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 통보 후 재검 원할 때 — 국과수 재감정과 시료 보전
사건 개요
경찰서에서 소변이나 모발을 채취해 갔고, 며칠 뒤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통보를 받는 순간부터 대부분의 의뢰인은 머릿속이 하얘집니다. 투약한 기억이 없는데 양성이라니, 혹은 오래전 처방받은 약 때문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정작 무엇을 어떻게 다퉈야 할지는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통보서에 적힌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아니면 다시 검사받을 방법이 있는지조차 알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상담을 청해 오는 분들이 가장 먼저 묻는 것은 "재검사를 요구할 수 있느냐"입니다. 그런데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알아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최초 통보의 근거가 된 것은 대개 현장에서 이루어진 간이시약검사이고, 이는 법원이 유죄의 직접 증거로 삼는 정밀감정과는 다른 절차라는 점입니다. 간이시약검사는 다른 약물·음식물과의 교차반응으로도 양성처럼 보일 수 있어, 확정적 증거가 되려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등 공인기관의 정밀감정을 거쳐야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양성 통보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유죄를 의미하지 않으며, 정밀감정 결과에 이의가 있다면 재감정을 다툴 절차가 마련돼 있습니다. 다만 이 절차는 통보를 받은 직후, 시료가 폐기되기 전에 움직여야만 실제로 열립니다. 시간이 지나 시료가 사라진 뒤에는 다툼 자체가 봉쇄되기 때문입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결과를 가르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통보받은 양성 결과가 간이시약검사 단계인지 아니면 국과수의 정밀감정(가스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 GC-MS) 단계인지입니다. 둘째, 감정에 쓰이고 남은 잔여 시료가 아직 보관돼 있는지, 그리고 그 양이 재감정에 쓸 만큼 남아 있는지입니다. 셋째, 채취부터 감정기관 전달까지 시료의 동일성과 보관 경위가 서류(채취조서·봉인번호·감정의뢰서)로 끊김 없이 이어지는지입니다. 넷째, 재감정을 어느 시점에, 어떤 절차로 요구할 수 있는지입니다.
이 네 가지는 순서대로 이어져 있습니다. 시료가 이미 폐기됐다면 나머지는 다툴 방법이 없고, 서류상 동일성에 공백이 있다면 재감정 결과가 나와도 그 신빙성부터 흔들립니다. 그래서 대응의 성패는 통보를 받은 그 순간, 무엇을 먼저 요청했는가에서 사실상 갈립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시료가 사라지기 전에 붙잡아 둔다
양성 통보를 받은 사건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자주 놓치는 지점이 "재감정을 요구하기도 전에 시료가 없어지는" 상황입니다. 소변이나 모발은 애초에 채취량 자체가 넉넉하지 않고, 정밀감정에 상당 부분이 쓰이고 나면 재검에 쓸 몫이 남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대응을 시작합니다.
1) 잔여 시료 폐기 금지를 즉시 요청합니다.
통보를 받은 직후, 사건을 담당하는 수사기관(경찰 또는 검찰)에 잔여 시료를 폐기하지 말고 보관해 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합니다. 감정 결과에 이의가 있다는 뜻과, 재감정을 위해 시료 보전이 필요하다는 사유를 명시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료가 자연 폐기 절차를 밟을 위험이 커지므로, 통보를 받은 시점을 기점으로 지체 없이 움직이는 것이 이 단계의 핵심입니다.
2) 형사소송법상 증거보전청구를 검토합니다.
수사기관에 대한 요청만으로는 강제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형사소송법 제184조의 증거보전청구를 검토합니다. 이 조항은 검사·피고인·피의자 또는 변호인이 "미리 증거를 보전하지 아니하면 그 증거를 사용하기 곤란한 사정이 있는 때"에 제1회 공판기일 전이라도 판사에게 압수·검증·감정 등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잔여 시료가 소진·오염·폐기될 우려가 있는 상황은 이 요건에 부합할 여지가 크므로, 관할 법원에 청구서를 제출해 판사의 결정으로 시료와 감정 절차를 미리 확보해 두는 방법을 씁니다.
3) 시료의 동일성을 뒷받침할 서류를 함께 확보합니다.
시료를 붙잡아 두는 것과 별개로, 그 시료가 애초에 의뢰인에게서 채취된 것과 동일한지를 증명할 서류—채취조서, 봉인번호, 감정의뢰서상의 시료번호와 중량—를 함께 확보해 둡니다. 이 서류들이 갖춰져 있어야 나중에 재감정 결과가 나왔을 때 "이 시료가 정말 그 시료가 맞는가"라는 의문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재감정의 신빙성과 절차 하자를 함께 다툰다
시료를 확보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재감정 결과를 실제로 법정에서 힘을 갖게 만들려면, 재감정 절차 자체의 독립성과 최초 감정 절차의 하자 여부를 함께 짚어야 합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챙깁니다.
1) 재감정 담당자 배제 원칙을 확인합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재감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안에 대해 별도의 조직을 구성해 재감정을 진행하며, 최초 감정에 참여한 감정관은 재감정에서 배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운영합니다. 재감정을 신청할 때 이 원칙이 실제로 지켜지는지를 확인해 두면, 재감정 결과의 독립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쓸 수 있습니다.
2) 최초 감정 절차의 사슬(chain of custody)을 점검합니다.
채취 당시의 조서상 중량·일시와 감정의뢰서상의 수치가 일치하는지, 봉인이 감정기관에 전달될 때까지 임의로 해제된 흔적은 없는지를 대조합니다. 이 사슬에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공백이나 불일치가 있다면, 감정 결과의 신빙성 자체를 다툴 근거가 됩니다. 재감정으로 결과가 뒤집히는 사례가 흔치는 않지만, 절차 하자가 확인되면 최초 감정서의 증거능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어 파급력은 오히려 더 큽니다.
3) 공판 단계라면 법원에 감정신청을 병행합니다.
이미 기소되어 재판이 진행 중이라면, 수사기관 임의 재감정을 기다리는 대신 재판부에 감정신청을 내어 법원이 지정하는 절차로 재감정을 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증거보전으로 미리 확보해 둔 시료와 서류가 있다면, 이 단계에서 재감정의 실효성이 한층 높아집니다.
결론
양성 통보는 그 자체로 끝이 아니라 다툼의 시작점입니다. 다만 그 다툼은 통보를 받은 순간부터, 시료가 사라지기 전에 움직여야만 실제로 열립니다.
잔여 시료를 붙잡아 두었는가, 채취부터 감정까지의 사슬을 서류로 갖추어 두었는가가 재감정의 실효성을 가르며, 이 준비는 하루라도 이를수록 유리합니다. 지금 양성 통보를 받고 이의가 있는 상황이라면, 시료 보전과 재감정 절차를 어떻게 진행할지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