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형사사건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 첫 공판이 열리기도 전에 보석을 신청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으려는 피고인과 가족들의 문의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가족분들 중 상당수는 “보증금만 넉넉히 준비하면 금방 풀려날 수 있다”, “초범이고 혐의도 다투지 않을 거니 당연히 보석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별다른 준비 없이 보석을 청구합니다. 그런데 막상 청구서를 내고 나면 도주 우려나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기각 결정을 받고, 왜 기각됐는지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다음 기회를 준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법원은 보석 허가 여부를 판단할 때 법이 정한 제외사유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조건을 붙여서라도 도주·증거인멸을 방지할 수 있는지를 엄격하게 심사하고 있습니다. 보석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불구속 재판을 실현하는 제도이지만, 구속의 필요성이 여전히 인정되는 사안이라면 조건을 아무리 두텁게 붙여도 허가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보석 허가를 받기 위해 실제로 갖춰야 할 법적 조건과 준비 서류, 그리고 청구부터 석방까지의 절차를 최근 실무 기준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보석은 구속된 피고인 모두에게 자동으로 주어지는 권리가 아닙니다
형사소송법은 원칙적으로 보석을 허가하도록 정하면서도, 법이 정한 예외사유에 해당하면 청구가 기각될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94조는 피고인, 변호인은 물론 배우자·직계친족·형제자매·가족·동거인·고용주까지 보석을 청구할 수 있도록 폭넓게 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95조는 이 청구가 있으면 원칙적으로 보석을 허가하도록 하는 필요적 보석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다만 제95조는 여섯 가지 예외사유를 두고 있습니다. 첫째 사형·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때, 둘째 누범이거나 상습범인 죄를 범한 때, 셋째 죄증을 인멸하거나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 넷째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 다섯째 주거가 분명하지 아니한 때, 여섯째 피해자나 사건 관계자 또는 그 친족의 생명·신체·재산에 해를 가하거나 가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입니다. 이 중 하나에 해당하면 법원은 청구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96조는 이 여섯 가지 사유에 해당하더라도 법원이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면 직권 또는 청구에 의해 재량으로 보석을 허가할 수 있는 임의적 보석도 함께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예외사유에 해당한다고 해서 보석이 자동으로 막히는 것이 아니라, 법원이 사안별로 재량을 행사할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보석은 청구만 하면 되는 절차가 아니라, 법이 정한 예외사유에 해당하는지와 법원의 재량 판단이 함께 작용하는 제도입니다.
2. 도주 우려와 증거인멸 염려가 보석 허가를 가르는 핵심 기준입니다
법원은 서류상 혐의의 경중보다 실제로 도망치거나 증거를 없앨 가능성이 있는지를 구체적 정황으로 판단합니다.
실무에서 보석 청구가 기각되는 가장 흔한 이유는 도주 우려와 증거인멸 염려입니다. 법원은 이를 판단할 때 주거가 일정한지, 가족관계와 직업이 안정적인지, 국내에 생활 기반이 있는지, 그리고 사건 관계자나 공범과의 접촉 가능성이 남아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봅니다.
여기에 더해 범죄의 중대성, 예상되는 형량, 피고인의 전과와 성격, 자산 정도까지 함께 고려됩니다. 이는 형사소송법 제99조가 보석조건을 정할 때 범죄의 성질 및 죄상, 증거의 증명력, 피고인의 전과·성격·환경 및 자산, 피해자에 대한 배상 등 범행 후의 정황을 고려하도록 정한 것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혐의를 다투지 않고 있다거나 초범이라는 사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법원은 예외사유에 해당하는지를 개별적으로 심사할 뿐, 예외사유에 해당한다고 해서 보석을 반드시 불허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오래전부터 확인해 왔습니다.
피고인이 집행유예의 기간 중에 있어 집행유예의 결격자라고 하여 보석을 허가할 수 없는 것은 아니고, 형사소송법 제95조는 그 각 호 이외의 경우에는 필요적으로 보석을 허가하여야 한다는 것이지 각 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보석을 허가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취지가 아니다(대법원 1990. 4. 18.자 90모22 결정).
