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 뒤 준강간 고소 — 모텔 CCTV로 다투는 항거불능
술자리 뒤 준강간 고소 — 모텔 CCTV로 다투는 항거불능
법률가이드
성폭력/강제추행 등

술자리 뒤 준강간 고소 — 모텔 CCTV로 다투는 항거불능 

김강희 변호사


술자리 뒤 준강간 고소 — 모텔 CCTV로 다투는 항거불능


사건 개요


소개로 만났거나 모임에서 알게 된 사이에서 함께 술을 마시고, 자리를 옮겨 모텔로 들어갑니다. 두 사람 모두 자기 발로 걸어 들어갔고, 카운터에서 방을 잡고 결제까지 마쳤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경찰서에서 연락이 옵니다. 상대방이 "만취해서 아무 기억이 없다, 그 상태를 이용당했다"며 준강간으로 고소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담을 받아 보면, 피고소인이 가장 먼저 하는 말은 대체로 같습니다. "그 사람이 제 발로 걸어 들어왔고 카운터에서 말도 멀쩡히 했는데 어떻게 항거불능이냐"는 것입니다. 심정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그 항변을 그대로 옮겨서는 수사기관을 설득하지 못합니다.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 경우를 강간죄의 예에 따라 처벌합니다. 즉 다투어야 할 대상은 "동의했느냐"가 아니라 "그때 그 사람이 법이 말하는 그 상태에 있었느냐"이고, 이는 감정이 아니라 자료로 증명되는 문제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상대방이 스스로 걸어 들어가고 대화·결제 같은 목적 있는 행동을 했다는 점이 시간 순서대로 확인되면 항거불능은 충분히 다툴 수 있습니다. 다만 같은 사안이라도 결과가 갈리는데, 그 차이는 CCTV가 있었느냐 자체가 아니라 그 영상이 사라지기 전에 확보되었는지, 그리고 한 장면이 아니라 그날 전체의 시간축으로 제출되었는지에서 생깁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 판단의 갈림길이 되는 것은 네 가지입니다. 첫째, 상대방의 상태가 법이 말하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에 이르렀는가입니다. 판례는 여기서의 항거불능을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로 좁게 새깁니다(대법원 2000. 5. 26. 선고 98도3257 판결). 둘째, "기억이 없다"는 진술의 의미입니다. 대법원은 기억형성만 실패한 알코올 블랙아웃과 수면에 빠지는 등 의식을 잃은 패싱아웃을 구별하고, 후자라면 심신상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셋째, 그 상태를 피의자가 인식하고 이용했는가입니다. 실제로는 항거불능이 아니었더라도 그렇게 인식하고 이용할 의사로 간음했다면 준강간의 불능미수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 전원합의체 판단이므로(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 "상대가 멀쩡했다"는 주장만으로는 방어가 끝나지 않습니다. 넷째, 이 모든 것을 무엇으로 증명하는가입니다. 이 네 지점은 순서대로 물려 있어, 앞이 무너지면 뒤를 다툴 기회조차 오지 않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모텔 CCTV로 그날의 '상태'를 시간축 위에 복원하기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자주 무너지는 지점이 "상대가 멀쩡했다"는 사실 그 자체입니다. 본인은 분명히 기억하지만 그 기억이 곧 증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그날을 복원합니다.

1) 영상이 지워지기 전에 확보합니다.

숙박업소 CCTV는 저장 용량 때문에 통상 2주에서 한 달 남짓이면 덮어쓰기로 사라집니다. 고소 사실을 알게 된 시점에는 이미 시한이 절반쯤 지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업소에 보존 요청서를 즉시 발송해 삭제를 멈추게 하고, 동시에 수사기관에 해당 영상의 압수를 신청합니다. 업소가 협조하지 않거나 시한이 촉박하면 형사소송법 제184조의 증거보전청구를 활용합니다. 이 조항은 미리 보전하지 않으면 증거를 쓰기 곤란한 사정이 있을 때 피의자와 변호인도 제1회 공판기일 전에 판사에게 압수·검증 등을 청구할 수 있게 합니다.

2) 보행과 체크인 장면을 '능력'의 지표로 번역합니다.

