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서로 동의한 관계였는데 강간으로 고소당했습니다." 이 유형의 상담은 당사자 두 사람만 있던 공간에서 벌어진 일을 두고 진술이 정면으로 엇갈린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강간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간음한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는 무거운 범죄이고(형법 제297조), 목격자와 물증이 없는 사건이 많아 결국 두 진술 중 어느 쪽이 믿을 만한지를 법원이 가리는 구조가 됩니다. 이때 판단이 어떤 기준으로 이루어지는지를 아는 것이 이 사건 유형을 이해하는 출발점입니다.
첫 번째 기준은 폭행·협박의 존부와 정도입니다. 법원은 폭행·협박이 있었는지를 그 내용과 정도,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해 피해자가 처한 구체적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피해자가 도망가거나 사력을 다해 반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강제성을 쉽게 부정하지 않습니다(대법원 2012. 7. 12. 선고 2012도4031 판결). 명시적 폭행이 없었더라도 항거가 곤란한 상황이 인정되는 사안이 있고, 반대로 사건 전후의 대화나 행동이 강제성과 배치되는 사안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당시 상황 전체'가 판단 자료가 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두 번째 기준은 술에 취한 상태에 관한 것입니다. 이 유형의 상당수가 음주 후 사건인데, 이때는 죄명 자체가 달라집니다. 폭행·협박이 수단인 강간죄와 달리, 술에 취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인 사람을 간음하면 준강간죄가 되고 법정형은 강간죄와 같습니다(형법 제299조). 그래서 음주 사건의 다툼은 폭행·협박의 존부가 아니라 '당시 피해자가 어떤 상태였는가'로 옮겨갑니다. 대법원은 알코올로 인한 '블랙아웃'(기억 형성의 실패)과 '패싱아웃'(의식 상실)을 구별합니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패싱아웃 상태였다면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준강간이 문제되지만, 블랙아웃은 당시에는 의사표시와 행동이 가능했으나 나중에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어서, "기억이 없다"는 진술만으로 곧바로 의식불명 상태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당시 걸어서 이동했는지, 대화를 주고받았는지, 스스로 결제나 문자를 했는지 같은 객관적 행적이 이 구별의 자료가 됩니다.
세 번째 기준은 진술의 신빙성 판단 방법입니다. 대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진술 내용의 주요 부분이 일관되는지,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는지, 다른 객관적 증거와 부합하는지 등을 종합해 판단하고, 사소한 부분의 불일치만으로 전체를 배척해서는 안 되지만 주요 부분의 번복이나 객관적 정황과의 모순은 신빙성을 흔드는 사정이 된다고 합니다(대법원 2023. 11. 30. 선고 2019도16647 판결 참조). 피의자 쪽에서 보면, 자기 진술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고 객관적 자료와 맞아떨어지는지가 같은 기준으로 검증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사건 유형에서 가장 중요한 실무적 정보는 증거 보존입니다. 사건 전후의 메시지, 통화 기록, 만남 경위가 담긴 대화, 결제 내역, 이동 기록을 절대 삭제하지 마십시오. 특히 사건 이후에 주고받은 연락은 강제성 여부 판단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는 자료입니다. 불리해 보이는 내용이라도 삭제 행위 자체가 훨씬 불리한 정황으로 평가될 수 있고, 포렌식으로 복원되면 회복이 어렵습니다. 상대방에게 연락해 항의하거나 해명을 요구하는 것도 삼가야 합니다. 2차 가해나 증거인멸 시도로 평가되어 구속 사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무고죄에 관한 정보입니다. 허위 사실로 고소한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지만(형법 제156조), 무고죄는 신고 내용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임이 적극적으로 증명되어야 성립하고, 단지 강간 혐의에 대해 무혐의나 무죄가 나왔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맞고소는 시점과 근거를 갖추어 판단할 문제이지, 초기 대응 수단이 아닙니다. 초기에 할 일은 하나입니다. 기록을 지키고, 진술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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