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겪은 성범죄 피해를 지금이라도 고소하면 처벌할 수 있는지 묻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2013년 6월 19일을 기점으로 성범죄 친고죄 규정이 전면 폐지되면서 이제는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처벌이 가능해졌지만, 문제는 그 이전에 벌어진 사건입니다. 친고죄가 폐지되기 전 사건에는 여전히 옛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고, 고소기간과 공소시효라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시계가 각각 돌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2013년 이전에 벌어진 성범죄가 지금도 처벌될 수 있는지, 그 판단을 가르는 기준이 무엇인지 정리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2013년 친고죄 폐지 — 무엇이, 언제부터 바뀌었나
강간죄와 강제추행죄 등 성범죄는 오랫동안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였습니다. 이런 구조는 2012년 12월 18일 법률 제11574호로 형법이 개정되면서 근본적으로 바뀌었습니다. 개정법은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정하던 형법 제306조를 삭제했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도 함께 개정되어 관련 친고죄 조항이 사라졌습니다. 이 개정법은 2013년 6월 19일부터 시행됐습니다.
그 결과 시행일 이후에는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아도, 수사기관이 인지하거나 목격자·주변인의 신고만으로도 수사와 처벌이 가능해졌습니다. 친고죄 폐지의 배경에는 피해자가 합의를 종용받거나 보복을 우려해 고소를 포기·취소하도록 압박받는 문제, 그리고 국가가 범죄에 대한 처벌 여부를 개인의 의사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법이 바뀌었다고 해서 그 개정 내용이 과거의 사건에까지 자동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2013년 이전에 벌어진 일은 어떻게 되는가"라는 질문이 생깁니다.
부칙의 경과규정 — 왜 2013년 6월 19일 이전 범죄엔 옛 법이 적용되나
개정 형법 부칙은 시행일과 별도로 적용 범위를 명확히 못박아 두었습니다. 부칙 제1조는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한다고 정해 시행일을 2013년 6월 19일로 확정했고, 부칙 제2조(적용례)는 "제306조의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저지른 범죄부터 적용한다"고 규정했습니다. 즉 입법자가 신법을 과거 사건에까지 소급 적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부칙으로 직접 밝힌 것입니다.
이 경과규정 때문에 실무의 결론은 명확합니다. 범죄가 저질러진 시점, 즉 행위 시점을 기준으로 그 시점에 2013년 6월 19일이 지나지 않았다면 그 사건에는 개정 전 규정, 다시 말해 친고죄 규정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반대로 그날 이후 저질러진 범죄라면 고소 없이도 처벌할 수 있는 신법이 적용됩니다. 판단 기준은 고소 시점이나 수사 개시 시점이 아니라 오직 범죄가 실제로 벌어진 날짜라는 점을 정확히 짚어야 합니다. 친고죄는 형벌의 경중을 정하는 실체법 조항이 아니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조건, 즉 소추조건에 관한 규정이지만, 이 사건에서는 입법자가 부칙으로 적용 시점을 명시적으로 갈라두었기 때문에 시행일 전후로 결론이 갈리는 것이지 해석으로 다투어질 여지가 크지 않습니다.
시행일 — 2013년 6월 19일.
기준 시점 — 고소일·수사개시일이 아니라 범죄가 실제로 벌어진 날.
2013년 6월 19일 이전 범죄 — 친고죄 규정 그대로 적용.
2013년 6월 19일 이후 범죄 — 고소 없이도 처벌 가능.
개정법은 2013년 6월 19일 이후에 저질러진 범죄부터 적용된다 — 그 이전 사건은 부칙의 경과규정에 따라 폐지 전 친고죄 규정을 그대로 따른다.
여전히 친고죄인 이전 사건, 고소기간은 몇 년인가 — 대법원의 판단
이전 사건이 친고죄로 남는다면 다음 문제는 고소기간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30조 제1항의 원칙은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입니다. 그런데 개정 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성폭력범죄에 한해 이 고소기간을 1년으로 늘려주는 특례를 따로 두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 특례 조항도 2013년 개정 당시 함께 삭제됐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2013년 이전 사건에 남은 고소기간은 원칙으로 돌아가 6개월인지, 아니면 삭제된 옛 특례의 취지를 살려 1년으로 봐야 하는지가 실무에서 다투어졌습니다.
이 쟁점을 정리한 것이 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4도13504 판결입니다. 대법원은 친고죄 폐지의 개정 경위와 취지를 고려하면, 개정법 시행일 이전에 저질러진 친고죄인 성범죄의 고소기간은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1년'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특례 조항이 형식적으로는 삭제됐어도, 시행 전에 벌어진 사건에는 실질적으로 옛 특례의 1년 기간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처럼 적용된다는 취지입니다. 여기서 '범인을 알게 된 날'은 사건이 발생한 날이 아니라 가해자가 누구인지 특정할 수 있게 된 날을 의미한다는 점도 함께 확인해두어야 합니다.
