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볼키스·포옹, 인사였다는 항변 — 성적 의도 없어도 기습추행일까
강제추행 볼키스·포옹, 인사였다는 항변 — 성적 의도 없어도 기습추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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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강제추행 등

강제추행 볼키스·포옹, 인사였다는 항변 — 성적 의도 없어도 기습추행일까 

강대현 변호사

반가운 마음에 볼에 입을 맞추거나 어깨를 감싸 안았을 뿐인데, 며칠 뒤 강제추행으로 신고당했다는 연락을 받는 분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성적인 의도는 전혀 없었고 그저 인사이자 친밀감의 표현이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그런데 강제추행죄는 정말 성적인 의도가 있어야만 성립하는 걸까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인사였다'는 항변만으로는 왜 처벌을 피하기 어려운지, 그리고 실제로는 무엇을 다퉈야 하는지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강제추행의 '추행'은 성적 의도가 아니라 객관적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결정적인 것은 '추행'이라는 말의 의미입니다. 판례는 추행을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봅니다.

중요한 것은 이 판단이 행위자의 속마음이 아니라 객관적 기준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즉 '내가 어떤 마음으로 했는가'보다 '그 행위가 객관적으로 어떤 성격의 접촉이었는가'가 먼저 문제 됩니다. 볼키스나 포옹처럼 신체의 밀접한 접촉을 수반하는 행위는, 상황에 따라 이 객관적 기준을 충족할 수 있습니다.

추행은 행위자의 은밀한 목적이 아니라, 그 접촉이 객관적으로 성적 자유를 침해했는지로 판단됩니다.

판례는 어떤 행위가 추행에 해당하는지를 획일적으로 정하지 않고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히 판단하라고 합니다. 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5도9517 판결이 제시한 고려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피해자의 의사와 성별·연령 — 그 접촉을 어떻게 받아들였고 받아들일 수 있었는지

  •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 평소 신체 접촉이 자연스러운 사이였는지

  •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 어떤 흐름과 상황에서 접촉이 있었는지

  • 구체적인 행위의 태양 — 접촉 부위, 방식, 강도, 지속 시간

  •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 통상인의 관점에서 용인되는 범위인지

"성적인 의도가 없었다"는 항변만으로는 부족한 이유

많은 분이 "성적 흥분이나 만족을 위한 것이 아니었으니 추행이 아니다"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대법원 2015도9517 판결은 강제추행죄가 성립하는 데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성적 의도가 없어도, 그 행위가 객관적으로 추행에 해당하고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다면 강제추행이 성립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그냥 반가워서, 인사로, 축하하는 마음에 했다"는 설명은 그 자체로 무죄 사유가 되기 어렵습니다. 이런 항변은 오히려 접촉 사실 자체를 인정하는 진술이 되어 자칫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성적 의도가 없었다는 사정은 형을 정하는 양형 단계에서 참작될 여지는 있어도, 범죄 성립을 곧바로 부정하는 근거는 아니라는 점을 구분해야 합니다.

'성적 의도가 없었다'는 말은 대개 처벌을 피하는 열쇠가 아니라, 접촉 사실을 자인하는 진술이 되기 쉽습니다.

다만 이것이 '고의'까지 필요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강제추행죄도 고의범이므로, 자신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신체를 접촉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은 있어야 합니다. 성적 목적은 필요 없지만, 추행이 되는 행위를 한다는 인식조차 없었던 순수한 우발적 접촉, 예컨대 만원 지하철에서 밀려 닿은 경우라면 고의가 부정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볼키스나 포옹처럼 스스로 상대에게 다가가 접촉한 경우에는 이 인식을 부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볼키스·포옹 그 자체가 '폭행'이 되는 구조 — 기습추행

강제추행은 이름 그대로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요구합니다. 그래서 "때리거나 협박한 적이 없으니 강제추행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판례가 인정하는 이른바 기습추행에서는 폭행행위 그 자체가 곧 추행행위가 됩니다. 별도로 겁을 주거나 물리력으로 제압하는 과정이 없어도, 갑작스러운 접촉 행위 하나로 폭행과 추행이 동시에 충족되는 것입니다.

