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거책 3명과 합의했는데 검사가 실형 구형했다면
사건 개요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를 받아 피해자를 만나 현금을 건네받고 이를 상선에게 전달하는 역할, 이른바 '수거책'으로 가담해 재판을 받는 분들이 상담을 찾아오는 이유는 대개 비슷합니다. 처음에는 아르바이트인 줄 알고 시작했든, 어느 순간 이상함을 느꼈든, 재판이 시작되면 변호인과 함께 가장 먼저 하는 일이 피해자와의 합의입니다. 힘들게 돈을 마련해 피해자 한 분 한 분을 찾아 사과하고 합의서를 받고, 3명의 피해자와 어렵게 합의를 마쳤다는 안도감이 들 때쯤 결심공판이 열립니다.
그런데 정작 그 자리에서 검사는 예상과 다르게 실형을 구형합니다. "합의까지 했는데 왜 실형입니까"라는 질문을 그제서야 받게 되는 경우가 실제로 상당히 많습니다. 검사가 실형을 구형하는 이유는 대개 하나가 아닙니다. 합의하지 못한 나머지 피해자가 남아 있거나, 조직 전체의 편취금액을 기준으로 가담 정도를 무겁게 본 경우, 혹은 수거책이 단순 심부름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역할을 수행했다고 판단한 경우 등이 겹쳐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검사의 구형은 법원을 구속하지 않으며, 실형 구형을 받았다고 곧바로 실형이 선고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구형 이후 선고까지 남은 절차 — 특히 최후진술과 양형자료 — 를 어떻게 채우는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집니다. 이 단계를 그냥 흘려보내는 것과, 남은 시간을 밀도 있게 쓰는 것 사이의 차이가 곧 집행유예와 실형의 차이가 됩니다.
핵심 쟁점
이 국면에서 실제로 판단을 가르는 지점은 네 가지입니다. 첫째, 검사가 실형을 구형한 구체적 근거가 무엇인지 — 미합의 피해자의 존재인지, 이득액 규모인지, 가담 정도에 대한 평가인지 특정하는 것입니다. 둘째, 수거책의 가담 형태를 공동정범으로 볼지 방조범(종범)으로 볼지입니다. 형법 제32조 제2항은 종범의 형을 정범의 형보다 감경하도록 정하고 있어, 이 구분에 따라 적용 형량 구간 자체가 달라집니다.
셋째, 조직 전체의 편취액을 기준으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가 적용되는지입니다. 이 법은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정하고 있어, 적용된다면 법정형의 하한 자체가 올라갑니다. 넷째, 형법 제62조에 따라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를 선고할 경우에만 가능하므로, 하한이 3년을 넘는 경우 형법 제53조의 작량감경을 거쳐야 비로소 집행유예를 논할 수 있는 구간에 들어온다는 점입니다. 이 네 가지를 최후진술 전에 얼마나 명확히 정리해 두었는가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구형의 근거를 짚어 최후진술에 정면으로 담기
실형 구형을 받은 뒤 남은 절차는 형사소송법 제303조가 정한 피고인·변호인의 최종의견 진술, 즉 최후진술입니다. 이 자리를 그저 "잘못했습니다, 선처해 주십시오"로 채우면 검사의 구형을 뒤집을 힘을 갖지 못합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이 단계에서 다음 순서로 준비합니다.
1) 구형의 근거를 특정해 하나씩 반박합니다.
공판 과정에서 검사가 구형 이유로 밝힌 사정 — 미합의 피해자의 존재, 가담 기간, 조직 내 역할 — 을 그대로 두지 않고, 각 사정에 대응하는 사실관계와 자료를 최후진술문에 구체적으로 배치합니다. 막연히 "정상을 참작해 달라"는 표현 대신, "검사가 구형의 근거로 든 어떤 사정은 실제로는 이러하다"는 형태로 재판부가 판단할 자료를 직접 제시하는 방식입니다.
2) 가담 형태에 대한 법리를 최후진술에 명시적으로 담습니다.
