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기억 없는 강제추행, 블랙아웃 방어전략
술에 취해 기억 없는 강제추행, 블랙아웃 방어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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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강제추행 등

술에 취해 기억 없는 강제추행, 블랙아웃 방어전략 

김강희 변호사


술에 취해 기억 없는 강제추행, 블랙아웃 방어전략


사건 개요


회식이나 술자리가 있던 다음 날, 경찰서에서 출석하라는 연락을 받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날 함께 있던 누군가가 강제추행으로 고소를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어느 시점부터 그날 밤의 기억이 통째로 비어 있습니다. "내가 그랬을 리 없다"는 확신도, "절대 안 그랬다"는 확신도 서지 않고, 오직 기억의 공백만 남습니다. 이 막막함이야말로 블랙아웃 사건의 가장 큰 어려움입니다.

실제로 이런 상담이 상당히 많습니다. 기억이 없다는 사실이 사람을 오히려 무력하게 만듭니다. 상대방은 시간과 장소를 구체적으로 진술하는데, 나에게는 그것을 반박할 나의 기억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사에서 "기억은 안 나지만 제가 그랬다면 정말 죄송하다"는 식으로 말하게 되고, 사과의 뜻으로 한 그 말이 수사기록에는 자백에 준하는 정황으로 남아 버립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기억이 없다는 것은 무죄의 증거도, 유죄의 증거도 아닙니다. 블랙아웃 사건의 승패는 사라진 기억이 아니라, 그 시간대를 객관 자료로 얼마나 복원하고 상대방 진술을 얼마나 검증하느냐에서 갈립니다. 그리고 가장 위험한 것은, 기억이 없다는 이유로 스스로 불리한 말을 지어내어 없던 자백을 만들어 내는 일입니다.


핵심 쟁점


먼저 블랙아웃이 무엇인지부터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알코올성 블랙아웃은 혈중알코올농도가 급격히 오를 때 뇌 해마의 기억 부호화 기능이 일시적으로 마비되어, 그 시간의 일을 나중에 떠올리지 못하는 현상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패싱아웃'과는 다르다는 점입니다. 블랙아웃 상태의 사람은 걷고 말하고 행동합니다. 다만 그 기록이 뇌에 남지 않을 뿐입니다. 그래서 "기억이 없으니 아무 행위도 없었다"거나 "의사능력이 없었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 위에서 실제 판단의 갈림길이 되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강제추행의 구성요건인 폭행·협박, 추행에 해당하는 행위, 고의가 증거로 증명되는가입니다. 둘째, 물증이 드문 사건에서 사실상 유일한 증거인 상대방 진술이 유죄로 삼을 만큼 신빙성이 있는가입니다. 셋째, '술에 취했다'는 사정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즉 그것을 감경 사유로 꺼내려다 도리어 범행을 인정하는 함정에 빠지지 않는가입니다.

특히 강제추행의 '폭행·협박'은 대법원 전원합의체(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판결)가 종전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라는 기준을 폐기하고, 일반적인 폭행·협박의 의미—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 또는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해악의 고지—로 완화했습니다. 따라서 "강하게 저항받지 않았다"거나 "폭행이라 할 것이 없었다"는 식의 다툼은 예전보다 힘이 약해졌고, 방어의 무게중심은 폭행의 강도가 아니라 행위의 존부·고의·진술 신빙성으로 옮겨가야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사라진 기억이 아니라 남아 있는 객관 자료로 그 시간대를 복원하기


기억이 없다는 사실에 매달릴수록 방어는 무너집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반대로, 기억이 사라진 그 몇 시간을 본인의 진술이 아니라 '외부에 남은 기록'으로 다시 세우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1) 시간대별 객관 기록을 모아 동선을 복원합니다.

블랙아웃 구간이라도 그 시간의 행적은 밖에 흔적을 남깁니다. 주점·건물·거리의 CCTV, 카드 결제 내역과 결제 시각, 택시·대중교통 승하차 기록, 통화·문자·메신저 로그, 그리고 함께 있던 사람들의 진술을 시각 순서로 배열하면, 언제 어디서 누구와 있었는지가 드러납니다. 이렇게 복원한 동선은 상대방 진술이 말하는 시점·장소와 대조하는 기준선이 되고, 서로 어긋나는 지점이 곧 방어의 출발점이 됩니다.

