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상표의 흥망성쇠 이야기(2) 불닭-때늦은 화해의 안타까움
유명 상표의 흥망성쇠 이야기(2) 불닭-때늦은 화해의 안타까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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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상표의 흥망성쇠 이야기(2) 불닭-때늦은 화해의 안타까움 

정진섭 변호사

승소 및 화해

특****

지난달 칼럼에 소개했듯이, 2008년 6월 특허법원은 (주)홍초원이 '불닭'이라는 명칭을 쓸 수 없게 한 특허심판원의 심결은 부당하다며 제기한, 권리 범위 확인 소송(2007허8047)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1 특허법원의 역사에 남을만한 명판결

앞서 '홍초불닭'이라는 유사상표를 사용했던 후발 업체인 (주)홍초원은 상표 무효 소송에서 완패한 상태였다. 심지어 상표권침해로도 형사 기소되기도 했다. 그러자 상대방인 (주)부원식품은 (주)홍초원에 매월 총매출액의 3~5% 실시료 지급을 요구했다. 이에 (주)홍초원은 최후 수단으로 특허심판원에 권리 범위 확인심판을 냈지만, 그마저도 패소하였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특허법원 재판부가 이처럼 줄줄이 패소한 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기가 쉽지 않은데도, 다시 신중하게 심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재판부가 깊은 관심을 두고 심리에 임한 것이 결정적 승소 원인이기도 하고, 그렇다고 재판부가 후발 업체의 입장만 배려한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적법한 상표권자인 (주)부원식품의 입장도 충분히 배려하여 중립적인 설문조사 대안을 마련한 끝에 내려진 판단이었다.


당시 특허법원 판결문을 본 어느 지재권 전문변호사가 "이 판결은 특허법원의 역사에 남을만한 명판결"이라고 논평했다. 아쉽게도 대법원 상고 직후 취하되어 대법원 판례로 남지는 못하게 되었지만, 필자는 아직도 그 논평에 공감하고 싶다. 설문조사를 통해서 등록상표의 식별력을 분석·판단하는 소송기법이, 요즘 자주 사용되는 것은 이 판결의 영향이 크다. 이처럼 그 사건이 명판결로 남게 된 바탕은 당시 재판부의 공평무사한 심리 진행 덕택이고, 아직도 거기에 감사한 마음이다.


#2 '사후적 식별력 상실'이라는 설문조사 결과

그 판결문에서 주목할 점은, 적법한 절차로 등록받은 상표일지라도 사후적으로 식별력을 상실하면 권리 보호될 수 없고, 보통명칭이 되었는지 여부는 특허청이 유사상표의 출원을 거절하고 있는지 여부가 아니라 일반 소비자의 인식 여부 등 거래실정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는 판시 부분이다.


'불닭'의 경우, 2008년도 3월 당시 기준으로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원주 거주의 20대 이상의 성인남녀 600명에 대한 불닭 용어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조사한 결과 60.3%의 소비자가 '불닭'을 특정인의 상표 또는 서비스표가 아닌, 상품 또는 서비스의 명칭을 뜻하는 보통명칭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이는 보통명칭으로 판례상 인정되고 있는 지프(50%)나 마아가린(62.2%)과 동등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불닭'은 국립국어원의 신조어 사전에 '명사'로 등록되어 있고, 업종분류에서도 '찜닭' 등과 함께 독립적인 닭고기 요리로 분류되고 있다. 더욱이 그 상표권자인 피고도 '불닭'을 보통명칭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거래상황 하에서 일률적으로 '불닭'의 사용을 금지하는 경우에 기존 불닭 요리나 안주를 판매하는 업체들은 대체할 명칭을 발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요지였다.


#3 해피엔딩, 그러나 때늦은 화해의 아쉬움

특허법원의 판결 선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양 당사자 간에 최종 합의가 이루어졌다. 화해 종결은 송무 변호사가 가장 바라는 꿈이다. 대법원 사건검색 화면에서 상고취하서가 접수된 것을 확인한 순간 정말 반가웠다.


그 합의의 기본정신은, 여러 해 동안 불닭 요리의 발전을 위해서 각자 노력해 왔음을 상호 이해하고, '홍초불닭'에 대한 로열티 요구를 자진 철회하고, 앞으로 상호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건전한 불닭 요리문화 발전과 시민 건강을 지키는 데 솔선수범하고 상호 노력하기로 약속한다는 요지였다. 그로써 불닭 명칭과 관련된 법률분쟁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게 되었고 최초의 상호 공존하던 상황으로 복귀한 것이다.


하지만 때늦은 합의였다. 치열한 법정 다툼이 진행되는 4년 동안 두 회사의 재무 상태는 최악에 빠졌다. 동시에 불닭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과 인기도 점차 시들해졌고, 결국 두 회사 모두 망하고 말았다. 기나긴 분쟁의 마지막 구원투수로 나선 필자로서는 멋진 역전 승소 사례이자 드문 화해 종결 사례이기는 했지만, 결국 이기고도 진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무척 안타까운 추억이기도 하다.


#4 불닭볶음면의 출현⋯K-Food 대표 식품으로 부활하다

이처럼 아쉬움과 함께 잊혀진 '불닭'의 추억이 놀라움으로 다시 다가왔다. 2012년도 삼양식품에서 특허청에 상표등록도 없이 '불닭볶음면'을 출시하였고, 몇 해 지나지 않아 K-Food를 대표하는 스낵 라면으로 전 세계에 전파되어 효자 상품이 되었다.


https://news.lawtalk.co.kr/columns/2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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