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한 물건 대금을 아직 못 받고 있는데, 상대방이 갑자기 하자를 문제 삼기 시작했다면 단순한 결제 지연이 아닌 법적 다툼으로 번질 신호일 수 있습니다. 매수인이 하자를 근거로 손해배상채권을 내세워 대금채권과 상계하겠다고 주장하면, 매도인은 받아야 할 돈을 온전히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그런데 상계가 유효하려면 하자의 존재부터 손해액의 특정, 통지의무 이행까지 여러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고, 실무에서는 이 중 하나가 무너져 상계 항변 전체가 배척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민법과 상법상 근거 규정을 바탕으로 매도인이 상계 항변을 어떻게 다투고, 대금을 회수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물품 납품 후 대금 미지급, 왜 “하자” 주장이 등장할까
물품을 정상적으로 납품하고도 대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 중 상당수는 매수인이 뒤늦게 하자를 주장하며 지급을 미루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처음에는 결제 지연 정도로 시작했다가, 독촉이 이어지면 그제서야 “납품받은 물건에 문제가 있었다”는 취지의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시점에서 매수인이 노리는 것은 대금 지급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손해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삼아 매도인의 대금채권과 상계하는 방식으로 결과적으로 지급의무를 줄이거나 없애는 것입니다.
이 구도를 이해하려면 두 개의 채권을 분리해서 봐야 합니다. 하나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갖는 물품대금채권이고, 다른 하나는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갖는다고 주장하는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입니다. 민법 제492조는 쌍방이 같은 종류를 목적으로 하는 채무를 부담하고 양쪽 채무의 이행기가 모두 도래한 때에 대등액에서 상계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물품대금과 손해배상금은 둘 다 금전채무이므로 요건상 상계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조합은 아닙니다.
다만 상계가 “가능한 조합”이라는 것과 “그 상계가 실제로 유효하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매도인 입장에서 방어의 출발점은 상대방이 자동채권으로 내세우는 손해배상채권이 애초에 발생·존속하고 있는지를 따지는 데 있습니다. 하자가 실재하는지, 하자담보책임의 요건을 갖췄는지, 통지의무를 지켰는지, 손해액이 얼마인지 — 이 네 가지 중 하나라도 무너지면 상계 항변 자체가 설 자리를 잃습니다.
민법 제580조 하자담보책임 — 무엇을 얼마나 입증해야 하나
민법 제580조 제1항은 매매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때 제575조 제1항을 준용하도록 정하면서도, 매수인이 하자 있음을 알았거나 과실로 알지 못한 때에는 담보책임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두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하자는 계약 체결 당시 이미 존재하던 것이어야 하고, 거래통념상 기대되는 객관적 성질·성능을 갖추지 못했거나 당사자가 예정·보증한 성질을 갖추지 못한 경우를 가리킵니다. 납품 후 운송이나 보관 과정에서 발생한 손상, 매수인 측 취급 부주의로 인한 파손은 이 요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매수인이 상계 항변을 하려면 하자의 존재, 하자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손해액을 스스로 입증해야 합니다. 실무에서는 “물건이 이상해서 못 썼다”는 식의 추상적 주장만 내놓고 구체적인 검사 결과나 반품·수리 내역을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매도인으로서는 상대방이 제시하는 하자 증거가 계약 체결 시점의 하자인지, 아니면 사후에 발생한 문제를 소급해 붙이는 것인지를 먼저 가려내야 합니다.
또한 민법 제582조는 매수인이 하자를 안 날로부터 6개월 내에 권리를 행사하도록 정하고 있고, 이 기간은 소멸시효가 아니라 제척기간이어서 정지·중단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매수인이 하자를 인지한 지 한참 지나서야 대금 지급 단계에서 처음 하자를 꺼내는 경우, 이 제척기간이 이미 도과했을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간 도과가 확인되면 손해배상채권 자체가 소멸해 상계의 자동채권이 존재하지 않는 셈이 됩니다.
