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이나 에스컬레이터에서 불법촬영 혐의로 현장에서 적발되는 사건은, 다른 어떤 형사사건보다 첫날의 대응이 사건 전체를 결정합니다. 체포와 조사, 휴대전화 제출이 몇 시간 안에 연달아 일어나는데, 이 단계에서 무엇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사건 경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먼저 죄의 무게부터 정확히 보면,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 미수범 처벌 규정이 있어(같은 법 제15조), 촬영 버튼을 누르기 전에 제지되었거나 저장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고, 다만 기수인지 미수인지는 처분 수위에서 의미 있는 차이를 만듭니다.
이 사건 유형의 실질적인 승부처는 휴대전화입니다. 현장에서 경찰은 대부분 휴대전화의 임의제출을 요구하는데, 여기에는 알아둘 법리가 있습니다. 첫째, 임의제출은 말 그대로 자발적 제출이어야 하고, 제출의 임의성이 다투어지면 그 임의성을 증명할 책임은 검사에게 있습니다(대법원 2022. 8. 31. 선고 2019도15178 판결). 체포 상황의 위압 속에서 사실상 강제로 제출된 것이라면 위법수집증거 문제가 생깁니다. 둘째, 제출했다고 해서 휴대전화 안의 모든 것이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제출자가 제출 범위를 명확히 하지 않은 경우 압수 대상은 해당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로 한정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법리입니다. 셋째, 수사기관이 휴대전화를 가져가 탐색·복제·출력하는 과정에서는 피의자나 변호인에게 참여 기회를 보장하고 압수한 전자정보의 목록을 교부해야 하며, 이런 조치 없이 이루어진 압수수색은 적법하다고 평가받기 어렵습니다(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20도2478 판결).
여죄 문제도 같은 연장선에 있습니다. 포렌식 과정에서 다른 날짜의 촬영물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데, 당일 적발된 혐의사실과 무관한 별건 자료는 원칙적으로 그 압수의 범위 밖이고, 수사기관이 별건 혐의를 발견하면 탐색을 중단하고 새로운 영장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판례와 수사규칙의 태도입니다. 실무에서는 임의제출 확인서에 제출 범위가 어떻게 기재되었는지, 포렌식 참여 통지를 받았는지가 나중에 증거능력을 가르는 지점이 되므로, 당일 서명한 서류의 내용과 절차 진행 경과를 기억나는 대로 기록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체포 자체에 대한 걱정도 정리해 드리면, 현행범으로 체포되더라도 구속영장이 청구되지 않으면 대부분 당일 또는 48시간 내에 석방되어 불구속 상태로 수사가 진행됩니다. 초범의 단순 촬영 사안에서 곧바로 구속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다만 석방이 사건의 종결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후 포렌식 결과를 토대로 한 본조사가 이어지므로, 석방 직후의 며칠이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대응 방향을 정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준비 기간입니다. 이 기간에 피해자나 목격자에게 연락을 시도하는 것은 2차 가해나 증거인멸 시도로 평가되어 구속 사유를 만들어줄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신상정보 등록에 관한 정확한 정보입니다. "벌금형으로 끝나면 신상등록은 안 된다"는 말이 널리 퍼져 있지만, 촬영죄에는 맞지 않습니다. 법은 성폭력처벌법 제3조부터 제15조까지의 범죄로 유죄판결이나 약식명령이 확정된 사람을 등록대상자로 정하면서, 벌금형 제외는 제12조(성적목적침입)·제13조(통매음) 등 일부 죄에만 인정하고 있습니다(같은 법 제42조 제1항). 즉 촬영죄는 약식명령으로 벌금이 확정되어도 등록대상이 됩니다. 등록기간은 선고형에 따라 벌금형 10년 등으로 정해지고(제45조), 일정 기간 경과 후 요건을 갖추면 등록 면제를 신청할 수 있는 제도가 있으며(제45조의2), 인터넷 공개·지역 고지명령은 등록과 별개로 법원이 재범 위험성 등을 고려해 면제할 수 있어 초범 사건에서는 면제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결국 이 사건에서 다투어야 할 것과 받아들일 것을 구분하는 출발점은, 첫날 휴대전화가 어떤 절차로 넘어갔는지를 정확히 복기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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