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사건 수사에서 참고인으로 불려가 진술만 하고 왔는데, 나중에 그 진술이 자신을 겨냥한 핵심 증거로 돌아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조사 도중 질문의 초점이 어느새 제3자가 아니라 본인의 행위로 옮겨가 있었는데도, 서류상 신분은 여전히 '참고인'인 채로 진술거부권을 고지받지 못하고 조서에 서명하는 일이 드물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조서는 나중에 재판에서 증거능력을 다툴 여지가 있고, 그 파급은 최초 조서 한 장에 그치지 않고 이후 진행된 조사에까지 미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참고인이 실질적으로 피의자 지위로 바뀌는 시점을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는지, 그리고 진술거부권을 고지받지 못한 조서와 그 이후 확보된 진술이 증거로 쓰일 수 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참고인과 피의자 — 절차상 지위에 따라 달라지는 권리
마약사건 수사는 흔히 특정인을 참고인으로 불러 주변 정황을 확인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형사소송법 제221조에 따라 수사기관은 수사에 필요한 때 참고인의 출석을 요구해 진술을 들을 수 있는데, 참고인은 피의자와 달리 출석이나 진술 자체를 강제당하지 않고, 조사받는 내내 자신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것을 전제로 한 방어권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반면 피의자는 형사소송법이 예정한 여러 방어적 권리 중에서도 진술거부권을 가장 핵심적인 권리로 보장받습니다. 참고인 조사와 피의자신문은 조사받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절차적 보호의 두께 자체가 다른 셈입니다.
문제는 실제 수사가 참고인·피의자라는 이름표대로 깔끔하게 나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마약사건에서는 처음엔 단순 목격자나 주변인으로 불렀다가, 진술 도중 소변·모발감정 결과나 통화내역, 계좌추적 등 다른 증거가 결합되면서 조사대상자 본인의 혐의가 짙어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때 수사기관이 서류상 신분을 계속 '참고인'으로 유지한 채 조사를 이어가면, 조사받는 사람은 자신이 이미 실질적으로 피의자 취급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진술거부권도 고지받지 못하고 계속 진술하게 됩니다. 이런 조서가 나중에 재판에서 불리한 증거로 제출됐을 때 증거능력을 다툴 수 있는지가 이 글에서 다루려는 핵심 쟁점입니다.
진술거부권 고지의무의 법적 근거 — 헌법과 형사소송법
진술거부권은 헌법 제12조 제2항이 정한,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 이른바 자기부죄거부특권에 뿌리를 둔 헌법상 기본권입니다. 이를 구체화한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제1항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 일체의 진술을 하지 않거나 개개의 질문에도 진술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진술하지 않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점, 진술거부권을 포기하고 한 진술은 법정에서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 신문을 받을 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알려주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조 제2항은 고지가 형식에 그치지 않도록 하는 장치도 함께 두고 있습니다. 고지를 받았는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것인지에 대한 피의자의 답변은 피의자가 자필로 적게 하거나, 검사·사법경찰관이 답변을 대신 기재한 부분에 피의자가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도록 해야 합니다. 조서 말미에 이 절차가 그대로 남아 있는지는 나중에 고지 여부를 다툴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지점이 됩니다. 이 고지의무는 '피의자'에게 인정되는 것이어서, 조사받는 사람이 서류상 참고인으로 분류돼 있으면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데서 다음 쟁점, 즉 언제부터 실질적 피의자로 보는지의 문제가 시작됩니다.
참고인이 '실질적 피의자'로 바뀌는 기준 — 대법원이 보는 시점
대법원은 진술거부권 고지의무의 적용 대상을 서류의 명칭이 아니라 조사받는 사람의 실질적 지위로 판단합니다.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0도8294 판결은 조사대상자가 작성한 서류가 진술조서·진술서·자술서 등 어떤 형식을 취했더라도 그 실질이 피의자신문조서로서의 성격을 가진다면 피의자신문조서와 달리 볼 수 없고, 그런 경우 수사기관이 진술거부권을 미리 고지하지 않았다면 그 진술은 임의성이 인정되더라도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부인되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조사대상자가 자신과 제3자에게 공동으로 관련된 범죄에 관하여 진술하거나, 제3자의 혐의뿐 아니라 자신의 혐의에 관해서도 진술하는 경우가 이러한 실질적 피의자신문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확히 어느 시점부터 '피의자'로 보는가에 대해서는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8125 판결(마약류관리법 위반 사건)이 기준을 제시합니다. 이 판결은 수사기관이 범죄인지서를 작성하는 등 형식적인 사건수리 절차를 거치기 전이라도, 조사대상자에 대해 범죄혐의가 있다고 보아 실질적으로 수사를 개시하는 행위를 한 때에 피의자의 지위가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즉 사건번호가 붙었는지, 입건 절차가 끝났는지 같은 서류상 절차와 무관하게 수사기관의 실제 의도와 조사의 실질 내용이 기준이 됩니다. 다만 이 사건에서는 필로폰이 든 곡물포대를 전달하는 역할을 했던 조사대상자에 대해 당시 수사기관이 아직 범죄혐의를 인정하고 수사를 개시한 단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그 참고인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그대로 인정한 사례였습니다. 신분전환의 경계는 이처럼 사안마다 미세하게 갈립니다.
