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재무제표로 실적을 부풀렸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수사기관과 금융당국이 가장 먼저 살펴보는 사람은 회계 실무자가 아니라 대표이사입니다.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해 재무제표를 왜곡하는 분식회계는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하 외부감사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되고, 규모가 크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까지 적용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대표이사 본인은 "실무진이 알아서 한 일이고 나는 결재만 했을 뿐"이라며 억울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대표이사의 책임 범위는 직접 분식을 지시했는지 여부만으로 정해지지 않고,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어떻게 운영했는지, 이상 징후를 알고도 방치했는지까지 넓게 걸쳐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분식회계가 어떤 법에 따라 어떻게 처벌되는지, 대표이사가 어디까지 책임을 지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분식회계란 무엇인가 — 회계처리기준 위반의 의미와 유형
'분식회계'는 법률 용어가 아니라 실무에서 쓰는 표현이지만, 그 실체는 외부감사법 제5조가 정한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해 재무제표상 자산·부채·자본·손익을 실제와 다르게 작성하는 행위를 가리킵니다. 상장회사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을, 비상장회사는 일반기업회계기준을 따라야 하는데, 이 기준을 벗어나 재무상태나 경영성과를 유리하게 보이도록 조작하면 그 자체로 외부감사법이 정한 처벌 대상이 됩니다. 회계기준을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모두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고, 단순한 계정과목 분류 오류나 추정치의 합리적 범위 내 차이는 회계상 오류로 다뤄질 뿐 분식회계로 보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처벌 대상이 되는 분식회계는 실제와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재무제표를 거짓으로 작성·공시하는 고의적 행위를 전제로 합니다.
실무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분식 유형은 크게 몇 가지로 나뉩니다. 매출을 실제 인도·용역제공 시점보다 앞당겨 인식하는 방식, 부실채권을 회수 가능한 것처럼 대손충당금을 적게 쌓는 방식, 재고자산을 실제보다 부풀려 평가하는 방식, 손실이 예상되는 부채나 우발채무를 재무제표에서 누락하는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조작은 하나의 계정만 건드려서는 은폐가 어렵기 때문에 매출채권·재고·부채 여러 항목에 걸쳐 앞뒤를 맞추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그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왜곡 규모가 누적되어 커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매출 조기·과대 인식 —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매출을 앞당겨 계상.
대손충당금 과소 설정 — 회수 불가능한 채권을 정상채권처럼 처리.
재고자산 과대평가 — 부실·진부화 재고를 정상가로 평가.
부채·우발채무 누락 — 손실 가능성이 큰 채무를 재무제표에서 제외.
분식회계는 회계처리기준을 몰라서 생기는 실수가 아니라, 실제와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재무제표를 거짓으로 작성·공시하는 고의적 행위일 때 외부감사법상 처벌 대상이 된다.
외부감사법 제39조 — 거짓 재무제표 작성·공시죄의 성립요건과 처벌
분식회계에 대한 핵심 처벌 조문은 외부감사법 제39조 제1항입니다. 이 조항은 상법 제401조의2 제1항 및 제635조 제1항에 규정된 자나 그 밖에 회사의 회계업무를 담당하는 자가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해 거짓으로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이나 회피한 손실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에 해당하는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징역형을 선고할 때는 벌금을 반드시 함께 부과하는 병과 규정도 있어, 다른 재산범죄에 비해 처벌 수위가 상당히 높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상법 제401조의2 제1항에 규정된 자'란 등기된 이사가 아니더라도 회사에 대한 영향력을 이용해 이사에게 업무집행을 지시했거나, 이사의 이름으로 직접 업무를 집행했거나, 대표이사·회장·사장 등의 명칭을 사용해 실질적으로 회사 업무를 집행한 사람을 가리키는 이른바 '업무집행지시자 등'입니다. 이 규정이 외부감사법 제39조에 인용되어 있다는 것은, 형식적으로 회계 담당 임원이 아니더라도 회계처리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한 대표이사라면 처벌 대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대표이사가 재무제표에 직접 숫자를 입력하지 않았더라도, 실적 목표치를 제시하고 그 결과물을 그대로 승인·공시했다면 이 조항의 적용 범위 안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외부감사법 제39조 제1항이 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회계 실무자만이 아니라 상법상 업무집행지시자에 해당하는 대표이사까지 포함한다 — 등기상 직함이 아니라 실질적 영향력이 기준이다.
