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품인 줄 알고 판 명품 가방이 가품이라면 — 매입 경로가 관건
정품인 줄 알고 판 명품 가방이 가품이라면 — 매입 경로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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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공갈

정품인 줄 알고 판 명품 가방이 가품이라면 — 매입 경로가 관건 

김강희 변호사


정품인 줄 알고 판 명품 가방이 가품이라면 — 매입 경로가 관건


사건 개요


몇 해 전 중고 거래로 들인 명품 가방을, 이제는 잘 들지 않게 되어 다시 중고 플랫폼에 내놓습니다. 사진을 찍어 올리고, 며칠 뒤 구매자를 만나 물건과 돈을 주고받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구매자에게서 연락이 옵니다. 감정을 받아 봤더니 가품 판정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환불을 요구받고 실랑이가 오가다, 결국 사기로 고소가 접수되었다는 경찰의 출석 요구 연락을 받습니다.

이런 상담을 청해 오시는 분들의 첫마디는 대개 같습니다. "저도 정품인 줄 알고 산 겁니다. 저도 속은 사람인데 왜 제가 형사 조사를 받아야 합니까." 실제로 명품 중고 거래에서 가품이 드러나는 사건의 상당수는, 위조품을 알고 유통한 업자가 아니라 그 물건을 중간에서 한 번 사고 한 번 판 개인에게서 문제가 터집니다. 위조품은 여러 손을 거치며 흘러가는데, 감정서는 마지막 거래에서야 발급되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가품을 팔았다는 사실만으로 사기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사기죄는 고의범이므로, 판매자가 가품임을 알지 못했다면 처벌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몰랐다"는 진술을 그대로 믿어 주지 않고, 어디서 얼마에 사서 어떻게 팔았는지를 따져 그 말이 사실인지 되짚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의 승부는 심증이 아니라 매입 경로를 얼마나 자료로 복원해 내는가에서 갈립니다.


핵심 쟁점


첫째, 사기죄(형법 제347조)의 기망행위와 편취의 고의가 인정되는지입니다. 사기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되는데, 성립하려면 상대를 속이려는 인식이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고의는 "확실히 가품인 줄 알았다"에 한정되지 않고, 가품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도 그래도 상관없다고 받아들인 미필적 고의로도 충족된다는 점이 이 사건의 실제 위험 지점입니다.

둘째, 상표법 위반입니다. 상표법은 등록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를 붙인 상품을 양도·인도하거나 그 목적으로 소지·전시하는 행위까지 침해로 보고(상표법 제108조), 그 침해죄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하고 있습니다(같은 법 제230조). 이 죄 역시 고의범이어서 위조품인 줄 몰랐다면 성립하지 않지만, 상표권자의 고소가 없어도 수사가 진행되는 비친고죄라는 점에서 구매자와의 합의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셋째, 고의를 추단하는 간접사실입니다. 법원과 수사기관은 판매자의 내심을 직접 볼 수 없으므로 매입 경로의 정상성, 매입가와 정품 시세의 차이, 판매 당시의 표시·설명, 거래의 반복성과 수량, 문제 제기 이후의 태도 같은 외부 정황을 모아 고의를 판단합니다. 넷째, 형사 무혐의와 민사 책임은 별개라는 점입니다. 고의가 없어 처벌을 면하더라도 받은 대금을 돌려줄 의무까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매입 경로를 시간순 자료로 복원해 '몰랐다'를 객관화하기


"저도 속았습니다"라는 말은 그 자체로는 증거가 되지 못합니다. 수사기관이 확인하는 것은 진술의 절실함이 아니라 물건이 내 손에 들어온 경위가 정상적인 거래로 설명되는가입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취득 경위를 복원합니다.

1) 취득 단계의 원본 자료부터 끌어모읍니다.

매입 당시의 중고 플랫폼 거래 내역과 판매자와 주고받은 대화, 계좌 이체 내역과 카드 전표, 매장 영수증이나 보증서·더스트백·정품 부속물의 사진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특히 계좌 이체 내역은 매입 시점과 매입가를 동시에 특정해 주기 때문에 가장 다투기 어려운 자료입니다. 중고 플랫폼의 채팅 기록은 탈퇴·기간 경과로 사라지므로, 문제가 제기된 즉시 화면 전체를 날짜가 보이도록 갈무리해 두어야 합니다. 매입처가 개인이었다면 그 사람의 연락처와 거래 당시 아이디까지 함께 남깁니다.

2) 매입가를 정품 시세와 대조해 '싸게 산 사람'이 아님을 보입니다.

