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든 대형 플랫폼이든,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쌓은 데이터와 콘텐츠를 경쟁사가 크롤링으로 통째로 가져가 자신의 서비스에 그대로 옮겨 쓰는 사례는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닙니다.
"우리 앱을 크롤링당한 것 같다"는 상담을 받으면 가장 먼저 드리는 말씀은, 크롤링이라는 기술 자체는 위법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문제는 크롤링의 방식과 그로 인한 결과입니다.
지난 10여 년간 축적된 대표적인 판례들을 종합해, 앱 크롤링 피해자가 취할 수 있는 현실적인 법적 대응 전략을 짚어봅니다.
1. 크롤링 자체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 (형사 대응의 한계)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점은, 형사처벌의 문턱이 생각보다 높다는 것입니다.
야놀자와 여기어때 간의 API 서버 크롤링 분쟁에서 대법원은 정보통신망법 위반,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저작권법 위반 세 가지 혐의 모두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정보통신망법 위반 (접근권한 침해): 서비스 제공자가 로그인, 비밀번호 등 접근권한을 객관적으로 제한하고 있었어야 합니다. 접속 제한이 없고 URL을 숨기지 않았다면, 이용자가 검색 범위를 넓힌 것만으로는 접근권한을 넘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저작권법 위반 (DB 제작자 권리 침해): 개별 소재나 상당하지 않은 부분을 반복 복제했더라도, 그것이 결국 데이터베이스의 '상당한 부분'을 복제한 것과 같은 결과에 이르러야 처벌 대상이 됩니다.
업무방해죄: 정보처리에 현실적인 장애가 발생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 실무적 시사점 : 로그인 없이 접근 가능한 공개 페이지나 API를 크롤링한 것만으로는 형사고소가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형사 절차보다는 민사적 대응이 훨씬 현실적인 선택지입니다.
2. 민사 대응의 두 갈래: 부정경쟁방지법과 저작권법
민사 소송에서는 크게 두 가지 강력한 법리가 활용됩니다.
①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카목 (성과물 무단사용행위)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무단 사용하여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입니다.
판례의 태도: 잡코리아 대 사람인 사건(1심)과 야놀자 대 여기어때 사건에서 모두 이 조항이 적용되어 거액의 손해배상이 인용되었습니다.
핵심 포인트: 정체(User-Agent)를 숨기고, IP를 분산(VPN)시키며,
robots.txt를 무시하고 대량 복제한 행위는 "정상적인 크롤링 관행을 위반한 것"으로 평가되어 부정경쟁행위로 인정됩니다.
주의할 점: 금지청구를 할 때는 "정보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복제 금지"처럼 포괄적으로 청구하면 각하될 수 있습니다. "크롤링 프로그램을 이용한 자동화된 대량 수집·복제"처럼 침해 태양을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합니다.
② 저작권법상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권리 (제93조)
앱의 데이터가 창작성 있는 저작물로 인정받기는 어렵지만, 제작이나 갱신에 인적·물적으로 '상당한 투자'를 한 데이터베이스라면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받습니다.
판례의 태도: 잡코리아 대 사람인 사건(2심)은 웹사이트를 데이터베이스로 인정하고, 크롤링을 통한 반복적·체계적 복제를 권리 침해로 판단하여 손해배상 2억 5천만 원을 산정했습니다.
소송 전략: 사안의 성격에 따라 두 법리의 승소 가능성이 달라지므로, 소 제기 단계에서 부정경쟁방지법 위반과 데이터베이스제작자 권리 침해를 함께 청구원인으로 구성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3. 손해액 산정: 가장 치열한 공방 지점
크롤링 소송에서 가장 다투어지는 부분은 침해 사실 그 자체보다 손해액 산정입니다.
원고가 청구한 금액(영업이익 비율 곱하기 등)은 기여도를 입증할 증거 부족으로 배척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원은 제3업체가 데이터베이스 이용대가로 지급했을 금액이나 관련 통계자료를 종합해 법원의 재량으로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승패를 가르는 팁: 소송 제기 전 매출 감소, 마케팅 비용 증가, 데이터 이용대가 상당액 등 구체적인 손해 산정 자료를 최대한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4. 실무 체크리스트: 예방과 대응
크롤링 피해를 예방하고 법적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다음 사항들을 점검해 보세요.
사전 기술적·약관적 조치
로그인·비밀번호 등 기술적 접근 제한 설정
IP 차단 시스템 및 CAPTCHA 도입
robots.txt명시 및 크롤링을 명확히 금지하는 이용약관 마련
증거 확보
서버 접속 로그 확보
User-Agent 조작, IP 분산(VPN), robots.txt 무시 여부 확인
복제된 콘텐츠와 원본의 대조표(오탈자 일치 여부 등) 작성
소송 제기 전략
부정경쟁방지법 카목 + 저작권법 제93조(DB 권리) 동시 청구
침해 태양을 구체적으로 특정한 명확한 금지청구 구성
손해액 입증 자료의 다각적 준비 (형사고소는 명백한 접근제한이 있던 경우가 아니라면 신중하게 접근)
이 글은 김우중 변호사의 데이터·플랫폼 분쟁 자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크롤링 피해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이 필요하시다면 법무법인 선으로 문의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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