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나 PC에서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이 발견돼 조사를 받게 되면, 많은 분들이 "초범이니 벌금형으로 끝나지 않을까"부터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죄명은 애초에 벌금형이라는 선택지 자체가 법에 없습니다. 유죄가 인정되는 순간 징역형 중에서 실형이냐 집행유예냐만 남는 구조라, 초기 대응의 방향이 다른 성범죄 사건과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왜 벌금형이 빠져 있는지, 집행유예를 받으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집행유예를 받아도 남는 부담은 무엇인지 순서대로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아청법 제11조 5항 소지죄 — 벌금형 없이 징역형만 규정된 처벌 수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5항은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구입하거나, 그것이 아동·청소년성착취물임을 알면서 소지·시청한 자를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구입·소지·시청 세 가지 행위 유형이 모두 같은 조항으로 처벌되며, 실제로 내려받아 저장했는지, 클라우드나 메신저 대화방에 남아 있는 것을 알면서 지우지 않았는지 등 구체적인 정황에 따라 소지 여부 자체가 다투어지기도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조항에 벌금형이 선택형으로 함께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많은 형사 처벌 조항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처럼 징역형과 벌금형을 나란히 두고 있어, 사안이 가볍거나 초범이면 약식기소로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러나 소지죄는 처음부터 그런 완충지대가 없습니다. 정식으로 기소되어 유죄가 인정되면 남는 선택지는 실형을 사는지, 집행유예로 그 집행을 미루는지 두 가지뿐입니다.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구입하거나 그 정을 알면서 소지·시청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며(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5항), 이 조항에는 벌금형이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왜 '집행유예가 관건'인가 — 형법 제62조 요건과 소지죄의 접점
형법 제62조 제1항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하는 경우, 형법 제51조가 정한 사항을 참작해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으면 1년 이상 5년 이하의 기간 동안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소지죄의 법정형 하한이 1년 이상이라는 점 때문에 언뜻 무거워 보이지만, 실제 선고형이 3년을 넘지 않는 사건이 대부분이라 집행유예 자체는 법률상 충분히 열려 있는 문입니다.
문제는 그 문이 열려 있다는 사실만으로 안심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벌금형이라는 완충지대가 있는 범죄라면 사안이 가벼울 때 애초에 징역형까지 갈 필요 없이 벌금으로 정리될 여지가 있지만, 소지죄는 정식기소 즉시 징역형의 틀 안에서 다투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 죄명에서는 "얼마나 가벼운 처벌을 받느냐"가 아니라 "실형을 면하고 집행유예를 받아낼 수 있느냐"가 사실상 사건의 승부처가 됩니다. 초범이고 소지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준비 없이 조사에 임하면 이 갈림길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수 있습니다.
법원이 보는 양형 요소 — 형법 제51조와 소지죄의 특수성
형법 제51조는 양형에서 범인의 연령·성행·지능과 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을 종합적으로 참작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소지죄 사건에서는 이 일반 기준이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사정으로 구체화됩니다.
소지 파일의 개수와 소지 기간 — 수가 적고 기간이 짧을수록 가담 정도가 낮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소지에 이른 경위 — 적극적으로 구입·검색해 모았는지, 대화방 등을 통해 의도치 않게 유입돼 방치했는지가 다르게 평가됩니다.
유포·배포 관여 여부 — 단순 소지를 넘어 유포에 관여한 정황이 확인되면 별도의 더 무거운 조항이 적용될 수 있어 이 글에서 다루는 소지죄 범위를 벗어나게 됩니다.
삭제·차단 등 사후 조치 — 문제를 인식한 뒤 스스로 삭제하거나 신고한 이력이 있는지도 참작됩니다.
재범 방지를 위한 노력 — 심리상담·치료 이수 여부가 재범위험성 판단에 반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소지죄라도 단순히 보유만 했는지, 반복적으로 검색해 수집했는지에 따라 재판부의 심증은 크게 달라집니다. 소지 경위를 뒷받침할 자료(대화 내역, 파일 생성·수신 시점 등)를 조사 초기부터 정리해 두는 것이 실형과 집행유예의 갈림길에서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정상참작감경(형법 제53조)으로 형량 낮추기 — 실무 전략
형법 제53조는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그 형을 감경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2020년 개정 전 '작량감경'이라는 용어를 쓰던 조항입니다). 이 정상참작감경이 인정되면 법정형의 상한과 하한이 각각 절반으로 낮아지는 방식으로 감경이 이루어져, 소지죄의 하한인 1년 이상 징역이 실질적으로 더 낮은 구간까지 내려갈 여지가 생깁니다.
