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처가 요청한 자재 단가 인하나 품질 하자를 이유로 하도급대금 일부를 깎아 지급했는데, 얼마 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자료제출 요구서나 조사개시 통지서가 날아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수급사업자가 신고를 넣었거나, 정기 서면실태조사에서 감액 이력이 걸린 것입니다. 원사업자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했던 감액이 왜 문제되는지 답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하도급법은 감액의 정당성을 원사업자 스스로 입증하도록 요구하고 있어, 근거를 서면으로 남겨두지 않았다면 방어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과징금은 해당 하도급대금의 최대 2배까지 부과될 수 있고, 벌점이 쌓이면 공공입찰 참가나 대기업 협력사 자격 자체가 막힐 수 있어 초기 대응이 사업 존속과 직결됩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감액 신고부터 과징금 조사까지, 원사업자가 놓인 두 국면
원사업자가 부당감액 문제에 맞닥뜨리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수급사업자가 이미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거나 서면실태조사에서 감액 사실이 적발되어 조사가 시작된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아직 조사·신고는 없지만 자사의 감액 관행이 위법 소지가 있는지 미리 점검하려는 경우입니다.
이미 조사가 시작된 상황이라면 시간이 가장 중요합니다. 공정위 조사는 통상 자료제출 요구로 시작되는데, 이 단계에서 감액의 경위와 근거를 제대로 정리해 제출하지 못하면 정당한 사유를 인정받을 기회 자체를 놓치게 됩니다. 정당한 사유의 입증책임은 원사업자에게 있으므로,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구체적인 증빙을 갖춰야 합니다.
아직 조사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면, 원자재 가격 변동·품질 하자·물량 변경 등을 이유로 대금을 조정해온 관행이 하도급법 제11조가 정한 요건을 충족하는지 미리 점검해두는 편이 유리합니다. 감액 자체가 금지되는 것이 아니라 절차와 근거 없이 이루어지는 감액이 문제이므로, 지금까지의 감액 처리 방식을 서면 기준으로 재정비하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제11조 감액금지, 입증책임 그리고 과징금 산정 구조
하도급법 제11조 제1항은 원사업자가 위탁 시 정한 하도급대금을 감액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합니다. 다만 단서에서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감액할 수 있다고 정하는데, 이 정당한 사유는 감액을 주장하는 원사업자가 직접 입증해야 합니다. 실무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자재값이 내려서", "품질에 문제가 있어서" 같은 구두 설명만 남기고, 정작 이를 뒷받침할 견적서·검사보고서·시장가격 자료를 확보해두지 않는 것입니다.
제11조 제2항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것으로 보는 대표적 유형을 열거합니다. 원자재 가격 하락 등을 이유로 실제 하락분을 초과해 감액하는 경우, 검사기준이나 방법을 통상보다 엄격하게 적용해 그에 따라 감액하는 경우, 경영적자 등 경영상 이유만으로 종전보다 낮은 단가를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경우, 원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검사비용·차입금 이자 등을 수급사업자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대금을 낮추는 경우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런 사유가 확인되면 원사업자가 아무리 "정당했다"고 주장해도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구체적인 숫자로 보면 체감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하도급대금 10억 원짜리 계약에서 원사업자가 "원자재 가격이 10% 내렸다"며 1억 원을 일방적으로 감액했는데, 실제 확인된 시장가격 하락률은 4%에 불과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정당화되는 감액분(하락률 4% 기준) — 4천만 원
근거 없이 초과 감액한 부분 — 6천만 원
초과분에 대한 지급명령 + 60일 초과 시 연 15.5% 지연이자, 여기에 과징금까지 별도 부과
이처럼 감액 사유 자체는 진짜였더라도, 실제 하락분을 넘어서 감액한 부분은 그대로 위법한 초과감액으로 평가됩니다. 감액 규모가 클수록, 그리고 서면 근거 없이 이루어졌을수록 과징금 산정 시 가중요소로 반영되어 초과감액분보다 훨씬 큰 금액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감액이 정당화되려면 절차도 갖춰야 합니다. 제11조 제3항과 시행령 제7조의2는 감액 시 감액사유·산출근거·감액대상 목적물 등의 물량·감액금액·감액방법 등을 적은 서면을 수급사업자에게 미리 교부하도록 요구합니다. 사후에 구두로 설명하거나 세금계산서에 감액분만 반영해 지급하는 방식은 이 서면교부의무를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기 쉽습니다.
