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철의 법률톡톡] 연락했다고 모두 스토킹인가?...스토킹범죄의 판단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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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포인트뉴스. 2026. 06. 29. 오피니언 전문가기고

민경철 법무법인 이엘 대표변호사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남녀 갈등, 금전 문제, 생활 분쟁 등 과거에는 민사적·사회적 영역에서 해결되던 문제들이 형사 사건으로 전환되는 일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스토킹처벌법의 적용 범위에 대해 일정한 한계를 설정하며 신중한 판단을 하고 있다. 스토킹처벌법은 평온한 생활을 침해할 정도의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접근을 규제하는 것이 목적이며, 처벌 여부는 감정이 아니라 법률이 정한 구성요건 충족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스토킹처벌법상 가장 먼저 구별해야 할 개념은 ‘스토킹행위’와 ‘스토킹범죄’이다. 스토킹행위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하거나 따라다니는 등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개별 행위를 의미한다. 반면 스토킹범죄는 이러한 스토킹행위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한 경우에 성립하는 별도의 범죄이다.
즉, 특정 연락이나 접근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스토킹범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개별 행위가 스토킹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단계가 있고, 다시 그 행위들이 전체적으로 지속적·반복적인 범행으로 평가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단계가 존재한다.
스토킹행위 여부를 판단할 때 중요한 요소는 피해자의 주관적 불쾌감이 아니다. 법원은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연락이나 접근의 내용, 방식, 당시 상황 등을 종합하여 객관적·일반적인 관점에서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였는지를 판단한다. 피해자의 불쾌감·귀찮음과 형법상 보호가 필요한 불안감·공포심은 구별되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스토킹처벌법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라는 요건을 요구한다. 단순히 연락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행위자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한다는 점을 인식했다고 볼 수는 없다. 상대방이 명확히 거부 의사를 표시했는지, 그러한 의사를 행위자가 알고 있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접근을 계속했는지가 중요하게 고려된다.
과거 연락 방식, 두 사람 사이의 관계, 메시지 내용, 상대방의 답변 등은 이러한 인식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지속적으로 거부 의사를 표시하고 연락 수단을 차단하였음에도 다른 방법으로 반복적으로 연락하였다면 상대방의 의사를 무시한 전형적인 경우로 볼 수 있다.
한편, 스토킹처벌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이루어진 접근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행위자의 목적과 경위는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된다. 치료비나 피해 회복 요구, 금전 정산, 물건 반환, 계약 관계 정리 등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책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제한적으로 접근한 경우라면, 이를 스토킹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문제되는 개별 행위만으로 범죄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스토킹범죄가 성립하려면 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서 지속성·반복성은 단순히 연락 횟수가 아니라, 각 행위 사이에 시간적·장소적 근접성, 동일한 목적, 범의의 계속성, 행위 태양의 연속성 등을 종합하여 하나의 계속된 침해 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따라서 여러 차례 연락이나 접근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각각의 행위가 독립적인 상황에서 발생한 단발적 행동에 불과하다면 이를 스토킹범죄로 처벌하기 어렵다. 반대로 상대방의 거부 의사를 알고도 동일한 목적 아래 반복적으로 접근하는 경우에는 지속성과 반복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해당 행위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지, 정당한 이유가 없는지, 객관적으로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인지, 그리고 반복적인 침해 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스토킹처벌법은 피해자의 안전과 평온한 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일 뿐, 모든 인간관계의 갈등이나 감정적 충돌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확장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피해자 보호와 함께 죄형법정주의 원칙이 균형 있게 고려될 때 비로소 스토킹처벌법은 본래의 목적에 맞게 기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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