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기소도 되지 않았는데 직위해제 통보를 받았다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기소된 사람만 직위해제된다'고 알고 있었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런데 국가공무원법에는 아직 수사기관의 조사·수사 단계에 있을 뿐이어도 직위해제가 가능한 별도 조항이 있고, 실무에서는 이 조항이 금품비위·성비위 사건에서 자주 쓰입니다. 이 글은 기소 전 단계의 직위해제가 어떤 요건에서 가능한지, 그리고 통보를 받았을 때 다퉈볼 지점이 있는지를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직위해제란 무엇인가 — 징계와 다른 잠정조치
직위해제는 공무원에게 앞으로도 계속 직무를 맡길 경우 예상되는 업무상 장애를 예방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직위를 주지 않는 잠정적 조치입니다. 파면·해임·강등·정직 같은 징계처분과 달리, 과거의 비위행위에 대한 응보나 제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대법원도 직위해제는 공무원의 과거 비위에 대한 징벌적 제재인 징계와 그 성질이 다르다고 반복해서 밝혀 왔습니다.
이 성질 차이 때문에 직위해제는 징계에 비해 절차적 요건이 훨씬 가볍습니다. 징계처럼 징계위원회의 의결을 거칠 필요 없이 임용권자가 곧바로 처분할 수 있고, 그만큼 발동 요건을 법에서 얼마나 엄격하게 규정하는지가 실무에서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3 제1항은 직위해제가 가능한 사유를 여러 호로 나누어 규정하는데, 그중 어떤 호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기소 여부와 무관하게 처분이 가능한지가 갈립니다.
기소되기 전에도 직위해제될 수 있다 — 제73조의3 제6호의 구조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형사기소되면 직위해제'는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3 제1항 제4호, 즉 "형사 사건으로 기소된 자(약식명령이 청구된 자는 제외한다)"에 해당하는 경우입니다. 이 조항은 검찰이 정식으로 기소해야 적용되므로, 아직 수사 중이거나 내부 감찰이 진행 중인 단계에서는 원칙적으로 발동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같은 조항 제6호는 이와 별도로, "금품비위, 성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위행위로 인하여 감사원 및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조사나 수사 중인 자로서 비위의 정도가 중대하고 이로 인하여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기대하기 현저히 어려운 자"를 별도의 직위해제 사유로 규정합니다. 기소는커녕 수사가 진행 중인 단계에서도, 비위 유형과 정도만 충족되면 직위해제가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3 제1항 제6호 — 금품비위·성범죄 등 대통령령이 정한 비위행위로 조사·수사 중이고, 비위의 정도가 중대해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기대하기 현저히 어려운 자는 기소 전이라도 직위해제될 수 있다.
즉 4호와 6호는 같은 조문 안에 있지만 절차 단계가 다릅니다. 4호는 기소라는 검찰의 판단이 내려진 '이후'에만 작동하는 반면, 6호는 진정·고발이 접수되어 수사기관이 조사나 수사에 착수한 '초기 단계'부터 적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6호는 대상 비위 유형(금품비위·성범죄 등 대통령령이 정한 범위)이 제한되어 있고, '비위의 정도가 중대'하다는 추가 요건까지 붙어 있어 4호보다 발동 문턱이 낮지만은 않습니다.
'비위의 정도가 중대'하다는 것은 어떻게 판단하나
제6호가 실제로 적용되려면 두 가지 요건이 함께 충족되어야 합니다. 첫째는 비위행위 자체가 금품비위·성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유형에 해당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그 비위의 정도가 중대하여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기대하기 현저히 어려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 요건 중 하나만 충족되어서는 처분이 정당화되지 않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문제 되는 것은 두 번째 요건입니다. 단순히 진정이 접수되어 조사가 시작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비위의 정도가 중대'하다고 단정할 수 없고, 진정 내용의 구체성, 관련 증거의 정황, 담당 업무와의 관련성, 조사 진행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임용권자가 이런 사정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조사 개시 통보만으로 곧바로 직위해제를 결정했다면, 처분의 적법성 자체를 다퉈볼 여지가 있습니다.