감액의 부당성 여부는 하도급계약 체결 경위, 계약 이행내용, 목적물의 특성과 시장상황, 감액된 금액의 정도, 감액방법과 수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됩니다. 실제로 서울고등법원 2020누64561 판결에서는 약 80억 원 규모의 감액 행위에 대해 약 117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된 사례가 있을 만큼, 감액 규모가 크고 절차적 근거가 부실할수록 제재 수위도 커집니다.
위반이 확인되면 공정위는 제25조에 따라 재발방지명령과 감액한 대금의 지급명령을 내리는데, 목적물 수령일로부터 60일을 초과해 지연 지급된 부분에는 연 15.5%의 지연이자가 함께 부과됩니다. 여기에 제25조의3에 따른 과징금이 더해질 수 있는데, 상한은 해당 하도급대금의 2배이며, 실제 산정은 기본 산정기준을 정한 뒤 위반 횟수·피해 수급사업자 수에 따른 1차 조정, 가중·감경 사유에 따른 2차 조정, 지급능력과 시장 상황 등을 반영한 최종 조정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 확정됩니다.
과징금 못지않게 실무에서 무서운 것이 벌점입니다. 위반 유형별로 부과되는 벌점이 직전 3년간 누산점수가 5점을 초과하면 관계 행정기관에 입찰참가자격제한이, 10점을 초과하면 영업정지가 반드시 요청됩니다. 특히 감액금지(제11조) 위반으로 과징금을 부과받거나 고발되면 단 1~2회의 위반만으로도 입찰참가자격제한 요청 대상이 될 수 있어, 공공공사나 대기업 협력사 등록을 유지해야 하는 원사업자에게는 과징금 액수 이상으로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서면 근거 확보부터 벌점 관리까지 다섯 단계
쟁점이 정리됐다면, 실제로는 다음 순서로 대응을 준비합니다.
감액 경위 자료부터 시계열로 정리 — 감액을 결정한 회의록·이메일·거래명세서·세금계산서를 시간 순으로 모아 감액 시점과 금액, 통보 방식을 재구성합니다. 정당한 사유를 뒷받침할 견적서·시장가격 자료·검사보고서가 있다면 함께 확보해야 합니다.
정당한 사유의 객관적 증빙 확보 — "자재값이 내렸다"는 주장이라면 실제 하락률과 감액률을 비교한 자료를, "품질에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이라면 검사기준과 하자 내역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자료를 준비합니다. 제11조 제2항이 열거한 금지유형에 해당하지 않는지도 함께 대조해야 합니다.
서면교부의무 이행 여부 점검 — 감액 당시 감액사유·산출근거·대상물량·금액·방법을 적은 서면을 수급사업자에게 교부했는지 확인하고, 누락됐다면 조사 단계에서 어떻게 소명할지 전략을 세웁니다. 앞으로의 감액 건에 대해서는 서면 양식을 표준화해 재발을 막습니다.
공정위 의견제출·조사 대응 — 자료제출 요구에는 기한 내 사실관계와 법리를 정리한 의견서로 대응하고, 시정권고나 시정명령 단계에서 다툴 여지가 있다면 조기에 방어논리를 제시해 과징금 산정의 가중요소를 최소화합니다. 심의 단계까지 가면 감액의 정당성과 산정근거를 다투는 것이 핵심이 됩니다.
벌점 누산 관리와 재발방지 체계 구축 — 이미 다른 위반으로 벌점이 쌓여 있다면 이번 건이 누산점수에 미칠 영향을 미리 계산하고, 감경사유(자진시정, 하도급대금 조기지급 등)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동시에 감액이 필요한 상황이 생기면 사전 협의와 서면교부를 거치도록 사내 절차를 정비해 재발 자체를 차단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조사 통지서를 받은 순간부터 대응이 시작되는 이유
부당감액 문제는 "감액한 이유가 있었으니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방치하는 순간 가장 위험해집니다. 정당한 사유의 입증책임이 원사업자에게 있는 이상, 자료를 갖추지 못한 채 시간만 지나면 방어할 근거 자체가 흐려지고, 그 사이 벌점과 과징금 산정에는 불리한 사정만 쌓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자료제출 요구서를 받았다면 그 시점부터, 아직 받지 않았다면 지금의 감액 관행을 점검하는 시점부터 대응을 시작하시는 것이 유리합니다. 감액 경위와 근거를 지금 정리해두시고, 서면교부의무 이행 여부와 벌점 현황까지 함께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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