실제로 대입해보면 — 사건 발생일에 따라 달라지는 결론
날짜를 직접 대입해보면 기준이 더 분명해집니다. 예를 들어 2011년에 강제추행을 당했고, 가해자가 누구인지는 사건 직후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 사건은 2013년 6월 19일보다 앞서 벌어졌으므로 여전히 친고죄이고, 고소기간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가해자를 알게 된 날, 즉 2011년 사건 당시부터 1년입니다. 그렇다면 그 기간은 2012년에 이미 지났고, 지금 다시 고소하더라도 형사처벌로 이어지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같은 2011년 사건이라도 가해자의 신원을 지금까지 몰랐다가 2026년에야 특정됐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고소기간의 기산점은 가해자를 특정해서 안 날이므로, 신원이 확인된 2026년부터 1년의 고소기간이 새로 시작됩니다. 이 경우 고소기간 문제는 넘어서고, 그다음은 공소시효 계산으로 넘어갑니다. 강제추행죄의 공소시효 7년은 사건 발생일인 2011년을 기준으로 이미 지났지만, 당시 DNA 등 과학적 증거가 채취돼 남아 있었다면 시효가 10년 연장돼 2028년까지는 시효가 살아있는 것으로 계산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같은 해에 벌어진 사건도 가해자를 안 시점과 증거 유무에 따라 결론이 전혀 달라집니다.
고소기간을 넘겼다면 — 되돌릴 방법이 없는 이유
친고죄에서 고소기간 도과는 단순한 절차 지연이 아니라 소추조건 자체의 흠결입니다. 검사는 고소기간이 지난 사건에 대해 고소가 접수돼도 공소를 제기할 수 없어 공소권없음 처분을 하고, 만약 이미 기소된 뒤라면 법원은 실체 판단에 들어가지 않고 공소기각 판결로 절차를 끝냅니다. 가해자의 혐의가 명백하고 증거가 충분하더라도, 고소기간이라는 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처벌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입니다.
고소기간의 기산점을 잘못 계산해 지레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건 자체를 안 날이 아니라 가해자를 특정해서 안 날이 기준이므로, 사건 발생 당시에는 가해자가 누구인지 몰랐다가 최근에야 신원이 확인된 경우라면 그 특정된 날부터 새로 1년이 시작됩니다. 반대로 사건 발생 당시부터 가해자를 알고 있었다면, 그로부터 1년이 이미 지난 시점에서는 고소를 접수하더라도 처벌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이 기간에는 예외를 인정하는 별도 규정이 없어, 하루라도 지났다면 결론이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 다른 절차와 다릅니다.
원래 친고죄가 아니었던 유형이라면 — 판단 기준이 달라진다
2013년 이전 성범죄가 전부 친고죄였던 것은 아닙니다. 흉기를 휴대하거나 2인 이상이 합동해 저지른 특수강간 등 성폭력처벌법상 가중 유형, 그리고 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강간·강제추행은 2013년 이전에도 애초에 비친고죄였습니다. 이런 유형은 피해자의 고소 여부와 무관하게 처벌할 수 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2013년 이전 사건을 검토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그 죄가 당시에 친고죄로 분류돼 있었는가"입니다. 애초에 비친고죄였던 유형이라면 앞서 살펴본 고소기간 문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고, 처벌 가능성을 좌우하는 것은 오직 다음에 살펴볼 공소시효뿐입니다. 반대로 친고죄였던 유형이라면 고소기간을 먼저 확인한 뒤에야 공소시효를 따질 실익이 생깁니다.
그렇다면 공소시효는 얼마나 남았을까 — 죄명별 기간과 연장 사유
고소기간 문제를 넘겼다면, 다음은 공소시효입니다. 공소시효는 법정형을 기준으로 형사소송법이 정하는데, 강간죄(형법 제297조)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해당해 공소시효가 10년이고, 강제추행죄(형법 제298조)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해당해 공소시효가 7년입니다. 흉기 휴대나 합동범 등 성폭력처벌법상 가중 유형은 법정형이 더 무거운 만큼 공소시효도 이보다 길게 정해져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DNA·지문 등 과학적 증거가 남아 있는 경우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특례로 공소시효가 10년 연장됩니다. 예를 들어 원래 10년이던 강간죄의 공소시효는 과학적 증거가 확보되면 20년까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오래된 사건이라도 당시 채취된 증거물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 남아 있거나 최근 감정을 통해 새로 확보됐다면, 겉보기 경과 기간만으로 시효가 끝났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이 연장 특례는 사건 당시가 아니라 증거가 실제로 존재하고 그로부터 공소시효 계산이 이뤄지는 시점을 기준으로 적용 여부가 갈리므로, 증거 보관 여부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강간죄(형법 제297조) — 공소시효 10년.
강제추행죄(형법 제298조) — 공소시효 7년.
특수강간 등 가중 유형 — 법정형에 따라 더 긴 공소시효.
DNA·지문 등 과학적 증거가 있는 경우 — 공소시효 10년 연장.
공소시효는 죄명별 법정형으로 정해지지만, 과학적 증거가 남아 있다면 그 기간이 10년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미성년 피해자라면 계산이 또 달라진다
피해자가 사건 당시 미성년자였다면 공소시효 계산의 출발점 자체가 바뀝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미성년 피해자에 대한 성범죄의 공소시효는 사건 발생일이 아니라 피해자가 성년에 달한 날부터 진행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사건 당시 열 살이었던 피해자라면, 시효 계산은 사건일이 아니라 그로부터 여러 해 뒤인 성년이 되는 시점부터 다시 시작되는 셈입니다.
