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에서 군사경찰의 출석 통보를 받으면 머릿속이 하얗게 됩니다. 무슨 혐의인지, 무엇을 말해야 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아도 되는지, 변호사를 부를 수 있는지조차 막막합니다. 하지만 첫 조사에서의 대응은 이후 군검찰 수사와 재판의 방향을 크게 좌우합니다. 이 글에서는 군사경찰 조사에서 진술거부권을 어떻게 행사하고, 변호인 참여를 누가 어떻게 신청하는지, 그리고 이를 어긴 조사의 진술은 어떤 운명을 맞는지를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군사경찰 출석 통보를 받으면 가장 먼저 확인할 세 가지
군사경찰(군사법경찰관)로부터 출석 통보를 받으면 대부분은 통보 문구 자체에 압도되어 곧바로 날짜를 잡고 나가려 합니다. 그러나 조사에 응하기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내가 어떤 지위로 부르는지입니다. 같은 출석 요구라도 참고인(목격자·관계인)으로 부르는 것과 피의자(혐의를 받는 당사자)로 부르는 것은 조사의 무게가 전혀 다릅니다.
지위 확인이 중요한 이유는, 뒤에서 볼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참여권이 피의자 지위를 전제로 가장 강하게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실무에서는 처음에는 참고인으로 불렀다가 조사 도중 사실상 피의자로 추궁이 바뀌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예컨대 부대 내 금품 분실 사건에서 "몇 가지 물어볼 게 있다"며 참고인처럼 부른 뒤, 실제로는 절도 혐의의 초점을 나에게 맞추는 식입니다.
따라서 통보를 받으면 ① 나의 조사 대상 지위(피의자인지 참고인인지), ② 혐의 죄명과 사건 개요, ③ 조사 일시·장소·담당 수사관을 미리 확인하고, 가능하면 서면(출석요구서)으로 남겨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 세 가지를 모른 채 들어가면 방어 전략을 세울 수 없습니다.
지위 확인 — 피의자/참고인 여부. 조사 중 실질적 피의자로 바뀌면 그 시점부터 진술거부권 고지 대상이 됩니다.
혐의 특정 — 어떤 죄명으로, 어떤 사실관계를 문제 삼는지. 죄명을 알아야 무엇을 다툴지 정해집니다.
일정 조율 — 출석일은 협의로 조정할 수 있습니다. 준비 없이 당일 응하지 말고 방어 준비 시간을 확보하십시오.
출석 통보의 핵심은 "언제 나가느냐"가 아니라 "어떤 지위로, 무슨 혐의로 부르는가"를 먼저 파악하는 것입니다.
진술거부권 — 무엇을 거부할 수 있고, 정말 불이익이 없는가
군사법원법 제236조의3(진술거부권 등의 고지)은 검찰관 또는 군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반드시 알려주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헌법 제12조 제2항의 자기부죄 거부 원칙을 수사 단계에서 구체화한 것으로, 군 수사절차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진술거부권은 "일체의 진술을 하지 않을 권리"이자 "개별 질문에 대해 답하지 않을 권리"를 모두 포함합니다. 즉 처음부터 끝까지 침묵할 수도 있고, 인정신문에는 답하되 핵심 쟁점 질문에만 답을 보류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진술을 거부했다는 사실 자체가 유죄의 증거로 쓰이거나 그것만으로 불리한 추정을 받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침묵을 "찔리는 게 있으니 말 못 한다"고 몰아가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실무적으로는 무조건 전면 침묵이 항상 최선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명백한 알리바이나 객관적 자료로 곧바로 혐의를 벗을 수 있는 사안이라면 정리된 진술이 유리할 수 있고, 반대로 사실관계가 복잡하거나 공범·목격자 진술과 엇갈리는 사안이라면 섣부른 진술보다 방어권 행사가 안전합니다. 그래서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보류할지"를 조사 전에 설계하는 것이 진술거부권을 제대로 쓰는 방법입니다.
진술거부권은 전부 침묵과 부분 침묵을 모두 포함하며, 행사했다는 사실만으로 불이익하게 취급될 수 없습니다.
변호인 참여 신청 — 누가, 어떻게 신청하나
군사법원법 제235조의2(변호인의 참여 등)는 검찰관 또는 군사법경찰관이 피의자 또는 그 변호인·법정대리인·배우자·직계친족·형제자매의 신청에 따라,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피의자 신문에 변호인을 참여하게 하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신청권자가 본인만이 아니라 배우자·직계친족·형제자매까지 넓게 열려 있다는 점이 실무상 중요합니다. 당사자가 부대 내에서 신청이 어려운 상황이라도 가족이 변호인 참여를 신청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청 방법에는 특별한 서식 제한이 없습니다. 구두로도 가능하지만, 참여 요청 사실과 시점을 남기기 위해 서면 또는 수사기관 접수 형태로 신청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예를 들어 출석 통보를 받은 직후 변호인을 선임하고, 조사 개시 전 "이 신문에 변호인을 참여시키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히면, 수사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변호인이 참여하면 신문 과정에서 부당한 유도신문·반복신문을 견제하고, 조사 종료 후 조서 내용이 진술 취지와 맞는지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사가 장시간 이어질 때 휴식이나 중단을 요청하는 것도 변호인이 옆에 있을 때 훨씬 수월합니다. 참여권은 단순한 "동석"이 아니라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작동시키는 통로입니다.