비위행위 유형 — 금품비위·성범죄 등 대통령령이 정한 범위에 실제로 해당하는지
조사·수사의 진행 정도 — 단순 진정 접수 단계인지, 구체적 증거를 갖춘 수사 단계인지
업무 관련성 — 의심되는 비위가 현재 담당 직무와 실질적으로 연관되어 있는지
업무수행 곤란성 — 그 비위로 인해 정상적인 직무수행을 기대하기 '현저히' 어려운 사정이 있는지
구체적 적용 예시 — 조사 단계별로 결과가 달라진다
가정을 들어보겠습니다.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 A는 인허가 업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았다는 익명 진정이 접수되어 감사부서의 자체 조사가 막 시작된 단계입니다. 반면 공무원 B는 같은 유형의 의혹으로 경찰에 고발되어 압수수색까지 이루어지고 참고인 다수가 조사를 받는 등 수사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입니다.
A의 경우 아직 진정 내용의 신빙성이나 구체적 증거가 확인되지 않은 초기 단계라면, '비위의 정도가 중대'하다고 보기 어려워 제6호에 따른 직위해제가 곧바로 정당화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반면 B는 수사기관의 압수수색과 다수 참고인 조사 등 구체적 정황이 쌓인 상태이므로, 같은 업무를 계속 담당하게 두는 것이 조직 운영이나 국민 신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직위해제의 정당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A보다 훨씬 높습니다.
이처럼 조사 단계의 진행 정도, 즉 아직 진정 수준인지 이미 상당한 증거가 축적된 수사 단계인지가 처분의 적법성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됩니다. 통보를 받았다면 자신의 사안이 이 스펙트럼에서 어디에 위치하는지부터 냉정하게 짚어봐야 합니다.
대법원 판례 — 직위해제는 언제까지 효력을 갖나
직위해제 처분을 받았을 때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지점은 '이 처분이 언제 끝나는가'입니다. 대법원 2022두45623 판결(2022. 10. 14. 선고)은 성희롱·부적절한 언행을 이유로 중징계 의결이 요구되면서 함께 이루어진 직위해제 처분이 언제까지 효력을 갖는지를 다루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임용권자는 징계의결 요구와 동시에 직위해제 처분을 내렸는데, 이후 징계의결이 내려지고 당사자가 재심사를 청구하는 과정에서 직위해제 처분의 효력이 언제까지 존속하는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재심사 청구 여부와 관계없이, 징계의결이 이루어진 시점에 직위해제 처분의 효력이 상실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3에 따른 직위해제 처분의 효력이 유지되는 종기가 언제인지를 명시적으로 선언한 최초의 판결로 평가됩니다.
직위해제 처분의 효력은 재심사 청구 여부와 무관하게 징계의결이 이루어진 시점에 상실된다 — 대법원 2022. 10. 14. 선고 2022두45623 판결.
이 법리는 징계의결 요구와 함께 이루어지는 직위해제(제2호)에 관한 것이지만, 조사·수사가 진행되다가 징계절차로 전환되는 제6호 사안에도 시사점이 있습니다. 조사가 끝나 징계의결 단계로 넘어갔다면, 그 이전에 있었던 직위해제 처분이 계속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맞는지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무혐의·불기소로 끝나면 어떻게 되나
조사나 수사가 무혐의·불기소로 종결되었다면, 그 시점에 제6호가 요구하는 '조사·수사 중'이라는 요건 자체가 더 이상 충족되지 않게 됩니다. 이런 경우 직위해제를 유지할 근거가 사라졌으므로, 임용권자는 지체 없이 직위를 다시 부여해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조사가 끝났음에도 별다른 조치 없이 직위해제 상태가 방치된다면, 그 자체로 위법한 처분으로 다툴 수 있는 사안이 됩니다.
다만 조사 종결과 직위 복귀 사이에 실무적으로 다소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있고, 그 기간의 보수 처리나 소급 지급 문제는 별도로 따져야 할 쟁점입니다. 이 부분은 사안마다 구체적 사정이 다르므로, 조사 종결 통보를 받은 뒤에도 복귀 조치가 지연된다면 그 경위를 문서로 정리해 두는 것이 이후 대응에 도움이 됩니다.