하자의 존재 시점 — 계약 체결 당시 하자였는지, 인도 후 발생한 문제인지 구분
매수인의 선의·무과실 — 계약 당시 하자를 알았거나 과실로 몰랐다면 책임 발생 자체가 배제됨
제척기간 준수 — 하자를 안 날로부터 6개월 내 권리 행사 여부
손해액의 구체성 — 수리비·감가·대체품 비용 등 실제 손해를 뒷받침하는 자료 유무
하자담보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은 하자의 존재·인과관계·손해액을 매수인이 입증해야 하고, 민법 제582조의 6개월 제척기간을 넘기면 그 채권 자체가 소멸해 상계의 전제가 사라집니다.
상법 제69조 검사·통지의무 — 상인 간 거래라면 반드시 확인할 항목
매도인과 매수인이 모두 상인이고 그 매매가 상행위에 해당한다면, 민법상 하자담보책임보다 먼저 상법 제69조가 적용됩니다. 이 조항은 매수인이 목적물을 수령하면 지체 없이 검사하고, 하자나 수량 부족을 발견하면 즉시 매도인에게 통지를 발송해야 하며, 그러지 않으면 계약해제·대금감액·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즉시 발견하기 어려운 하자라면 수령 후 6개월 내에 발견해 통지하면 되지만, 그 기간을 넘기면 원칙적으로 권리 행사 자체가 봉쇄됩니다.
이 규정의 입법 취지는 상거래를 신속히 결말짓기 위해 전문적 지식을 가진 매수인에게 즉각적인 검사·통지 의무를 지우는 데 있습니다. 대금 독촉을 받고 나서야 처음으로 하자를 언급하는 매수인이라면, 애초에 수령 시점 또는 그 직후에 검사와 통지를 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이메일이나 문자로 하자를 지적한 기록이 없고 수령 후 상당 기간이 지나 대금 지급 요구에 대응해 비로소 하자를 주장하는 정황이라면, 상법 제69조의 통지의무를 지키지 못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이 조항은 매도인이 하자를 알면서 고지하지 않은 경우, 즉 매도인이 악의인 때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또한 상법 제69조는 하자담보책임의 특칙으로 기능하는 조항이므로, 매수인이 담보책임이 아니라 채무불이행(불완전이행)을 근거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구성을 취한다면 이 통지의무 법리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 여지도 있습니다. 매수인이 청구의 법적 근거를 어떻게 구성하는지에 따라 방어 논리도 달라져야 합니다.
상계 요건 자체를 다투는 방법 — 자동채권이 성립해도 끝이 아니다
하자담보책임이나 채무불이행 요건이 일응 인정되더라도, 상계 항변이 곧바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492조가 요구하는 상계적상, 즉 자동채권과 수동채권 모두 이행기가 도래해야 한다는 요건을 다시 점검해야 합니다. 특히 자동채권의 이행기는 반드시 도래해야 하는데, 손해배상채권처럼 이행기의 정함이 없는 채무는 채무 성립과 동시에 이행기가 도래한 것으로 보는 것이 원칙이어서, 이 부분만으로 상계를 막기는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보다 실무적으로 유효한 방어는 손해배상채권의 액수를 다투는 것입니다. 매수인이 상계를 주장하려면 그 대등액이 특정되어야 하는데, 손해액 산정 근거(수리 견적서, 대체품 구매 영수증, 감정 결과 등)가 부실하거나 자의적이라면 상계할 수 있는 채권액 자체가 불확실해집니다. 매도인은 이 지점에서 손해액 산정의 합리성을 조목조목 다투어 상계 가능 범위를 축소시킬 수 있습니다.
아울러 계약서에 하자 발생 시 처리 절차(반품·교환·수리 우선, 통지 기한, 손해배상 상한 등)를 정해둔 조항이 있다면 그 절차를 따르지 않은 매수인의 주장은 계약상 근거가 약해집니다. 예를 들어 “하자 발견 시 7일 내 서면 통지 후 반품 또는 교환으로 처리한다”는 조항이 있는데 매수인이 이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대금 지급을 거부했다면, 계약 위반의 책임은 오히려 매수인에게 돌아갈 수 있습니다.
