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간 무단 점유되던 집합건물 공용부분, 변론기일 없이 인도받은 사건
— 관리단 대리 승소사례
법무법인 랜드로 | 부동산 전문변호사 신지수
소장을 접수한 지 두 달이 되기 전에 사건이 끝났습니다
명도소송은 길고 지루하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을 걸고, 현장 검증을 하고, 임료 감정을 거치고, 몇 차례의 변론기일을 지나 판결을 받은 뒤에도 강제집행이 남아 있습니다. 1년을 훌쩍 넘기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소장을 접수한 날로부터 약 7주 만에 사실상 종결되었습니다. 변론기일은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고, 감정도, 현장 검증도 없었습니다. 법원은 소장과 그에 첨부된 증거만 검토한 뒤 곧바로 화해권고결정을 내렸고, 상대방이 2주 내에 이의하지 않아 그 결정은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결과가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소장 한 통에 "이 사건은 다툴 여지가 없다"는 확신을 담아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 글에서는 27년 가까이 무단 점유되어 온 집합건물 공용부분을 어떤 논리 구조로 되찾았는지, 그 과정을 실무자의 시선에서 정리해 보려 합니다.
사건의 배경 — 1990년에 지어진 건물, 1998년에 시작된 무단 임대
의뢰인은 서울 소재 한 집합건물의 관리단이었습니다. 문제가 된 공간은 이 건물 1층의 약 51㎡ 남짓한 부분이었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이 건물의 건축주였던 회사가 1998년경 한 개인에게 이 공간을 임대차보증금 1,000만 원에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이후 추가 입금으로 총 4,000만 원의 전세계약으로 변경된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 공간은 애초에 건축주 회사가 임대할 권한이 있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준공도면상 화단 등 조경 공간으로 계획되어 구분소유자 전원의 공동 사용에 제공될 목적으로 설계된, 명백한 공용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은 더 복잡해졌습니다. 최초 임차인의 인척이 점유를 승계하여 실질적으로 그 공간을 사용하게 되었고, 별다른 영업 없이 물건을 쌓아두는 창고로 쓰고 있었습니다. 관리비는 제대로 납부되지 않았습니다. 정작 임대인이었던 건축주 회사는 오래전에 청산이 종결되어 법인격 자체가 소멸한 상태였습니다.
관리단 입장에서는 난감한 구도였습니다. 계약의 당사자도 아니고, 보증금을 받은 적도 없는데, 눈앞에는 "나는 보증금을 내고 들어왔다"고 주장하는 점유자가 있었습니다.
① 등기부에는 그런 호실이 없었습니다
부동산 소재지번 검색 결과를 확인해 보니, 이 건물 1층에는 제1호와 제2호만이 등기되어 있을 뿐 점유자가 사용하는 "제3호"는 아예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독립된 구분소유권의 객체인 전유부분으로 등기된 사실이 없다는 점이 공적 장부로 직접 확인된 것입니다. 검색 결과 화면을 그대로 캡처하여 소장 본문에 삽입하고, "103호는 미등기 상태"라는 설명을 붙였습니다.
② 건축물대장 기재는 상식에 반하는 착오였습니다
건축물대장의 소유권 변동일자를 확인하니 1970년으로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건물의 사용승인일은 1990년입니다. 건물이 완공되기 20년 전에 그 안의 호실 소유권이 변동되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존재하지도 않던 건물의 일부에 소유권이 발생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대장 발췌 이미지와 함께 제시하면서 "1970년도에는 이 사건 건물이 착공되지도 아니함"이라는 한 줄을 달았습니다. 상대방이 대장을 들고 나오더라도 그 신빙성이 이미 무너지도록 선제적으로 봉쇄한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설령 건축물대장에 전유부분으로 잘못 등재되었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공용부분이 전유부분이 되지는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 법리를 명시했습니다. 구분소유가 성립할 당시 객관적 용도가 공용부분인 건물부분을 나중에 임의로 개조하거나 집합건축물대장에 전유부분으로 등록하고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고 하더라도, 그로써 공용부분이 어느 구분소유자의 전속적인 소유권의 객체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입니다. 즉 대장이든 등기든, 사후의 공부(公簿) 조작으로 공용부분의 성질이 바뀌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③ 결정타는 27년 전 준공도면이었습니다
가장 강력했던 증거는 이 건물의 준공도면이었습니다. 도면에는 문제의 공간이 화단 등 조경 공간으로 명확히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어느 부분이 공용부분인지는 소유자들 사이에 특단의 합의가 없는 한 건물의 구조에 따른 객관적인 용도에 의하여 결정되는데, 준공도면은 바로 그 "설계 당시의 객관적 용도"를 보여 주는 가장 직접적인 자료입니다.
저는 도면 전체를 한 장, 그리고 문제의 공간을 확대한 발췌본을 또 한 장, 총 두 장을 소장 본문에 배치하고 "조경을 목적으로 하였음"이라는 설명을 붙였습니다. 판사가 페이지를 넘기며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만든 것입니다. 오래된 건물의 준공도면을 확보하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이런 사건에서는 그 한 장이 서면 열 장보다 강력합니다.