고의를 의심하게 만드는 가장 흔한 정황이 시세보다 현저히 싼 매입가입니다. 정품이 수백만 원에 거래되는 모델을 수십만 원에 들였다면, 위조품일 가능성을 인식했으리라는 추론이 붙습니다. 반대로 같은 모델의 중고 시세에 준하는 값을 치렀다면, 그 자체가 정품으로 믿었다는 강력한 방증이 됩니다. 그래서 매입 시점을 기준으로 한 공식 매장가와 중고 플랫폼의 실제 거래가 자료를 함께 정리해, 내가 치른 값이 시장에서 정품에 붙는 값이었음을 수치로 제시합니다.

3) 판매 단계에서 무엇을 말했는지를 그대로 보존합니다.

기망행위는 판매 시점의 표시와 설명으로 판단됩니다. 판매글에 "정품 100% 보장", "감정 완료"라고 단정했는지, 아니면 "정품으로 알고 구입했으며 감정서는 없다"고 고지했는지에 따라 평가가 크게 달라집니다. 구매자가 정품 여부를 물었을 때 어떻게 답했는지도 마찬가지입니다. 판매글 원문과 구매자와의 대화 전부를 편집 없이 확보해 두면, 나중에 구매자가 "정품이라고 장담했다"고 주장하더라도 실제 문언으로 반박할 수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감정 결과를 검증하고 민사 정산으로 위험을 좁히기


매입 경로가 정리되었다면, 다음은 상대가 내민 감정 결과와 그 뒤에 남는 민사 문제를 다루는 단계입니다. 이 두 가지를 방치하면 고의가 없는 사건인데도 조사가 길어지고 분쟁이 반복됩니다.

1) 감정의 주체와 대상 동일성을 확인합니다.

가품 판정이라고 해서 다 같은 무게를 갖지는 않습니다. 상표권자인 브랜드 본사나 그 위임을 받은 곳의 회신인지, 사설 감정업체의 소견인지, 판정의 근거로 어떤 부분을 지적했는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감정 대상이 내가 넘긴 바로 그 물건인지입니다. 인도 당시 촬영한 사진, 시리얼 번호, 사용 흔적, 포장 상태를 감정서에 기재된 물건과 대조합니다. 인도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면 동일성 자체가 다툼의 대상이 되며, 이는 고의 이전에 기망의 대상이 된 물건이 특정되는지의 문제입니다.

2) 수사 초기 진술을 단계별 인식 상태로 설계합니다.

피의자 조사에서 "몰랐습니다"만 반복하는 것은 가장 불리한 방식입니다. 취득 → 보관·사용 → 판매의 각 시점에 무엇을 보고 무엇을 믿었는지를, 앞서 모은 자료와 하나씩 연결해 진술해야 합니다. 이때 상표법 위반은 비친고죄이므로 구매자와 합의했다는 사정만으로 사건이 종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결국 고의의 부존재를 자료로 보이는 것이 본체이고, 진술은 그 자료를 설명하는 역할에 그쳐야 일관성이 유지됩니다.

3) 대금 반환은 민사 틀에서 신속히 정리합니다.

형사에서 고의가 부정되어도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은 남습니다. 위조품을 진품으로 매도한 것은 목적물의 하자에 해당하여 구매자는 계약을 해제하고 대금 반환을 구할 수 있고(민법 제580조), 이 권리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6개월 내에 행사해야 합니다(같은 법 제582조). 진품임을 전제로 계약이 이루어진 이상 중요 부분의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민법 제109조)도 문제 됩니다. 어차피 돌려주어야 할 돈이라면 형사 절차가 진행되기 전에 반환을 매듭짓는 편이 유리하며, 그 위에서 나에게 위조품을 판 사람에 대한 책임 추궁을 별도로 진행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결론


가품 판매 사건에서 판매자를 지켜 주는 것은 억울함의 크기가 아니라 거래의 흔적입니다. 그런데 그 흔적은 시간이 지날수록 빠르게 사라집니다. 중고 플랫폼의 대화는 보존 기간이 지나면 열리지 않고, 매입처였던 상대는 연락이 끊기며, 물건의 원래 상태를 담은 사진은 어느 순간 지워집니다.

그러므로 자료를 모으기 시작해야 하는 시점은 고소장이 접수된 뒤가 아니라, 구매자가 가품을 의심한다고 말한 바로 그 순간입니다. 매입 경로와 매입가, 판매 당시의 표시가 자료로 남아 있다면 고의가 없다는 사실은 충분히 설명될 수 있습니다. 지금 가품 판정을 통보받았거나 경찰의 연락을 받은 상황이라면, 무엇을 먼저 확보하고 어떤 순서로 대응할지 한 번 점검을 받아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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