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된 피의자가 변호인을 만나겠다고 해도 접견 자체가 미뤄지거나, 접견실에 교도관이 함께 앉아 대화를 듣는 경우가 실무에서 종종 벌어집니다. 변호인 접견은 형사절차에서 가장 두텁게 보호되는 권리 중 하나로 알려져 있지만, 정작 구속 현장에서는 '수사 편의'나 '계호상 필요'를 이유로 제한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적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런 제한이 실제로 적법한 것인지, 아니면 다퉈서 바로잡을 수 있는 위법한 처분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변호인 접견교통권이 법과 판례상 어디까지 보장되는지, 실무에서 어떤 형태로 제한이 발생하는지, 그리고 접견이 거부되거나 지연됐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변호인 접견교통권이란 —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보장하는 권리
헌법 제12조 제4항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권리가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첫 단계가 바로 '접견', 즉 변호인이 신체구속된 사람을 직접 만나 사건 경위를 듣고 방어 방법을 상의하는 절차입니다. 아무리 조력을 받을 권리가 헌법상 보장돼 있어도 변호인을 만날 수조차 없다면 그 권리는 서류상의 선언에 그치게 됩니다. 그래서 형사소송법은 이 접견을 별도의 조문으로 명시해 구체적인 권리로 만들어 두고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4조는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는 신체구속을 당한 피고인 또는 피의자와 접견하고 서류나 물건을 수수하며 의사로 하여금 진료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변호인이 되려는 자'까지 포함한다는 점입니다. 아직 정식으로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았더라도 사건을 맡기 위해 접촉하는 단계의 변호사에게도 이 접견교통권이 인정된다는 뜻입니다. 피의자 단계든 기소 후 피고인 단계든 이 권리의 내용은 달라지지 않으며, 구속영장에 의한 구속뿐 아니라 체포 상태에서도 마찬가지로 인정됩니다.
변호인 접견교통권은 신체구속된 사람이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며, 정식 선임 전 '변호인이 되려는 자'에게도 인정되는 권리다.
'제한할 수 없다'는 판례의 확립된 입장
변호인 접견교통권이 다른 기본권과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은 판례가 이를 사실상 제한 불가에 가까운 권리로 다뤄왔다는 데 있습니다. 대법원은 1990. 2. 13.자 89모37 결정에서, 형사소송법 제34조가 규정한 접견교통권은 신체구속을 당한 피고인이나 피의자의 인권보장과 방어준비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권리이므로 법령에 의한 제한이 없는 한 수사기관의 처분은 물론 법원의 결정으로도 이를 제한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수사 편의나 계호상 필요 같은 사실상의 이유만으로는 접견 자체를 막을 근거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헌법재판소도 같은 취지를 더 분명히 했습니다. 1995. 7. 21. 선고 92헌마144 결정은 '변호인과의 자유로운 접견은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에게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어서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 등 어떠한 명분으로도 제한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했습니다. 이 결정을 계기로 당시 행형법이 개정돼 미결수용자와 변호인의 접견에는 교도관이 참여할 수 없도록 법령 자체가 바뀌었습니다. 판례 하나가 접견 실무의 법적 틀 자체를 바꾼 사례입니다.
89모37 결정에는 실무적으로 중요한 판시가 하나 더 있습니다. 접견 신청을 한 뒤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록 접견이 허용되지 않는 경우, 이는 명시적인 접견불허 처분이 없더라도 접견불허처분이 있었던 것과 동일하게 취급된다는 것입니다. 즉 '거부한다'는 말을 하지 않고 그저 계속 미루기만 해도, 그 지연 자체가 위법한 제한으로 다툴 수 있는 대상이 된다는 뜻입니다. 이는 뒤에서 다룰 준항고 절차에서 핵심적인 전제가 됩니다.
형사소송법 제91조 — 다른 접견은 막아도 변호인은 예외
구속된 사람이 도망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면, 법이 접견 자체를 아예 막을 수 없게 해둔 것은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91조는 법원이 도망하거나 죄증을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직권 또는 검사의 청구로 결정에 의해 구속된 피고인과 '제34조에 규정한 외의 타인'과의 접견을 금지하거나 수수할 서류·물건을 검열·금지·압수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가족이나 지인 등 일반 면회를 차단할 수 있는 근거 조문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조문이 스스로 예외를 밝혀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91조가 접견을 금지할 수 있다고 정한 대상은 '제34조에 규정한 외의 타인', 즉 변호인이 아닌 사람에 한정됩니다. 다시 말해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아무리 크다고 판단되더라도, 이 조문을 근거로 변호인과의 접견까지 금지할 수는 없습니다. 수사기관이나 구금시설이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서'라는 이유로 변호인 접견을 미루거나 조건을 붙인다면, 그 자체로 법이 정한 예외의 범위를 벗어난 처분이 됩니다.