다만 정상참작감경은 신청한다고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의 재량 판단 사항입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소지에 이른 구체적 경위, 반성문과 자백 태도, 재범위험성이 낮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심리상담·치료 이수 자료, 소지 규모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포렌식 결과 등을 조사·재판 단계에서 순차적으로 제출해 재판부를 설득하는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이런 소명자료가 촘촘히 쌓일수록 선고형이 집행유예 요건인 3년 이하 구간 안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커지고, 나아가 집행유예 기간 산정에서도 유리한 고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집행유예를 받아도 남는 것 — 신상정보 등록 15년과 벌금형 등록제외 조항이 통하지 않는 이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2조는 등록대상 성범죄로 유죄판결이나 약식명령이 확정되면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되도록 정하면서도, 제12조·제13조의 범죄 및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3항·제5항의 범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자는 등록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벌금형만 받으면 등록을 피할 길이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이 예외 조항은 소지죄(제11조 제5항)에는 처음부터 적용될 방법이 없습니다. 앞서 본 것처럼 소지죄 자체에 벌금형이라는 선고 형태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집행유예를 받아 실형을 면했다 해도, 그것은 여전히 "유죄판결"이자 "징역형"이므로 신상정보 등록대상에서 빠질 길이 없습니다. 등록 기간은 선고받은 형의 종류와 길이를 기준으로 정해지는데, 3년 이하의 징역·금고형을 선고받은 경우 등록 기간은 15년입니다. 집행유예도 3년 이하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이므로, 집행이 유예됐다는 사정과 무관하게 이 15년 등록 기간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소지죄는 벌금형이 없어 신상정보 등록의 '벌금형 예외'를 애초에 적용받을 수 없고, 집행유예를 받아도 등록 기간 15년은 그대로 남습니다.
실무에서 갈리는 결과 — 대응 시점과 전략에 따른 차이
소지죄만 단독으로 문제되는 사건과, 소지에서 나아가 배포·제작 정황까지 함께 수사되는 사건은 처벌의 무게 자체가 다릅니다. 후자는 별도의 더 무거운 조항이 적용되는 영역이라 이 글에서 다루는 단순 소지죄의 틀을 벗어나므로, 수사기관이 소지를 넘어선 혐의를 함께 조사하고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압수수색이나 포렌식이 이루어지는 시점부터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지 여부도 결과에 영향을 줍니다. 첫 진술에서 소지 경위를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거나, 삭제·은닉 시도로 오해받을 만한 행동을 하면 오히려 불리한 정황으로 쌓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조사 초기 단계부터 소지 경위와 규모를 객관적으로 정리하고, 심리상담 등 재범방지 노력을 병행하면 이후 재판 단계에서 집행유예를 다투는 데 필요한 소명자료를 미리 갖춰두는 셈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파일이 몇 개 안 되는데도 처벌되나요?
A. 소지 자체가 처벌 대상이라 파일 개수와 무관하게 원칙적으로 기소·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파일 수·소지 기간·시청 여부는 양형에서 실형과 집행유예를 가르는 핵심 요소로 작용합니다. 극히 소량이고 우연히 유입된 정황이 뚜렷한 경우 수사단계에서 다른 처분이 검토될 여지도 있으나, 이는 사건마다 다르게 판단됩니다.
Q. 초범이면 무조건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초범이라는 사정은 형법 제51조가 정한 여러 양형 참작 요소 중 하나일 뿐 집행유예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소지 규모가 크거나 유포 정황이 함께 확인되면 초범이어도 실형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 집행유예를 받으려면 소지 경위·반성 태도·재범위험성 등을 종합한 소명자료를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집행유예를 받으면 신상정보 등록도 피할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2조에 따라 등록대상 성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등록대상자가 되며, 이는 실형인지 집행유예인지와 무관합니다.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우에 한해 등록에서 제외되는 예외가 있지만, 소지죄는 애초에 벌금형이 없어 이 예외를 적용받을 방법이 없습니다.
Q. 벌금형으로 정리하듯 끝낼 수는 없나요?
A. 없습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5항은 벌금형을 선택형으로 두지 않고 1년 이상의 유기징역만 규정하고 있어, 정식으로 기소되어 유죄가 인정되면 징역형 중 실형인지 집행유예인지를 다투는 구조가 됩니다. 그래서 다른 벌금형이 있는 범죄와 달리 수사 초기 대응의 비중이 더 큽니다.
Q. 정상참작감경은 신청만 하면 받아들여지나요?
A. 아닙니다. 형법 제53조의 정상참작감경은 법원의 재량 사항이라 신청 자체만으로 인정되지 않고, 소지 경위·반성 정도·재범방지 노력 등 구체적인 소명자료로 뒷받침돼야 합니다. 인정되면 법정형의 상한과 하한이 낮아져 선고형이 집행유예 요건 구간 안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커집니다.
Q. 심리치료나 상담을 받으면 도움이 되나요?
A.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재범위험성이 낮다는 자료는 형법 제51조가 정한 '범행 후의 정황' 참작 요소로 반영될 수 있어, 자발적인 심리치료·상담 이수 이력은 집행유예 판단에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치료 이력만으로 결과가 결정되지는 않고 다른 양형 요소와 함께 종합적으로 판단됩니다.
맺음말
아청법상 성착취물 소지죄는 벌금형이라는 완충지대 없이 1년 이상의 유기징역만 규정돼 있어, 유죄가 인정되는 순간 실형과 집행유예 중 무엇을 받느냐가 사실상 처벌의 전부를 결정합니다. 초범이라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소지 경위와 규모를 객관적으로 뒷받침하는 자료, 형법 제53조 정상참작감경을 이끌어낼 소명자료가 함께 갖춰져야 집행유예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집행유예를 받는다 해도 신상정보 등록 15년이라는 부담은 그대로 남는다는 점도 미리 인지하고 대응 방향을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압수수색·포렌식 단계에서부터 어떻게 진술하고 어떤 자료를 준비하느냐가 이후 재판 결과에 이어지는 만큼, 수원·경기남부 등에서 아청법 사건을 다뤄 온 변호사와 초기 단계부터 함께 대응 전략을 세우는 것이 실형과 집행유예를 가르는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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