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이나 업무 관계에서 발생한 신체접촉 사건을 두고 “억지로 한 것은 아니었다”, “싫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책임이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성폭력처벌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은 단순히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는지만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범죄가 아닙니다.
특히 상하관계나 고용관계처럼 상대방이 현실적으로 거절하기 어려운 구조였다면, 당시의 관계와 상황을 함께 살펴보게 됩니다.
1. 핵심은 ‘위력’이 실제로 작용했는지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위력은 반드시 협박이나 강압적인 명령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의사를 제압할 수 있는 지위나 영향력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상급자와 직원, 사업주와 근로자 등 업무상 관계가 있었다면 직급 차이, 업무 지시 권한, 인사상 영향력, 접촉이 이루어진 장소와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다만 직급이 높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위력이 인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그 지위나 영향력이 추행 당시 어떻게 이용되거나 작용했는지가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
2. “명시적으로 거절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당시 자리를 피하지 않았거나 강하게 항의하지 않았다는 사정만 강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업무 관계에서는 불이익이나 관계 악화를 우려해 즉시 거부 의사를 표시하지 못하는 상황도 고려됩니다.
반대로 피의자 입장에서도 단순히 “상대방도 가만히 있었다”는 설명에 의존하기보다 접촉 전후의 대화, 평소 관계, 당시 장소와 분위기, 이후 주고받은 메시지 등 객관적인 자료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3. 실제 수사에서는 진술의 구체성과 주변 자료가 중요합니다.
고소가 이루어지면 수사기관은 신체접촉 자체뿐 아니라 두 사람의 업무상 관계와 당시 상황을 함께 조사합니다.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는지, 사건 직후 주변 사람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문자·메신저·CCTV·근무기록 등이 진술과 부합하는지도 확인하게 됩니다.
피의자가 사과 메시지를 보냈다면 그 내용과 맥락도 중요합니다.
관계를 정리하려고 보낸 사과인지, 구체적인 추행 사실을 인정한 것인지에 따라 증거로서 의미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4. 변호사 개입이 필요한 시점
업무상 지위 차이가 분명하고 신체접촉 사실 자체는 인정되는 사건, 당사자 진술이 크게 엇갈리는 사건, 이미 사과나 해명 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낸 사건이라면 첫 조사 전에 사실관계와 자료를 정리할 필요성이 큽니다.
특히 조사를 앞두고 기억에 의존해 진술하거나 불리할 것 같은 메시지를 삭제하는 대응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실을 인정하고 어떤 부분을 다투는지 구분하지 않은 채 전부 부인하는 것 역시 이후 객관적 자료가 확인되면 진술의 신빙성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마무리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사건은 “강제로 한 것이 아니었다”거나 “직장 상사였다”는 한 가지 사실만으로 결론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업무상 관계가 어떠했는지, 위력이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작용했는지, 신체접촉의 경위와 당사자의 인식은 어떠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따라서 고소 직후 감정적으로 연락하거나 성급하게 사실관계를 부인하기보다, 당시 자료를 보존하고 사건의 시간순서를 객관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같은 유형의 사건이라도 관계와 구체적인 행위, 증거에 따라 판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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