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처가 소개해 준 업체와 세금계산서만 주고받았을 뿐인데, 나중에 돌아온 것은 단순한 조세범처벌법 위반이 아니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위반 혐의인 경우가 있습니다. 특가법은 실물거래 없이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거나 발급받은 금액이 일정 규모를 넘으면,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끝나는 사안이 아니라 징역형 하한이 정해진 중범죄로 취급합니다. 문제는 이 기준이 세금계산서 한 장의 금액이 아니라 관련된 여러 거래의 공급가액을 전부 합산한 금액으로 판단된다는 점이어서, 개별 거래는 소액이라 안심했던 사업자도 합산액이 기준선을 넘으면 가중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특가법 가중처벌이 어떤 조건에서 적용되는지, 공급가액 합계액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계산되는지, 형사 절차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조세범처벌법과 특가법의 관계 — 가중처벌은 어떻게 얹히나
조세범처벌법 제10조 제3항은 재화나 용역을 공급하지 않았거나 공급받지 않았는데도 부가가치세법에 따른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거나 발급받는 행위, 이른바 무자료·가공 세금계산서 수수를 처벌합니다. 같은 조 제4항 전단은 실제 거래는 있었지만 공급가액을 사실과 다르게 부풀리거나 축소해 세금계산서를 발급·수취하는 행위를 다룹니다. 두 경우 모두 그 자체로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세금계산서에 기재된 공급가액에 부가가치세 세율을 적용해 계산한 세액의 3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어, 벌금형만으로 사건이 종결될 여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8조의2는 여기에 '영리를 목적으로' 위 죄를 범했다는 요건과 '공급가액등의 합계액'이라는 규모 요건이 더해지면, 같은 행위를 별도의 상향된 법정형으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즉 특가법은 조세범처벌법과 별개의 새로운 범죄를 만든 것이 아니라, 조세범처벌법 위반 행위에 영리 목적과 일정 규모라는 가중요건이 얹힐 때 적용되는 가중처벌 조항입니다. 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처음에는 세무조사나 벌금형 정도로 예상했던 사안이 수사가 진행되며 특가법 사건으로 전환되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특가법 제8조의2는 별개의 범죄가 아니라, 조세범처벌법 위반 행위에 영리 목적과 공급가액 합계액이라는 가중요건이 더해질 때 적용되는 가중처벌 조항이다.
가중처벌 구간 — 30억원과 50억원이 가르는 형량
특가법 제8조의2 제1항은 공급가액등의 합계액을 기준으로 두 단계의 하한형을 두고 있습니다. 제1호는 합계액이 50억원 이상인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제2호는 합계액이 30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인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정합니다. 여기에 더해 같은 조 제2항은 공급가액등의 합계액에 부가가치세 세율을 적용해 계산한 세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을 필요적으로 병과하도록 정하고 있어, 징역형과 별도로 상당한 액수의 벌금까지 함께 부과됩니다.
여기서 핵심은 '유기징역'이라는 표현이 상한이 아니라 하한을 가리킨다는 점입니다. 법정형의 하한이 1년 또는 3년으로 정해져 있다는 것은, 작량감경 등 형법상 감경 사유가 적용되더라도 그 하한 이하로 형이 내려가기가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30억원 문턱을 넘기 전이라면 조세범처벌법만 적용되어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사건이 마무리될 여지가 충분하지만, 문턱을 넘는 순간 실형 가능성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하는 국면으로 바뀝니다.
실무적으로도 이 차이는 큽니다. 조세범처벌법만 적용되는 사안은 벌금 액수와 세금 완납 여부를 두고 다투는 경우가 많은 반면, 특가법이 적용되는 사안은 애초에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부터가 쟁점이 됩니다. 하한이 1년인 구간과 3년인 구간 사이에서도, 자백·반성·피해 회복 정도에 따라 실제 선고형이 하한에 가깝게 유지되는지 여부가 크게 갈리기 때문에, 구간이 정해졌다고 해서 형량이 자동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30억원 미만 — 조세범처벌법 제10조만 적용, 3년 이하 징역 또는 공급가액×세율×3배 이하 벌금.
30억원 이상 50억원 미만 — 특가법 제8조의2 제1항 제2호, 1년 이상 유기징역 + 벌금 병과(2~5배).
50억원 이상 — 특가법 제8조의2 제1항 제1호, 3년 이상 유기징역 + 벌금 병과(2~5배).
