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퇴직 전이라면 — 배우자 퇴직금 분할 기준
사건 개요
이혼을 준비하는 상담자 중에는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남편(또는 아내)이 한 직장에서 20년 가까이 다녔는데, 아직 퇴직한 게 아니니 그 퇴직금은 나눌 게 없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실제로 상대 배우자 쪽에서도 협상 테이블에서 "아직 받지도 않은 돈을 어떻게 나누느냐"며 재산분할 대상에서 아예 빼려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 오해는 이해할 만합니다. 통장에 실제로 들어온 돈이 아니라 장래의 어느 시점에 받게 될 권리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실제 퇴직해 퇴직금을 손에 쥔 배우자와, 아직 재직 중이라 퇴직금이 미래의 일로 남아 있는 배우자 사이에 형평이 깨지는 결과가 오랫동안 방치돼 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혼인 기간 내내 함께 가정을 꾸리고 상대의 직장 생활을 뒷받침해 온 배우자 입장에서는, 상대가 "아직 안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그 몫을 통째로 잃는다면 억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직 퇴직하지 않아 실제로 퇴직급여를 받지 않았더라도 그 권리는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됩니다. 다만 이미 받은 퇴직금을 나누는 사건과는 증명 방법과 계산 방식이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그 차이를 모르고 협상에 들어가면, 받을 수 있는 몫을 스스로 깎아 내는 결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핵심 쟁점
재산분할청구권은 민법 제839조의2(재판상 이혼에는 제843조에 의해 준용)에 근거해, 혼인 중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을 나누는 제도입니다.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결과를 가르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아직 발생하지 않은 장래의 퇴직급여채권도 이 조문이 말하는 '재산'으로 인정되는지입니다. 이 부분은 대법원 2014. 7. 16. 선고 2013므2250 전원합의체 판결이 정리했습니다. 재판부는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시에 이미 잠재적으로 존재하여 경제적 가치를 현실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재산이라면, 아직 퇴직하지 않아 수령하지 않은 퇴직급여채권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판시하며, 그 개연성만으로 참작 사유에 그친다던 기존의 소극적 태도를 뒤집었습니다.
둘째, 평가 시점과 평가 금액을 어떻게 잡을지입니다. 위 판결은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그 시점에 만약 퇴직한다면 수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퇴직급여 상당액의 채권을 분할 대상으로 삼도록 했습니다. 셋째, 전체 근속기간 중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부분을 어떻게 가려낼지, 그리고 그렇게 가려낸 금액을 지금 당장 정산할지 실제 퇴직 시점에 맞춰 정산할지를 정하는 분할방법의 문제입니다. 이 세 가지가 순서대로 해결되어야 비로소 구체적인 금액과 지급 방식이 정해집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퇴직 전 배우자의 퇴직급여를 재산분할 대상으로 편입시키기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아직 안 받았으니 나눌 게 없다"는 상대 배우자의 항변입니다. 이 항변을 넘어서려면, 막연히 "직장에 오래 다녔다"는 사실이 아니라 구체적인 근속기간과 예상 수령액을 자료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준비합니다.
1) 근속기간과 퇴직급여 산정 기초자료부터 확보합니다.
재직증명서와 근로계약서로 입사일과 재직 여부를 확정하고, 회사의 취업규칙·퇴직금 규정을 확보해 퇴직금 산정 방식을 확인합니다. 퇴직연금 중 확정급여형(DB형)이라면 계속근로기간과 평균임금을 기초로 예상액을 계산해야 하므로 최근 급여명세와 근속기간 자료가 필요하고, 확정기여형(DC형)이라면 이미 매년 적립돼 계좌에 쌓인 금액 자체가 현재가치로 확인 가능하므로 적립금 운용현황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어느 쪽인지에 따라 이후 증명의 난이도와 방식이 크게 달라집니다.
2) 사실조회·문서제출명령으로 예상퇴직금을 객관적 수치로 만듭니다.