이행기 도래 여부 — 손해배상채권처럼 정함이 없는 채무는 성립과 동시에 이행기 도래로 보는 것이 원칙
손해액의 특정성 — 근거 자료 없는 손해액 주장은 상계 범위 자체를 흔들 수 있음
계약상 하자처리 절차 준수 여부 — 절차 위반은 매수인 측 항변의 신뢰성을 떨어뜨림
상계금지특약 유무 — 계약서에 상계를 제한하는 조항이 있는지 확인
대응 실무 — 대금 청구 소송에서 실제로 무엇을 해야 하나
매수인이 하자를 이유로 대금 지급을 거부하면, 매도인은 물품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거나 이미 제기된 상황에서 매수인의 상계 항변에 답변서로 대응하게 됩니다. 이때 가장 먼저 준비할 자료는 납품 시점의 검수 기록입니다. 납품확인서, 검수확인서, 인수증에 하자에 대한 이의가 없었다는 사실이 남아 있다면, 이는 매수인이 상법 제69조의 검사·통지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강력한 정황이 됩니다.
다음으로는 대금 지급 요구와 하자 주장 사이의 시간적 간격을 명확히 드러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납품 후 대금 지급 기일이 지나 독촉이 시작된 이후에야 하자 주장이 처음 등장했다는 사실관계를 문자·이메일·거래명세서로 재구성하면, 법원이 하자 주장을 사후적으로 만들어낸 항변으로 볼 여지를 넓힐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매수인이 수령 직후 하자를 지적한 기록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 시점부터의 대응 이력을 다시 점검해 매도인 측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정리해두어야 합니다.
손해액 다툼에 대비해서는 매도인 측도 별도의 감정이나 견적을 확보해 매수인이 제시한 손해액의 타당성을 반박할 준비를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법원은 상계 항변이 제기되면 자동채권의 존부와 액수를 실질적으로 심리하므로, 매도인이 적극적으로 반증 자료를 제시할수록 상계로 감액되는 금액을 줄이거나 상계 자체를 배척시킬 가능성이 커집니다.
납품확인서·검수확인서에 하자 이의가 없었다는 기록, 그리고 대금 독촉 이후에야 하자 주장이 등장했다는 시간적 정황은 상계 항변을 방어하는 데 가장 실질적인 증거가 됩니다.
지급명령·소송 중 상계 항변이 나왔을 때의 절차적 유의점
물품대금 회수를 위해 지급명령을 신청했는데 매수인이 이의신청을 하면서 하자와 상계를 주장하는 경우, 사건은 통상의 소송절차로 이행됩니다. 이 단계에서는 매수인이 답변서·준비서면에 상계 항변을 구체적으로 특정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단순히 “하자가 있어 대금을 줄 수 없다”는 취지만 있고 자동채권의 발생 원인·금액이 특정되지 않았다면, 법원에 항변 자체의 특정을 요구하는 준비서면을 제출해 다툼의 범위를 명확히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상계 항변이 소송상 방어방법으로 처음 제출된 시점도 중요합니다. 소송 진행 중 갑자기 등장한 상계 주장이라면, 그 이전까지 매수인이 대금 지급의무 자체는 인정하면서 시기만 미뤄왔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하자를 이유로 지급을 거부해왔는지 소송 전 교신 기록으로 확인하는 작업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이런 정황들은 손해배상채권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데 간접증거로 작용합니다.
상계가 일부 인정되더라도 전부 인용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법원은 통상 대금채권 중 상계 요건과 손해액이 입증된 범위에서만 상계를 인정하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매도인의 청구를 인용하는 형태로 판단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따라서 매도인 입장에서는 상계 항변을 전부 막아내는 것 못지않게, 상계 인정 범위를 최소화하는 데도 소송 전략의 무게를 두어야 합니다.
계약 단계에서 미리 막는 법 — 다음 거래를 위한 정비
이미 발생한 분쟁을 방어하는 것과 별개로,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계약서를 정비하는 작업도 필요합니다. 하자 발견 시 통지 기한과 방법(서면·이메일 등 특정 방식), 하자 판정 절차(제3의 검사기관 활용 여부),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의 상한이나 산정 기준을 계약서에 명시해두면, 추후 상계 항변이 제기되더라도 다툼의 범위를 계약 문언으로 좁힐 수 있습니다.
