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타와 더불어 중국에서 명의의 대명사인 편작(扁鵲)의 고사 중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황제(黃帝)가 편작에게 "삼형제 중 누구의 의술이 가장 뛰어난가"라고 물었을 때, 편작은 큰형님이 으뜸이고 둘째 형님이 그다음이며, 자신이 가장 아래라 답했습니다.
큰형님은 환자가 병이 생기기도 전에 얼굴빛만 보고도 원인을 제거하여 명성을 얻을 기회조차 없었고, 둘째 형님은 병이 미미한 초기에 치료하여 동네에서만 알아주는 의사였습니다. 반면 편작 자신은 병이 무거워질 대로 무거워진 뒤에야 살을 찢고 뼈를 깎는 수술을 했기에 온 천하에 명의로 소문이 났다는 것입니다.
법률 분쟁의 해결 역시 이 고사와 정확히 궤를 같이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재판정에 서서 화려한 변론으로 무죄를 받아내거나 극적으로 실형을 면하게 해주는 모습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법적 분쟁에서 가장 최선의 조력은 '병이 깊어지기 전에 끊어내는 것'입니다.
형사 사건을 예로 들면, 재판까지 넘어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받는 것보다는, 검찰 단계에서 사건을 마무리를 짓는 '기소유예'가 낫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이상적인 결과는 아예 경찰 조사 단계에서 사건의 싹을 잘라내는 '불송치(혐의없음/공소권없음) 종결'입니다.
사건 초기 단계에서 조기 종결이 이루어지면 변호사가 겉으로 한 일이 별로 없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법정에 서서 피를 흘리며 싸우는 극적인 연출이 생략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는 의뢰인이 형사 피의자라는 불안한 지위에서 조기에 벗어나게 하고, 시간적·경제적 소모는 물론 전과 기록의 위험까지 사전에 차단한 가장 완벽한 일처리이자 '편작의 큰형님 수준의 의술'입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도 지루하고 스트레스 받는 민사소송을 거쳐 판결을 받아내는 것보다, 형사 단계에서의 원만한 합의가 훨씬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소송에 드는 시간과 품을 비약적으로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손해배상액 측면에서도 조기 합의가 훨씬 실속 있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민사나 행정 분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분쟁이 본궤도에 올라 본격적인 소송전으로 비화하면, 이기든 지든 양측 모두 상당한 피를 흘려야 합니다. 그러나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기 전, 초기 법률 상담을 통해 상대방과의 계약 구조를 점검하고 법적 리스크를 사전에 제거한다면 소송 자체를 시작조차 하지 않고 분쟁의 근원을 뿌리 뽑을 수 있습니다.
가장 뛰어난 의사는 병을 키워 수술하는 자가 아니라 병을 예방하는 자이듯, 가장 유능한 법률가 역시 사건을 키워 법정으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초기에 문제를 철저히 해결하는 자입니다. 지금 법적 문제의 징후가 느껴진다면, 골이 깊어지기 전 법률 전문가를 찾아 가장 빠르고 출혈이 적은 해결책을 모색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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