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서 "조사받으러 나오라"는 연락을 받으면 가장 먼저 드는 고민은 "변호사를 지금 선임해야 하나, 일단 조사부터 받아보고 결정해도 되나"입니다. 비용이 부담스러워 혼자 출석했다가 첫 진술이 조서에 남은 뒤에야 변호사를 찾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형사절차에서 진술의 무게는 단계마다 다르고, 한 번 조서에 기재된 진술을 나중에 뒤집기는 생각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이 글에서는 내사에서 입건, 체포와 구속으로 이어지는 각 단계에서 변호사의 조력이 실제로 무엇을 바꾸는지, 그리고 언제 선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를 형사소송법 조문과 대법원 결정을 근거로 정리했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선임의 기준은 '조사 날짜'가 아니라 '첫 진술 전'입니다
변호사 선임 시기를 고민할 때 대부분은 "조사 날짜에 임박해서"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그러나 형사절차에서 결정적인 분기점은 출석 날짜가 아니라 내 진술이 처음으로 조서에 기재되는 순간입니다. 피의자신문조서는 이후 재판에서 유력한 증거로 쓰이는데, 처음에 별생각 없이 한 답변이 나중에 유리한 방어와 어긋나면 "왜 처음엔 다르게 말했느냐"는 추궁으로 되돌아옵니다.
수사기관은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은 신문 전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고지하고, 피의자가 이를 행사할 것인지 물어 그 답변을 조서에 기재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권리를 고지받더라도,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유보할지를 그 자리에서 혼자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인과의 금전 다툼이 사기 혐의로 번진 경우, "돈을 받은 것은 맞다"는 사실 인정과 "처음부터 갚을 생각이 없었다"는 편취 고의는 전혀 다른 층위의 문제입니다. 사실관계는 인정하되 고의를 다투어야 하는 사건에서, 준비 없이 나간 첫 신문에서 두 가지를 뭉뚱그려 답하면 방어의 폭이 크게 좁아집니다. 그래서 선임 여부는 "조사가 언제냐"가 아니라 "첫 진술 전에 전략이 서 있느냐"로 판단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선임의 실질적 마지노선은 출석 날짜가 아니라 첫 피의자신문에서 입을 여는 순간입니다. 조서에 남은 진술은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입건 전 내사 단계 — 아직 피의자가 아니어도 조력이 필요한 이유
수사는 정식 입건 전 내사 단계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는 아직 피의자가 아니라 참고인이나 내사대상자 지위여서 "정식 조사가 아니니 편하게 오시라"는 식으로 출석을 요청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참고인으로 시작했더라도 진술 내용에 따라 곧바로 피의자로 전환될 수 있고, 이 단계의 진술 역시 이후 수사 방향을 좌우합니다.
이 국면에서 변호사의 역할은 "무조건 진술을 막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지위로 불려가는지, 무엇을 확인하려는 조사인지를 먼저 파악해 진술의 범위와 수위를 조율하는 것입니다. 유리한 정황은 적극적으로 소명하되, 아직 사실관계가 불확실한 부분은 무리하게 단정하지 않도록 사전에 정리해 두는 것이 핵심입니다. 임의동행이나 임의제출을 요구받았을 때 그 임의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이 단계의 중요한 조력입니다.
가령 회사 자금 흐름과 관련해 "참고인으로 잠깐 확인만 하겠다"는 연락을 받은 경우, 실제로는 횡령·배임 피의자 전환을 염두에 둔 조사일 수 있습니다. 이때 아무 준비 없이 응하면 방어의 출발선이 불리해지므로, 내사 단계라도 조력을 받아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피의자로 입건된 뒤 —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참여권
입건은 수사기관이 사건을 정식으로 접수해 피의자로 수사를 개시하는 것을 말합니다. 피의자 지위가 되면 진술거부권과 함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본격적으로 작동합니다. 특히 신문 과정에 변호인이 함께 들어가는 변호인 참여권은 이 단계에서 가장 실질적인 방어 수단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 제1항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의자나 변호인 등의 신청이 있으면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변호인을 피의자신문에 참여하게 하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여기서 "정당한 사유"란 변호인이 신문을 방해하거나 수사기밀을 누설할 염려가 있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 등으로 좁게 해석됩니다. 신청은 피의자 본인뿐 아니라 변호인,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도 할 수 있어, 피의자가 미처 챙기지 못해도 가족이 대신 신청할 수 있습니다.