대금 지급조건에 “검수 완료 후 지급” 같은 단서가 붙어 있다면, 검수 완료의 의미와 시점을 구체적으로 정해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검수완료확인서에 서명을 받아두는 관행을 들이면, 추후 매수인이 검수 완료 이후 시점에 갑자기 하자를 주장하더라도 그 신빙성을 훨씬 쉽게 다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런 서면 관행이 없는 거래에서는 매번 분쟁의 여지가 남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검수확인서에 서명을 받았는데도 나중에 하자를 주장하면 어떻게 되나요?
A. 검수확인서에 이의 없이 서명한 사실은 그 시점까지 발견 가능한 하자가 없었다는 유력한 증거가 됩니다. 다만 즉시 발견하기 어려운 하자라면 상법 제69조에 따라 수령 후 6개월 내 발견·통지 시 권리 행사가 가능하므로, 하자의 성질(즉시 발견 가능 여부)을 함께 따져야 합니다.
Q. 매수인이 상계를 주장하며 대금을 아예 지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라도 받을 방법이 있나요?
A. 상계는 대등액 범위에서만 효력이 있으므로, 매수인이 주장하는 손해액이 대금 전액에 미치지 못한다면 그 차액은 여전히 청구할 수 있습니다. 손해액 산정 근거를 적극적으로 다투어 상계 인정 범위를 줄이는 것이 실무적으로 중요합니다.
Q. 하자통지를 문자메시지로만 받았는데 이것도 유효한 통지인가요?
A. 상법 제69조는 통지의 방식을 특정 서면으로 제한하지 않으므로 문자메시지도 통지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통지 내용이 하자의 구체적 내용을 특정했는지, 발송 시점이 인도 후 지체 없이 이루어졌는지는 별도로 따져야 합니다.
Q. 계약서에 상계금지특약을 넣으면 매수인의 상계 항변을 완전히 막을 수 있나요?
A. 당사자 간 상계금지특약은 원칙적으로 유효해 상계 항변을 배제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다만 특약의 문언이 모호하면 적용 범위를 두고 다시 다툼이 생길 수 있어, 어떤 채권에 어떤 방식으로 적용되는지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Q. 하자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와 제척기간을 둘 다 신경 써야 하나요?
A. 예. 민법 제582조의 6개월은 권리 행사 자체를 위한 제척기간이고, 이와 별도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문제도 함께 검토 대상이 될 수 있어 두 기간을 모두 확인해야 합니다.
Q. 소송 중이 아니라 아직 소를 제기하지 않은 단계에서도 상계 항변을 미리 대비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내용증명으로 대금 지급을 최고하면서 하자 주장에 대한 반박 근거(검수확인서, 통지 부재 등)를 함께 정리해두면, 이후 지급명령이나 소송 단계에서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자료가 됩니다.
맺음말
납품 후 대금 미지급 분쟁에서 하자 주장과 상계 항변은 매수인이 가장 손쉽게 꺼내는 방어 수단입니다. 그러나 상계가 유효하려면 하자담보책임의 요건, 상법상 검사·통지의무, 상계적상과 손해액의 특정성까지 여러 단계를 모두 통과해야 합니다. 매도인 입장에서는 어느 한 단계라도 흔들 수 있는 자료(검수확인서, 통지 기록의 부재, 손해액 산정의 부실함)를 찾아내는 것이 방어의 핵심입니다.
대금 독촉 이후에야 등장한 하자 주장, 근거 자료 없는 손해액, 계약상 하자처리 절차를 거치지 않은 이의제기는 모두 상계 항변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요소입니다. 거래 기록과 소통 이력을 시간순으로 정리해두면 소송 단계에서 훨씬 유리한 위치에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수원을 비롯한 경기남부 지역에서 물품대금·상사 계약 분쟁을 다루어 온 경험에 비추어 보면, 초기 자료 정리의 충실도가 상계 항변 대응의 성패를 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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