2) 구성요건이 실제로 증명되었는지를 정면으로 따집니다.

강제추행이 성립하려면 폭행·협박, 추행에 해당하는 행위, 그리고 고의가 모두 증명되어야 합니다. 폭행·협박의 기준이 완화된 지금, 다툼의 축은 '추행이라 평가될 행위가 실제로 있었는지', '그것이 성적 의도에 따른 고의적 행위인지'로 옮겨갑니다. 예컨대 좁은 자리에서의 우연한 접촉이나, 취한 사람을 부축하고 시비를 말리는 과정의 접촉이 곧바로 추행의 고의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복원된 정황에 비추어 행위의 성격 자체를 다시 규명합니다.

3) 상대방 진술의 신빙성을 검증합니다.

성범죄는 물증이 드물어 상대방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인 경우가 많습니다. 법원은 그럴 때 진술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는지, 구체적이고 경험칙에 부합하는지, 이해관계나 감정에 따라 과장·왜곡될 여지가 없는지를 엄격하게 봅니다. 진술이 수사 단계마다 달라지거나, 앞서 복원한 객관 동선·CCTV와 배치되는 지점이 있다면, 그것을 조목조목 제시하여 유죄를 단정하기 어려운 '합리적 의심'이 남는다는 점을 부각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술에 취했다'는 사정을 함정이 아니라 관리 대상으로 다루기


기억이 없는 피의자가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는, 술을 감경 사유로 꺼내려다 도리어 범행을 시인해 버리는 것입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취했다'는 사정이 어디까지 도움이 되고 어디서부터 독이 되는지 선을 그어 관리합니다.

1) 취중 심신미약 감경이 성폭력 사건에서는 배제될 수 있음을 전제로 전략을 짭니다.

술에 취한 상태를 심신미약(형법 제10조 제2항)으로 주장하여 형을 줄이려는 시도는 두 겹으로 막혀 있습니다. 하나는 스스로 위험을 예견하고 술을 마신 경우 감경을 배제하는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형법 제10조 제3항) 법리이고, 다른 하나는 음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폭력범죄를 범한 때에는 형법 제10조의 감경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할 수 있도록 한 성폭력처벌법 제20조의 특례입니다. 즉 '취해서 그랬다'는 주장은 감경도 받지 못하면서 범행 자체는 인정해 버리는 최악의 조합이 되기 쉽습니다.

2) 기억의 공백을 '추측'으로 메우지 않습니다.

기억이 없을 때 가장 위험한 진술은 "기억은 안 나지만 제가 그랬다면 죄송하다", "술 마시면 실수할 때가 있다"는 식의 말입니다. 이런 표현은 사과의 뜻이라도 수사기록에는 자백에 준하는 정황으로 남습니다. 기억이 없으면 없다고만 진술하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짐작으로 채우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조사 전에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을지 진술의 범위를 미리 정리해 두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3) 죄명과 사실관계의 틀이 맞는지부터 점검합니다.

'술'이 문제되는 성범죄에는 서로 다른 구조가 섞여 있습니다. 취한 쪽이 피의자인 강제추행(형법 제298조, 폭행·협박에 의한 추행)과, 취한 쪽이 상대방이어서 그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했다고 보는 준강제추행(형법 제299조)은 요건이 전혀 다릅니다. 사건이 어느 틀에 서 있느냐에 따라 다퉈야 할 지점이 달라지므로, 처음부터 죄명과 사실관계가 정확히 대응하는지, 과잉 적용되거나 무겁게 구성된 부분은 없는지를 짚어 방어의 좌표를 정합니다.


결론


블랙아웃 사건에서 기억의 공백은 유죄의 증거도, 무죄의 증거도 아닙니다. 두려움에 사로잡혀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만들어 내는 순간, 없던 자백이 생겨납니다. 반대로 사라진 기억을 객관 기록으로 복원하고, 구성요건과 진술 신빙성을 정면으로 따지면, 기억이 없어도 방어는 충분히 설 자리를 갖습니다.

특히 조사에서의 첫 진술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말하지 않을지, 어떤 자료부터 확보할지를 출석 전에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술자리 다음 날 예상치 못한 고소를 마주하셨다면, 기억의 공백을 혼자 메우려 하기 전에 대응의 방향과 순서를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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