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최앤리 법률사무소 최철민 변호사입니다.
지난 6월 30일,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투자가 서울 스타트업벤처캠퍼스에서 '벤처투자 계약문화 발전 선포식'을 열고 개정된 '벤처투자 표준계약서 및 해설서'를 공개했습니다. 2023년 개정 이후 딱 3년 만인데요, 저도 소식을 듣자마자 기존 계약서와 새 계약서를 나란히 펼쳐놓고 조항을 하나하나 대조해봤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번 개정은 단순히 문구 몇 개 손본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계약서의 뼈대 자체가 바뀌었거든요. 그래서 이번 시리즈는 총 3편에 걸쳐서 창업자 대표님 입장에서 실제로 협상 테이블에서 마주치게 될 변화들을 최대한 자세히 풀어드리려고 합니다. 1편에서는 큰 그림, 즉 계약서 체계 자체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왜 하필 지금, 3년 만에 다시 손을 봤을까요
작년 12월 출범한 '벤처투자 계약문화 발전포럼'에서 스타트업, VC, 액셀러레이터, 법률 전문가들이 모여 그동안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던 불공정 계약 관행을 논의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이번 개정판입니다. 저도 자문을 다니면서 매번 비슷한 지점에서 창업자 대표님들이 답답해하시는 걸 봐왔는데요. "이거 표준계약서라서 고칠 게 없어요"라는 말을 투자자 쪽에서 듣고 그냥 서명하는 경우가 정말 많았습니다. 이번 개정은 바로 그 표준계약서 자체의 '기본값'을 창업자 쪽으로 조금 더 옮겨놓은 개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계약서가 한 장에서 두 장으로 나뉘었습니다
기존 표준계약서(2023년판)는 투자계약(SPA, 주식인수계약)과 주주간계약(SHA, 주주 간 합의사항)이 하나의 문서 안에 뒤섞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리즈A, B, C로 투자 라운드가 반복될수록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이전 라운드 투자자와 신규 투자자의 권리·의무가 한 문서 안에서 자꾸 부딪히는 겁니다. 예를 들어 시드 투자자와 시리즈A 투자자의 사전동의권 조항이 서로 다른데, 그게 전부 한 계약서 안에 켜켜이 쌓여있으니 나중에는 어느 조항이 누구에게 적용되는지 창업자 본인도 헷갈리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번 개정판은 이 문제를 SPA와 SHA를 아예 분리하는 방식으로 풀었습니다. SPA에는 신주 발행 조건, 종류주식의 내용처럼 그 라운드에서 한 번 정하면 끝나는 사항을, SHA에는 사전동의권이나 상환·전환 조건, 이해관계인의 책임처럼 계속 이어지는 권리관계를 담습니다. 언뜻 보면 "검토할 문서가 하나 더 늘었네" 하고 부담스러우실 수 있는데요, 실제로는 라운드마다 SHA만 새로 갱신하거나 기존 SHA와 병존시키는 방식으로 운용할 수 있어서, 오히려 예전 투자자와의 권리 충돌 리스크를 크게 줄여줍니다. 이건 글로벌 벤처투자 실무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쓰이던 방식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이번 개정으로 32종에 달하던 통합형 계약서 체계가 5종으로 단순해졌다고 하니,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계약서를 이해하기가 더 쉬워질 거라고 봅니다.
상환전환우선주(RCPS)에서 전환우선주(CPS)로, 무게중심이 옮겨갔습니다
스타트업 투자 하면 다들 상환전환우선주, 줄여서 RCPS를 떠올리실 텐데요, 이번 해설서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권고 기본형으로 상환권을 뺀 전환우선주, 즉 CPS를 제시한 겁니다. RCPS는 상환권·전환권·우선권이 결합된 구조인데, 상환권이 붙어 있으면 회계상 부채로 잡힐 위험이 있고, 창업 초기라 현금흐름이 빠듯한 회사 입장에서는 투자자의 상환청구 자체가 회사의 존립을 흔드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해설서에서도 창업 초기 기업일수록 상환의무가 없는 보통주나 CPS 쪽이 부담이 훨씬 적다고 짚고 있고, 상환권은 필수가 아니라 별도로 선택하는 옵션 정도로 두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대표님들이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이건 어디까지나 '권고 기본형'일 뿐입니다. 실제 협상 테이블에서는 투자자의 협상력에 따라 여전히 RCPS로 계약이 체결되는 경우가 훨씬 많을 겁니다. 그러니 상환권 자체를 완전히 빼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최소한 상환청구가 가능해지는 시점을 5~7년 정도로 늦추고 상환이율을 낮추는 방향으로라도 협상을 시도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계약서 체계의 큰 그림을 살펴봤는데요, 다음 2편에서는 창업자 대표님의 지분 희석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핵심 조항, 바로 사전동의권과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조항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뀌었는지 실제 계약서 문구와 계산 예시까지 곁들여서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 이 글은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법률 자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최앤리 법률사무소에 문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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