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함께 해장한 사이, 준강간 고소를 사후 카톡으로 다투기
사건 개요
술자리가 길어졌고, 둘 다 상당히 취한 채 함께 자리를 옮겼습니다. 다음날 아침에는 어색함 없이 함께 해장국집에 갔고, 웃으며 헤어졌습니다. 그 뒤로도 며칠간 안부 메시지가 오갔고 한 번 더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쯤 지나 경찰서에서 연락이 옵니다. 준강간 혐의로 고소장이 접수되었다는 것입니다. 상대방은 "그날 술에 취해 기억이 없고, 저항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진술했습니다.
이런 상담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다음날 같이 밥까지 먹었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입니다. 그러나 그 억울함을 그대로 수사기관에 쏟아붓는다고 사건이 정리되지는 않습니다. 준강간은 형법 제299조가 정한 범죄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한 경우 강간죄의 예에 따라 처벌됩니다. 강간죄의 법정형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므로, 유죄가 되면 초범이라도 실형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신상정보 등록과 취업제한 같은 부수처분까지 따라붙습니다.
이런 사건은 대개 목격자도 없고 직접 증거도 없어, 두 사람의 진술만 남습니다. 다만 이 유형에는 다른 성범죄 사건에 없는 자료가 하나 더 있습니다. 사건 이후에 오간 대화와 만남의 기록입니다. 결과를 가르는 것은 그 기록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느 법리의 칸에 넣어 제출하느냐입니다. 같은 카톡 대화가 어떤 사건에서는 결정적 자료가 되고, 어떤 사건에서는 "피해자다움을 따진다"는 역풍만 부르고 끝나기 때문입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에서 실제 판단의 갈림길은 네 곳입니다. 첫째, 성관계 당시 상대방이 정말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였는가입니다. 대법원은 술에 취해 잠들거나 의식을 잃은 상태뿐 아니라, 의식은 있어도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까지 여기에 포함시키면서도, 기억만 저장되지 않는 '알코올 블랙아웃'은 그 자체로 심신상실이 아니라고 구별했습니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둘째, 피의자가 그 상태를 인식하고 이용했는가라는 고의 문제입니다.
셋째, 고소인 진술의 신빙성입니다. 대법원은 성범죄 사건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하면서, 진술의 주요 부분이 일관되고,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으며, 허위로 불리한 진술을 할 동기가 드러나지 않는 한 그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넷째, 이 모든 것의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는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
여기서 실무의 핵심이 나옵니다. 사후 정황은 "피해자라면 다음날 웃으며 해장을 하지 않는다"는 인상 논증으로 쓰이는 순간 힘을 잃습니다. 그런 주장은 대법원이 경계한 태도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자료를 진술의 일관성·내적 모순·허위 진술 동기라는 세 칸에, 그리고 심신상실 요건과 고의라는 별개의 칸에 나누어 넣을 때 비로소 증거로 작동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사후 정황을 '인상'이 아니라 진술 탄핵의 자료로 재배치하기
고소를 당한 분들은 대개 카톡 화면을 캡처해 와서 "이걸 보여주면 끝나는 것 아니냐"고 묻습니다. 그러나 캡처 몇 장은 편집 가능성 때문에 무게가 실리지 않고, 무엇을 증명하려는 자료인지도 불분명합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자료를 다시 세웁니다.
1) 대화와 동선을 원본 형태로, 시각과 함께 확보합니다.
메신저 대화는 서버에서 오래 보관되지 않는 것이 보통이어서, 단말기에 남은 원본 대화와 백업 파일이 사실상 유일한 원본입니다. 그래서 휴대전화를 초기화하거나 교체하기 전에 대화 전체를 시간 순서대로 보존하고, 필요하면 포렌식 방식으로 무결성을 확인해 둡니다. 여기에 통화·문자 내역, 카드 결제와 택시 이용 기록, 계좌이체 내역을 붙여 시각 좌표가 박힌 하나의 시간표를 만듭니다. 주점이나 건물의 CCTV는 대개 2주에서 한 달이면 덮어쓰기로 사라지므로, 보존 요청은 미룰수록 손해입니다. 업소가 협조하지 않으면 형사소송법 제184조의 증거보전청구로 판사에게 압수·검증을 청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2) 사후 정황을 고소인 진술의 '내적 모순'과 결합시킵니다.
2018도7709 판결이 든 신빙성의 조건은 뒤집어 읽으면 다투어야 할 지점의 목록이기도 합니다. 예컨대 고소장에는 "그날 이후 연락을 끊고 피했다"고 적혀 있는데 실제로는 다음날 아침 고소인이 먼저 메시지를 보냈고 며칠 뒤 스스로 약속을 잡았다면, 이는 피해자다움의 문제가 아니라 진술 자체가 사실과 어긋나는 문제입니다. "전혀 기억이 없다"고 하면서도 그날 밤의 특정 대화나 이동 경로만은 구체적으로 진술하는 경우도 같습니다. 이때 우리는 인상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진술서의 문장과 기록상의 사실을 한 줄씩 대조한 표를 제출합니다.
