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든 그 막막함, 잘 압니다
어느 날 갑자기 집으로 수사관이 찾아오고, 휴대폰과 외장하드를 압수당하고,
"조사 일정을 잡자"는 연락을 받으면 — 머릿속이 하얘지는 게 당연합니다.
텔레그램 합성봇으로 만든 이미지, 오래전 주고받은 대화, 잊고 있던 파일 하나가 문제가 되어
인생 전체가 흔들리는 듯한 공포가 밀려옵니다.
특히 허위영상물(딥페이크) 사건은 다른 사건과 결이 다릅니다.
내가 무엇을 했는지보다, 내 저장매체에서 무엇이 나오느냐가 사건의 크기를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별것 아니겠지" 하고 혼자 대응했다가 사건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지금 이 글을 찾아보고 계시다면, 가장 먼저 드리고 싶은 말은 이것입니다.
지금 당장의 한두 가지 선택이, 앞으로의 수사 범위를 상당 부분 결정합니다.
1. 딥페이크 사건은 법적으로 어떻게 평가되나
합성물 관련 사건은 보통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허위영상물 등의 반포등)로 다뤄집니다.
쉽게 풀면, 실제 사람의 얼굴 등을 성적인 영상·사진에 합성하는 행위가 처벌 대상이고
여기에는 크게 세 갈래가 있습니다.
제작: 합성물을 만든 행위
반포·제공(유포): 만든 것을 남에게 보내거나 보이게 한 행위
판매·영리 목적: 대가를 받고 거래한 행위
문제는 이 세 가지가 따로따로 평가된다는 점입니다.
"한 번 만든 것"처럼 보여도 제작·유포·판매가 각각 별개의 혐의로 쌓일 수 있고,
영리 목적이 인정되면 형이 가중됩니다.
그래서 같은 사람의 같은 사건이라도,
어디까지가 입건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그리고 그 '어디까지'를 결정하는 무대가 바로 포렌식입니다.
2. 혼자 대응할 때 가장 위험한 지점 — 포렌식과 임의제출
많은 분이 "압수당했으니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사건의 크기는 그 다음 단계에서 정해집니다.
압수된 저장매체를 수사기관이 들여다보며 무엇을 사건과 관련된 자료로 추려낼지(선별)
정하는 과정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이 단계를 혼자 두면 두 가지 일이 벌어집니다.
첫째, 선별 시간이 사실상 무제한이 됩니다.
피의자나 변호인이 참여하지 않으면 수사관은 시간을 들여 저장매체를 샅샅이 훑게 되고,
그 과정에서 그냥 지나갔을 자료까지 사건 안으로 끌려 들어오는 일이 흔합니다.
둘째, 임의제출 범위 설정에서 실수합니다.
"혐의 관련 정보만"이라고 한정해야 할 자리에서 그저 시키는 대로 제출해 버리면,
원래 사건과 무관한 메시지·파일까지 수사 대상이 되어버립니다.
한 번 넓어진 범위는 되돌리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여기에 더해, 조사실에서 정리되지 않은 진술을 하다 보면
— 억울함을 토로하려던 말이 오히려 불리한 자백처럼 조서에 남기도 합니다.
이건 협박도 과장도 아니라, 준비 없이 들어간 분들에게 실제로 반복되는 일입니다.
3. 변호인이 들어가면 무엇이 달라지나
저는 수사관과 직접 접촉하면서 사건을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딥페이크·허위영상물 사건에서 제가 집중을 조력하는 지점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① 포렌식 선별 절차 참관
— '무엇을 사건으로 삼을지'를 그 자리에서 다툽니다
압수가 끝나면, 수사기관은 압수한 휴대폰·외장하드를 포렌식해
그 안의 수많은 파일·대화·기록 중 무엇을 이 사건의 자료로 삼을지를 골라냅니다(선별 절차).
변호인이 이 자리에 참관하면, 의뢰인 곁에서 모니터에 뜨는 자료를 함께 보며 파일 하나하나를 두고 협의합니다.
구체적으로 이런 다툼이 오갑니다.
이 파일은 영장에 적힌 범죄사실과 관련이 없다
"파일명·내용만으로는 무엇인지 특정되지 않는다
생성·전송 시점이 영장의 범위 밖이다
단순히 저장돼 있던 흔적일 뿐, 제작이나 유포로 평가할 수 없다
이건 직접 증거가 아니라 간접 정황에 불과하다
이런 근거로 압수 목록에서 빼는 협의를 하고,
추가 임의제출이나 재선별이 필요한 국면에서도 그 범위를 '혐의와 관련된 정보'로 한정해 둡니다.