대법원 2015도9517 판결은, 이때의 폭행은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일 필요가 없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고 봅니다. 갑자기 껴안는 행위, 기습적으로 입을 맞추는 행위, 예고 없이 신체를 만지는 행위가 전형적인 기습추행입니다. 볼키스와 포옹은 바로 이 유형에 정면으로 해당할 수 있습니다.

기습추행에서는 갑작스러운 접촉 그 자체가 폭행이자 추행이므로, '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은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접촉에 이르지 못한 경우까지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도6980 판결은, 뒤에서 껴안으려고 양팔을 든 순간 이미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시작된 것으로 보아 실행의 착수를 인정했고, 피해자가 소리쳐 접촉에 이르지 못하자 강제추행미수로 판단했습니다. 볼키스를 시도했으나 상대가 고개를 돌려 닿지 않은 경우에도 미수 성립의 여지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40년 만에 넓어진 처벌 범위 —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과거에는 강제추행죄의 폭행·협박이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여야 한다는 이른바 최협의설이 40년 가까이 유지됐습니다. 이 기준에서는 피해자가 얼마나 강하게 저항했는지가 사실상 처벌을 좌우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 법리를 변경했습니다.

새 판례에 따르면,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은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할 것을 요하지 않고, 상대방의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폭행)나 일반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의 고지(협박)이면 충분합니다. 피해자가 놀라 얼어붙었거나 즉시 강하게 저항하지 못했다는 사정이 더 이상 피고인에게 유리한 결정적 근거가 되기 어려워진 것입니다.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이후, '피해자가 세게 반항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무죄의 근거로서 힘을 크게 잃었습니다.

볼키스·포옹 사건에서 이 변화는 특히 중요합니다. 예전이라면 "가벼운 접촉이었고 상대가 뿌리치지 않았다"는 정황이 폭행 요건 미충족으로 연결될 여지가 있었지만, 이제는 의사에 반하는 접촉 자체가 인정되면 폭행 요건은 비교적 쉽게 충족될 수 있습니다. 방어의 무게중심이 '폭행이 있었는가'에서 '그 접촉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했는가, 객관적으로 추행이라 할 수 있는가'로 옮겨간 셈입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무엇을 다툴 수 있나

성적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방향이 통하지 않는다면, 방어는 다른 축으로 세워야 합니다. 핵심은 '이 접촉이 객관적으로 추행에 해당하는가', 그리고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 것인가'라는 두 요건을 실질적으로 다투는 것입니다.

  • 객관적으로 추행에 이르지 않았다는 점 — 접촉 부위·방식·정도가 성적 자유 침해로 보기 어려운 수준(예: 어깨를 가볍게 두드림)인지

  •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았다는 정황 — 평소 관계, 상호 스킨십의 관행, 당시 상대의 반응과 태도

  •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는 점 — 밀집 공간에서의 불가피한 접촉 등 의도성 자체가 없었던 경우

  • 접촉 사실 자체의 부존재 또는 진술의 신빙성 — CCTV·목격자·메시지 등 객관적 증거와의 부합 여부

예를 들어 오랜 동료 사이에서 평소에도 어깨동무나 가벼운 포옹이 오갔고, 당시에도 상대가 웃으며 화답한 정황이 메시지나 목격자로 확인된다면 '의사에 반함'을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반대로 위계관계에 있는 상대에게 갑작스럽게 볼키스를 한 경우라면, 종합 고려 요소 대부분이 불리하게 작용해 다툼의 폭이 좁아집니다.

같은 볼키스라도 관계와 맥락이 결론을 가릅니다

앞서 본 종합 고려는 추상적 원칙이 아니라 실제 결론을 좌우하는 저울입니다. 동일한 '볼키스'라도 누가, 누구에게, 어떤 상황에서 했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집니다.

가령 수년간 가깝게 지낸 친구 사이에서 축하의 자리에서 서로 포옹하던 관행이 있었다면, 한쪽의 볼키스가 곧바로 추행으로 단정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회식 자리에서 직장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혹은 초면에 가까운 관계에서 예고 없이 볼에 입을 맞췄다면, 접촉의 성격·경위·상대의 의사 어느 하나도 행위자에게 유리하게 해석되기 어렵습니다.