두 번째 관문 — 관리단이 직접 인도를 구할 수 있는가
공용부분임이 확인되어도 다음 질문이 남습니다. 공용부분은 구분소유자 전원의 공유인데, 그렇다면 구분소유자들이 각자 소송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문제입니다.
저는 집합건물법상 구분소유자 전원으로 당연 설립되는 관리단의 지위와, 공용부분에 관한 보존행위 규정을 근거로 관리단이 직접 인도를 구할 수 있음을 논증했습니다. 판례 역시 구분소유자가 관리단집회 결의나 다른 구분소유자의 동의 없이 공용부분을 독점적으로 점유·사용하는 경우 다른 구분소유자는 보존행위로서 방해 상태의 제거를 청구할 수 있고, 당연 설립된 관리단을 대표하여 관리인이 사업집행과 관련하여 재판상 또는 재판 외의 행위를 할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공용부분을 무단으로 점유하며 문·간판·배관 등을 설치한 자에게 원상회복과 사용방해 배제 의무를 인정한 하급심 사례도 함께 인용했습니다.
원고적격은 소송에서 가장 먼저 깨질 수 있는 지점이자, 깨지면 본안 판단조차 받지 못하는 지점입니다. 관리단 사건에서는 고유번호증 등으로 관리단의 실재와 대표자의 지위를 명확히 해 두는 작업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합니다.
세 번째 관문 — "나는 보증금을 냈다"는 반격을 미리 차단하다
이런 사건에서 점유자가 내놓는 카드는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보증금 4,000만 원을 돌려주면 나가겠다"는 동시이행항변입니다. 심리적으로도 설득력이 있어 보이고, 실제로 이 항변이 받아들여지면 관리단은 자기가 받지도 않은 돈을 물어 주고서야 공간을 되찾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상대방이 답변서를 내기도 전에, 소장 안에서 이 항변을 미리 무력화했습니다. 논리는 세 겹이었습니다. 첫째, 관리단은 임대차계약의 당사자가 아닙니다. 둘째, 관리단은 임대인이었던 건축주 회사의 지위를 승계한 사실이 없고 보증금을 수령한 사실도 없습니다. 셋째, 임대인 회사는 이미 청산되어 소멸하였으므로 점유자의 보증금반환채권은 소멸한 법인에 대한 문제일 뿐, 관리단에게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법인등기사항전부증명서로 청산 종결 사실을 증거로 붙였습니다.
이것이 이 소장에서 제가 가장 공을 들인 부분입니다. 명도소송에서 상대방의 유일한 반격 지점을 미리 예측하고 그 자리에 먼저 답을 놓아두면, 상대방은 답변서에 쓸 말이 없어집니다. 그리고 쓸 말이 없는 사건은 길어지지 않습니다.
네 번째 관문 — 부당이득은 감정 없이 잠정 청구로
무단 점유에 대해서는 임료 상당의 부당이득 반환을 함께 구해야 합니다. 다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정확한 임료를 확정하려면 감정을 거쳐야 하고, 감정은 비용과 시간을 잡아먹습니다. 51㎡ 공간의 임료를 정확히 산정하겠다고 감정을 신청하는 순간, 사건은 최소 수개월 늘어집니다.
그래서 임료는 감정을 통해 확정되어야 할 것이나 우선 월 50만 원으로 잠정하여 청구한다는 취지를 명시하고, 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 인도 완료일까지의 부당이득을 구했습니다. 악의의 수익자로 간주되는 시점에 관한 민법 규정을 함께 적었습니다. 실제로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공간의 회복이었으므로, 금액을 다투느라 인도를 늦추지 않는 구조를 택한 것입니다.
소장을 송달받은 상대방이 먼저 찾아왔습니다
이 사건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법정이 아니라 그 전에 있었습니다. 소장을 송달받은 상대방이 답변서를 내는 대신 직접 찾아와, 소장 청구취지대로 할 테니 합의하자고 먼저 제안한 것입니다.
그 자리에서 상대방이 한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자신도 이 사건에 대해 여러 곳에 자문을 구해 보았는데, 어디에서도 다툴 방법이 없다는 답을 들어서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27년 가까이 이어진 점유, 4,000만 원의 보증금, 건축물대장에 등재된 소유자 표시라는 나름의 근거를 쥐고 있던 사람이, 소장 한 통을 읽고 여러 전문가에게 확인한 끝에 스스로 다툼을 포기한 셈입니다.