참여한 변호인은 신문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신문 후 의견 진술 — 신문이 끝난 뒤 변호인은 의견을 진술할 수 있습니다(제243조의2 제3항).
부당한 신문방법에 대한 이의제기 — 신문 중이라도 부당한 신문방법에는 즉시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승인 하 의견 진술 — 신문 도중에도 수사기관의 승인을 받아 의견을 진술할 수 있습니다.
조서 확인·서명 — 변호인의 의견이 기재된 신문조서를 열람하고 서명하게 되어, 진술이 취지대로 기재됐는지 점검합니다.
첫 피의자신문 — 변호사 참여가 실제로 바꾸는 것
변호인 참여권은 조문에만 있는 권리가 아니라, 부당하게 제한하면 위법이 되는 실질적 권리입니다. 대법원 2020. 3. 17.자 2015모2357 결정은 이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수사기관은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변호인을 피의자로부터 떨어뜨려 앉히거나 신문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취했는데, 대법원은 정당한 사유 없이 변호인의 참여를 제한하는 것은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권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실무적으로 변호인이 곁에 있으면, 유도신문이나 사실과 다른 전제를 깐 질문에 그 자리에서 이의를 제기해 진술이 왜곡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또 피의자가 흥분하거나 위축돼 불필요한 진술을 하려 할 때 진술거부권 행사 시점을 조율해 줄 수도 있습니다. 조서 작성 후에는 진술 취지가 제대로 반영됐는지 함께 검토해, 뉘앙스가 불리하게 기재된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변호인을 피의자로부터 떼어놓거나 신문에서 배제하는 조치는 참여권 침해로 위법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2015모2357).
체포·구속 국면 — 영장실질심사와 적부심에서의 조력
사안이 중하면 체포에 이어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이 단계에서는 조력의 시급성이 한층 높아집니다. 형사소송법 제201조의2에 따라 구속영장을 청구받은 판사는 피의자를 직접 심문하는데(구속 전 피의자심문, 이른바 영장실질심사), 여기서 구속의 필요성을 다투는 소명이 이후 신병 여부를 가릅니다.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다는 점, 주거와 가족관계가 안정적이라는 점 등을 짜임새 있게 제시하는 데 변호인의 조력이 크게 작용합니다.
구속을 다투는 절차로는 체포·구속 적부심사도 있습니다. 체포되거나 구속된 피의자와 그 변호인,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 등은 관할법원에 적부심사를 청구해 체포·구속의 적법성과 필요성을 다시 판단받을 수 있습니다(제214조의2). 이 조문은 2020년 12월 8일 개정된 현행 규정으로, 청구권자의 범위와 절차가 비교적 넓게 정해져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이 국면에서는 변호인이 없더라도 국선변호인이 선정된다는 것입니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는 피의자나 적부심사를 청구한 피의자에게 변호인이 없으면 형사소송법 제33조가 준용되어 법원이 지체 없이 국선변호인을 선정합니다. 다만 국선은 선정 시점이 늦고 사건 파악 시간이 짧을 수 있어, 초기부터 사건을 함께 준비해 온 사선변호인의 조력과는 밀도에서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선임이 늦었다면 — 지금이라도 조력이 유효한 이유
이미 한 차례 조사를 받았거나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뒤라면 "이제 와서 변호사를 선임해도 늦은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초기 선임이 가장 효과적인 것은 맞지만 늦은 시점의 조력도 여전히 의미가 있습니다. 이미 이루어진 진술의 취지를 정리하고, 추가 조사나 대질에서 방어 방향을 바로잡으며, 처분 전 의견서나 양형 자료를 제출하는 등 남은 절차마다 할 수 있는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국선변호인과 사선변호인 중 무엇을 택할지도 이 단계의 고민입니다. 국선은 비용 부담이 없다는 장점이 있으나 선정 요건과 시점이 정해져 있고 사건별로 준비 시간이 넉넉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면 사선은 내사·입건 등 이른 단계부터 개입해 진술 전략을 함께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관계가 복잡하거나 다툼의 여지가 큰 사건일수록 초기 선임의 이점이 큽니다.
