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에 입점해 물건을 팔았는데 정산일이 지나도 대금이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플랫폼 쪽에서는 처음엔 시스템 점검이나 일시적인 자금 사정을 이유로 대며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하지만, 그 기간이 한 달, 두 달로 늘어나면 셀러 입장에서는 매입대금과 직원 급여를 감당하지 못해 사업 자체가 휘청거리는 지경에 이르기도 합니다. 특히 한두 셀러가 아니라 입점 셀러 여럿이 같은 시기에 같은 이야기를 듣고 있다면, 플랫폼이 애초부터 정산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돈을 못 받은 민사상 채권자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형사상 사기로 고소할 수 있는지가 셀러들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됩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정산 미지급, 민사 채권과 형사 고소가 갈리는 지점
오픈마켓 같은 중개형 플랫폼의 정산 구조는 대부분 "후정산" 방식입니다. 소비자가 결제하면 그 대금은 일단 플랫폼(또는 플랫폼과 계약한 PG사)이 보관하고, 구매확정이나 반품기간 경과 등 일정 조건이 갖춰진 뒤 정해진 주기로 셀러에게 지급됩니다. 이 구조 자체가 플랫폼으로 하여금 한동안 판매대금을 손에 쥐고 있게 만들기 때문에, 플랫폼의 자금 사정이 나빠지면 가장 먼저 지연되는 것이 셀러 정산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문제에 부딪힌 셀러들의 대응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하나는 밀린 정산금 자체를 받아내는 민사 트랙(정산금 청구소송·지급명령·가압류)이고, 다른 하나는 플랫폼이 애초부터 지급할 의사나 능력 없이 셀러들을 계속 끌어들여 판매를 유지했다는 형사 트랙(사기 고소)입니다. 두 트랙은 서로 배타적이지 않고 함께 진행할 수 있으며, 플랫폼의 자금난이 회생·파산 절차로 이어지기 전에 움직여야 회수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은 공통입니다.
다수 셀러가 얽힌 사안에서는 한 가지 특징이 더 있습니다. 개별 셀러의 피해액은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 수준이라도, 같은 방식으로 피해를 본 셀러가 수십, 수백 명에 이르면 전체 피해 규모는 수억에서 수십, 수백억 원 단위로 커집니다. 이 규모의 차이가 뒤에서 볼 형사처벌 수위와 수사기관의 대응 강도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혼자 대응하기보다 피해 셀러들이 규모를 파악하고 함께 움직이는 것이 실익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편취의 고의 판단 기준과 다수 피해자 이득액 산정
사기죄(형법 제347조)가 성립하려면 ①기망행위 ②그로 인한 상대방의 착오 ③착오에 기한 처분행위 ④재산상 이익의 취득이라는 요건과 함께, 처음부터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있는 것처럼 속였다는 편취의 고의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법정형은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2025년 12월 국회를 통과해 2026년 3월 12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정 형법 기준).
실무에서 가장 많이 다투어지는 지점이 바로 이 고의입니다. 대법원은 편취의 고의 여부를 거래(셀러 입점·판매 개시)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립해 왔습니다. 셀러를 입점시키고 판매를 시작할 당시에는 정산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그 이후 경영 악화로 정산이 안 된 것은 원칙적으로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그치고 사기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이미 자금난이 상당히 진행돼 정산이 어려울 것이라는 사정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숨기고 신규 셀러를 계속 유치하거나 기존 셀러의 판매를 계속 끌고 갔다면, 결과 발생을 용인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기망으로 평가될 여지가 커집니다.
따라서 고소인 입장에서 확보해야 할 핵심 증거는 "플랫폼이 언제부터 정산이 어려운 상태를 인식했는가"입니다. 재무제표·감사보고서상 자본잠식이나 감사의견 거절 시점, 내부 이사회·경영진 회의자료, 자금조달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정황, 정산 지연이 시작된 이후에도 신규 셀러 입점이나 대규모 프로모션을 계속했는지 여부, 정산 재원이어야 할 판매대금이 계열사 자금 지원이나 무리한 사업 확장 등 다른 용도로 흘러갔는지 등이 모두 편취의 고의를 뒷받침하는 정황증거가 됩니다.
정산기한 자체는 형사가 아니라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정하고 있습니다. 이 법은 대규모유통업자가 상품 판매대금을 월 판매마감일부터 40일 이내에 납품업자등에게 지급하도록 하고, 기한을 넘기면 연 40% 이내의 지연이자를 물리도록 규정합니다. 대형 오픈마켓·플랫폼의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지자 공정거래위원회는 매출액(중개거래수익) 100억원 또는 중개거래규모 1000억원 이상인 온라인 중개거래사업자를 대규모유통업자로 의제해 정산기한을 20일까지 단계적으로 단축하고, 판매대금 별도관리 비율도 높이는 방향으로 이 법의 개정을 추진해 왔습니다. 정산기한 위반 자체는 공정위의 시정명령·과징금 대상이지 사기죄의 성립요건은 아니지만, 정해진 기한을 알면서도 지키지 못한 경위는 앞서 본 고의 판단의 자료로 함께 활용됩니다.
