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삭제한 영상이 복구되면 그것도 처벌 대상인가요
오래전에 삭제한 영상이 복구되면 그것도 처벌 대상인가요
법률가이드
미성년 대상 성범죄디지털 성범죄

오래전에 삭제한 영상이 복구되면 그것도 처벌 대상인가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이른바 ‘몰카’ 사건에서 피의자가 예전에 찍은 영상을 스스로 삭제했다고 주장했지만,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 과정에서 삭제된 영상이 그대로 복구되어 기소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예전에 지운 파일인데 그게 무슨 문제가 되겠느냐”, “휴지통까지 비웠으니 이제는 완전히 사라졌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안심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막상 수사기관이 압수한 휴대전화나 노트북에서 포렌식 프로그램으로 그 영상이 그대로 복원되면, 삭제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소지 사실 자체를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최근 법원은 디지털 성범죄에 엄정하게 대응하는 흐름 속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4항이 정한 ‘소지’의 의미를 사실상 지배·관리가 가능한 상태 전반으로 폭넓게 판단하고 있고, 단순히 삭제 버튼을 눌렀다는 사정만으로 소지 사실이 곧바로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아래에서는 삭제한 영상이 복구되는 경우에도 소지죄가 성립하는 이유와, 소지가 언제 끝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그리고 실제로 포렌식 감정에서 영상이 발견됐을 때 어떤 절차로 진행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삭제해도 데이터가 남아있다면 소지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휴지통 비우기나 단순 삭제는 파일을 물리적으로 지우는 것이 아니라, 파일 시스템의 접근 경로만 지우는 것에 불과합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서 파일을 삭제하거나 휴지통을 비우더라도, 실제 데이터는 저장장치의 물리적 영역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운영체제는 그 영역을 ‘덮어써도 되는 빈 공간’으로 표시할 뿐이고, 새로운 데이터가 그 자리를 실제로 덮어쓰기 전까지는 원래의 영상 파일이 온전한 형태로 남아 있습니다.

수사기관은 이런 원리를 이용해 디지털포렌식 장비로 미할당 영역을 스캔하고, 삭제된 파일의 조각을 복원해 냅니다. 오래전에 지운 영상이라 하더라도 그 이후에 저장 공간을 거의 다시 사용하지 않았다면, 수년이 지난 뒤에도 완전한 형태로 복구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복구된 영상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이 정한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한 촬영물에 해당한다면, 같은 조 제4항에 따라 그 영상이 그런 촬영물임을 알면서 소지·구입·저장 또는 시청한 사람은 별도로 처벌 대상이 된다는 점입니다. 촬영 자체를 처벌하는 제1항과, 그 영상을 소지·시청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제4항은 보호법익과 성립 요건이 다른 별개의 범죄입니다.

휴대전화나 컴퓨터에서 삭제 버튼을 눌렀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영상이 포렌식으로 복구될 경우의 소지죄 성립을 막을 수 없습니다.


2. ‘소지’가 언제 끝나는지에 따라 공소시효 기산점이 달라집니다

소지죄는 위법한 상태가 계속되는 동안 범죄도 계속되는 계속범이어서, 공소시효는 소지가 실제로 끝난 시점부터 계산됩니다.

형법상 소지죄와 같은 유형의 범죄는 강학상 ‘계속범’으로 분류됩니다. 계속범은 행위가 완료된 순간이 아니라 위법한 상태가 유지되는 동안 범죄가 계속 성립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공소시효는 범죄행위가 종료된 시점, 즉 소지 상태가 실제로 끝난 시점부터 진행됩니다.

따라서 관건은 언제 소지가 끝났다고 볼 것인가입니다. 단순히 삭제 버튼을 눌렀다는 사실만으로 소지가 종료됐다고 보기는 어렵고, 그 파일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관리 가능성이 실질적으로 사라졌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기기 자체를 폐기하거나 완전포맷 등으로 물리적으로 데이터를 제거한 시점이라면 그때 소지가 종료됐다고 볼 여지가 있지만, 단순 삭제나 휴지통 비우기만으로는 기술적으로 복구가 가능한 상태가 계속 유지된다고 평가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오래전에 지운 영상이라는 사정이 곧바로 공소시효 완성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수사기관이 압수한 시점에 여전히 그 기기 안에 데이터가 남아 복구 가능한 상태였다면, 소지 상태가 압수 시점까지 이어진 것으로 평가되어 공소시효가 새로 계산될 여지가 있습니다.