더 나아가 13세 미만 피해자나 장애인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일부 중대 성범죄는 공소시효 자체가 적용되지 않도록 별도로 정해져 있습니다. 다만 이 시효 배제 규정은 도입·확대된 시점이 여러 차례에 걸쳐 있어, 사건 발생 당시 어떤 규정이 시행 중이었는지와 그 부칙까지 함께 확인해야 정확한 결론이 나옵니다. 그래서 "2013년 이전 일이니 이제 와서는 늦었다"고 속단하기보다, 피해자의 당시 연령과 죄명을 먼저 짚어보는 것이 순서입니다.
성년에 달한 날부터 시효가 새로 진행된다는 규정은, 사건 당시 어렸던 피해자가 성인이 된 뒤에야 신고를 결심하는 현실을 반영해 만들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사건 당시 15세였던 피해자가 만 19세에 성년이 됐다면, 공소시효는 사건일이 아니라 성년이 된 그 시점부터 죄명에 따른 기간(강간이면 10년, DNA 증거가 있다면 20년)만큼 다시 계산됩니다. 사건 발생 연도만 보고 "너무 오래됐다"고 판단하면 실제로는 아직 시효가 한참 남아 있는 경우를 놓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2013년 이전 성범죄는 고소 없이는 처벌할 수 없나요?
A. 그 범죄가 당시 친고죄로 분류돼 있었다면 원칙적으로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고, 고소기간(판례상 1년)을 넘겼다면 뒤늦게 고소해도 처벌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다만 13세 미만 피해자 대상 범죄나 특수강간처럼 애초에 비친고죄였던 유형은 고소 여부와 무관하게 처벌할 수 있습니다.
Q. 가해자를 최근에야 알게 됐다면 고소기간은 언제부터 세나요?
A. 고소기간은 사건 발생일이 아니라 가해자가 누구인지 특정해서 알게 된 날부터 계산됩니다. 오래전 사건이라도 가해자의 신원을 최근에야 확인했다면 그날로부터 1년 동안은 고소기간이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Q. 고소기간을 넘긴 것이 확인되면 방법이 전혀 없나요?
A. 친고죄의 고소기간 도과는 소추조건의 흠결이라 원칙적으로 공소권없음 처분이나 공소기각 판결로 이어져 형사처벌은 어렵습니다. 다만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는 형사처벌과는 별개의 소멸시효를 따르므로 함께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Q. 공소시효도 이미 지났다면요?
A. 공소시효가 만료되면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없어 역시 처벌이 불가능합니다. 다만 DNA·지문 등 과학적 증거가 남아 있다면 공소시효가 10년 연장될 수 있고, 피해자가 미성년이었다면 성년에 이른 날부터 시효가 진행되므로 실제 만료 여부는 사건마다 따로 계산해야 합니다.
Q. 결국 2013년 이전 사건인지 확인할 때 무엇부터 봐야 하나요?
A. 먼저 그 죄가 당시 친고죄였는지, 친고죄였다면 고소기간 1년이 아직 남아 있는지를 확인하고, 비친고죄이거나 고소기간이 남아 있다면 다음으로 공소시효가 지났는지를 죄명·증거 유무·피해자 당시 연령을 기준으로 따져보는 순서가 필요합니다.
Q. 당시 그 죄가 친고죄였는지는 어떻게 확인하나요?
A. 사건 발생 당시 시행 중이던 형법·성폭력처벌법 조문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며, 죄명만으로는 단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흉기 휴대·합동범 등 가중 요소가 있었는지, 피해자가 13세 미만이었는지에 따라 같은 강간·강제추행이라도 당시 친고죄 여부가 달라질 수 있어 사건 경위를 구체적으로 짚어봐야 정확합니다.
맺음말
2013년 이전에 벌어진 성범죄가 지금도 처벌될 수 있는지는 한 문장으로 답하기 어렵습니다. 그 죄가 당시 친고죄였는지부터 확인하고, 친고죄였다면 고소기간이 남아 있는지, 아니라면 애초에 고소가 필요 없던 유형인지를 가려야 합니다. 그 다음에야 비로소 공소시효가 지났는지, DNA 증거나 피해자의 당시 연령에 따라 시효가 늘어나거나 배제되는지를 따질 수 있습니다. 오래된 사건이라는 이유만으로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이 단계들을 하나씩 짚어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사건이 오래됐을수록 당시 시행 중이던 조문과 판례, 남아 있는 증거의 종류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 개인이 단독으로 정확히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친고죄 여부와 고소기간, 공소시효라는 세 갈래 계산이 사건 하나에 동시에 얽혀 있는 경우가 많아, 어느 한 단계만 보고 처벌 가능 여부를 단정하면 실제 결론과 어긋날 수 있습니다. 이런 사안은 사건 기록과 남아 있는 증거를 함께 살펴보며 단계별로 정리해줄 조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