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는 맞지만 성관계는 없었다 — 국과수 불검출로 뒤집은 사건
만취는 맞지만 성관계는 없었다 — 국과수 불검출로 뒤집은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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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강제추행 등

만취는 맞지만 성관계는 없었다 — 국과수 불검출로 뒤집은 사건 

김강희 변호사


만취는 맞지만 성관계는 없었다 — 국과수 불검출로 뒤집은 사건


사건 개요


회식이나 술자리 뒤 상대방과 단둘이 있었던 사실 자체는 부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상대방이 다음 날 "만취해 정신을 잃은 사이 성폭행을 당했다"며 준강간 혐의로 고소하는 사건이 적지 않게 벌어집니다. 피고인 입장에서도 당시 상대방이 상당히 취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 "그 상태에서 실제로 성관계가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피고인은 "함께 있었던 것은 맞지만, 성관계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주장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사건에서 수사기관은 흔히 "만취해 항거불능 상태였다"는 점에만 초점을 맞추고, 정작 "성교 행위 자체가 있었는지"는 고소인 진술에 의존해 넘어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준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했다는 사실뿐 아니라 실제로 간음, 즉 성기의 삽입이 있었다는 사실까지 검사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해야 합니다. 이 지점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유전자 감정 결과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고소인의 신체나 의류에서 채취한 시료를 감정한 결과 정액이나 피고인의 유전자가 전혀 검출되지 않는, 이른바 '불검출' 소견이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결과가 그 자체로 "성관계가 없었다"는 결론을 자동으로 만들어 주지는 않지만, 실제로 피고인의 자백·부인 방향과 방어권 행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자료가 됩니다. 다만 검사 측이 "콘돔을 사용했다", "시간이 지나 씻어서 흔적이 사라졌다"는 식으로 불검출의 의미를 축소하려 시도하는 경우가 많아, 이 감정 결과 하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핵심 쟁점


이 유형의 사건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준강간죄의 두 가지 구성요건 —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의 이용과 간음(성교) 행위의 존재 — 이 각각 별도로 증명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형법 제299조, 제297조). 항거불능 상태가 인정된다고 해서 간음 행위까지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둘째, 국과수 유전자감정의 '불검출' 결과가 갖는 증명력의 정도입니다. 셋째, 검사 측이 제기할 수 있는 불검출의 반박 논리(콘돔 사용, 세척, 채취 지연 등)를 사전에 무력화할 수 있는지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준강간죄의 '항거불능' 상태를 "가해자가 성적인 침해 행위를 함에 있어 별다른 유형력의 행사가 불필요할 정도로 피해자의 판단·대응·조절 능력이 결여된 상태"라고 설명하며, 음주 정도와 당시 피해자의 의식·행동, CCTV·메시지 등 객관적 자료를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기준을 뒤집어 보면, 항거불능 여부를 다투지 않는 사건이라도 '간음 행위의 존재' 자체는 별도로, 그것도 객관적 자료로 다투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국과수 불검출 감정을 흔들리지 않는 방어축으로 세우기


만취 사실을 다투지 않는 사건에서는, 국과수 유전자감정의 불검출 결과가 사실상 방어의 출발점이 됩니다. 그러나 이 결과가 재판에서 힘을 가지려면, 감정 결과 자체의 신빙성과 그 의미를 검사 측이 흔들 수 없도록 미리 다져 두어야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이런 사건에서 다음 순서로 접근합니다.

1) 채취 절차와 시점을 확인해 감정 결과의 신빙성을 다집니다.

유전자 감정의 신뢰도는 시료를 언제, 어떤 부위에서, 어떤 방식으로 채취했는지에 크게 좌우됩니다. 신고와 채취 사이의 시간 간격, 채취 전 목욕이나 세척 여부, 검체 보관·이송 과정의 기록을 확보해 감정 절차 자체에 하자가 없었는지 먼저 검토합니다. 이 절차가 적법하고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을 재판부 앞에 분명히 제시해야, '불검출'이라는 결과가 우연이 아니라 실제로 접촉이 없었음을 가리키는 자료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2) 검사 측의 '불검출 무력화' 시도에 대한 반박 논리를 미리 준비합니다.