다수 셀러 사안에서 특히 중요한 쟁점이 죄수(罪數)와 이득액 산정입니다. 대법원은 "수인의 피해자에 대하여 각별로 기망행위를 하여 각각 재물을 편취한 경우에는 범의가 단일하고 범행방법이 동일하더라도 각 피해자의 피해법익은 독립한 것이므로 이를 포괄1죄로 파악할 수 없고 피해자별로 독립한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3. 6. 22. 선고 93도743 판결). 이 법리에 따르면 셀러 각자에 대한 사기는 원칙적으로 별개의 죄(경합범)이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가 정한 이득액(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역시 포괄1죄가 인정되는 범위에서만 합산되고, 단순히 피해자가 여럿이라는 이유로 자동 합산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피해 셀러들이 사실상 하나의 거래집단으로 묶일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포괄1죄로 평가돼 이득액이 합산될 여지도 있어, 이 부분은 사안별로 피해 발생 경위와 계약관계를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합니다.
바로 이 지점, 즉 피해자가 여럿이라도 개별 피해액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5억원 기준에 못 미치면 상대적으로 가벼운 형법상 사기죄만 적용되어 처벌에 공백이 생긴다는 문제가 오랫동안 지적돼 왔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국회는 2025년 12월 사기죄(형법 제347조)의 법정형을 종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하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이 개정 규정이 2026년 3월 12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각 셀러에 대한 사기가 경합범으로 처리되더라도 형법상 경합범 가중 규정에 따라 최대 징역 30년까지 선고할 수 있게 되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적용 여부와 무관하게 다수 피해자 사기 사안의 처벌 수위가 실질적으로 높아졌습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증거 확보부터 공동고소, 민사·행정 병행까지
쟁점이 정리됐다면, 다수 셀러가 얽힌 정산 미지급 사안에서는 다음 순서로 움직입니다.
정산 지연의 인식 시점부터 특정 — 플랫폼의 재무제표·감사보고서, 정산 지연 공지 이력, 언론보도, 내부 문건 확보 시도를 통해 플랫폼이 언제부터 정산이 어려운 상태를 알고 있었는지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최대한 모아둡니다. 이 시점이 늦게 잡힐수록 고의 입증이 어려워지므로 최대한 이른 시점의 정황을 찾는 것이 관건입니다.
피해 셀러 규모 파악과 공동고소장 준비 — 형사소송법 제223조에 따라 피해자는 각자 고소할 수 있지만, 다수 셀러가 얽힌 사안에서는 고소인 명단을 별지로 붙인 하나의 공동고소장으로 접수하는 편이 수사기관의 인지도와 혐의 입증 양쪽에 유리합니다. 직접 출석이 어려운 셀러는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첨부해 대리 접수할 수 있습니다. 관할은 플랫폼 본점 소재지나 대표자 주소지를 관할하는 경찰서·검찰청입니다.
민사 회수 절차 병행 — 형사 고소와 별도로 정산금 청구소송이나 지급명령을 신청하고, 플랫폼 명의 재산이 빠져나갈 우려가 있다면 소송 결과를 기다리지 말고 가압류부터 신청해 재산을 묶어둡니다. 회생·파산 절차가 개시되면 개별 강제집행이 제한되므로, 그 전 단계에서 움직이는 것이 회수 가능성을 지키는 길입니다.
공정위 신고로 정산기한 위반 사실 확보 — 대규모유통업법상 정산기한(40일, 적용 대상 확대 시 단계적으로 20일까지 단축) 위반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 시정명령·과징금이라는 별도 제재를 끌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조사 과정에서 확인되는 사실관계가 형사 고의 입증 자료로도 활용됩니다.
죄수·이득액 산정을 염두에 둔 피해자 그룹핑 — 판매방식·정산주기·계약조건이 동일한 셀러들을 묶어 포괄1죄 주장이 가능한지 검토하고, 경합범으로 갈 가능성이 높은 사안이라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적용 여부와 무관하게 상향된 형법상 법정형을 근거로 각 피해자의 피해액을 명확한 자료로 정리해 수사기관에 전달하는 것이 실익 있는 대응입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정산 지연 초기에 움직여야 하는 이유
정산 미지급 상황에서 가장 위험한 태도는 "곧 준다"는 말만 믿고 아무 조치 없이 기다리는 것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플랫폼의 자금 사정은 더 악화되고, 재산은 빠져나가거나 회생·파산 절차 안으로 들어가 개별 회수가 사실상 막히는 방향으로만 흘러갑니다.
오픈마켓 정산이 늦어지고 있다면, 같은 처지의 셀러가 또 있는지부터 파악하시고, 민사 회수와 형사 고소·행정 신고를 함께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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