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기고] 2026.07.20. 합동범의 함정, 공모만으로 특수준강간이 성립하는가
[언론기고] 2026.07.20. 합동범의 함정, 공모만으로 특수준강간이 성립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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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2026.07.20. 합동범의 함정, 공모만으로 특수준강간이 성립하는가 

민경철 변호사

 [민경철의 법률톡톡] 합동범의 함정, 공모만으로 특수준강간이 성립하는가

https://www.pinpoint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69792

핀포인트뉴스. 2026. 07. 20. 오피니언 전문가 기고

민경철 법무법인 이엘 대표변호사

민경철 법무법인 이엘 대표변호사

외관상 관련자가 여럿인 경우, 수사와 재판은 처음부터 집단범죄임을 전제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러한 전제가 법리적으로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채 형성된 경우, 피고인은 자신의 실제 행위와 무관한 무거운 책임까지 부담하게 될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형법과 특별법은 특수절도, 특수강도, 특수도주, 특수강간 등 여러 합동범을 규정하고 있다. 합동범은 여러 사람이 시간적·장소적으로 협동하여 범행을 실행함으로써 법익 침해의 위험성이 현저히 증가한다는 이유로 일반 범죄보다 무겁게 처벌된다. 특수강간과 특수준강간 역시 이러한 합동범의 일종으로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중한 법정형이 규정되어 있다.

 

합동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① 공모가 있어야 하고, ② 현장에서 2인 이상이 실행행위를 분담하며, ③ 그 실행은 시간적·장소적으로 협동관계에 있어야 한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현장성'이다. 합동범은 단순히 여러 사람이 범행을 계획했다는 이유만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2인 이상이 함께 실행행위를 하여야 한다는 객관적 요건을 전제로 한다. 바로 이러한 '현장성'이 합동범을 일반 공동정범과 구별하는 본질적 요소이다.

 

대법원은 1998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일정한 요건 아래 공모에만 참여한 사람에게도 합동범의 공동정범 성립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이 판결은 합동범의 객관적 성립요건 자체를 완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합동범의 객관적 요건 충족을 전제로 현장에 없는 공모자에게도 책임을 귀속시킨 것이다.

 

이 점은 판결문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2인이 공모한 경우에는 그 2인이 모두 현장에서 실행행위를 하여야 하고, 3인 이상이 공모한 경우에도 적어도 2인 이상이 현장에서 시간적·장소적으로 협동하여 실행행위를 하여야 비로소 합동범이 성립할 수 있다. 여러 사람이 공모하였더라도 실제 실행행위가 현장에서 1인에 의해서만 이루어졌다면 합동범은 애초에 성립하지 않는다. 합동범이 존재하지 않는데 그 공모공동정범만 인정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성립할 수 없다.

 

이러한 법리적 쟁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있었다. 특수준강간미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상담을 받으러 온 C의 이야기이다.

 

사건의 경위는 예상과 달랐다. 지인 A는 한 여성과 술을 마시기 위해 모텔 객실을 잡고 있었고, B와 C에게 함께 술을 마시자며 객실로 오라고 연락하였다. 이에 B와 C는 술자리에 합류하기 위해 객실을 방문하였다. 그러나 두 사람이 객실에 들어간 직후 영업주가 방을 더 잡아야 한다고 제지하였고, B와 C는 곧바로 객실 밖으로 나왔다. 바로 그 순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이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하였고, 결국 A, B, C 모두 특수준강간미수 혐의로 구속수사를 받은 뒤 기소되었다.

 

상담 과정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의문은 왜 C가 특수준강간이라는 합동범의 공범으로 기소되었는가였다. C가 한 행위는 술자리에 참석하기 위해 객실에 잠시 들어갔다가 곧바로 나온 것이 전부였다. 더욱 중요한 것은 A에게 준강간의 실행의 착수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현장에서 실행행위를 한 사람이 A 한 명뿐이라면 합동범의 객관적 요건은 충족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합동범은 2인 이상이 현장에서 협동하여 실행하는 범죄이므로, 실행자가 1인에 불과하다면 특수준강간이라는 합동범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

 

그럼에도 수사기관은 처음부터 A를 주범으로, B와 C를 공범으로 묶어 특수준강간이라는 합동범의 틀을 적용하였다. 결국 합동범의 성립 여부를 먼저 심사한 것이 아니라, 합동범을 당연 전제로 한 뒤, 일부실행 전부책임의 법리를 적용하여 C에게도 중한 책임을 귀속시킨 것이다.

 

합동범의 공모공동정범은 합동범이 성립한 이후 비로소 적용되는 책임귀속의 법리일 뿐, 합동범 자체를 창설하는 법리가 아니다. 그럼에도 합동범의 객관적 성립요건에 대한 엄격한 심사 없이 단순한 공모만으로, 나아가 이 사건처럼 공모 자체가 의문인 사안에서까지 특수준강간을 인정한다면, 합동범과 일반 공동정범을 구별하는 '현장성'이라는 구성요건은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형법이 중한 처벌을 예정할수록 엄격한 구성요건 해석을 요구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합동범의 객관적 성립 여부에 대한 치밀한 심사 없이 서둘러 공모공동정범을 적용하는 해석은 책임주의와 엄격해석 원칙의 관점에서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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