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폰 판매상 휴대폰에 번호가 남았다면 — 거래 특정 다투기
필로폰 판매상 휴대폰에 번호가 남았다면 — 거래 특정 다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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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폰 판매상 휴대폰에 번호가 남았다면 — 거래 특정 다투기 

김강희 변호사


필로폰 판매상 휴대폰에 번호가 남았다면 — 거래 특정 다투기


사건 개요


어느 날 갑자기 수사기관에서 연락이 옵니다. "○○○씨 아시죠? 잠깐 나와서 확인할 게 있습니다." 영문을 모른 채 출석해 보면, 이미 검거된 필로폰 판매상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한 결과 연락처 목록이나 메신저 대화방에 본인의 번호가 남아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판매상이 "이 사람에게도 몇 번 넘겼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는 말이 뒤따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상담을 받는 분들의 반응은 대개 비슷합니다. 번호가 저장돼 있는 것과 실제로 마약을 사고판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인데, 그 사람 휴대폰에 내 번호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왜 내가 피의자가 되느냐는 것입니다. 실제로 판매상의 연락처에는 마약과 무관한 지인, 예전 직장 동료, 단순히 한 번 통화한 사람의 번호까지 뒤섞여 있습니다. 그럼에도 수사는 이미 시작돼 있고, 억울하다는 호소만으로는 그 흐름이 멈추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연락처가 나왔다는 사실이나 판매상의 지목만으로 유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필로폰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 나목의 향정신성의약품이고, 마약류취급자가 아닌 사람이 이를 매매·수수·소지·투약하는 행위는 같은 법 제4조 제1항 위반으로 제60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다만 그 처벌은 "언제,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얼마를 거래했는가"가 특정되고 증명될 때에만 가능합니다. 사건의 갈림길은 바로 이 지점에 있습니다.


핵심 쟁점


판매상 휴대폰에서 연락처가 나와 시작된 사건에서 실제로 승패를 가르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검사가 기재한 공소사실이 범죄의 일시·장소·방법을 명시해 사실을 특정하고 있는지입니다(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 둘째, 판매상의 진술 말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자료—계좌 송금 내역, 대화 원문, 위치 정보, 소변·모발 감정—가 실제로 존재하는지입니다. 셋째, 그 판매상 진술의 증거능력과 신빙성입니다. 넷째, 판매상 휴대폰에서 나온 전자정보가 영장의 범위와 적법절차를 지켜 수집된 것인지입니다.

이 네 가지는 서로 맞물려 있습니다. 특정이 무너지면 심판 대상 자체가 사라지고, 증거능력이 부정되면 신빙성을 다툴 일도 없어집니다. 그래서 이런 사건의 방어는 "나는 안 샀다"는 부인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가 무엇을 어디까지 증명해야 하는지를 먼저 확정하고 그 공백을 정확히 짚어 내는 작업이 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거래 내역의 '특정'을 정면으로 다투기


마약 사건에서 수사기관은 판매상의 기억에 의존해 공소사실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결과 "2025년 봄경 서울 이하 불상지에서 불상량을 매수하고" 같은 기재가 등장합니다. 이런 기재는 방어의 대상 자체를 만들어 주지 않습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이 사건 유형에서 가장 먼저 특정 문제를 검토합니다.

1) 일시·장소·방법·수량의 특정을 요구합니다.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이 범죄의 시일·장소·방법 명시를 요구하는 취지는 심판 대상을 한정하는 동시에 피고인의 방어 범위를 확정해 주기 위한 것입니다. 대법원 2000. 10. 27. 선고 2000도3082 판결은 "1999년 5월 중순경부터 11월 19일경까지, 부산 이하 불상지에서, 주사기로 주입하거나 음료수에 타서 약 0.03g을 투약"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그 수량은 사용자들의 일반적인 최소 단위에 불과하고 방법도 통상적인 것이며 일시·장소 기재도 막연해 다른 사실과 식별할 수 없다고 보아 특정을 부정하고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특정을 갖추지 못한 공소는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해 무효인 때에 해당해 공소기각 판결의 대상이 됩니다(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

2) 진술을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를 항목별로 대조합니다.

거래가 실제로 있었다면 흔적이 남습니다. 대금 송금 내역, 계좌이체 시각, 만남 장소 부근의 통신 기지국 자료, 대화방의 원문이 그것입니다. 그래서 변호인 열람·등사를 통해 수사기록을 확보한 뒤, 검사가 주장하는 각 거래 일시에 대응하는 자금 이동이나 위치 자료가 실제로 있는지를 한 건씩 대응시켜 표로 정리합니다. 특히 메신저 대화는 발췌된 몇 줄이 아니라 전후 맥락을 포함한 원문을 확인해야 합니다. 판매상 휴대폰의 메모에 이름과 숫자만 적혀 있거나, 대화 내용이 마약 거래로도 다른 용무로도 읽힐 수 있는 수준이라면 그 자체로 유죄의 근거가 되기 어렵습니다.

