 절차에서 실질적인 근거가 됩니다. 외국 형사절차와 국내 보전절차가 동시에 진행되는 사건일수록 두 절차의 진행 상황을 함께 살펴야 대응 시점을 놓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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