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철의 법률톡톡] ‘풍속’은 도덕이 아니라 법적 판단– 리얼돌 통관 판결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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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포인트뉴스. 2026. 07. 13. 오피니언 전문가기고

민경철 법무법인 이엘 대표변호사
리얼돌(전신 인형 형태의 남성용 자위기구) 수입을 둘러싼 논란은 수년에 걸쳐 반복되어 왔다. 세관은 리얼돌이 관세법상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통관을 보류하였고, 수입업자는 이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이러한 분쟁은 여러 차례 법원의 판단을 거쳤고, 최근 대법원은 성인 형상의 리얼돌에 대한 통관보류가 위법하다고 다시 한 번 판시하였다. 판결의 핵심은 리얼돌을 허용한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법적 근거와 위해가 필요하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데 있다.
관세법은 '풍속을 해치는 물품'뿐 아니라 '풍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물품'의 수입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풍속이라는 개념은 본질적으로 추상적이고 규범적이다. 따라서 단순히 사회 일부가 불쾌감을 느낀다거나 도덕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이유만으로 통관을 제한할 수는 없다. 국가의 규제는 객관적인 기준과 구체적인 위험에 기초하여야 한다.
이러한 규제 원칙은 성적 표현물에 대한 법체계에서도 확인된다. 성적인 내용을 ‘대외적으로 표현’하는 음란물의 경우에도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이나 불법촬영물과 같이 범죄와 직접 관련된 영상은 취급 자체가 금지되지만, 일반적인 음란물은 소지·구매·시청만으로 처벌되지 않는다. 즉 법은 사회적 위해와 보호법익 침해의 위험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강한 규제를 허용한다.
하물며 리얼돌은 성적 내용을 외부에 표현하는 매체가 아니라 성인이 사적인 공간에서 ‘은밀하게 사용’하는 성행위 도구이다. 성적 만족을 목적으로 제작되는 이상 일정한 신체 형상을 갖는 것은 물건의 본질적 속성이다. 이를 이유로 곧바로 음란성을 인정한다면 대부분의 성인용품 역시 동일한 논리로 규제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대법원의 판단도 이러한 법리에 기초한다. 법원은 단순히 여성의 형상을 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할 정도로 성적 부위를 노골적으로 표현하거나,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신체 외관을 사실적으로 본뜬 성행위 도구에 해당하는 경우에 비로소 통관 제한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특히 미성년자의 형상을 한 리얼돌에 대한 통관보류는 적법하다고 이미 대법원이 판단한 바 있다. 형사법상 16세 미만자는 어떠한 경우에도 성적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며, 그와 같은 외관을 사실적으로 구현한 성행위 도구 역시 동일한 보호법익을 침해할 위험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이 부분은 단순한 도덕적 비난이 아니라 형사법상 보호법익에 기초한 명확한 법적 가치판단에 따른 규제이다.
반면 이 사건 리얼돌은 성인 여성의 형상을 하고 있었고, 미성년자를 연상시키는 요소도 없었다. 또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할 정도의 음란성도 인정되지 않았다. 더욱이 일반에 전시되거나 공공장소에서 사용되는 물품이 아니라 성인이 사적인 공간에서 은밀하게 사용하는 성인용품에 불과하여 풍속을 해칠 우려도 없었다.
그럼에도 세관은 사용 목적이나 유통 방식, 사회적 위해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 없이 외형만을 이유로 통관을 보류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풍속을 해칠 우려' 역시 추상적인 가능성만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용 목적, 사용 장소, 유통 방식 등을 종합하여 사회 일반의 성풍속을 현실적으로 침해할 위험이 입증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결국 이 사건 리얼돌은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도 해당하지 않고, '풍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물품'이라고 볼 만한 구체적 사정도 부족하므로 통관보류는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럼에도 일부에서는 리얼돌이 성매매를 조장하거나 왜곡된 성 인식을 확산시킨다는 이유로 수입 자체를 금지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특정 물품이 사회에 어떠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구체적인 근거와 인과관계를 통하여 입증되어야 한다. 단순한 도덕적 거부감이나 추상적인 우려만으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는 없다.
더욱이 리얼돌은 인격체가 아니라 성인이 사적인 공간에서 사용하는 성인용품이다. 이러한 물품에 대하여 인간의 존엄 침해나 성매매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당연한 전제로 삼는 것은 법적 판단이라기보다 가치판단에 가깝다. 법원이 반복하여 강조한 것도 결국 이러한 지점이다. 국가의 규제는 추상적인 불쾌감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위해를 근거로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국가의 규제는 추상적인 도덕적 거부감이 아니라 구체적인 위해에 근거하여야 한다는 점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불쾌감이나 가치판단만으로 개인의 사적 영역을 제한할 수는 없다. 국가가 사생활에 개입하기 위해서는 법률이 정한 요건과 객관적인 위험이 입증되어야 하며 이러한 법치주의와 기본권 보장의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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