이 결정은 집행유예 기간 중인 피고인이라는 특수한 사정을 다뤘지만, 그 핵심은 예외사유 해당 여부와 실제 보석 허가 여부가 별개라는 점입니다. 도주나 증거인멸의 구체적 정황이 없다면, 혐의의 무게만으로 보석 자체가 막히지는 않습니다.
보석 심사의 핵심은 혐의의 경중이 아니라, 실제로 도망치거나 증거를 없앨 구체적 우려가 있는지입니다.
3. 보석이 허가되면 법원이 정한 조건을 지켜야 불구속 상태가 유지됩니다
보석은 조건 없이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도주와 증거인멸을 막을 장치를 붙여 내보내는 조건부 석방입니다.
형사소송법 제98조는 법원이 보석을 허가할 때 필요하고 상당한 범위 안에서 조건을 하나 이상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붙는 조건은 지정된 일시·장소에 출석하고 증거를 인멸하지 않겠다는 서약서 제출, 법원이 정하는 보증금 약정서 제출, 주거를 제한하고 변경 시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조치, 피해자나 사건 관계자에게 접근하지 않겠다는 서약입니다.
여기에 더해 피고인이 아닌 사람이 작성하는 출석보증서 제출, 법원의 허가 없이 외국으로 출국하지 않겠다는 서약, 피해자의 권리 회복을 위한 공탁이나 담보 제공까지 조건으로 붙을 수 있고, 사건에 따라서는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이 조건으로 결정되기도 합니다. 이는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31조의2에 따라 2020년부터 시행된 제도로, 도주 방지와 조건 이행 여부를 실질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조건은 피고인의 자금 능력이나 자산 정도로는 이행할 수 없는 수준으로 정해질 수 없습니다. 다만 법원이 보석을 허가하더라도 검사가 항고할 수 있는데, 과거에는 검사의 즉시항고만으로 석방이 자동으로 정지됐지만 헌법재판소가 이 규정을 영장주의와 적법절차 원칙에 반한다고 보아 위헌으로 결정한 뒤로는(헌법재판소 1993. 12. 23. 선고 93헌가2 결정) 보통항고만 가능해 법원의 보석 허가 결정 자체는 곧바로 집행될 수 있습니다.
보석 허가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정해진 조건을 어기면 언제든 다시 구속될 수 있습니다.
4. 보석조건을 어기면 취소되고 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석방 이후의 태도와 조건 이행 여부가 재판 결과만큼이나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형사소송법 제102조는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죄증을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 정당한 사유 없이 소환에 불응한 때, 피해자나 사건 관계자 또는 그 친족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가할 염려가 있는 때에는 법원이 직권 또는 검사의 청구로 보석을 취소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보석조건을 위반하면 취소와 별도로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나 20일 이내의 감치 처분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보석이 취소되면 제103조에 따라 법원은 보증금이나 담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몰취할 수 있어, 이미 납부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실무에서는 보석 기간 중 사건 관계자에게 연락을 시도하거나, 주거 제한을 어기고 임의로 거처를 옮기는 사례에서 취소 결정이 자주 나옵니다. 재판이 끝날 때까지 조건을 그대로 지키는 것이 보석의 실익을 지키는 전제입니다.
5. 보석 청구부터 석방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청구서에 무엇을 담아 어떻게 소명하느냐가 인용 여부를 좌우합니다.
보석 청구는 통상 ①사건이 계속 중인 법원(수원 관내 사건이라면 수원지방법원)에 보석청구서와 소명자료를 제출 → ②법원이 검사에게 의견을 조회하고 검사가 통상 3영업일 이내에 의견을 제시 → ③법원이 필요하면 피고인 심문을 진행 → ④법원이 보석 허가 또는 기각 결정을 내리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허가 결정이 나오면 정해진 조건, 즉 서약서 제출이나 보증금 납입을 이행한 뒤에 비로소 석방됩니다. 구속 상태에서 수사·재판을 받던 사건이 수원남부경찰서나 수원중부경찰서 관내에서 시작됐다면 이후 절차도 수원지방검찰청과 수원지방법원을 거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석 청구가 인용되려면 막연히 “풀어달라”는 호소가 아니라, 도주 우려와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는 점을 구체적 자료로 소명해야 합니다.