신청권자 — 피의자 본인, 변호인,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군사법원법 제235조의2).
신청 시점 — 조사 개시 전이 원칙이나, 신문 도중에도 참여 의사를 밝힐 수 있습니다.
기록 확보 — 신청 사실과 시점을 서면으로 남겨 두면 이후 제한·거부를 다툴 때 근거가 됩니다.
변호인 참여가 제한될 때 — "정당한 사유"의 한계
참여권도 무제한은 아닙니다. 군사법경찰관은 변호인이 참여함으로써 증거를 인멸·은닉·조작할 위험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거나, 신문을 방해하거나 수사기밀을 누설하는 등 수사에 현저한 지장을 주는 경우에는 신문 중이라도 참여를 제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정당한 사유"는 막연한 우려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명백해야 인정됩니다. 단지 변호인이 옆에서 조언한다는 이유, 피의자가 진술거부권을 행사한다는 이유만으로 참여를 배제하는 것은 정당한 사유가 되지 못합니다.
실무에서 자주 문제되는 것은 "변호인은 뒤에 앉아 있고 발언하지 말라"는 식의 사실상 무력화입니다. 변호인의 참여권에는 신문에 대한 부당한 개입을 견제하고 의견을 진술할 최소한의 여지가 포함되므로, 참여 자체를 형식만 허용하고 조력을 봉쇄하는 것은 참여권 침해로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부당하게 제한당했다면 그 사유와 경위를 조서나 별도 서면에 남겨 두는 것이 이후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예컨대 뚜렷한 증거인멸 정황도 없는데 "수사에 방해된다"는 한마디로 변호인을 퇴실시켰다면, 그 상태에서 이루어진 신문의 적법성 자체가 뒤에 쟁점이 됩니다. 제한을 당한 순간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제한 사유를 물어 기록에 남기고 이후 절차에서 위법성을 다투는 편이 유리합니다.
"정당한 사유"는 증거인멸·신문방해가 객관적으로 명백할 때에 한합니다. 진술거부권 행사나 변호인의 조언 자체는 제한 사유가 될 수 없습니다.
고지 없이 받은 진술의 운명 — 증거능력이 사라진다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참여권이 절차적 장치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이를 어기고 받은 진술은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대법원 1992. 6. 23. 선고 92도682 판결에서,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신문하면서 미리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은 때에는 그 진술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진술의 임의성이 인정되더라도 증거능력이 부인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법리는 군 수사절차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여기에는 형식이 진술조서·진술서·자술서 무엇이든 관계없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조사 과정에서 작성된 서류라면 "피의자신문조서"라는 이름을 달지 않았더라도 같은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또한 고지 대상이 되는 피의자 지위는 수사기관이 혐의를 두고 실질적으로 수사를 개시한 때부터 인정되므로, 형식상 참고인이었더라도 실질이 피의자였다면 고지 없이 받은 진술은 배제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조사 과정에서 진술거부권 고지가 있었는지, 변호인 참여 신청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되지는 않았는지를 기억하고 기록해 두는 것은 단순한 절차 챙기기가 아니라 증거능력을 좌우하는 방어의 핵심입니다. 첫 조사 단계에서의 이 기록이 이후 군검찰 수사와 재판의 향방을 바꿀 수 있습니다.
내 사건은 군사경찰 관할인가, 민간 관할인가 — 2022년 개정의 분기점
2022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개정 군사법원법은 군 형사절차의 관할을 크게 바꿨습니다. 성폭력 범죄, 군인 등의 사망 사건의 원인이 된 범죄, 그리고 군인 신분 취득 전에 저지른 범죄는 처음부터 군사경찰·군검찰이 아니라 민간 경찰·검찰이 수사하고 민간 법원이 재판하도록 이관되었습니다. 즉 같은 "군인"이라도 사건 유형에 따라 나를 부르는 주체가 달라집니다.
이 구분이 실무에서 중요한 이유는, 출석 통보를 보낸 곳이 군사경찰인지 민간 경찰인지에 따라 적용 절차법(군사법원법이냐 형사소송법이냐)과 이후 재판 관할이 갈리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입대 전 발생한 사건으로 조사를 받는다면 이는 민간 수사기관의 관할일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복무 중 부대 내에서 벌어진 일반 군형법 위반이라면 군사경찰 조사로 진행되는 것이 통상입니다.
다만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참여권이라는 핵심 방어권은 어느 절차에서든 보장된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군사법원법과 형사소송법 모두 신문 전 진술거부권 고지 의무와 정당한 사유 없는 참여 배제 금지를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관할을 확인하는 것은 "권리가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절차규정에 따라 어떻게 행사하느냐"를 정하기 위한 것입니다.
2022. 7. 1. 시행 개정 군사법원법으로 성폭력·사망 원인 범죄·입대 전 범죄는 민간 수사·재판으로 이관되었습니다. 통보 주체를 먼저 확인하십시오.
