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정우람 변호사입니다.
월요일에는 남부지검에서 검사님 면담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검수완박 이후 검찰을 찾아가는 절차 자체가 없어진 것 아니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검찰사건사무규칙상 보장되는 변론활동이고, 제가 담당하는 사건에서는 검찰 단계 면담을 상당히 자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방식은 간단합니다. 검사실에 전화해 사안을 설명드리고 싶다고 요청해 일정을 잡고 면담을 하는 것인데, 혐의를 인정하는 사안에서는 의뢰인과 함께 들어가 읍소한 적도 있고, 부인하는 사건에서는 다투는 지점을 강하게 어필하기도 합니다.
이것이 모든 사건을 해결하는 근본 수단이 되지는 않겠으나, 실무적으로 체감하기에 유의미한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의뢰인 입장에서도 변호사를 선임했다면 경찰조사 입회와 의견서 제출로 끝나는 것보다, 송치 이후까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해결 과정을 함께 찾아가는 편이 비용을 들인 보람이 있을 것입니다.
이번 글은 강제추행에 관한 내용입니다.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조문만 보면 폭행이나 협박이 반드시 앞서 있어야 성립하는 것처럼 읽히지만, 실무는 그렇지 않습니다.
폭행·협박이 별도로 없어도 강제추행은 성립합니다. 대법원은 이른바 기습추행, 즉 상대방이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신체를 만지는 행위에 대해 그 추행 행위 자체를 폭행으로 봅니다.
이때의 폭행은 힘의 세기를 따지지 않고, 상대방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이면 족하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입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것이, 폭행·협박으로 제압하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면 지하철이나 술자리에서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는 기습적 접촉은 처벌의 공백에 놓이게 됩니다.
나아가 202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폭행·협박이 선행하는 유형에서도 종래 요구되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라는 기준을 폐기하였습니다. 강제추행의 성립 문턱은 전반적으로 낮아져 있는 흐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한편 성범죄 사건의 또 다른 특징은, 객관적 증거가 없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점입니다.
사건 대부분이 밀폐된 공간이나 순간적인 상황에서 발생하다 보니 CCTV나 목격자가 없는 사안이 흔합니다.
그럼에도 피해자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전후 정황과 모순되지 않는다고 평가되면, 그 진술만으로 송치와 기소, 나아가 유죄까지 이르게 됩니다.
그래서 혐의를 다투는 사건에서의 방어는 결국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흔드는 작업이 됩니다. 진술이 시점에 따라 달라진 부분은 없는지, 사건 직후의 연락이나 행동이 진술 내용과 어긋나지 않는지, 시간과 장소처럼 객관적으로 검증 가능한 지점에 모순이 없는지를 자료와 함께 정리해 제시하는 방식입니다. 막연히 "그런 적 없다"고만 반복하는 것은 방어가 아닙니다.
이 과정에서 DNA 채취나 거짓말탐지검사 같은 절차가 함께 거론되는데, 두 가지 모두 기대만큼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DNA는 옷 위 접촉이나 짧은 접촉이 대부분인 추행 사건의 특성상 검출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이고, 반대로 검출되지 않았다는 사정 역시 워낙 일반적인 결과라 무혐의의 근거로서 큰 힘을 갖지 못합니다.
거짓말탐지검사는 피의자 입장에서 구조적으로 불리합니다. '진실' 반응이 나오면 참고자료에 그쳐 본전이지만, '거짓'이나 '판단불가'가 나오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작용해 송치 방향의 근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사실관계에 확신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응하는 것을 신중히 판단하시라고 말씀드리는 편입니다.
결국 강제추행은 객관적 증거가 없는 사안에서도 진술의 결에 따라 결론이 갈리고, 조사에서의 진술 한 번이 성범죄 전과와 신상정보 등록, 취업제한 같은 부수처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억울한 사안일수록 감정적으로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지점을 어떤 자료로 다툴지 처음부터 설계하고 들어가야 합니다.
강제추행 사건으로 경찰조사를 앞두고 계시거나 이미 입건되어 대응 방향이 고민되는 상황이라면, 가능한 한 빠른 시점에 상담을 받아보시기를 권유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우람 변호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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