피의자 지위는 범죄인지서 작성 같은 형식적 절차가 아니라, 수사기관이 범죄혐의를 인정하고 실질적으로 수사를 개시하는 행위를 한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마약사건에서 신분전환이 유독 잦은 이유
마약사건은 다른 범죄유형보다 참고인에서 피의자로의 전환이 자주 문제되는 영역입니다. 공동투약이나 유통조직 사건은 관련자가 여러 명 얽혀 있어서, 수사기관이 처음에는 주변인·목격자 정도로 특정인을 불러 진술을 듣다가, 그 진술 내용 자체에서 진술자 본인의 투약·매매·운반 정황이 드러나거나 소변·모발감정 결과가 뒤늦게 양성으로 나오면서 혐의가 짙어지는 흐름이 흔합니다. 처음 출석요구서에는 '참고인'이라고 적혀 있었어도, 조사실에서 질문의 초점이 어느새 진술자 본인의 행위로 옮겨가 있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특히 조달책·운반책·전달책처럼 유통조직에서 주변적 역할을 한 사람일수록 이 경계가 애매합니다. 앞서 살펴본 2011도8125 판결의 곡물포대 전달자처럼, 본인은 단순 심부름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마약류 유통의 한 고리를 담당한 것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수사기관 입장에서도 조사 초반에는 관련자 중 누구를 피의자로 특정할지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채 조사가 진행되는 경우가 있고, 그 사이에 이뤄진 진술이 나중에 정작 진술자 자신을 기소하는 핵심 증거로 쓰이는 일이 생깁니다.
공동투약자 조사 — 동석 투약자에 대한 진술이 자기 투약사실도 함께 드러내는 경우
조달책·운반책·전달책 조사 — 단순 가담으로 시작했다가 유통 가담 정황이 드러나는 경우
감정결과 지연 — 참고인 조사 이후 소변·모발감정에서 양성 판정이 나와 뒤늦게 혐의가 확정되는 경우
통신·계좌 자료 결합 — 다른 관련자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통화내역·계좌내역이 진술자 본인과 연결되는 경우
진술거부권 미고지 조서의 증거능력 —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
진술거부권을 고지받지 못한 상태에서 작성된 조서의 운명은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가 정한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으로 정리됩니다. 이 조항은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고, 조서의 증거능력에 관한 형사소송법 제312조 역시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조서일 것을 요구합니다. 실질이 피의자신문조서인데도 진술거부권 고지 없이 작성된 서류는 이 적법한 절차와 방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임의성'과 '적법성'이 서로 다른 문제라는 점입니다. 조사받는 사람이 강압이나 회유 없이 자발적으로 진술했다는 사정, 즉 진술의 임의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증거능력이 살아나지 않습니다. 앞서 본 2010도8294 판결이 밝힌 대로,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은 절차위반은 임의성 유무와 별개로 그 자체로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여 증거능력이 부인됩니다. 따라서 재판에서 이 쟁점을 다툴 때는 진술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가 아니라, 조사 당시 이미 실질적 피의자 지위에 있었는지, 그리고 그 시점에 진술거부권이 고지됐는지에 집중해야 합니다.
오염된 진술의 파급 — 이후 자백·2차 증거까지 흔들릴 수 있다
문제는 최초 진술조서 하나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습니다. 진술거부권 미고지 상태에서 확보한 최초 진술을 단서로 압수수색이 이뤄지거나, 그 진술 내용을 전제로 이후 정식 피의자신문에서 재차 자백을 받아내는 흐름으로 수사가 이어지는 일이 흔합니다. 이때 나중에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 자체는 진술거부권을 제대로 고지받은 뒤 작성됐다 하더라도, 최초 위법한 조사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은 위법하게 수집된 1차 증거를 기초로 확보한 2차적 증거(파생증거)도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부정되고, 다만 수사기관의 절차위반 정도와 그 뒤에 추가로 발생한 사정들을 종합해 인과관계가 희석되거나 단절됐다고 볼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유죄 인정의 증거로 쓸 수 있다는 법리를 정립했습니다. 압수물에 관한 사건에서 나온 판례이지만, 위법한 진술 확보와 그로부터 파생된 2차 진술·증거 사이의 관계에도 같은 인과관계 희석·단절 심사의 틀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실무적으로는 최초 조사와 이후 조사 사이의 시간 간격, 변호인 조력 여부, 새로운 독립적 증거의 개입 여부 등이 인과관계 단절을 판단하는 요소가 됩니다. 이 때문에 수사 초반의 절차위반을 뒤늦게 발견했더라도, 이후 이뤄진 모든 진술이 자동으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과, 반대로 정식 절차를 갖췄다고 해서 앞선 위법이 저절로 치유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조사받는 자리에서 지금 확인해야 할 것
마약사건으로 참고인 출석요구를 받았다면, 조사 초반부터 자신이 단순 참고인인지 실질적으로 피의자 취급을 받고 있는지 스스로 가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질문의 초점이 제3자의 행위가 아니라 본인의 행위·소지·투약 여부로 향하고 있다면, 이는 실질적 피의자 조사로 전환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이런 정황이 감지되면 그 자리에서 수사기관에 자신의 절차상 지위를 확인하고, 진술거부권 고지와 변호인 참여를 요청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조사가 끝난 뒤에는 작성된 조서를 열람할 때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제2항이 요구하는 방식, 즉 진술거부권 고지에 대한 답변이 자필로 기재돼 있는지 또는 그 부분에 기명날인·서명이 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기재가 비어 있거나 형식적으로만 남아 있다면, 나중에 그 조서의 증거능력을 다툴 실마리가 됩니다.