왜곡 규모가 크면 더 무겁다 — 손익·자기자본 변경 비율에 따른 가중처벌
외부감사법 제39조 제2항은 왜곡된 금액의 규모에 따라 처벌을 더 무겁게 정하고 있습니다. 회계처리기준 위반으로 재무제표상 손익 또는 자기자본 금액이 자산총액의 100분의 10 이상 변경된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100분의 5 이상 100분의 10 미만 변경된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합니다. 다만 이 가중처벌은 자산총액의 100분의 5에 해당하는 금액이 500억원 이상인 회사에만 적용되므로, 실제로는 자산 규모가 상당히 큰 회사의 분식회계 사건에서 주로 문제 되는 규정입니다.
자산총액이 이 기준에 못 미치는 중소·중견기업이라면 제2항의 가중처벌 대상에서는 벗어나지만, 그렇다고 처벌을 피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1항의 기본 법정형인 10년 이하 징역 또는 이익·회피 손실액의 2~5배 벌금은 회사 규모와 관계없이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실무적으로는 왜곡 금액이 자산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클수록 검찰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적용 여부까지 함께 검토하는 경향이 있어, 왜곡 규모를 축소해 신고하거나 뒤늦게 정정하는 것만으로는 형사책임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대표이사가 책임을 지는 이유 — 업무집행지시자 책임과 내부회계관리제도
대표이사가 분식회계 사건에서 책임을 지는 또 다른 축은 외부감사법 제8조가 정한 내부회계관리제도입니다. 일정 규모 이상 회사는 신뢰할 수 있는 회계정보의 작성과 공시를 위한 내부회계관리규정과 이를 운영하는 조직을 갖춰야 하는데, 이 제도의 관리·운영 책임은 법률상 대표자에게 귀속됩니다. 대표이사는 이를 담당할 상근이사를 내부회계관리자로 지정해야 하고, 매 사업연도마다 주주총회·이사회·감사에게 운영실태를 보고하면서 그 보고 내용이 거짓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접 확인하고 서명해야 합니다.
이 인증 서명이 갖는 의미는 작지 않습니다. 내부회계관리제도가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조금만 확인했으면 알 수 있었는데도 이를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서명해 보고했다면, 그 서명 자체가 대표이사의 책임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쓰일 수 있습니다. 회계업무를 재무담당임원(CFO)이나 실무팀에 위임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인증·감독 책임에서 벗어나지 않고, 오히려 위임한 업무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할 의무가 남아 있다는 것이 외부감사법 제8조가 예정하는 구조입니다.
"몰랐다"는 항변이 통하지 않는 이유 — 감시의무와 판례의 기준
대표이사가 재판 과정에서 가장 많이 내세우는 방어논리는 "나는 몰랐다, 담당 임직원이 임의로 한 일이다"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법원 2012. 7. 12. 선고 2012다20475 판결은 대표이사나 다른 업무담당 이사의 업무집행이 위법하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었는데도 감시의무를 위반해 이를 방치했다면, 그로 인해 회사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후 대법원 2023. 3. 30. 선고 2019다280481 판결도 이사가 대표이사나 다른 이사의 업무집행이 법령이나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의심할 사유가 있음에도 고의 또는 과실로 감시의무를 방치했다면 마찬가지로 배상책임을 진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이 판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감시의무가 대규모·분업화된 조직이라고 해서 면제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핵심은 회사가 합리적인 정보·보고 시스템과 내부통제시스템을 갖추고 이를 실제로 작동시켰는지에 있습니다. 실적이 갑자기 눈에 띄게 개선되었는데도 그 근거를 확인하지 않았거나, 감사인이나 내부감사에서 이상 징후를 보고받고도 별다른 조치 없이 넘어갔다면, '몰랐다'는 항변은 오히려 감시의무 위반의 증거로 뒤집힐 수 있습니다.
대표이사·이사의 '몰랐다'는 항변은, 위법을 의심할 사유가 있었는데도 확인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함께 드러나면 감시의무 위반의 근거로 뒤집힌다.
회사·주주에 대한 민사책임과 특별배임죄
형사처벌과 별개로, 분식회계로 회사나 주주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대표이사는 민사상 책임도 함께 질 수 있습니다. 상법 제399조는 이사가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 회사에 대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분식회계로 세금을 과다 납부했거나, 왜곡된 재무제표를 근거로 투자·대출을 받았다가 뒤늦게 문제가 드러나 손해를 본 경우 이 조항에 근거해 회사가 대표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소수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대표소송을 제기하는 방식으로도 같은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분식회계 과정에서 대표이사가 성과급이나 인센티브를 부풀려 받는 등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그로 인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면, 상법 제622조가 정한 특별배임죄가 별도로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이 조항은 이사 등이 임무에 위배한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하거나 제3자에게 이를 취득하게 해 회사에 손해를 가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어, 외부감사법 위반죄와 함께 적용될 수 있는 별개의 범죄입니다.