'공급가액등의 합계액'은 어떻게 계산되나 — 나눠서 거래해도 합산되는 이유
대법원 2020. 10. 15. 선고 2020도118 판결은 특가법 제8조의2 제1항이 정한 공급가액등의 합계액을, 조세범처벌법 제10조 제3항의 죄가 성립하는 개개의 세금계산서뿐 아니라 매출처별·매입처별 세금계산서합계표에 기재된 공급가액까지 모두 합산한 금액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하나의 거래처와 큰 금액을 한 번에 주고받지 않고 여러 업체에 나누어 소액씩 거래를 반복했더라도, 수사·재판 단계에서는 그 전부를 더한 금액이 기준이 됩니다.
실무에서 자주 다투어지는 지점은 한 사람이 발급자와 수취자의 지위를 동시에 가지는 경우입니다. 가령 어떤 사업자가 실제 거래 없이 세금계산서를 발급하는 한편, 다른 사업체 명의로는 같은 세금계산서를 수취한 것으로 처리했다면, 발급자로서의 공급가액과 수취자로서의 공급가액을 각각 합산해 전체 합계액을 산정하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다만 가공의 세금계산서를 취소하는 취지로 발급·수취한 음수(-)의 수정세금계산서는 그 공급가액을 다시 합산 대상에 넣지 않는 것으로 처리됩니다.
법문상 합계액 산정에 별도의 기간 제한(예컨대 1년 이내 거래만 합산한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따라서 여러 차례에 걸친 세금계산서 수수 행위가 포괄일죄로 평가되는 경우, 그 기간 동안의 수수액이 모두 하나의 합계액으로 묶일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영리 목적' — 특가법 적용 여부를 가르는 또 하나의 요건
공급가액이 아무리 크더라도 영리 목적이 인정되지 않으면 특가법 제8조의2가 아니라 조세범처벌법만 적용됩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이 영리 목적을 '널리 경제적인 이익을 취득하기 위한 것'으로 넓게 해석하면서도, 직접적인 금전적 이익뿐 아니라 탈세 목적이나 간접적인 경제적 이익도 포함된다고 보아 실무에서는 이 요건이 쉽게 부정되지는 않는 편입니다. 다만 이는 막연히 추정할 수 있는 요건이 아니라 별도로 증명이 필요한 구성요건 요소입니다.
실제로 세무공무원에게 허위 세금계산서 등을 제출한 사실 하나만으로는 영리 목적이 있었다고 곧바로 추정할 수 없고, 실질적인 행위 태양을 살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하급심 판단이 나온 바 있습니다. 수사기관이 합계액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영리 목적을 당연시하는 경우, 실제 거래 경위와 자금 흐름, 세금계산서를 주고받게 된 구체적인 사정을 자료로 제시해 이 요건을 다투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어떤 상황에서 문턱을 넘게 되는가
가령 건설 자재를 유통하는 사업자가 세금 부담을 줄이려고 실제 거래가 없는 업체로부터 매입 세금계산서를 받아 부가가치세를 환급받는 상황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한 업체로부터 받은 세금계산서 공급가액이 8억원, 다른 세 업체로부터 나누어 받은 금액이 각각 7억원, 9억원, 8억원이라면, 개별 거래는 모두 10억원 미만이라 상대적으로 가벼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모두 합산하면 32억원으로, 30억원 문턱을 넘어 특가법 제8조의2 제1항 제2호가 적용되는 구간에 들어섭니다.
여기에 발급자 지위에서 다른 사업체에 발급해 준 허위 세금계산서 공급가액까지 더해진다면 합계액은 더 늘어나고, 50억원을 넘기면 하한이 3년 이상 유기징역으로 뛰어오릅니다. 이런 구조 때문에 수사 초기에 자신이 관여한 거래 전체의 공급가액을 정확히 파악하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일부 거래만 기억하고 나머지는 누락한 채 진술하면, 나중에 계좌추적이나 세금계산서합계표 분석으로 전체 규모가 드러났을 때 진술의 신빙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같은 이유로, 매입 세금계산서뿐 아니라 매출 세금계산서까지 같이 문제 되는 사안이라면 두 흐름을 따로 떼어 계산해서는 안 됩니다. 매입 측에서 받은 허위 세금계산서 공급가액과 매출 측에서 발급해 준 허위 세금계산서 공급가액을 각각 별도로 30억원 미만이라고 판단해 안심했다가, 수사기관이 양쪽을 합산해 이미 특가법 구간에 진입했다고 보는 경우도 실무에서 드물지 않게 나타납니다.