조사 개시 경위 확인 — 왜 자신이 조사대상이 됐는지, 질문의 초점이 누구를 향하는지
진술거부권 고지 여부 — 신문 전 네 가지 사항을 모두 고지받았는지
조서상 기재방식 확인 —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제2항에 따른 자필·서명 여부
변호인 참여 요청 — 조사 도중이라도 변호인 참여를 요청할 권리 행사
조서 열람·정정 요청 — 서명 전 진술 내용이 실제와 다르면 정정 요구
자주 묻는 질문
Q. 참고인으로 출석요구서를 받았는데 진술거부권을 고지받지 못했습니다. 무조건 조서가 무효인가요?
A. 조사 당시 이미 실질적으로 피의자 지위에 있었다고 인정돼야 문제됩니다. 순수하게 제3자에 관한 진술만 한 참고인이라면 고지의무 자체가 발생하지 않아 증거능력에 영향이 없을 수 있고, 실질적 피의자 지위 여부는 조사 당시 질문의 초점과 진술 내용을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합니다.
Q. 실질적 피의자로 전환된 시점은 누가 어떻게 판단하나요?
A. 법원은 범죄인지서 작성 등 형식적 절차가 아니라 수사기관이 실제로 범죄혐의를 인정하고 수사를 개시하는 행위를 한 시점을 기준으로 봅니다. 재판에서는 조사 당시의 질문 내용, 진술자의 지위에 대한 수사기관의 인식, 이후 수사 진행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심리해 판단합니다.
Q. 마약 공동투약 사건에서 다른 사람 얘기만 하다가 제 얘기도 나왔는데, 이것도 실질적 피의자 조사인가요?
A. 자신과 제3자에게 공동으로 관련된 범죄에 관해 진술하거나 자신의 혐의에도 관련된 진술을 했다면 실질이 피의자신문조서 성격을 가진다고 볼 여지가 큽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느 시점부터 그런지는 진술 내용과 조사 경위를 함께 살펴야 확정할 수 있습니다.
Q. 진술거부권 미고지로 조서의 증거능력이 부정되면 그 사건 자체가 무죄가 되나요?
A. 그 조서 하나가 증거로 쓰이지 못하게 될 뿐이고, 다른 독립된 증거로 혐의가 입증되면 유죄 판단은 여전히 가능합니다. 다만 그 조서가 핵심 증거였던 사건이라면 증거능력 부정이 결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Q. 최초 참고인 조사가 위법했다면 이후 정식으로 진술거부권을 고지받고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도 못 쓰게 되나요?
A. 원칙적으로는 최초 위법수집증거에서 파생된 2차 증거도 증거능력이 부정될 수 있지만, 그 사이 시간 간격이나 변호인 조력 여부 등에 비춰 인과관계가 희석·단절됐다고 볼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이는 사안마다 개별적으로 심리되는 부분입니다.
Q. 조사 당시 이런 문제를 몰라 이미 조서에 서명까지 했습니다. 이제라도 다툴 수 있나요?
A. 조서에 서명했다는 사정만으로 증거능력 문제제기가 막히지 않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조사 당시의 실질적 지위와 고지 여부를 다시 다툴 수 있으므로, 조사 경위와 조서 기재방식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변호인과 함께 검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맺음말
참고인으로 부른다고 해서 그 조사가 언제나 참고인 조사에 그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서류의 이름이 아니라 조사의 실질을 기준으로 진술거부권 고지의무를 판단하고, 그 판단이 뒤집히면 조서 하나의 증거능력은 물론 그로부터 이어진 후속 진술의 효력까지 함께 흔들릴 수 있습니다. 마약사건처럼 관련자가 얽혀 있고 감정결과·통신자료가 뒤늦게 결합되는 사건일수록 이 경계는 더 자주, 더 애매하게 그어집니다.
조사를 앞두고 있거나 이미 조사를 받은 상태라면, 자신이 조사받은 절차의 실질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 시점에 지켜야 할 권리가 실제로 지켜졌는지부터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원지검을 비롯해 안산 등 경기남부 지역에서도 마약사건 조사는 꾸준히 이뤄지는 만큼, 조사 단계에서부터 신분과 절차를 함께 확인하는 준비가 이후 재판 대응에서 중요한 차이를 만듭니다. 조사받는 순간의 사소해 보이는 절차 하나가 재판 단계에서 증거능력을 가르는 결정적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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