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개발 동업자가 소스코드 들고 나갔다면 — 저작권과 인도청구
사건 개요
스타트업 앱을 함께 만들어보자며 의기투합한 두 사람이 있습니다. 한 사람은 사업 아이디어를 내고 초기 자금과 운영을 맡고, 다른 한 사람은 개발을 전담합니다. 처음엔 동업계약서도 없이 "지분 반반으로 하자", "잘 되면 나눠 갖자"는 구두 약속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앱이 어느 정도 완성돼 투자 얘기가 오가기 시작하는 시점, 두 사람 사이에 역할과 지분, 보수를 두고 갈등이 불거집니다.
갈등이 깊어지면 개발자 측이 저장소 접근 권한을 회수하거나, 자신만 가진 로컬 사본을 근거로 "내가 짠 코드니까 내 것"이라며 인도를 거부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사업 측은 수천만 원의 자금과 시간을 쏟았는데, 정작 서비스의 실체인 소스코드에는 손도 댈 수 없는 처지에 놓입니다. 심지어 개발자가 비슷한 서비스를 혼자 준비하고 있다는 정황까지 발견되는 사례도 드물지 않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사업 측은 "동업으로 만든 건데 왜 나만 못 쓰느냐"며 억울해하지만, 법은 그 억울함이 아니라 이 소스코드의 저작권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그리고 이 소스코드를 동업의 재산으로 볼 수 있는지라는 두 갈래 질문으로 답을 찾습니다. 두 질문에 대한 답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인도 여부와 향후 서비스의 운명이 갈립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판단의 갈림길이 되는 것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개발자와 사업 측 사이에 저작권법이 정한 '고용관계'가 실질적으로 존재했는지입니다(대등한 동업 관계는 원칙적으로 고용관계가 아닙니다). 둘째, 계약서가 없더라도 두 사람의 기여가 얽혀 공동저작물로 볼 수 있는지, 아니면 개발자의 단독저작물인지입니다. 셋째, 소스코드를 저작물이 아니라 동업을 위해 취득한 조합재산으로 구성해 인도를 청구할 수 있는지입니다. 넷째, 개발자의 반출·독점 행위가 업무상배임이나 영업비밀 침해 등 형사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입니다.
이 네 갈래는 서로 다른 법 영역에 걸쳐 있어, 저작권만 다투면 조합재산 주장의 지렛대를 놓치고, 조합재산만 다투면 저작권 귀속 다툼에서 밀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두 트랙을 동시에 세우는 것이 실무의 관건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저작권 귀속을 창작자 원칙과 계약관계로 정면 돌파하기
"소스코드는 내가 짰으니 내 것"이라는 개발자의 주장이 그대로 결론이 되지는 않습니다. 저작권법은 실제로 창작한 사람을 저작자로 보는 창작자원칙에서 출발하지만, 동업 관계의 구체적 정황에 따라 결론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접근합니다.
1) 업무상저작물 주장이 성립하는지부터 점검합니다.
저작권법 제9조는 법인 등이 기획하고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업무상 작성하며 법인 등의 명의로 공표한 저작물에 대해 그 법인 등을 저작자로 봅니다. 그런데 판례는 이때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를 형식적 고용계약이 아니라 실질적인 지휘·감독 관계가 있는 자로 좁게 해석합니다. 지분을 나눠 갖는 대등한 동업 관계에서는 이 지휘·감독 관계를 인정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곧바로 "사업 명의의 업무상저작물"이라 주장하기보다 개발 과정에서 사업 측이 기획·사양·수정지시에 실제로 어느 정도까지 관여했는지부터 재구성합니다.
2) 공동저작물 성립 요건에 맞추어 기여 내역을 정리합니다.