통보를 받았다면 — 대응 절차
직위해제 처분도 행정처분이므로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하거나, 필요하다면 행정소송(취소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해 다툴 수 있습니다. 다만 앞서 본 것처럼 제6호 사안은 요건 자체가 두 겹(비위 유형 해당성 + 비위 중대성·업무수행 곤란성)으로 되어 있어, 어느 요건에서 다툴 지점을 찾을 수 있는지를 먼저 가려내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조사·수사의 근거가 된 비위행위가 실제로 대통령령이 정한 유형(금품비위·성범죄 등)에 해당하는지
처분 당시 조사·수사가 어느 정도까지 진행되어 있었는지(단순 진정 접수 단계였는지)
담당 업무와 의심 비위 사이에 실질적 관련성이 있는지
조사가 이미 종결되었는데도 직위해제가 계속 유지되고 있는지
이 중 하나라도 명확하지 않다면, 처분이 성급하게 이루어졌다고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통보를 받은 초기에 사실관계와 절차 경과를 정리해 두는 것이 이후 소청이나 행정소송에서 유리한 출발점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단순히 진정이 접수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직위해제될 수 있나요?
A. 원칙적으로는 부족합니다. 제6호는 조사·수사 중이라는 사실 외에 '비위의 정도가 중대'하고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기대하기 현저히 어려운' 사정까지 요구하므로, 진정 접수 단계에서 구체적 증거나 정황 없이 곧바로 처분이 이루어졌다면 요건 미비를 다퉈볼 수 있습니다.
Q. 약식명령이 청구된 경우에도 직위해제될 수 있나요?
A. 제4호(형사기소)는 약식명령이 청구된 자를 명시적으로 제외하고 있어, 약식명령만으로는 제4호 직위해제 대상이 아닙니다. 다만 비위 유형과 중대성이 인정되면 제6호를 근거로 별도로 직위해제될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Q. 조사가 끝나 무혐의로 나왔는데도 직위해제가 유지되고 있다면요?
A. 제6호의 전제인 '조사·수사 중'이라는 상태 자체가 소멸했으므로, 직위해제를 유지할 근거가 없어집니다.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그 처분의 적법성을 다투거나 조속한 직위 복귀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Q. 직위해제와 동시에 중징계 의결이 요구되었다면 언제까지 효력이 있나요?
A. 대법원 2022두45623 판결에 따르면, 재심사 청구 여부와 관계없이 징계의결이 이루어진 시점에 직위해제 처분의 효력이 상실됩니다. 징계의결 이후에도 직위해제가 별도로 유지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Q. 소청심사와 집행정지 중 어느 것을 먼저 해야 하나요?
A. 절차상 소청심사를 거쳐 행정소송으로 나아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직위해제로 인한 불이익이 급박하다면 행정소송 제기와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해 처분의 효력을 우선 멈추는 방법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Q. 제6호 직위해제도 보수가 감액되나요?
A. 네, 직위해제된 기간에는 공무원보수규정에 따라 봉급이 감액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다만 이후 무혐의 등으로 조사가 종결되면 감액된 보수의 소급 지급 여부가 별도로 문제 될 수 있어, 처분의 근거와 종결 경과를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맺음말
'기소되지 않았으니 안전하다'는 생각은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3 제6호 앞에서는 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금품비위·성범죄 등 특정 유형의 비위는 수사기관의 조사·수사가 시작된 초기 단계부터도 직위해제로 이어질 수 있고, 그 발동 요건이 '비위 유형'과 '중대성·업무수행 곤란성'이라는 두 겹의 구조로 되어 있다는 점을 정확히 알아두는 것이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통보를 받았다면 조사가 어느 단계에 있었는지, 비위 유형이 실제로 대통령령이 정한 범위에 해당하는지부터 차분히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요건이 성급하게 인정된 것이라면 소청심사나 행정소송을 통해 다퉈볼 여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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