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기 아파트 상속세에서 과거 고가 거래가 문제 되는 이유
하락기 아파트 상속세에서 과거 고가 거래가 문제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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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기 아파트 상속세에서 과거 고가 거래가 문제 되는 이유 

하정림 변호사

상속세에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상속재산을 얼마로 볼 것인지다. 특히 아파트는 같은 단지, 같은 평형의 거래가 비교적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국세청이 유사매매사례가액을 근거로 상속세를 다시 계산하는 경우가 있다. 상속인은 공동주택가격이나 감정가액을 기준으로 신고했는데, 과세관청은 평가기준일보다 오래전 체결된 같은 단지의 고가 거래를 들고 와 이것이 시가라고 주장하는 식이다.

그러나 평가기간을 벗어난 매매사례가액을 시가로 쓰는 것은 원칙이 아니라 예외다. 상증세법 제60조가 말하는 시가는 어디까지나 상속개시일 현재의 객관적 교환가치다. 과거에 누군가 비싸게 팔았다는 사실만으로 현재의 상속재산 가치가 곧바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부동산 하락기나 금리 인상기라면 더 그렇다.

유사매매사례가액의 출발점은 평가기준일

상속재산 평가는 상속개시일, 즉 평가기준일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평가기준일 현재의 시가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시행령은 그 시가를 찾기 위해 평가기준일 전후 일정 기간의 매매, 감정, 수용, 경매, 공매 가액을 활용하도록 정한다. 상속재산의 경우 통상 평가기준일 전후 6개월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문제는 이 기간 밖에 있는 거래다. 평가기간을 벗어난 거래라도 무조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시가로 인정되려면 평가기준일부터 매매계약일까지의 기간 동안 시간의 경과, 주위환경 변화,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어야 한다. 또한 평가심의위원회 심의 등 절차적 요건도 충족되어야 한다.

따라서 질문은 단순히 같은 단지 거래인가가 아니다. 평가기준일과 거래일 사이에 가격이 안정되어 있었는가다.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평가기간 외 유사매매사례가액은 시가로 쓰기 어렵다.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은 부동산 시장에서 더 중요하다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라는 표현은 추상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부동산 사건에서는 매우 현실적인 문제다. 금리가 급격히 올랐는지, 거래량이 줄었는지, 같은 단지 실거래가가 하락했는지, 공시가격이 내려갔는지, 정부 정책이나 대출 규제가 바뀌었는지, 인근 지역의 가격 흐름이 달라졌는지가 모두 판단 요소가 될 수 있다.

예컨대 2021년 고점기에 같은 단지 아파트가 15억 원에 거래되었고, 상속개시일은 2023년 하락기라고 하자. 그 사이 기준금리가 올랐고, 거래가 얼어붙었으며, 같은 단지 매물 호가와 실거래가가 내려갔다면 2021년 거래가액을 2023년 상속재산의 시가로 단정하기 어렵다. 시장이 변했기 때문이다. 세금은 기억으로 매기는 것이 아니라 평가기준일의 가치로 매겨야 한다.

부동산 하락기에는 몇 개월 차이만으로도 가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아파트는 대출금리, 거래심리, 규제지역 여부, 인근 공급, 공시가격 변동에 민감하다. 이런 시기에 과거 고가 거래를 현재 시가로 끌고 오는 것은 납세자에게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다.

과세관청은 가격이 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설명해야 한다

평가기간 외 유사매매사례가액을 시가로 쓰려면 과세관청은 단순히 같은 단지, 같은 면적이라는 점만 주장해서는 부족하다. 그 거래일과 상속개시일 사이에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는 점을 설명해야 한다. 다시 말해 과거 거래가액이 상속개시일 당시 객관적 교환가치를 여전히 반영한다는 점이 보여야 한다.