두 사람이 기획서·화면설계·기능정의·수정요청을 주고받으며 각자의 기여를 개별적으로 분리해 이용할 수 없을 정도로 결합해 왔다면, 이 소스코드는 공동저작물로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메신저·이메일·이슈 트래커에 남은 기획 지시, 화면설계서 작성 이력, 기능 변경 요청 내역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사업 측의 창작적 기여를 구체적으로 특정합니다. 공동저작물로 인정되면 개발자는 단독으로 저작재산권을 행사(양도·이용허락)할 수 없고 저작재산권자 전원의 합의가 있어야 하므로(저작권법 제48조), 이는 개발자의 단독 처분·유용을 막는 강력한 지렛대가 됩니다.
3) 저작재산권 양도·이용허락 약정의 존재를 찾아냅니다.
동업계약서가 없더라도 "서비스가 잘 되면 지분대로 나눈다", "회사 소유로 한다"는 취지의 문자·메신저·이메일이 있다면 묵시적 양도 또는 이용허락 약정으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투자 유치를 위해 개발자가 사업계획서나 IR 자료에 직접 "당사가 개발한 서비스"라고 표기하거나 사업 명의로 서비스를 소개한 정황이 있다면, 이는 개발자 스스로 저작권 귀속을 사업 측에 두었다는 자인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조합재산 법리로 인도청구권을 세우고 형사·가처분으로 압박하기
저작권 다툼이 길어지는 동안 코드 자체를 돌려받지 못하면 사업은 그대로 멈춰 버립니다. 그래서 저작권 귀속과 별개로, 소스코드라는 '물건'을 돌려받는 절차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실무상 핵심입니다.
1) 소스코드를 조합재산(합유물)으로 구성합니다.
민법 제704조는 조합원이 동업 목적 사업을 위해 출자하거나 그 업무집행으로 취득한 재산을 조합원의 합유로 규정합니다. 개발자가 동업 관계 안에서, 동업 목적의 서비스를 위해 작성한 소스코드라면 이는 개발자 개인 재산이 아니라 조합의 합유재산으로 볼 여지가 큽니다. 합유재산은 조합원 한 사람이 임의로 독점·처분할 수 없으므로, 개발자가 접근권한을 회수하고 인도를 거부하는 행위 자체가 합유물에 대한 보존·관리의무 위반으로 구성됩니다.
2) 인도청구와 함께 사용금지·접근금지 가처분을 신청합니다.
본안소송(소스코드 인도청구, 저작권 귀속확인)은 시간이 걸리므로, 개발자가 코드를 이용해 유사 서비스를 출시하거나 제3자에게 넘기지 못하도록 사용금지가처분·처분금지가처분을 먼저 신청해 현상을 동결합니다. 동시에 저장소 접근 로그, 커밋 이력, 배포 이력을 증거보전 신청으로 확보해 두면, 개발 시점과 기여 비율을 다투는 본안 심리에서 흔들리지 않을 자료를 미리 고정해 둘 수 있습니다.
3) 업무상배임·영업비밀 침해로 형사 절차를 병행합니다.
판례(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도9089 판결)는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 자료를 무단으로 반출하면 그 반출 시점에 업무상배임죄가 기수에 이른다고 보았습니다 — 반드시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상당한 시간·노력·비용을 들여 만든 자산이면 충분하다는 취지입니다. 접근권한 회수 전 코드 사본을 별도로 빼돌리거나 경쟁 서비스에 활용한 정황이 있다면 업무상배임으로, 소스코드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접근이 통제돼 있었다면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침해로도 함께 고소를 검토합니다. 형사 절차는 민사 협상의 힘을 끌어올리는 지렛대로도 작용합니다.
결론
동업으로 만든 서비스에서 소스코드는 얼핏 "내가 짠 것"과 "내가 투자한 것" 사이의 감정싸움처럼 보이지만, 법은 저작권 귀속과 조합재산 귀속이라는 서로 다른 두 잣대로 이 문제를 판단합니다.
접근권한이 아직 살아있는 지금, 기획·수정 지시 이력과 커밋 로그를 남기고 관계 정리 절차를 시작하는 쪽이 유리합니다. 관계가 완전히 틀어진 뒤에는 증거 확보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지금 상황이 이와 비슷하다면, 저작권 귀속과 인도청구 가운데 어느 경로가 더 유리한지 한 번 점검받아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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