제1항의 촬영이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된 촬영물 또는 복제물(복제물의 복제물을 포함한다)인 사실을 알면서 소지·구입·저장 또는 시청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4항).

법정형이 3년 이하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는 형사소송법상 공소시효 기간이 5년으로 정해져 있어, 소지가 종료된 시점을 언제로 볼 것인지에 따라 처벌 가능 여부가 갈릴 수 있습니다. 다만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디지털 성범죄에는 피해자가 성년에 이른 날부터 공소시효가 진행되도록 하는 특례가 별도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소지죄의 공소시효는 삭제한 날짜가 아니라, 데이터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력이 실제로 사라진 시점을 기준으로 다시 계산됩니다.


3. 몰랐다는 주장과 실수로 저장됐다는 주장이 통하는 경계가 다릅니다

제14조 제4항은 촬영물이 불법촬영물임을 ‘알면서’ 소지한 경우만 처벌하므로, 고의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제14조 제4항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소지 사실이 아니라, 그 영상이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된 것임을 알면서 소지·구입·저장 또는 시청했다는 고의입니다. 따라서 자신이 촬영하거나 전달받은 경위, 영상의 내용, 촬영 정황 등을 종합했을 때 불법촬영물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었는지가 수사와 재판의 핵심 쟁점이 됩니다.

다만 실무에서 이 고의를 부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본인이 직접 촬영한 영상이라면 촬영 당시 상대방의 동의 여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본인이고, 전달받은 영상이라도 출처와 정황상 불법촬영물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면 고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또 하나 자주 등장하는 쟁점은 클라우드나 메신저의 자동 백업 기능입니다. 스마트폰에서 영상을 지웠더라도 구글포토·클라우드 앱 등에 자동으로 동기화된 사본이 별도로 남아 있는 경우, 이는 삭제 이후 새롭게 발생한 별개의 소지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자동 백업 여부와 그 존재를 인식하고 있었는지도 함께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몰랐다는 주장은 촬영·전달 경위와 정황이 뒷받침될 때만 통하고, 자동 백업된 사본까지 방치했다면 별도의 소지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4. 촬영·유포·소지는 처벌 수위가 전혀 다르게 적용됩니다

같은 영상이라도 촬영했는지, 유포했는지, 소지·시청만 했는지에 따라 적용 법조와 형량이 크게 달라집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는 행위 유형별로 형량을 세분화하고 있습니다. 제1항의 촬영 행위와 제2항의 반포·판매·임대·제공·전시·상영(이른바 ‘반포등’) 행위는 각각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제3항에 따라 영리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반포한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형이 크게 무거워집니다.

이에 비해 제4항의 소지·구입·저장·시청 행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촬영·유포보다는 법정형이 낮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다만 소지 사실만으로도 엄연히 징역형이 가능한 범죄이고, 성범죄 전과로 남는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사안은 아닙니다.

만약 복구된 영상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적 촬영물이라면 적용 법률 자체가 달라집니다.

아동·청소년성착취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시청한 자는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5항).

이 경우에는 상한 없는 1년 이상의 징역이 법정형으로 정해져 있어, 일반 불법촬영물 소지죄보다 훨씬 무겁게 처벌됩니다. 벌금형 선택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처벌 수위 차이는 더욱 커집니다.

영상의 성격과 행위 유형에 따라 적용 조문과 형량이 달라지므로, 복구된 영상이 무엇인지부터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5. 포렌식으로 영상이 발견됐을 때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포렌식 감정 결과가 나오기 전에 관련 자료를 정리해두는 것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불법촬영물 소지 의혹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신고 또는 압수수색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고, 이후 ②디지털포렌식 감정을 거쳐 삭제된 영상의 복구·분석 결과가 수사기록에 첨부됩니다. 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③검찰(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와 처분이 이뤄지고, 기소되면 ④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으로 이어집니다.