이득액이 크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까지 — 실무에서 벌어지는 일
분식회계가 단순한 재무제표 왜곡을 넘어 업무상 배임·횡령과 결합되고, 그로 인한 이득액이나 회사 손해액이 커지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함께 적용됩니다. 이 조항은 배임·횡령으로 인한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매우 무거운 법정형을 정하고 있습니다. 분식회계 자체는 재무제표를 거짓으로 작성한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지만, 그 이면에 회사 자금을 빼돌리거나 부당하게 이득을 취한 정황이 함께 드러나면 사건은 외부감사법 위반 단일 혐의가 아니라 특경법 위반 혐의까지 겹쳐진 훨씬 무거운 사건으로 확대됩니다.
실무에서는 분식회계 수사가 시작되면 재무제표 조작 경위만이 아니라 그 조작으로 누가 어떤 이득을 얻었는지, 은행 대출이나 투자 유치 과정에서 왜곡된 재무제표가 어떻게 쓰였는지까지 수사 범위가 넓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이사 입장에서는 회계처리기준 위반이라는 하나의 쟁점만 방어하면 되는 사안이 아니라, 자금 흐름 전체에 대한 소명이 함께 필요한 사건이라는 점을 초기 단계부터 염두에 둬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분식회계는 형사처벌 대상인가요, 아니면 행정제재로 끝나나요?
A.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해 거짓으로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했다면 외부감사법 제39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이와 별도로 금융위원회·증권선물위원회의 감리를 거쳐 과징금, 검찰 고발, 임원 해임 권고 같은 행정제재가 함께 이뤄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Q. 대표이사가 직접 회계처리에 관여하지 않았어도 처벌받나요?
A. 대표이사가 개별 분개나 계정 처리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실적 목표를 제시하고 그 결과를 승인·공시했거나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실태를 부실하게 확인하고 서명했다면 업무집행지시자로서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다만 조작 사실을 실제로 몰랐고 몰랐다는 데 과실도 없었다는 점이 구체적으로 소명되면 책임 범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분식회계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면 대표이사가 회사에 돈을 물어줘야 하나요?
A. 상법 제399조에 따라 대표이사가 법령을 위반하거나 임무를 게을리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면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회사가 직접 청구하지 않더라도 소수주주가 대표소송을 제기해 같은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Q. 외부감사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은 같이 적용되나요?
A. 분식회계 과정에서 업무상 배임·횡령이 함께 확인되고 그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외부감사법 위반죄와 함께 적용될 수 있습니다. 두 죄가 경합하면 처벌 수위는 단일 혐의일 때보다 크게 높아집니다.
Q.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제대로 갖췄다면 대표이사 책임이 줄어드나요?
A.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이상 징후를 확인해 조치한 기록이 있다면, 감시의무를 다했다는 정황으로 참작될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제도만 형식적으로 갖춰두고 실제로는 운영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책임을 가중시키는 사정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Q. 분식회계 수사는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나요?
A. 금융감독원·증권선물위원회의 감리에서 회계처리기준 위반 정황이 발견돼 검찰에 고발·통보되는 경우가 가장 흔하고, 거래처나 내부 제보로 검찰·경찰이 직접 수사에 착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사가 시작되면 재무제표 조작 경위뿐 아니라 자금 흐름 전반으로 범위가 넓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맺음말
분식회계는 재무제표에 숫자를 잘못 적은 사무적 실수가 아니라, 외부감사법 제39조가 정한 형사처벌 대상이자 상법상 손해배상·특별배임 책임까지 걸쳐 있는 사안입니다. 대표이사의 책임 범위는 직접 지시했는지 여부만으로 정해지지 않고,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어떻게 운영했는지, 이상 징후를 알고도 방치했는지까지 넓게 걸쳐 판단됩니다. 왜곡 규모가 자산총액의 일정 비율을 넘거나 그 이면에 배임·횡령이 함께 발견되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까지 적용되어 처벌 수위가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수원지검을 비롯한 경기남부 지역에서도 기업 회계 관련 고발·수사 사례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만큼, 감리나 수사 통보를 받은 단계라면 초기부터 회계처리 경위와 대표이사의 관여 정도를 구체적으로 정리해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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