수거책의 역할이 조직의 지시에 따라 수동적으로 현금을 전달한 것에 그쳤다면, 이는 공동정범이 아니라 방조범에 해당할 여지가 있고, 이 경우 형법 제32조 제2항에 따라 정범의 형보다 감경되어야 합니다. 이 법리를 공판 과정에서부터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면, 최후진술에서 다시 한번 그 근거 — 지시를 받은 경위, 이득의 귀속 여부, 조직 운영에 관여한 정도가 없었다는 점 — 를 요약해 강조합니다.
3) 미합의 피해자에 대한 조치를 최후진술 전에 마무리합니다.
3명과의 합의는 분명한 성과지만, 검사가 실형을 구형한 배경에 나머지 미합의 피해자가 있다면 그 부분을 방치한 채로는 구형을 뒤집기 어렵습니다. 연락이 닿지 않거나 합의 의사가 없는 피해자에 대해서는 공탁을 진행해 피해회복 노력이 특정 피해자에게 그치지 않았음을 보여 줍니다. 이 조치를 최후진술 이전에 마쳐 두어야 그 사실 자체가 진술에서 힘을 갖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양형자료를 촘촘히 갖춰 재판부의 재량을 우리 쪽으로 당기기
구형을 뒤집는 선고는 결국 재판부가 가진 양형의 재량을 어느 방향으로 쓰게 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재판부가 그 재량을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 쪽으로 쓰게 하려면, 합의서 한 장이 아니라 여러 갈래의 자료가 함께 쌓여야 합니다.
1) 합의서·처벌불원서 외의 양형자료를 층층이 준비합니다.
3명의 피해자로부터 받은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는 핵심 자료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진지한 반성을 보여주는 반성문, 가족이나 지인의 탄원서, 재범 방지를 위한 구체적 계획(가담 경위가 된 채용 경로 차단, 유사 상황에서의 대응 방안), 안정적인 근로·취업 상태를 보여주는 재직증명서 등을 함께 제출해 재판부가 "이 사람은 사회에서 관리 가능한 상태"라고 판단할 근거를 여러 겹으로 쌓습니다.
2) 가담 경위와 정도를 구체적 사실로 증명합니다.
초범인지, 생계형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뒤늦게 불법성을 인식했는지, 가담 기간이 짧았는지 등은 진술만으로는 설득력이 약합니다. 채용 공고 캡처, 지시를 주고받은 메시지 내역, 실제 가담 기간과 회당 대가 등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자료로 뒷받침해, 조직에서 상시적·핵심적 역할을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재판부가 자료로 확인하게 합니다.
3) 특가법 적용 여부와 형량 구간을 사전에 정리해 재판부에 제시합니다.
이득액 산정 기준에 따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법정형 하한이 3년 이상으로 올라가는 사안이라면, 작량감경이 있어야 비로소 형법 제62조가 정한 '3년 이하' 구간에 들어와 집행유예를 논할 수 있습니다. 이 계산을 변호인이 먼저 정리해 재판부 앞에 제시하면, 재판부가 작량감경과 집행유예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참고할 명확한 기준점이 생깁니다.
결론
피해자와의 합의는 분명 중요한 절차이지만, 그것으로 사건이 끝났다고 안심할 단계가 아닙니다. 검사의 실형 구형은 최종 결과가 아니라 재판부가 판단하기 직전의 한 의견일 뿐이며, 그 사이에 놓인 최후진술과 양형자료가 실제 선고를 갈라놓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구형의 근거를 정확히 짚어 반박하고, 가담 형태에 대한 법리를 분명히 세우고, 남은 피해자에 대한 조치와 다양한 양형자료를 촘촘히 갖추는 것 — 이 세 가지가 갖춰졌는가가 선고 결과를 가릅니다. 실형 구형을 받은 상황이라면 남은 시간이 짧다고 포기하지 마시고, 지금부터 무엇을 더 준비할 수 있는지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