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안만 쓰고 계약 파기한 회사, 저작권과 대금 함께 청구하려면
사건 개요
영상 제작을 의뢰받으면 보통 곧바로 완성본을 넘기지 않습니다. 먼저 편집 방향과 톤을 확인받기 위한 시안(가편집본)을 회사 쪽에 전달하고, 그 시안을 두고 "이 방향이 맞다" "여기는 다시 손봐 달라"는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완성본으로 다듬어 갑니다. 문제는 이 시안 단계에서 벌어집니다. 회사가 시안을 받아 놓고는 별다른 수정 요청도 없이 그 영상을 그대로 자사 홈페이지나 SNS, 광고 소재로 써 버린 뒤, "결과물이 마음에 안 든다"거나 "내부 사정으로 진행이 어렵다"며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경우입니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이중으로 억울합니다. 애초에 검토용으로만 넘긴 시안이 실제 광고·홍보물로 버젓이 쓰이고 있는데, 정작 그 대가인 잔금은 "계약이 끝났다"는 이유로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입니다. 회사는 "시안일 뿐 완성본이 아니었으니 대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고, 제작자는 "그럼 왜 그 시안을 실제로 쓰고 있느냐"고 되묻는 지점에서 다툼이 시작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런 사안은 계약 파기에 따른 대금·손해배상 청구와 시안 무단사용에 따른 저작권 침해 청구를 별개의 트랙으로 나누어 동시에 구성할 수 있습니다. 회사가 계약을 끝냈다고 주장한다고 해서 이미 발생한 두 개의 권리—일한 대가를 받을 권리와, 자신이 만든 창작물을 통제할 권리—가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승패를 가르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시안이 저작권법상 보호받는 저작물에 해당하는지입니다. 완성본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보호가 부정되지는 않으며, 편집 구성·컷 배치·음악과 영상의 결합 등에 최소한의 창작적 표현이 담겨 있으면 저작물로 인정됩니다(저작권법 제2조 제1호). 둘째, 회사의 사용이 애초에 합의된 범위(내부 검토)를 벗어났는지입니다. 시안을 넘기며 어떤 목적·용도로 전달했는지가 사용 허락의 범위를 정하는 기준이 됩니다. 셋째, 계약 파기가 일이 완성되기 전의 임의 해제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그 경우 제작자가 청구할 수 있는 금액의 범위입니다.
이 세 가지는 서로 다른 법적 근거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하나의 사실관계—시안을 누가 어떻게 주고받았고, 회사가 그것을 실제로 어떻게 썼는가—를 얼마나 촘촘하게 증거로 남겼는지에 따라 결과가 갈립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시안 무단사용을 저작권 침해로 구성하기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시안 자체가 저작물로 인정될 수 있는지입니다. 도급·용역계약에서는 실제로 창작 행위를 한 쪽이 저작자가 되고, 발주자에게 아무런 약정 없이 저작권 전부가 넘어가는 것은 완성물을 납품하고 대금을 완납받은 이후에야 묵시적 양도로 인정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시안 단계는 아직 그 문턱을 넘지 않은 상태이므로, 저작권은 여전히 제작자에게 남아 있습니다. 이 원칙 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침해를 구성합니다.
1) 시안을 전달한 목적과 용도를 문서로 특정합니다.
"검토용으로만 보내드립니다" "확정 전까지 외부 게시는 안 됩니다" 같은 문구가 메일이나 메신저에 남아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설령 그런 문구가 없었더라도, 계약서상 대금 지급 시기가 "최종 완성본 납품 후"로 되어 있다면 시안은 성격상 검토용일 뿐 사용 승인의 대상이 아니었다는 점이 논리적으로 도출됩니다. 이 지점이 사용 범위를 벗어났는지를 가르는 출발점입니다.
2) 실제 사용 사실을 캡처·아카이브로 고정합니다.