저는 이것이 잘 쓴 소장의 가장 이상적인 효과라고 생각합니다. 소장의 목적은 상대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다툴 이유를 잃게 만드는 것입니다. 등기부에 그 호실이 없다는 사실, 건축물대장의 소유권 변동일자가 건물 준공보다 20년 앞선다는 모순, 준공도면에 조경 공간으로 그려져 있다는 원본 자료, 그리고 보증금은 이미 청산되어 사라진 법인에 대한 문제일 뿐이라는 결론까지 — 상대방이 반박하려 해도 반박할 지점이 남아 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결국 이 사건이 두 달이 되기 전에 끝난 진짜 이유는 법원의 신속한 진행이 아니라, 상대방이 다투기를 그만두었다는 데 있습니다. 소송에서 가장 빠르고 확실한 승리는 상대가 싸움을 시작하지 않는 것입니다.
결과 — 변론 없이, 화해권고결정으로
법원은 변론기일을 열기 전에 화해권고결정을 하였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결정문은 2주 내 이의가 없어 그대로 확정되었고,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 즉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관리단은 별도의 판결 절차 없이 곧바로 집행권원을 확보했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이 결정에는 관리단이 양보한 부분도 있습니다. 소장 송달 다음 날부터 인도까지의 부당이득 청구는 포기되었고, 소송비용도 각자 부담이 되었으며, 인도 기한도 점유자가 짐을 정리할 수 있도록 몇 달의 여유가 주어졌습니다. 그러나 관리단이 진짜로 원한 것 — 27년간 사유화되어 있던 공용부분의 회복, 그리고 지체할 경우 매월 50만 원이 부과되는 압박 구조 — 는 온전히 관철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감정과 변론으로 1년을 소모하지 않고 두 달이 되기 전에 집행권원을 손에 넣었습니다.
저는 이 결과가 좋은 결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명도 사건에서 의뢰인이 원하는 것은 판결문이 아니라 비어 있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이 남긴 실무적 교훈
소장은 첫 서면이 아니라 마지막 서면처럼 써야 합니다
많은 소장이 "일단 접수하고 나중에 준비서면으로 보충하자"는 태도로 작성됩니다. 그러나 화해권고결정이든 조기 조정이든, 법원이 사건의 무게를 판단하는 첫 순간은 소장을 읽을 때입니다. 이 사건에서 상대방의 유일한 항변(보증금)과 유일한 반증(건축물대장)을 소장 안에서 미리 처리해 둔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공부(公簿)는 진실이 아니라 증거의 하나일 뿐입니다
건축물대장에 누군가 소유자로 등재되어 있다고 해서 그 공간이 전유부분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래된 건물일수록 대장에는 착오와 미정리가 쌓여 있습니다. 등기부, 대장, 준공도면, 현황을 교차 검증하면 모순이 드러나고, 그 모순이 곧 무기가 됩니다.
오래된 점유일수록 도면을 먼저 찾으십시오
20년, 30년 이어진 점유는 시간 자체가 상대방의 방패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공용부분은 시효취득의 대상이 되기 어렵고, 아무리 오래되어도 무권원 점유는 무권원 점유입니다. 관건은 "원래 이 공간이 무엇이었는가"를 보여 주는 자료이고, 그 답은 대개 준공도면에 있습니다.
관리단의 정비가 소송의 전제입니다
관리단이 실체를 갖추고 대표자가 적법하게 선임되어 있어야 소송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관리단 구성과 관리인 선임에 하자가 있으면 본안에 들어가기도 전에 좌초합니다. 공용부분 회복 소송을 계획하고 있다면, 그보다 먼저 관리단의 법적 정비 상태부터 점검하시기 바랍니다.
맺으며 — 이런 문제로 고민하고 계신다면
건물 안에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누군가 쓰고 있는 공간"이 있으신가요. 복도 일부를 막아 창고로 쓰고 있거나, 조경 공간에 가건물이 들어서 있거나, 옥상이나 지하 공용부분이 특정 세대의 전용 공간처럼 굳어져 있는 경우 말입니다. 관리비도 내지 않고, 오래되었다는 이유로 아무도 손대지 못하는 그 공간들입니다.
그런 공간은 시간이 지날수록 되찾기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라, 준비 없이 소송을 시작할 때 되찾기 어려워집니다. 반대로 제대로 준비된 한 통의 소장은 이 사건처럼 두 달 만에 결론을 만들어 냅니다.
법무법인 랜드로는 집합건물 공용부분 분쟁, 명도·인도청구, 관리단 및 입주자대표회의 자문, 부동산 매매·임대차 분쟁을 집중적으로 다루어 왔습니다. 부동산 전문변호사 신지수 변호사가 자료 검토 단계에서부터 소장 작성, 소송 수행, 강제집행까지 직접 챙깁니다. 등기부·건축물대장·준공도면만 확인해도 승산의 윤곽은 대체로 드러납니다. 편하게 연락 주십시오.
법무법인 랜드로 | 부동산 전문변호사 신지수 | 집합건물 공용부분·명도소송·관리단 자문
※ 본 글은 실제 수행 사건을 바탕으로 하되, 당사자와 사건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모두 생략·변경하였습니다. 개별 사건의 결과는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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