포렌식 감정에는 통상 수 주에서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그 사이 어떤 자료를 준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소지 경위와 고의 여부를 다투려면 촬영·전달 당시의 정황을 뒷받침할 자료를 최대한 빨리 확보해두어야 합니다.

감정 결과 통보를 기다리는 동안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1. 문제된 영상이 언제, 어떤 경위로 저장기기에 들어오게 됐는지(직접 촬영·전달받음·다운로드 등) 시점과 경위를 정리합니다.

  2. 해당 영상을 실제로 삭제한 시점, 사용한 방법(단순 삭제·휴지통 비우기·기기 초기화 등)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특정합니다.

  3. 클라우드·메신저 등에 별도로 동기화되거나 백업된 사본이 있는지, 있다면 그 존재를 언제부터 인식하고 있었는지 확인합니다.

이렇게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다면, 고의 여부와 소지 종료 시점에 관한 쟁점을 보다 체계적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마치며

삭제한 영상이 복구됐다는 통보를 받으면, “이미 지웠는데 왜 문제가 되느냐”는 억울함 때문에 오히려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지 혐의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삭제 시점과 경위, 고의 여부를 뒷받침할 자료를 정리하는 것이 가장 시급합니다. 언제, 어떻게 그 영상을 접하게 됐고 어떤 방법으로 지웠는지가 구체적으로 소명될수록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피해 당사자 입장에서는 가해자가 삭제했다는 말만 믿고 넘어가기보다는, 실제로 그 영상이 복구 가능한 상태로 남아 있는지, 추가 유포 정황은 없는지를 수사기관에 적극적으로 확인해달라고 요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불법촬영물·디지털 성범죄 사건에서 소지 혐의로 조사받는 분과, 반대로 피해를 당한 분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삭제 시점과 고의 입증 여부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확인해 왔습니다.

삭제했다고 안심하기보다, 정확한 법리 검토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휴대전화를 초기화했는데도 복구가 되나요?

A. 단순 공장 초기화는 경우에 따라 포렌식으로 복구되기도 합니다. 여러 차례 새로운 데이터로 덮어쓰기가 되지 않는 한 기존 데이터의 흔적이 남을 수 있어, 초기화했다는 사정만으로 소지 혐의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Q. 제가 촬영한 게 아니라 전달받은 영상인데도 처벌되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제14조 제4항은 촬영자가 아니더라도 불법촬영물임을 알면서 소지·구입·저장·시청한 사람을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어, 전달받은 경위와 정황에 따라 고의가 인정되면 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Q. 삭제한 지 5년이 넘었는데도 공소시효가 남아있나요?

A. 삭제 시점이 아니라 소지가 실제로 종료된 시점부터 공소시효가 계산되므로, 데이터가 복구 가능한 상태로 남아 있었다면 5년이 지났다는 사정만으로 공소시효가 완성됐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Q. 몰랐다고 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은 촬영·전달 경위, 영상 내용, 정황 등을 통해 실제로 몰랐다는 사실이 소명돼야 받아들여집니다. 막연히 몰랐다고 진술하는 것만으로는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Q. 복구된 영상이 아동·청소년 관련 영상이면 어떻게 다른가요?

A.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어 1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훨씬 무거운 법정형이 적용되고, 벌금형 선택 자체가 불가능해 일반 불법촬영물 소지죄보다 처벌 수위가 크게 높아집니다.

Q. 경찰에서 포렌식 감정을 의뢰했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지금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나요?

A. 감정 결과가 나오기 전이 가장 좋은 시점입니다. 감정 결과에 따라 방어 전략 자체가 달라질 수 있고, 소지 경위와 고의를 뒷받침할 자료는 초기에 정리해둘수록 유리합니다.

Q. 클라우드에 자동 백업된 사본까지 제가 직접 지워야 하나요?

A. 삭제 의무가 법으로 명시된 것은 아니지만, 자동 백업된 사본의 존재를 인식하고도 방치했다면 별도의 소지로 평가될 수 있으므로, 인지한 즉시 삭제하고 그 경위를 기록해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고준용 변호사가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49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