검사 측은 흔히 콘돔을 사용했거나, 신고 전 샤워·세척으로 흔적이 사라졌을 가능성을 들어 불검출 결과의 의미를 축소하려 합니다. 이에 대비해 콘돔 사용 여부에 관한 고소인 진술의 일관성, 신고 시점과 채취 시점 사이의 실제 시간 간격, 그 사이 세척이 있었다는 구체적 정황이 실재하는지를 하나하나 대조합니다. 반박의 전제가 되는 사실 자체가 진술로만 존재하고 객관적 뒷받침이 없다면, 그 반박 논리의 설득력도 함께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3) 감정서가 수사·공판 기록에서 누락되지 않도록 직접 확보해 둡니다.

실제로 피고인에게 유리한 불검출 감정서가 수사 과정에서 증거목록에 제대로 편입되지 않아 뒤늦게 문제가 된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감정서 존재 여부를 수사기관에만 맡기지 않고, 정보공개·증거보전 절차를 통해 직접 확보하고 공판 기록에 편입시켜 두어야 이런 자료가 재판 단계에서 누락되거나 뒤늦게야 부각되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간음 행위 자체의 부존재를 정황증거로 뒷받침하기


불검출 감정만으로 결론을 낼 수 없는 경우, 실제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객관적 정황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이 함께 필요합니다.

1) 시간대별 행적과 접촉 정황을 객관적 자료로 재구성합니다.

함께 있었던 시간 동안의 동선, 문자·메신저 대화, 인근 CCTV, 목격자 진술 등을 시간 순서대로 배열해 실제로 어떤 접촉이 있었는지를 재구성합니다. 이 재구성이 고소인의 진술과 어느 지점에서 어긋나는지를 구체적으로 짚어내야, '성관계가 없었다'는 주장이 막연한 부인이 아니라 하나의 객관적 서사로 설득력을 가지게 됩니다.

2) 고소인 진술의 일관성과 구체성을 검토합니다.

준강간 사건에서 법원은 음주 정도, 피해자의 의식·행동, 사건 전후 언동을 종합해 판단하는데, 이는 항거불능 여부뿐 아니라 실제로 무엇이 있었는지를 가리는 데도 같은 방식으로 적용됩니다. 진술이 조사 시점마다 세부 내용이 바뀌거나, 기억이 부분적으로 '끊겼다'는 진술과 특정 행위에 대한 구체적 묘사가 함께 존재하는 등 모순되는 지점이 있다면, 그 불일치를 정리해 진술의 신빙성 자체를 다툽니다.

3) 신체 흔적과 의학적 소견을 대조합니다.

성관계가 실제로 있었다면 통상 동반되는 신체적 흔적(찰과상, 발적, 통증 호소 등)의 유무를 진단서·진료기록과 대조합니다. 정액·유전자 불검출에 더해 이런 신체 흔적조차 확인되지 않는다면, 두 가지 물증이 같은 방향 — 간음 행위 자체가 없었다는 방향 — 을 가리키는 것으로 재판부에 제시할 수 있습니다.


결론


만취 상태에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과, 그 상태에서 실제로 성관계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준강간죄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검사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해야 성립하는 범죄이고, 그중 어느 한쪽이라도 무너지면 유죄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국과수 유전자감정의 불검출 결과는 이 싸움에서 강력한 출발점이지만, 그 자체로 저절로 결론이 되지는 않습니다. 감정 절차의 신빙성을 다지고, 검사 측의 반박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고, 정황증거로 '있었던 일'을 객관적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이 함께 이루어져야 온전한 방어가 됩니다. 지금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면, 확보해야 할 자료와 대응의 방향을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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