상대방이 회사 자료 제출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가 실제로 많습니다. 이럴 때는 법원을 통해 상대방의 재직 회사나 퇴직연금 사업자에 사실조회신청 또는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해,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퇴직할 경우 지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공식 회신 형태로 받아 둡니다. 당사자의 주장이 아니라 회사·금융기관이 산정한 수치이기 때문에, 이후 조정이나 재판에서 그대로 분할 대상 금액의 근거가 됩니다.
3) "장래의 일이라 불확실하다"는 항변을 판례로 정면 차단합니다.
상대방은 "퇴직 시점도, 퇴직 이유도, 그 사이 이직 여부도 불확실한데 어떻게 지금 나누느냐"고 다툽니다. 그러나 대법원 2013므2250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런 불확실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할 것이 아니라, 사실심 변론종결시 기준으로 평가가 가능하면 분할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명확히 정리했습니다. 이 판시를 서면에 정면으로 인용해, 상대방의 항변이 이미 판례로 배척된 낡은 논리임을 짚어 두는 것이 협상과 재판 모두에서 출발점이 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혼인기간 비율과 분할방법을 실제로 설계하기
대상에 포함된다는 점을 확인했다면, 다음은 얼마를, 어떤 방식으로 나눌지를 설계하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 실무상 접근이 갈리는 지점들을 김강희 변호사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1) 전체 근속기간 중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부분만 가려냅니다.
재산분할은 혼인 중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을 나누는 절차입니다. 그래서 입사부터 퇴직 예상시점까지의 전체 근속기간 가운데, 혼인신고일 이후 실제로 함께한 기간에 해당하는 부분만을 분할 대상으로 삼는 것이 원칙입니다. 실무에서는 통상 예상퇴직급여액에 '혼인기간에 해당하는 근속월수 ÷ 전체 근속월수'의 비율을 곱해 혼인기간 대응분을 먼저 산정한 뒤, 여기에 개별 사건의 기여도에 따른 분할비율을 다시 적용하는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혼인 전부터 형성돼 있던 근속기간 부분까지 통째로 분할 대상에 넣으면 과다 청구로 다투어질 소지가 크므로, 처음부터 이 구분을 명확히 해 두어야 합니다.
2) 즉시 정산인지, 실제 수령 시 정산인지를 정합니다.
정년까지 기간이 많이 남아 있는 사건에서는, 법원이 지금 당장 현재가치로 환산해 일시에 지급하도록 명하기보다 "상대방이 실제 퇴직급여를 수령하면 그중 일정 비율 또는 일정 금액을 지급하라"는 장래 이행 형태의 정산을 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퇴직이 임박했거나 이미 상당한 근속기간이 쌓여 예상액의 변동 폭이 크지 않은 경우라면, 현재가치로 환산해 지금 즉시 정산하는 방식이 오히려 분쟁을 조기에 끝내는 데 유리할 수 있습니다. 사건의 상황에 맞춰 어느 쪽이 실제로 받을 가능성을 높이는지를 따져 청구취지와 조정안을 설계합니다.
3) 이직·중도인출 같은 사정변경에 대비한 문구를 남깁니다.
장래 정산 방식으로 결론이 나는 경우, 그 사이 상대방이 이직하거나 퇴직연금을 중도인출하는 등 사정이 바뀔 수 있습니다. 이런 변수에 대비해 조정조서나 판결 주문에 "실제 수령한 퇴직급여(또는 이직 시 산정되는 상당액)를 기준으로 한다"는 취지의 문구를 명확히 남겨 두어, 나중에 상대방이 "그때와 지금은 회사가 다르다"는 식으로 이행을 회피하지 못하도록 대비해 둡니다.
결론
아직 퇴직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재산분할을 포기해야 할 이유가 아닙니다. 대법원은 이미 이 문제에 분명한 답을 내놓았고, 남은 것은 그 권리를 구체적인 근속기간·급여자료·예상액으로 얼마나 촘촘하게 뒷받침하느냐입니다.
혼인기간에 해당하는 부분을 정확히 가려내고, 상황에 맞는 정산 방식을 선택하는 준비가 결과를 가릅니다. 배우자의 퇴직이 아직 먼 일이라고 해서 지금 손을 놓고 있다면, 지금 시점에서 무엇을 확보해 두어야 할지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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