결국 "인사였다"는 주장이 힘을 가지려면,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관계와 정황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어야 합니다. 주관적 해명을 반복하기보다, 그 접촉이 통상 용인되던 관계였음을 보여주는 자료를 모으는 편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신고 초기, 이것부터 챙겨야 합니다

강제추행 사건은 초기 대응이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성적 의도가 없었다는 생각에 사안을 가볍게 여기고 혼자 해명하려다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 진술 전에 사실관계를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확인되지 않은 기억을 단정적으로 진술하지 않기

  • 섣부른 사과 메시지나 합의 시도는 접촉·고의를 자인하는 자료가 될 수 있으니 신중히

  • 당시 상황을 보여줄 CCTV, 목격자, 대화 메시지 등 객관적 증거를 이른 시점에 확보

  • 반성·재발 방지 노력 등 양형자료는 별도로 준비하되, 사실을 다투는 전략과 혼동하지 않기

방어의 방향을 무죄로 다툴지, 사실을 인정하고 양형에 집중할지는 증거관계에 따라 초기에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두 전략은 진술 방식부터 달라서, 방향을 정하지 않은 채 진술을 반복하면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성적인 의도가 전혀 없었는데도 강제추행이 되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15도9517 판결은 강제추행죄에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성적 의도가 없어도 그 접촉이 객관적으로 추행에 해당하고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다면 성립할 수 있으며, 의도가 없었다는 사정은 주로 양형 단계에서 참작됩니다.

Q. 가볍게 어깨를 두드리거나 손을 잡은 것도 추행인가요?

A. 일률적으로 답하기 어렵습니다. 추행 여부는 접촉 부위·방식·정도, 두 사람의 관계, 경위, 상대의 의사 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사회통념상 통상 용인되는 가벼운 접촉이라면 추행에 이르지 않을 수 있지만, 같은 행위라도 상황과 관계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회식에서 다들 하는 분위기였다면 참작되나요?

A. 그 '분위기'가 객관적으로 확인되는지가 관건입니다. 평소 상호 스킨십이 자연스러웠던 관계이고 당시 상대도 화답한 정황이 메시지·목격자 등으로 뒷받침된다면 '의사에 반함'을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반대로 막연한 분위기 주장만으로는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Q. 볼키스를 하려다 상대가 피해 입술이 닿지 않았습니다. 처벌되나요?

A. 미수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15도6980 판결은 상대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시작된 시점에 실행의 착수를 인정하고, 접촉에 이르지 못하면 강제추행미수로 보았습니다. 접촉이 완성되지 않았더라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Q. 강제추행으로 인정되면 형벌은 어느 정도인가요?

A. 형법 제298조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실제 형은 접촉의 정도,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 반성과 재발 방지 노력, 전과 등 양형 요소를 종합해 정해지며, 초범이고 피해가 경미하며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분을 기대할 여지가 있습니다.

Q. 진심으로 몰랐다고 하면 고의가 없어 무죄가 되나요?

A. 성적 목적은 필요 없지만, 상대의 의사에 반해 신체를 접촉한다는 인식은 필요합니다. 만원 지하철에서 밀려 닿은 것처럼 의도 자체가 없었던 접촉이면 고의가 부정될 수 있으나, 스스로 다가가 볼키스나 포옹을 한 경우에는 이 인식을 부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맺음말

볼키스나 포옹을 '인사'로 여겼더라도, 강제추행죄는 성적 의도를 요건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의도가 없었다'는 해명만으로는 처벌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기습추행 법리와 2023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거치며 처벌 범위는 오히려 넓어졌고, 다툼의 초점은 '그 접촉이 객관적으로 추행이었는지, 피해자의 의사에 반했는지'로 옮겨갔습니다.

그래서 방어는 주관적 해명을 반복하는 대신, 두 사람의 관계와 당시 정황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를 확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합니다. 무죄를 다툴지, 사실을 인정하고 양형에 집중할지도 증거관계에 따라 초기에 정하는 편이 유리합니다.

성범죄 사건은 초기 진술 하나가 전체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혼자 판단해 대응하기보다 사실관계를 정리한 뒤 형사 절차 경험이 있는 변호인과 방향을 상의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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