3) 소변·모발 감정 결과를 시간축 위에 올려 반증으로 씁니다.

매수와 함께 투약까지 기소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감정 결과는 강력한 반증 자료가 됩니다. 필로폰은 소변에서 대체로 1.5~7일 정도 검출되고, 모발은 한 달에 약 1cm 자라므로 모근에서 떨어진 거리를 기준으로 투약 시기를 구간별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최근 1년치를 보기 위해 약 12cm까지 절단해 감정합니다. 따라서 검사가 특정한 거래 시점이 감정 가능한 구간 안에 있는데 해당 구간에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면, 그 사실은 그대로 방어의 축이 됩니다. 반대로 시점이 특정되지 않으면 감정으로 반증할 방법조차 사라지므로, 특정을 요구하는 것과 감정으로 반증하는 것은 하나의 전략으로 묶여 움직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판매상 진술의 증거능력과 신빙성을 무너뜨리기


특정이 어느 정도 갖추어진 사건이라면, 다음 싸움터는 판매상의 진술 그 자체입니다. 이 진술은 수사기관이 가진 사실상 유일한 직접 증거인 경우가 많아, 여기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가 흔들립니다.

1) 공범 피의자신문조서는 내용을 부인해 증거에서 걷어냅니다.

2020. 2. 4. 개정되어 2022. 1. 1.부터 시행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은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도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하여 증거로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대법원 2023. 6. 1. 선고 2023도3741 판결은 여기서 말하는 피의자신문조서에 공범관계에 있는 다른 피고인·피의자에 대한 조서도 포함되고, 그 '공범'에는 매도인과 매수인처럼 서로 대향된 행위를 필요로 하는 대향범까지 포함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판매상을 조사한 검찰 조서라도 피고인이 내용을 부인하면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습니다. 그 결과 검사는 판매상을 법정에 증인으로 세울 수밖에 없고, 그 순간 반대신문의 기회가 열립니다.

2) 법정에서 이해관계를 드러내는 반대신문으로 신빙성을 검증합니다.

공범의 진술은 피고인 자신의 자백이 아니어서 형사소송법 제310조의 자백보강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입니다. 다른 보강증거 없이도 그 진술만으로 유죄가 될 수 있다는 뜻이므로, 신빙성 탄핵이 사실상 유일한 방어선입니다. 그래서 진술 자체의 합리성·객관적 상당성·일관성뿐 아니라 진술자의 이해관계를 함께 겨냥합니다. 판매상은 수사 협조로 양형에서 유리한 취급을 기대할 수 있는 위치에 있고, 매수자를 많이 지목할수록 그 기대가 커집니다. 진술이 조사 회차를 거치며 어떻게 바뀌었는지, 거래 상대를 몇 명이나 어떤 근거로 지목했는지, 얼굴·장소·차량 같은 세부를 실제로 기억하는지를 시간순으로 짚으면 진술의 결이 드러납니다.

3) 휴대폰 포렌식 절차의 위법 여부를 점검합니다.

수사기관은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해 압수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215조, 제106조 제1항). 대법원 2015. 7. 16.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은 저장매체를 복제한 뒤 수사기관 사무실에서 전자정보를 탐색·출력·복사하는 과정까지 모두 압수·수색의 일환이고, 그 각 과정에서 피압수자 측의 참여 기회를 보장하지 않으면 중대한 절차적 위법이라고 판시했습니다. 판매상 휴대폰에 대한 영장이 그 사람의 특정 혐의를 겨냥한 것이었다면, 거기서 우연히 나온 별개의 대화를 그대로 다른 사람의 유죄 증거로 쓸 수 있는지는 별도로 따져야 합니다. 압수 대상 정보의 관련성, 참여권 보장, 압수목록 교부가 지켜졌는지를 확인해 위법이 드러나면 위법수집증거 배제(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를 주장할 실익이 생깁니다.


결론


이런 사건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재판이 아니라 첫 출석 조사입니다. 수사관이 "판매상이 다 말했다"며 압박할 때,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짐작으로 메우거나 관계를 축소하려고 애매하게 답하면, 그 진술이 오히려 비어 있던 일시·장소·수량의 공백을 채워 주는 결과가 됩니다. 피의자에게는 진술거부권이 있고(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신문 과정에 변호인을 참여시킬 권리가 있습니다(같은 법 제243조의2). 무엇을 말하지 않을지도 방어의 일부입니다.

결과를 가르는 것은 억울함의 크기가 아니라, 검사가 특정해야 할 것을 특정했는지, 그리고 그 특정을 뒷받침할 증거가 증거능력과 신빙성을 갖추었는지입니다. 판매상 휴대폰에서 번호가 나왔다는 이유로 출석 요구를 받으셨다면, 조사에 응하기 전에 무엇을 다툴 수 있는 사건인지부터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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