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듯 닿았을 뿐인데 강제추행? — 우발적 접촉 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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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강제추행 등

스치듯 닿았을 뿐인데 강제추행? — 우발적 접촉 방어 

김강희 변호사


스치듯 닿았을 뿐인데 강제추행? — 우발적 접촉 방어


사건 개요


붐비는 지하철, 좁은 식당 통로, 사람이 몰린 엘리베이터. 몸을 돌리거나 지나치는 순간 옆 사람과 몸이 닿는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납니다. 문제는 그 찰나의 접촉이 뜻밖의 방향으로 번질 때입니다. 상대가 "왜 몸을 만지느냐"며 항의하고, 어느새 강제추행 신고가 접수되어 경찰서에서 연락이 옵니다. 정작 본인은 스쳤다는 감각조차 뚜렷하지 않은데, 하루아침에 성범죄 피의자가 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담을 청해 오는 분들은 대부분 "나는 만질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그러나 감정만으로는 사건이 정리되지 않습니다. 법은 이 문제를 "억울한가"가 아니라, 그 접촉이 객관적으로 '추행'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접촉에 '고의'가 있었는지라는 틀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우발적으로 스친 것과 의도를 갖고 만진 것은 겉으로는 같은 '접촉'이지만, 법적 평가는 정반대로 갈립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접촉이 우발적이었다는 점, 즉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는 점이 인정되면 강제추행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강제추행은 고의범이고, 형법에는 과실로 남의 몸에 닿은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같은 '스침'이라도 결과는 크게 갈립니다. 그 차이는 접촉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얼마나 객관적 증거로 복원해 두었는가에서 비롯됩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판단의 갈림길이 되는 것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접촉이 객관적으로 '추행'에 이르렀는가입니다. 추행은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를 말하며, 법원은 피해자의 의사·성별·연령, 행위의 경위와 구체적 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둘째, 행위자에게 추행의 고의가 있었는가입니다. 강제추행은 고의범이므로, 성적 만족이라는 목적까지는 필요 없지만 '남의 신체를 만진다'는 인식과 의사는 있어야 합니다. 셋째, 그 접촉이 유형력의 행사, 즉 폭행에 해당하는가입니다.

여기서 짚어 둘 것이 있습니다. 대법원은 2023년 9월 21일 선고한 전원합의체 판결(2018도13877)로, 강제추행죄의 폭행·협박이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여야 한다는 종전 기준을 폐기했습니다. 이제는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가 있으면 폭행이 인정되어, 갑자기 신체를 만지는 이른바 '기습추행'에서는 접촉 그 자체가 폭행으로 평가됩니다. 그래서 "힘을 세게 쓰지 않았다"는 항변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싸움의 무게중심은 폭행의 정도가 아니라 '추행의 고의가 있었는가'와 '그 접촉이 추행인가'로 옮겨졌습니다. 우발적 접촉 사건의 승패가 사실상 이 두 지점에서 갈리는 이유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접촉의 '태양'을 복원해 고의를 다투기


우발적 접촉 사건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자주 무너지는 지점이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 그 자체입니다. 본인은 실수였다고 느끼지만, 그 느낌은 증거가 아닙니다. 고의가 있었는지는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 없으니, 법원은 결국 접촉이 물리적으로 어떻게 일어났는가를 보고 역으로 추정합니다. 그래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접촉의 '태양(모습)'을 복원합니다.

1) 접촉의 물리적 경위를 CCTV와 동선으로 재구성합니다.

사건 현장이 얼마나 좁았는지, 두 사람이 어느 방향으로 교행했는지, 그 순간 팔과 몸이 자연스럽게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CCTV·매장 배치도·목격자 진술로 재구성합니다. 사람이 몰린 공간에서 서로 지나치다 몸이 닿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피한 경우가 많습니다. 접촉이 '피하려 해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어났음을 공간과 동선으로 보여 주면, 그 닿음은 의도된 행위가 아니라 우연의 결과였다는 쪽으로 무게가 실립니다.