이 구조를 이해하면 접견 제한을 둘러싼 다툼의 절반은 정리됩니다. 가족·지인과의 일반 면회는 법원의 결정으로 정당하게 금지될 수 있지만, 변호인과의 접견은 애초에 그 금지의 대상이 아닙니다. 따라서 수사기관이 접견을 지연시키거나 조건을 붙이면서 '도망·증거인멸 우려'를 근거로 든다면, 그 근거 자체가 변호인 접견에는 적용될 수 없는 조문이라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 대응의 출발점이 됩니다.
실무에서 벌어지는 제한 유형과 그 적법성
변호인 접견이 명시적으로 '불허'된다고 선언되는 경우는 오히려 드뭅니다. 실무에서 문제 되는 것은 대부분 접견의 형식이나 절차를 이유로 한 사실상의 제약입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형집행법) 제84조는 미결수용자와 변호인 간의 접견에는 교도관이 참여하지 못하고 대화 내용을 청취하거나 녹취할 수 없다고 정하면서도, 보이는 거리에서 미결수용자를 관찰하는 것까지 금지하지는 않습니다. 같은 조문은 이 접견에 시간과 횟수를 제한하지 않는다고도 명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규정이 접견에 관한 모든 시간적 제약을 없앤다는 뜻은 아닙니다.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의 취지가 자유롭고 충분한 변호인 조력을 보장하기 위해 접견 시간을 양적으로 축소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일 뿐, 접견이 이뤄지는 일반적인 시간대(예컨대 근무시간 내)를 정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즉 절차적으로 접견 가능 시간대를 합리적으로 정하는 것은 허용되지만, 그 시간대를 핑계로 접견 자체를 무산시키거나 실질적인 대화 시간을 과도하게 단축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교도관이 접견실에 배석해 대화를 듣거나 내용을 기록하는 경우 — 형집행법 제84조 위반 소지.
접견신청 후 정당한 사유 없이 하루 이상 지연시키는 경우 — 89모37에 따라 접견불허처분과 동일하게 취급될 수 있음.
근무시간 내로 접견 시간대를 지정하는 경우 — 절차적 규율로서 적법 소지가 큼.
계호상 필요를 이유로 접견 시간을 일방적으로 조기 종료시키는 경우 — 실질적 접견권 침해로 다툴 여지.
접견 가능 시간대를 정하는 절차적 규율은 허용되지만, 그것을 이유로 접견 자체를 지연·축소·무산시키는 것은 별개의 문제로 위법한 제한에 해당할 수 있다.
접견이 거부·지연됐을 때 — 준항고로 다투는 법
변호인 접견이 부당하게 거부되거나 지연됐을 때 가장 먼저 검토해야 할 절차는 준항고입니다. 형사소송법 제417조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구금에 관한 처분이나 변호인의 참여 등에 관한 처분에 불복이 있으면 그 소속 검찰청 또는 사법경찰관 소재지를 관할하는 법원에 처분의 취소 또는 변경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89모37 결정은 접견을 거부한 수사기관의 행위가 바로 이 준항고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확인했습니다.
특히 이 결정은 준항고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의 범위를 넓게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피의자 본인이나 정식 선임된 변호인뿐 아니라 아직 선임계를 내지 않은 '변호인이 되려는 자'도 자신의 접견이 거부됐다면 준항고를 제기해 다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무적으로는 접견신청서 사본, 접수 일시, 거부하거나 지연시킨 담당자와 그 사유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기록해 두는 것이 준항고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준항고가 인용되면 법원은 해당 처분을 취소하고, 수사기관은 그 결정 취지에 따라 접견을 다시 허용해야 합니다. 사안이 매우 급박해 법원의 결정을 기다릴 여유조차 없다고 판단되면, 준항고 제기와 별도로 구금장소의 책임자나 관할 검찰청에 서면으로 즉시 이의를 제기해 기록을 남겨두는 것도 병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기록은 이후 준항고 심리에서도, 뒤에서 볼 증거능력 다툼에서도 그대로 소명자료가 됩니다.
위법한 접견 제한이 수사 결과에 미치는 영향
접견이 제한된 상태에서 이뤄진 피의자신문이나 그로 인해 얻어진 진술은 그 자체로 증거능력을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고, 변호인 조력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된 상태에서 이뤄진 진술은 이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가능합니다. 다만 이는 접견 제한의 정도와 진술 획득 경위 사이의 인과관계를 구체적으로 소명해야 인정받을 수 있는 주장이라는 점은 유의해야 합니다.
접견 거부나 지연이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인정되면 국가배상청구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실무상으로는 정신적 손해를 중심으로 배상이 인정되는 경우가 많고, 배상 범위는 접견 제한의 기간과 경위, 그로 인해 방어권 행사에 실제로 어떤 지장이 있었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접견이 제한된 사실 자체를 그 시점에 최대한 구체적으로 기록해 두는 것이, 이후 형사절차 내 다툼이든 별도의 국가배상청구든 공통으로 필요한 준비 작업이 됩니다.