수사 단계에서 갈피를 가르는 초기 대응
세무조사에서 조세범칙조사로 전환되거나 검찰 고발이 이루어지면, 그때부터는 단순한 세무 문제가 아니라 형사사건으로 다루어집니다. 이 단계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문제 된 세금계산서 각각에 대응하는 실물거래 존재 여부입니다. 계약서, 발주서, 물품 인수증, 운송장, 대금 이체 내역처럼 실제 재화나 용역이 오갔음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있다면, 그 거래는 애초에 조세범처벌법 제10조 제3항이 적용될 대상이 아니게 되어 합계액 산정에서 빠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실물거래가 없었던 부분이라면, 그 규모와 영리 목적의 존부를 냉정하게 파악한 뒤 합계액이 어느 구간에 해당하는지부터 가늠해야 합니다. 30억원 미만으로 방어할 여지가 있는 사안과 이미 50억원을 넘어선 사안은 대응 전략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압수수색이나 계좌추적이 시작된 이후에는 자료를 임의로 정리하거나 삭제하는 행위가 오히려 증거인멸로 별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있는 자료를 있는 그대로 정리해 대응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양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
합계액이 이미 30억원이나 50억원을 넘어 특가법이 적용되는 구간이라 해도, 실제 선고형이 하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경우와 상당히 높아지는 경우가 갈립니다. 국세 완납 여부와 시점, 범행을 주도했는지 가담한 정도에 그쳤는지, 동종 전과 유무, 수사에 협조하고 자백했는지 여부가 대표적인 양형 요소로 고려됩니다. 특히 부과된 세금과 가산세를 재판 전에 자진 납부했다는 사정은 실무상 상당한 정상참작 사유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합계액이 50억원을 크게 초과하거나, 다수의 사업체를 동원해 조직적으로 세금계산서를 유통시킨 정황이 드러나면 법정형 하한을 훨씬 웃도는 형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 공범이 여럿인 사건에서는 각자의 역할과 실제로 귀속된 이익의 규모에 따라 형량 편차가 크게 벌어지기도 합니다. 따라서 수사 초기부터 자신의 관여 정도와 이익 귀속 관계를 객관적 자료로 소명해 두는 작업이, 나중에 재판 단계에서 양형을 다투는 데 중요한 기초가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세금계산서를 잘못 발급했다고 무조건 특가법으로 처벌받나요?
A. 아닙니다. 실물거래 없이 발급·수취한 세금계산서 등의 공급가액 합계액이 30억원 이상이고 영리 목적까지 인정될 때에만 특가법 제8조의2가 적용됩니다. 합계액이 30억원 미만이라면 조세범처벌법 제10조만 적용되어 벌금형으로 마무리될 여지가 있습니다.
Q. 공급가액 합계액은 제가 발급한 것만 계산하나요, 받은 것도 포함되나요?
A. 판례는 발급자 지위에서의 공급가액과 수취자 지위에서의 공급가액을 함께 합산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여러 사업체를 통해 발급도 하고 수취도 했다면 양쪽을 모두 더한 금액이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Q. 실제 거래가 일부라도 있었다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실물거래가 확인되는 부분은 애초에 조세범처벌법 제10조 제3항이 적용될 대상이 아니어서 합계액 산정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계약서나 대금 이체 내역 등 실물거래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확보해 두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Q. 영리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하면 처벌을 면할 수 있나요?
A. 영리 목적이 인정되지 않으면 특가법이 아니라 조세범처벌법만 적용될 수 있어 형량에 큰 차이가 생깁니다. 다만 판례상 영리 목적은 직접적 이익뿐 아니라 탈세 목적 등 간접적 이익도 포함해 넓게 인정되는 경향이 있어, 단순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구체적 사정으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Q. 세금을 나중에 완납하면 형량에 영향이 있나요?
A. 부과된 세금과 가산세를 재판 전에 자진 납부한 사정은 실무상 정상참작 요소로 고려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이는 양형에 유리한 사정일 뿐이고, 합계액에 따라 정해지는 법정형 하한 자체를 낮추지는 못합니다.
Q. 나눠서 거래하면 합계액을 낮출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판례는 여러 업체와 나누어 거래했더라도 그 전부를 합산한 금액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어, 거래를 쪼갠다고 합계액 자체가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다만 실물거래가 있었던 부분은 애초에 합산 대상에서 빠질 수 있으므로 그 구분이 더 중요합니다.
맺음말
세금계산서 관련 형사사건은 공급가액 합계액이 30억원, 50억원이라는 문턱을 넘는 순간 벌금형 위주의 사안에서 징역형 하한이 정해진 중범죄로 성격 자체가 바뀝니다. 개별 거래 단위로만 생각하면 합계액이 어느 구간에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관련된 세금계산서와 세금계산서합계표 전체를 놓고 실물거래 여부와 합산 금액을 먼저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영리 목적 인정 여부, 실물거래 자료의 존부, 국세 완납 여부처럼 결과를 좌우하는 요소들은 수사 초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소명 가능성이 크게 달라집니다. 수원과 경기남부 지역에서 세무조사가 조세범칙조사나 검찰 고발로 이어지는 사안을 다루다 보면, 초반 대응이 늦어져 소명 기회를 놓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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