3) 고소에 이르기까지 일주일의 경위를 밝힙니다.
사건 당일과 고소 사이의 공백은 그냥 비어 있는 시간이 아닙니다. 그 사이 어떤 대화가 오갔고 무엇이 관계를 바꾸었는지가 허위 진술 동기라는 마지막 조건과 직결됩니다. 교제 관계의 정리 요구, 제3자의 개입, 금전 요구가 있었다면 그 시점을 대화 기록으로 특정합니다. 다만 이 부분은 자칫 고소인을 인신공격하는 인상을 주기 쉬우므로, 감정 표현은 걷어내고 시점과 문언 그대로만 제시하는 편이 훨씬 강하게 작동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심신상실 요건을 검사의 증명 대상으로 되돌리기
사후 정황만으로 사건이 끝나지는 않습니다. 준강간은 성관계 그 시점의 상태를 요건으로 삼기 때문에, 방어의 다른 한 축은 그 요건 자체를 검사가 증명하도록 되돌려 놓는 일입니다.
1) 블랙아웃과 의식상실을 갈라서 다툽니다.
2018도9781 판결의 취지에 따르면, "기억이 없다"는 진술은 심신상실의 증명이 아니라 기억이 저장되지 않았다는 진술일 뿐입니다. 행동은 정상적으로 하면서 기억만 남지 않는 상태와, 실제로 의식을 잃어 대응할 수 없었던 상태는 법적 평가가 다릅니다. 그래서 주점의 주문 내역과 영수증으로 실제 음주량과 시간대를 재구성하고, 이동 경로의 영상으로 스스로 걷고 대화했는지를 확인하며, 숙박업소에서 본인이 직접 결제하거나 신분 확인을 했는지, 그 시간대에 제3자와 주고받은 메시지의 문장이 온전했는지를 살핍니다. 이 지표들이 판단능력과 대응능력이 유지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합니다.
2) '상태의 존재'와 '이용의 고의'를 분리합니다.
준강간이 성립하려면 상대가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라는 점을 피의자가 인식하고 그 상태를 이용해 간음했어야 합니다. 따라서 설령 상대의 취기가 상당했다는 점이 인정되더라도, 그것만으로 곧바로 유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함께 이동했고, 그 과정에서 상대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한 정황이 남아 있다면, 이는 요건의 존부와는 별개로 고의를 다투는 자료가 됩니다. 변론에서는 이 두 층을 섞지 않고 순서대로 나누어 세우는 편이 설득력이 있습니다.
3) 첫 조사에서 검사의 증명 부담을 대신 채우지 않습니다.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하고(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 심신상실 상태가 있었다는 점의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습니다. 그런데 피의자가 첫 조사에서 미안한 마음에 "많이 취해 보이긴 했다"거나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해 버리면, 검사가 채워야 할 칸을 스스로 메워 주는 결과가 됩니다. 그래서 조사 전에 시간표 형태로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기억나지 않는 부분은 추측으로 메우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웁니다. 뒤늦은 진술 번복은 그 자체가 신빙성 공격의 소재가 되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면, 억울함이 클수록 곧바로 무고로 맞고소하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형법 제156조의 무고죄는 신고 내용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고 고소인이 그것이 허위임을 인식했어야 성립하므로, 준강간 무혐의가 곧 무고 성립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준강간 사건의 결론이 나기 전에 서둘러 맞고소를 하는 것은 실익이 크지 않은 경우가 많아, 시점을 함께 설계하는 편이 낫습니다.
결론
다음날 함께 해장을 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무죄를 만들어 주는 증거가 아닙니다. 그 정황이 고소인 진술의 어떤 문장과 어긋나는지, 그리고 사건 당시 판단능력이 유지되고 있었다는 점을 어떻게 뒷받침하는지까지 연결될 때 비로소 힘을 갖습니다. 반대로 "피해자답지 않다"는 인상만 반복하면, 준비한 자료가 오히려 방어를 약하게 만듭니다.
시간은 이 사건에서 늘 불리하게 흐릅니다. CCTV는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지워지고, 대화 기록은 휴대전화를 바꾸는 순간 사라집니다. 고소장이 접수되었다는 연락을 받은 그날이, 변소문을 쓸 때가 아니라 흔적을 붙잡아 둘 때입니다. 첫 조사가 잡혀 있다면 그 전에, 무엇을 보존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아야 할지 한 번 점검을 받아 보시기를 권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