영상을 그냥 제출하면 "취해 보인다"는 인상 싸움이 됩니다. 그래서 장면을 능력의 언어로 옮겨 정리합니다. 부축 없이 독립적으로 걸었는지, 걸음의 직선성과 속도, 문턱·계단에서 균형을 잡았는지, 엘리베이터 버튼을 스스로 눌렀는지가 신체적 지표입니다. 여기에 카운터에서 직원과 대화하고, 신분증을 꺼내고, 객실 조건을 고르고, 카드로 결제하는 장면이 더해지면 이는 단순 반사가 아니라 목적을 세우고 순서를 밟는 행동입니다. 반항이 현저히 곤란한 상태와는 결이 다르다는 점을 이렇게 구체화합니다.

3) 단편 장면이 아니라 연속된 시간축으로 제출합니다.

대법원은 전후 정황상 비정상적인 상태가 의심되는데도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블랙아웃이라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습니다(2018도9781). 뒤집어 말하면, 방어 역시 모텔 앞 몇 초짜리 영상 하나에 기대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주점 내부·계산대 영상, 이동 경로의 거리 CCTV, 택시 승하차, 카드 결제 시각, 주고받은 메시지와 통화 기록을 분 단위 시각으로 배열해 하나의 표로 만듭니다. 술자리부터 퇴실까지 의식과 판단이 끊긴 구간이 없다는 것을 연속성으로 보여 주는 방식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항거불능과 고의, 두 전선을 함께 세우기


영상을 확보해도 법적 틀에 얹지 못하면 자료는 힘을 갖지 못합니다. 특히 이 죄는 상태만 깨면 끝나는 구조가 아닙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챙깁니다.

1) 판례의 좁은 기준에 정확히 얹어 다툽니다.

수사 단계에서 흔한 오해가 "많이 취했으면 항거불능"이라는 도식입니다. 그러나 판례 기준은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정도이므로, 판단력이 다소 흐려진 상태나 나중에 기억이 남지 않은 사정만으로는 곧바로 충족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확보한 자료를 블랙아웃과 패싱아웃의 구별선에 맞추어 정리합니다. 스스로 걷고 대화하고 결제한 장면은 의식 상실이 아니라 기억형성 실패 쪽에 가깝다는 점을, 음주량·음주 속도·시간 간격과 함께 제시합니다.

2) 불능미수라는 두 번째 전선을 미리 막습니다.

상태를 성공적으로 다투어도 불능미수가 남습니다. 상대가 실제로는 항거불능이 아니었더라도, 피의자가 그렇게 여기고 그 상태를 이용할 의사였다면 처벌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2018도16002 전원합의체). 그래서 방어의 축을 하나 더 세웁니다. 모텔 이동을 누가 먼저 제안했는지, 이동 중과 입실 전후로 정상적인 대화가 오갔는지, 상대가 스스로 선택하고 응답한 장면이 있는지를 모아 "의식 없는 사람으로 인식할 여지 자체가 없었다"는 점을 함께 세우는 것입니다.

3) 진술 일관성과 사후 정황을 관리합니다.

준강간은 유죄가 확정되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라는 무거운 형에 더해 성폭력처벌법 제42조에 따른 신상정보 등록 같은 부수 처분까지 따르는 사건입니다. 그만큼 첫 조사에서의 한마디가 끝까지 따라옵니다. 그래서 조사 전에 시간 순서와 기억의 한계를 정리해 과장도 축소도 없는 진술을 준비하고, 고소에 이른 경위와 사후 연락 내용도 함께 살핍니다. 다만 무고(형법 제156조) 대응은 방어가 자리 잡은 뒤 신중히 판단할 문제이지, 초기에 앞세울 카드가 아닙니다.


결론


이런 사건에서 유리한 증거는 대개 이미 존재합니다. 문제는 그 증거가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모텔과 주변 상가의 영상은 몇 주 뒤면 자동으로 덮어써지고, 그 시점이 지나면 "제 발로 걸어 들어왔다"는 말은 다시 증명할 길 없는 주장으로 남습니다.

결과를 가르는 것은 영상의 유무가 아니라, 영상을 제때 붙잡아 항거불능이라는 법적 기준과 피의자의 인식이라는 두 축 위에 얹었는가입니다. 지금 이런 고소를 통보받은 상황이라면, 어떤 자료를 어디서부터 보전하고 조사에서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대응의 순서와 시점을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가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34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