정리하면, "언제 선임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한 답은 가능한 한 첫 진술 전, 늦어도 각 단계의 진술이나 심문이 있기 전입니다. 선임이 늦어졌더라도 남은 절차의 유불리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으므로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참고인으로 오라는데 변호사가 필요한가요?
A. 참고인 조사라도 진술 내용에 따라 피의자로 전환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자신이 사건과 얽혀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 어떤 지위로 조사받는지 확인하고 진술 범위를 정리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사안에 따라서는 참고인 단계에서 조력을 받아 두는 편이 이후 방어에 유리할 수 있습니다.
Q. 변호사가 피의자신문에 같이 들어갈 수 있나요?
A.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에 따라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변호인은 피의자신문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신청은 피의자 본인은 물론 변호인이나 배우자, 직계친족 등도 할 수 있습니다. 참여한 변호인은 신문 후 의견을 진술하고, 부당한 신문방법에는 신문 중에도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Q. 수사기관이 변호인을 신문에서 배제할 수 있나요?
A. 정당한 사유, 즉 변호인이 신문을 방해하거나 수사기밀을 누설할 염려가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 등이 아니면 참여를 제한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 2015모2357 결정은 정당한 사유 없이 변호인을 피의자에게서 떼어놓거나 신문에서 배제하는 조치가 참여권 침해로 위법하다고 보았습니다. 부당하게 배제되면 준항고 등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Q. 구속영장 심사 때 변호사가 없으면 어떻게 되나요?
A.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는 피의자에게 변호인이 없으면 형사소송법 제33조가 준용되어 법원이 국선변호인을 선정합니다. 다만 국선은 선정 시점이 심문에 임박해 사건 파악 시간이 짧을 수 있습니다. 신병이 걸린 중요한 심문인 만큼, 가능하면 미리 조력받아 소명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Q. 이미 조사를 다 받았는데 지금 선임해도 소용이 있나요?
A. 초기 선임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늦은 선임도 의미가 있습니다. 이미 한 진술의 취지를 정리하고, 추가 조사나 처분 전 의견 제출, 양형 자료 준비 등 남은 절차마다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사건 단계가 지났더라도 남은 절차의 유불리는 조력으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국선변호인과 사선변호인은 어떻게 다른가요?
A. 국선변호인은 비용 부담이 없다는 장점이 있으나, 법이 정한 요건과 시점에 선정되고 준비 시간이 넉넉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선변호인은 내사나 입건 등 이른 단계부터 개입해 진술 전략을 함께 세울 수 있습니다. 사실관계가 복잡하거나 다툼의 여지가 큰 사건일수록 초기 사선 선임의 이점이 큽니다.
맺음말
경찰 조사 전 변호사 선임 시기의 핵심은 "출석 날짜"가 아니라 "첫 진술 전"입니다. 내사에서 입건, 체포와 구속으로 이어지는 각 단계마다 변호사의 조력이 바꾸는 지점이 분명히 존재하고, 특히 조서에 남는 첫 진술은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참여권(형사소송법 제243조의2), 구속 국면의 심문과 적부심(제201조의2, 제214조의2)은 모두 초기에 제대로 활용할수록 방어의 폭이 넓어집니다.
선임이 늦어졌더라도 남은 절차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여전히 많으므로, 지금이 어느 단계이든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형사사건은 초기 대응이 결과를 크게 좌우하는 만큼, 조사 연락을 받은 시점에 한 번이라도 조력의 필요성을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수원과 경기남부 지역에서 경찰·검찰 조사 대응이 필요하시다면, 사건 단계에 맞춘 진술 전략을 함께 검토해 드릴 수 있습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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