처음 화면에 수백 개의 파일이 떠 있더라도,
관련성과 입증 가능성을 하나씩 따져 나가면
실제 입건 대상은 그중 일부로 정리되곤 합니다.
(다만 어디까지 정리되는지는 사안과 증거에 따라 다릅니다)
반대로 이 자리에 아무도 들어가지 않으면,
수사관에게는 시간 제한 없이 저장매체를 훑을 여유가 주어집니다.
그러다 보면 그냥 지나쳤을 자료까지,
특히 어떤 대화가 걸려 들어올지 모르는 메시지 기록까지 사건 안으로 끌려 들어오고
— 정작 다음 조사를 준비할 때는 무엇이 압수됐는지조차 알지 못해 무방비로 출석하게 됩니다.
쉽게 말해 선별 참관은
'내가 어떤 혐의로 몇 건을 두고 조사받게 될지'의 윤곽을 그 방에서 함께 그려 나가는 일입니다.
입증 가능성을 근거로 협상하는 것도,
어떤 자료가 빠지고 남았는지 파악하는 것도,
당사자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② 무엇을 다투고 무엇을 인정할지 — '인정의 타이밍'을 설계합니다
딥페이크 사건은 객관적인 디지털 증거가 이미 상당히 확보된 상태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사안에서 모든 혐의를 무조건 부인하고 버티는 것이 늘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명백히 확인되는 부분까지 끝까지 다투면,
수사기관은 그것을 입증하기 위해 압수 범위를 넓히고 추가 수사에 들어가게 되고
— 그 과정에서, 정작 진지하게 다투어 볼 만했던 다른 부분까지 사건이 함께 커지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반대로,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사실은 적절한 시점에 인정하고 진지한 반성의 태도를 보이면,
수사를 무리하게 확대할 동기 자체가 줄어들고,
이는 처분과 양형 단계에서도 의미 있는 정상으로 작용합니다.
다만 이것은 "무조건 인정하라"는 뜻이 결코 아닙니다.
다툴 여지가 분명한 부분 — 예컨대 단순히 저장돼 있던 것을 제작·유포로 평가할 수 있는지, 영리 목적을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는지 — 은 끝까지 다투되,
이미 객관적으로 확인된 부분은 적시에 정리하는 것입니다.
그 경계를 어디에 긋느냐가 사건의 향방을 가르고,
이 경계는 증거 전체를 읽을 수 있는 사람만이 그을 수 있습니다.
증거관계를 모른 채 감정만으로 부인을 반복하다가,
정작 조서에는 불리한 진술이 남고 수사는 더 단단해지는 경우
— 곁에 변호인이 있어야 피할 수 있는 함정입니다.
(어떤 판단이 유리한지는 사안과 증거에 따라 다릅니다)
③ 조사 동석과 진술 준비
조사 전 미리 만나 예상 질문과 사실관계를 함께 정리하고,
조사 당일에는 변호인이 곁에서 전 과정을 기록하며 동석합니다.
핵심은 '없는 말을 지어내는 것'이 아니라,
있는 사실을 정확하고 일관되게 진술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④ 조서 검토, 변호인 의견서, 양형 변론
조사 후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를 검토해 사실과 다른 부분의 수정을 요청하고,
사실관계와 판례를 반영한 변호인 의견서를 제출합니다.
다툴 사건은 다투고, 인정할 사건은 반성문·탄원서·피해 회복 등 양형 자료를 촘촘히 준비합니다.
4. 초기 대응이 중요한 이유, 그리고 지금 하실 일
딥페이크 사건은 압수 직후부터 포렌식 선별, 첫 조사까지의 초기 국면에서 사건의 윤곽이 잡힙니다.
이 시기에 범위를 정리하지 못하면, 이후에 되돌리는 데 훨씬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듭니다.
경찰에서 조사 일정 연락이 오면,
"변호인과 상의해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답하신 뒤 일정을 잡으셔도 늦지 않습니다.
그 사이에 전문가의 진단을 먼저 받으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압수수색을 당하셨거나, 경찰·검찰에서 출석 요구를 받으셨다면,
첫 조사 전에 상황을 한번 점검받아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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