2) 스친 것과 움켜쥔 것을 구분해 냅니다.

고의를 가르는 핵심은 접촉의 '지속시간'과 '움직임의 방향성'입니다. 순간적으로 스치고 지나간 것인지, 아니면 손으로 쥐거나 쓰다듬거나 특정 부위를 향해 움직였는지가 결정적입니다. 우발적 접촉에는 대상을 붙잡거나 문지르는 능동적 동작이 없습니다. CCTV 영상의 초 단위 분석, 손의 궤적, 접촉 부위와 방향을 짚어 목적 지향적 동작이 없었다는 점을 드러내면, 이는 곧 추행의 고의가 없었음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정황이 됩니다.

3) 행위 전후의 정황으로 우발성을 채웁니다.

접촉 직후의 반응도 고의를 판단하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놀라서 곧바로 사과했는지, 그대로 자연스럽게 이동했는지, 같은 상대에게 접촉이 반복되지는 않았는지를 정리합니다. 의도적 추행이라면 대개 특정인을 향한 반복성이나 회피 행동이 나타나지만, 우연한 스침에는 그런 정황이 없습니다. 사건 전후의 문자·통화, 함께 있던 일행의 진술, 이동 경로를 모아 접촉이 일회적·우발적이었다는 흐름을 완성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추행의 성립과 진술의 신빙성을 함께 무너뜨리기


고의를 다투는 것과 나란히, 그 접촉이 애초에 '추행'이라는 평가에 이르는지, 그리고 상대방의 진술이 믿을 만한지를 함께 검증해야 방어가 견고해집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챙깁니다.

1) 접촉이 '추행'의 정도에 이르렀는지 다툽니다.

모든 신체 접촉이 추행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추행인지는 접촉 부위, 강도, 순간성, 당시의 객관적 상황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옷 위로 어깨나 팔이 순간적으로 스친 정도라면, 일반인 기준에서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행위로 보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접촉의 부위와 방식이 성적 의미를 갖는 정도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객관적 판단 기준에 맞추어 논증하면, 고의 이전에 추행의 성립 자체를 다툴 수 있습니다.

2)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검증합니다.

물증이 부족한 접촉 사건에서는 상대방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진술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는지, 접촉의 부위·강도·순간에 관한 묘사가 구체적이고 자연스러운지, 최초 신고 내용이 이후 조사에서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대조합니다. 진술이 CCTV로 확인되는 객관적 정황과 어긋나는 지점을 짚어내면, 그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합리적 의심을 세울 수 있습니다.

3) 수사 초기의 진술을 설계합니다.

우발적 접촉 사건은 첫 조사에서 승패의 절반이 갈립니다. 당황한 나머지 "닿긴 닿았다"는 말을 애매하게 인정하면, 그 진술이 고의를 뒷받침하는 자료로 쓰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사 전에 사실관계를 시점별로 정리하고, 무엇이 인정되는 사실이고 무엇이 다투는 지점인지를 명확히 구분해 진술합니다. 과실로 인한 접촉은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법적 구조를 살리는 방향으로 초기 대응을 설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결론


우발적 접촉으로 강제추행 혐의를 받게 되면, 대부분은 "억울하다"는 말부터 앞세우게 됩니다. 그러나 사건을 가르는 것은 억울함의 크기가 아니라, 그 접촉이 우연이었다는 사실을 객관적 증거로 얼마나 복원해 두었는가입니다. CCTV는 시간이 지나면 삭제되고, 현장의 기억도 흐려집니다. 그래서 대응은 빠를수록 유리합니다.

강제추행은 고의가 없으면 성립하지 않는 범죄이고, 우발적 접촉 사건의 방어는 그 고의의 부재를 어떻게 눈에 보이는 형태로 세우느냐의 싸움입니다. 지금 뜻하지 않은 접촉으로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무엇을 확보하고 첫 조사에서 무엇을 어떻게 진술해야 할지 대응의 방향을 한 번 점검받아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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