이때 납세자는 반대로 가격변동이 있었다는 자료를 제시할 수 있다. 같은 단지 또는 인근 단지의 실거래가 흐름, 한국부동산원 지수, KB 시세, 공시가격 변동, 거래량 감소, 금리 인상 추이, 대출 규제 변화, 매물 적체 자료 등이 중요하다. 단순히 집값이 떨어졌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숫자와 자료로 가격이 흔들렸다는 점을 보여주어야 한다.

특히 공시가격 하락은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공시가격이 실제 시가를 완벽하게 반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 기간 동안 부동산 가치가 하락했다는 공적 자료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 실거래가 하락과 함께 제시하면 과거 고가 거래를 현재 시가로 보기 어렵다는 논리를 강화할 수 있다.

평가심의위원회 심의가 만능은 아니다

평가기간 외 거래가액을 시가로 인정할 때 평가심의위원회 심의가 문제 된다. 그러나 심의를 거쳤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시가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절차를 거쳤다는 것과 실질적으로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상속세 분쟁에서 과세관청은 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쳤으니 적법하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납세자 입장에서는 심의의 전제가 된 자료가 충분했는지, 비교대상 아파트가 실제로 유사한지, 거래일과 평가기준일 사이 시장이 안정되어 있었는지, 더 가까운 시점의 낮은 거래가 있었는지 따져야 한다.

같은 단지라고 해서 항상 유사재산이 되는 것도 아니다. 동, 층, 향, 조망, 수리 상태, 전용면적, 권리관계, 임대차 여부, 특수관계 거래 여부에 따라 가격은 달라진다. 유사매매사례가액은 말 그대로 유사해야 의미가 있다. 비슷해 보인다는 말로 세금을 더 매길 수는 없다.

하락기 상속세 불복은 자료 싸움이다

부동산 하락기 상속세 사건에서 핵심은 감정적 억울함이 아니다. 평가기준일 현재 시가를 어떻게 입증하느냐다. 국세청이 평가기간 외 고가 거래를 근거로 상속세를 증액했다면, 납세자는 그 거래가액이 평가기준일 당시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주어야 한다.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거래일이다. 평가기준일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그 사이 시장이 급등락했는지 봐야 한다. 다음으로 비교대상 아파트의 유사성을 검토해야 한다. 같은 단지, 같은 평형이라도 동·층·향·조망·수리 상태에 따라 가격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평가기준일에 더 가까운 거래가 있는지 찾아야 한다. 가까운 시점의 낮은 거래가 있다면 과거 고가 거래의 설득력은 약해질 수 있다.

필요하다면 감정평가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감정평가 역시 평가기준일 당시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얼마나 정확히 반영하는지가 중요하다. 단순히 낮은 가격을 만들기 위한 감정은 오히려 신뢰를 잃을 수 있다. 세무 사건에서 감정은 숫자 기술이 아니라 입증 전략이다.

과거 고가 거래보다 중요한 것은 상속개시일의 가치

상속세는 상속개시일 현재의 재산가치를 기준으로 부과되어야 한다. 평가기간 외 유사매매사례가액은 예외적으로 활용될 수 있지만, 그 전제는 분명하다.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어야 한다. 부동산 하락기, 금리 인상기, 거래절벽, 공시가격 하락이 겹친 상황이라면 과거의 고가 거래를 현재 시가로 단정하기 어렵다.

상증세법 제60조 시가의 핵심은 현재성이다. 과세관청이 과거 거래를 가져올 수는 있지만, 그 과거 가격이 평가기준일에도 여전히 객관적 교환가치를 반영한다는 점을 설명해야 한다. 납세자는 그 사이 시장이 어떻게 변했는지, 해당 아파트 가격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비교대상 거래가 왜 현재 시가로 부적절한지를 자료로 반박해야 한다.

상속세 분쟁은 숫자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그 숫자가 만들어진 시장의 시간을 함께 보아야 한다. 부동산 가격이 흔들린 시기라면 더욱 그렇다. 평가기간 밖 고가 거래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간, 납세자는 실제보다 높은 가치에 세금을 내게 될 수 있다. 세법이 요구하는 것은 가장 높은 가격이 아니라 평가기준일의 시가다. 이 차이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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