접견 신청부터 분쟁 대응까지 — 실무 체크리스트
접견을 둘러싼 다툼은 대부분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나중에 입증하는 싸움으로 흘러갑니다. 그래서 접견을 신청하는 시점부터 분쟁이 생겼을 때 대응하는 순간까지, 기록을 남기는 습관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접견신청서는 서면으로 제출하고 접수증이나 접수 일시를 확보해 둘 것.
접견이 지연되거나 거부되면 일시·담당자·제시된 사유를 그 자리에서 메모해 둘 것.
준항고 요건(형사소송법 제417조)과 관할 법원을 미리 확인해 신속히 절차를 밟을 것.
접견 중 교도관이 참여하거나 대화를 청취했다면 즉시 이의를 제기하고 그 경위를 기록할 것.
접견 제한 상태에서 이뤄진 진술이 있다면, 조서 열람·등사 시 그 경위가 구체적으로 남아 있는지 확인할 것.
자주 묻는 질문
Q. 변호인 접견은 어떤 경우에도 제한될 수 없나요?
A. 접견 자체를 금지하거나 실질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판례상 허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접견이 이뤄지는 일반적인 시간대를 정하는 등 절차적 규율은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런 절차적 규율을 핑계로 접견 자체를 지연시키거나 무산시키면 위법한 제한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Q. 변호인 접견 시 교도관이 옆에서 대화를 들을 수 있나요?
A. 형집행법에 따라 변호인과의 접견에는 교도관이 참여하거나 대화 내용을 청취·녹취할 수 없습니다. 다만 보이는 거리에서 관찰하는 것까지 금지되지는 않습니다. 대화 내용을 실제로 듣거나 기록한다면 위법한 접견 제한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Q. 아직 선임계를 내지 않은 변호사도 접견을 신청할 수 있나요?
A. 판례는 정식 선임 전 '변호인이 되려는 자'도 접견교통권의 주체로 인정합니다. 이런 변호사의 접견이 거부되면 준항고를 제기해 다툴 수 있다고 봅니다. 선임계 제출 여부만을 이유로 접견 신청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습니다.
Q. 접견이 거부되면 바로 무엇을 해야 하나요?
A. 접견신청서와 접수증, 거부 일시와 담당자, 제시된 사유를 서면으로 최대한 구체적으로 기록해 두어야 합니다. 이를 근거로 관할 법원에 준항고를 제기하는 것이 원칙적인 대응 절차입니다. 상황이 급박하다면 준항고와 별도로 구금장소 책임자에게 서면으로 이의를 제기해 두는 것도 병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Q. 접견 제한 중에 얻어진 피의자 진술은 그대로 증거가 되나요?
A. 접견교통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된 상태에서 이뤄진 진술은 위법수집증거로 다퉈 증거능력 배제를 주장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이는 접견 제한의 정도와 진술 획득 경위 사이의 인과관계를 구체적으로 소명해야 인정받을 수 있는 주장입니다. 관련 기록을 미리 확보해두는 쪽이 유리합니다.
Q. 접견 거부로 피해를 입었다면 손해배상도 받을 수 있나요?
A. 접견 거부나 지연이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인정되면 국가배상청구가 가능합니다. 다만 배상 범위는 접견 제한의 기간과 경위, 방어권 행사에 실제로 미친 지장 정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거부 경위와 그로 인한 불이익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배상청구에 유리합니다.
맺음말
변호인 접견교통권은 형사절차에서 가장 두텁게 보호되는 권리 중 하나로 다뤄져 왔습니다.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아무리 크더라도 그 우려만으로 변호인과의 접견 자체를 막을 법적 근거는 없고, 판례 역시 이 권리를 어떠한 명분으로도 제한될 수 없는 성질의 것으로 봐왔습니다. 문제는 실무에서 '불허'라는 말 대신 교도관 배석, 접견 지연, 시간 단축 같은 형태로 사실상의 제한이 나타난다는 데 있습니다. 이런 제한이 절차적으로 허용되는 규율인지, 아니면 위법하게 다퉈야 할 처분인지는 그 경위를 구체적으로 살펴야 가려집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접견이 제한됐다고 느껴지는 순간, 그 사실을 그대로 넘기지 않고 일시와 경위를 기록해 준항고 등 정식 절차로 다투는 태도입니다. 수원구치소를 비롯해 구속 사건이 몰리는 구금시설에서는 접견 신청과 실제 접견 사이에 이런저런 사정으로 시간차가 생기는 일이 드물지 않은 만큼, 그 시간차가 정당한 절차인지 부당한 지연인지부터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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