주거의 안정성을 보여줄 자료(등기부등본, 임대차계약서, 가족관계증명서 등)를 준비합니다.
직업·소득이 있다면 재직증명서나 사업자등록증 등으로 생활 기반이 있음을 소명합니다.
피해 회복이나 합의 진행 상황, 그리고 사건 관계자와의 접촉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정리한 자료를 갖춥니다.
이렇게 준비한 자료를 바탕으로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설령 해당하더라도 법원의 재량으로 허가할 만한 사정이 있다는 점을 함께 주장하는 것이 불구속 재판으로 이어지는 실질적인 방법입니다.
마치며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나면 가족들은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른 채 시간을 흘려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석은 청구 시점과 소명자료의 질에 따라 결과가 크게 갈리는데, 정작 초기에는 “일단 재판을 지켜보자”는 생각으로 대응이 늦어지곤 합니다.
구속된 피고인 가족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불구속 상태를 만들어 방어권을 온전히 행사하는 것이 급합니다. 반대로 피해자나 고소인 입장에서는 보석으로 풀려난 가해자가 접촉을 시도하거나 합의를 종용할 것에 대한 불안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쪽이든 법이 정한 절차와 조건을 정확히 아는 것이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저는 구속된 피고인의 보석 청구를 대리한 경험과, 반대로 보석으로 석방된 상대방에 대한 접근금지·조건위반을 다퉈본 경험을 함께 가진 변호사로서, 같은 사건이라도 소명자료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보석 여부는 준비한 만큼 결과가 달라집니다. 지금 구속 상태에 있거나 곧 구속영장이 청구될 상황이라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보석은 아무 사건에서나 신청할 수 있나요?
A. 네, 구속된 피고인이라면 원칙적으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사형·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에 해당하는 중대범죄이거나 도주·증거인멸 우려 등 형사소송법 제95조의 예외사유에 해당하면 기각될 수 있고, 이 경우에도 법원의 재량으로 허가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Q. 보증금은 얼마나 준비해야 하나요?
A. 법으로 정해진 금액은 없고, 사건의 중대성과 피고인의 자산·소득을 고려해 법원이 재량으로 정합니다. 자금 능력으로 이행할 수 없는 수준의 조건은 정할 수 없도록 법에 명시돼 있습니다.
Q. 초범이면 보석이 쉽게 되나요?
A. 초범이라는 사정만으로 보석이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도주·증거인멸 우려, 사건의 중대성, 주거와 생활 기반의 안정성을 함께 보기 때문에, 초범이라도 이런 사정이 부족하면 기각될 수 있습니다.
Q. 보석 청구가 기각되면 다시 신청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기각 사유를 보완할 소명자료를 갖춰 재청구할 수 있고, 수사나 재판이 진행되며 사정이 바뀌었다는 점을 새로 주장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Q. 보석으로 석방된 뒤 조건을 어기면 어떻게 되나요?
A. 법원이 직권이나 검사의 청구로 보석을 취소할 수 있고, 취소되면 다시 구속될 뿐 아니라 납부한 보증금도 전부 또는 일부 몰취될 수 있습니다.
Q. 항소심에서도 보석을 신청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1심에서 실형이 선고돼 법정구속됐더라도 항소심 재판부에 보석을 청구할 수 있고, 1심 때와 마찬가지로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점을 소명해야 합니다.
Q. 변호사 없이 직접 보석을 청구해도 되나요?
A. 형식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예외사유 해당 여부와 재량 판단 요소를 구체적 자료로 소명해야 하는 절차라 변호인의 조력 없이 진행하면 기각 위험이 커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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