첫 조사 전에 준비할 것 — 실전 체크리스트
출석일까지의 준비가 조사 전체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준비 없이 들어가 즉흥적으로 답하다 보면, 사실과 다르거나 불리하게 해석될 진술이 조서에 남고 이후 이를 번복하기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반대로 쟁점과 방어 방향을 미리 정리해 두면,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보류할지 흔들리지 않게 됩니다.
특히 조서는 서명·날인 전 반드시 열람하고, 진술 취지와 다른 부분은 정정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한 번 서명한 조서는 강한 증거가 되므로, 표현 하나까지 내 진술과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생략해선 안 됩니다. 아래 항목을 출석 전에 점검하십시오.
지위·혐의 확인 — 피의자/참고인, 죄명, 문제된 사실관계를 미리 파악합니다.
변호인 선임·참여 신청 — 조사 전 선임하고 참여 의사를 명확히 밝힙니다(군사법원법 제235조의2).
진술 설계 — 인정할 부분과 다툴 부분, 보류할 질문을 미리 정리합니다.
조서 확인 — 서명 전 열람·정정 요구. 취지와 다른 기재는 반드시 바로잡습니다.
영상녹화 여부 확인 — 군사법원법 제236조의2에 따라 조사 과정은 영상녹화될 수 있습니다. 사전 고지 여부를 확인하십시오.
자주 묻는 질문
Q. 출석 통보를 받았는데 나가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A.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에 불응하면 수사기관이 신병 확보를 위한 절차로 나아갈 수 있어, 무단 불출석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다만 출석일 자체는 협의로 조정할 수 있으므로, 준비가 필요하면 담당자에게 일정 조정을 요청하고 그 사이 변호인 선임과 방어 준비를 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입니다.
Q. 진술을 거부하면 오히려 괘씸죄로 불리해지지 않나요?
A. 진술거부권 행사 자체를 유죄의 근거로 삼거나 그것만으로 불리하게 추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사안에 따라 정리된 진술이 유리한 경우도 있으므로, 전면 침묵과 부분 진술 중 무엇이 나은지는 혐의 내용과 증거 상황을 보고 조사 전에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Q. 변호인 없이 이미 조사를 받았는데 참여 신청을 안 한 게 문제가 되나요?
A. 참여권은 신청이 있을 때 보장되는 권리라, 신청하지 않은 것 자체가 위법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후 조사부터라도 변호인을 선임해 참여를 신청할 수 있고, 앞선 조사에서 진술거부권 고지가 없었거나 진술이 부당하게 유도되었다면 그 조서의 증거능력을 다툴 여지가 있으므로 조사 경위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Q. 변호인이 참여했는데도 수사관이 발언을 막았습니다. 그래도 참여한 걸로 봐야 하나요?
A. 참여권은 단순 동석이 아니라 부당한 신문을 견제하고 의견을 진술할 최소한의 조력을 포함합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조언을 전면 봉쇄했다면 참여권 침해로 다툴 여지가 있으므로, 제한 사유와 경위를 조서나 별도 서면에 남겨 두는 것이 이후 대응의 근거가 됩니다.
Q. 저는 입대 전에 벌어진 일로 조사를 받는데, 이것도 군사경찰이 담당하나요?
A. 2022년 7월 1일 시행 개정 군사법원법에 따라 군인 신분을 얻기 전에 저지른 범죄는 원칙적으로 민간 수사·재판 대상으로 이관되었습니다. 통보 주체가 군사경찰인지 민간 경찰인지 먼저 확인해야 적용 절차와 관할을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Q. 조서에 서명했는데 나중에 내용이 사실과 다른 걸 알았습니다. 되돌릴 수 있나요?
A. 서명·날인 전 열람·정정 요구가 원칙이라, 한 번 서명한 조서를 뒤집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진술 과정에 강압·유도가 있었거나 진술거부권 고지가 없었다면 증거능력을 다툴 수 있으므로, 서명 경위와 조사 상황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대응 방향을 검토하는 것이 좋습니다.
맺음말
군사경찰의 출석 통보는 그 자체로 유죄를 뜻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첫 조사 단계에서 진술거부권(군사법원법 제236조의3)과 변호인 참여권(군사법원법 제235조의2)을 어떻게 행사하느냐가 사건 전체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지위와 혐의를 먼저 확인하고,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보류할지 설계하며, 조서는 서명 전 반드시 확인하는 것 — 이 기본기가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특히 진술거부권 고지 없이 받은 진술은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이 부인되고(대법원 1992. 6. 23. 선고 92도682 판결), 2022년 7월 1일 개정 군사법원법 시행으로 성폭력·사망 원인 범죄·입대 전 범죄는 민간 절차로 이관되었다는 점까지 함께 챙기면, 내 사건이 어느 절차에서 어떤 규정으로 다뤄지는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전면 침묵과 부분 진술 중 무엇이 유리한지, 참여 제한을 어떻게 다툴지는 혐의와 증거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전략의 영역입니다. 첫 조사 전, 사건 구조를 냉정하게 짚어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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