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진단명 바꿔달라 했다면 — 병원 주도냐 기망 고의냐
실손보험 진단명 바꿔달라 했다면 — 병원 주도냐 기망 고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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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진단명 바꿔달라 했다면 — 병원 주도냐 기망 고의냐 

김강희 변호사


실손보험 진단명 바꿔달라 했다면 — 병원 주도냐 기망 고의냐


사건 개요


통원 치료를 받다 실손보험금 청구 한도나 지급 조건이 애매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병명으로는 보험금이 안 나온다"는 안내를 받고, 담당 의사나 병원 직원에게 "그럼 어떤 진단명이면 되느냐"고 물었다가, 실제 증상과 다소 다른 진단명으로 진료기록이 작성되고 그 기록으로 보험금을 청구한 뒤 한참 지나 보험사기 조사가 시작되는 사례가 상담으로 자주 들어옵니다.

이런 사건에서 환자들은 하나같이 "병원이 먼저 그렇게 해주겠다고 했다", "다른 환자들도 다 이렇게 청구한다고 들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일부 의료기관은 실손보험 청구가 쉬운 진단명으로 진료기록을 '조정'해 주는 방식을 여러 환자에게 반복해 온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문제는 수사기관이 이런 사정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진료기록에는 환자가 "진단명을 바꿔 달라"고 부탁했다는 취지의 메모나 상담 기록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고, 이 한 줄이 환자를 병원과 나란히 피의자로 세우는 근거가 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진단명 변경을 부탁했다는 사실이 있었다고 해서 곧바로 사기죄의 고의가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부탁이 누구의 제안으로 시작됐는지, 환자가 그 시점에 실제 증상과 진단명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에 따라 결론은 크게 갈립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로 좁혀집니다. 첫째, 진단명 변경을 누가 먼저 제안했는지—병원이 청구 편의를 위해 권유한 것인지, 환자가 적극적으로 특정 병명을 지정해 요구한 것인지—입니다. 둘째, 그 변경된 진단명이 형법 제233조 허위진단서작성죄에 해당하는 허위인지, 그리고 환자가 여기에 관여한 정도가 형법 제33조(공범과 신분)에 따라 교사·공동정범으로 평가될 수 있는지입니다. 셋째, 보험금을 청구하는 시점에 환자에게 기망의 고의—실제 증상과 진단명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이용해 보험금을 받으려 한 의사—가 있었는지입니다.

사기죄(형법 제347조)는 기망행위와 착오,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성립하고, 보험금을 대상으로 한 경우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제8조가 우선 적용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이 세 지점 중 하나라도 무너지면 처벌의 근거 자체가 흔들리므로, 조사 초기부터 이 순서대로 방어선을 세워야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누가 먼저 제안했는가'를 입증 가능한 형태로 재구성하기


수사기관은 진료기록에 남은 "환자 요청으로 진단명 변경"이라는 한 줄만 보고 환자 주도로 단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 한 줄이 실제 대화의 전부를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이런 사건에서 다음 순서로 사실관계를 다시 세웁니다.

1) 최초 제안이 오간 시점의 정황을 시간순으로 복원합니다.

병원 직원과 주고받은 문자·카카오톡, 실손보험 청구가 가능한지 문의한 통화 녹취, 진료 전후 상담 기록 등을 시간순으로 배열해 누가 먼저 '이 병명이면 보험금이 나온다'는 취지의 말을 꺼냈는지를 특정합니다. 환자가 "실손보험 되나요"라고 물은 것과, 특정 병명을 콕 집어 "이걸로 써 달라"고 요구한 것은 법적으로 전혀 다르게 평가됩니다. 이 차이를 뭉뚱그리지 않고 대화 원문 그대로 정리하는 것이 첫 단추입니다.

2) 병원의 상습적 관행 여부를 함께 확인합니다.

같은 병원에서 다른 환자들에게도 유사한 방식으로 진단명이 조정된 사례가 있는지—실제 금융감독원·수사기관이 함께 조사하는 경우 이런 정황이 드러나는 일이 많습니다—를 확인합니다. 병원이 다수 환자를 상대로 동일한 방식을 반복해 왔다면, 개별 환자의 요청보다 병원 측의 영업적 유인이 변경의 실질적 동기였다는 정황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3) 조사 개시 전 자진 정정·신고 정황이 있다면 적극 제출합니다.

보험금 지급 이후 문제를 자각하고 보험사에 먼저 알리거나 진단명 정정을 요청한 이력이 있다면, 이는 애초에 기망의 고의로 청구한 것이 아니라 사후에 착오를 바로잡으려 한 정황으로 평가받을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조사가 시작된 뒤에야 병원 탓으로 돌리는 진술만 있다면 신빙성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므로, 시점을 정확히 특정해 제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기망의 고의를 조문과 기준에 맞추어 다투기


병원 주도 정황을 세웠더라도, 그것만으로 형사책임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환자에게도 기망의 고의가 없었다는 점을 별도로 다투어야 합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정리합니다.

1) 청구 시점의 인식 상태를 재구성합니다.

사기죄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시점, 즉 보험금을 청구해 지급받는 순간에 기망의 고의가 있었는지를 봅니다. 법원은 계약이나 청구 과정에서 절차상 하자나 부주의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지 않고, 실제 증상과 무관한 병명임을 알면서도 이를 이용했다고 볼 만한 사정—보험의 우연성 자체를 해할 정도의 인식—이 있어야 고의를 인정하는 태도를 취해 왔습니다. 의사의 설명을 그대로 신뢰하고 청구했다는 사정, 진료기록의 전문성을 검증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는 사정은 이 인식 정도를 낮추는 근거로 활용됩니다.

2) 허위진단서작성죄의 '교사·공동정범' 성립 여부를 별도로 다툽니다.

형법 제233조 허위진단서작성죄는 의사·한의사·치과의사·조산사만 범할 수 있는 신분범이지만, 형법 제33조에 따라 비신분자인 환자도 교사나 공동정범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환자가 허위성을 인식하면서 적극적으로 작성을 유도했을 때 성립하는 것이지, 의사의 판단과 설명을 신뢰해 따른 경우까지 확장되지 않습니다. 환자가 의학적 판단 영역에 개입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는 점, 진단명 결정은 최종적으로 의사의 권한이었다는 점을 자료로 뒷받침해 이 확장을 막습니다.

3)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적용 범위와 이득액을 정확히 짚습니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제8조는 보험사기행위로 보험금을 취득한 경우를 규율하며, 취득한 이득액이 커질수록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형이 가중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실제 청구·수령한 금액이 정확히 어느 구간에 해당하는지, 정당하게 지급받을 수 있었던 부분과 문제된 차액이 얼마인지를 명확히 구분해 두어야 불필요하게 넓게 평가된 이득액으로 처벌 수위가 올라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결론


진단명 변경을 부탁한 적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사건이 끝나지는 않습니다. 그 부탁이 누구의 제안에서 시작됐는지, 청구 당시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가 실제 결론을 가릅니다. 진료기록에 남은 짧은 한 줄이 전체 정황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그 이전과 이후의 대화·행동을 시간순으로 갖추어 두어야 합니다.

보험사기 조사는 초기 진술이 이후 절차 전체의 방향을 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이런 조사를 받고 계시거나 그런 통보를 받으신 상황이라면, 병원과의 정황을 어떻게 정리해 제출할지 방향을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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