회사 홈페이지, SNS 게시물, 광고 집행 화면 등 시안이 실제로 노출된 지점을 스크린샷과 함께 웨이백머신 등 제3자 아카이브로 저장해 게시 시점을 특정합니다. 게시물이 삭제되기 전에 이 작업을 서두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안 파일의 편집 이력(원본 프로젝트 파일, 작업 타임라인)도 함께 보관해, 나중에 회사가 "다른 사람이 다시 만든 영상"이라고 다툴 가능성을 차단합니다.
3) 침해정지와 손해배상을 함께 청구합니다.
사용 범위를 벗어난 것이 확인되면, 저작권법 제123조에 따라 게시 중단·삭제를 청구하고, 제125조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합니다. 이때 침해자가 그 시안을 사용해 얻은 이익액(홍보 효과에 상응하는 절감 비용 등)을 손해액으로 추정받을 수 있습니다. 저작물을 미리 등록해 두었다면 제125조의2에 따라 실손해 입증 없이 저작물당 최대 1천만 원(영리 목적의 고의 침해라면 5천만 원)까지 법정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법도 있고, 사안에 따라서는 저작권법 제136조의 형사 고소를 함께 검토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계약 파기에 따른 대금·손해배상 청구권 세우기
저작권 침해가 정리되어도, 애초에 일한 대가인 대금 문제가 남습니다. 회사의 일방적 파기가 있었다고 해서 제작자가 아무것도 청구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챙깁니다.
1) 계약 파기의 성격을 정확히 규정합니다.
민법 제673조는 수급인이 일을 완성하기 전이라면 도급인이 손해를 배상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즉 회사가 파기 자체는 할 수 있어도, 그 파기가 "공짜 해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투입된 인건비·장비비·외주비는 물론, 그 계약이 끝까지 이행되었다면 얻었을 이익(일실이익)까지 배상 범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제작자 쪽 귀책(마감 위반, 계약 위반 등)으로 파기된 것이라면 이 논리가 뒤집힐 수 있으므로, 파기에 이르게 된 경위를 시간순으로 먼저 정리합니다.
2) 회사가 시안을 실사용한 사실을 대금 청구의 지렛대로 씁니다.
회사가 "완성본이 아니라 대금을 줄 수 없다"고 하면서 동시에 그 시안을 실제 업무에 쓰고 있었다면, 이는 앞서 구성한 저작권 침해 주장과 정확히 같은 사실에서 나온 모순입니다. 사용의 이익을 이미 누렸다는 점은 민법 제741조의 부당이득 반환 청구로도 구성할 수 있어, 도급대금 청구·손해배상 청구와 함께 병행 주장할 여지를 넓혀 줍니다.
3) 기성고와 청구액의 근거를 견적·작업이력으로 산정합니다.
견적서, 작업지시서, 컨펌 이력(몇 차례 수정을 거쳤는지), 실제 투입 공수를 근거로 전체 계약금 대비 진행된 작업 비율(기성고)을 산정합니다. 다툼이 커지면 법원의 감정 절차를 통해 이 비율이 객관적으로 정해지는데, 처음부터 이 자료를 갖추어 두면 협상 단계에서도 유리한 기준점이 됩니다.
결론
시안만 가져다 쓰고 계약을 끝내 버리는 회사를 상대할 때, 저작권 침해와 대금 청구는 따로 싸울 문제가 아니라 같은 사실관계에서 나온 두 개의 무기입니다. 회사가 "대금은 못 준다"면서 그 결과물은 그대로 쓰고 있다는 모순 그 자체가, 두 청구를 함께 밀어붙일 수 있는 지렛대가 됩니다.
시안을 전달한 경위와 실제 사용 정황을 지금 남겨 두는지가 나중의 결과를 가릅니다. 비슷한 상황이라면 무엇을 증거로 확보해야 하는지, 저작권과 대금 청구를 어떤 순서로 진행하는 것이 유리한지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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