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기획부동산 회사에 당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이 "다 같이 집단소송 하자"입니다. 혼자 싸우는 것보다 여럿이 힘을 모으면 비용도 줄고 입증도 수월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알아보면 "한국에는 집단소송이 안 된다"는 말도 들려 혼란스럽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흔히 쓰는 '집단소송'이라는 표현과 실제로 가능한 공동대응 제도는 다릅니다. 이 글에서는 기획부동산 피해자들이 함께 대응하는 정확한 방법과 그 절차를 차근차근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기획부동산 집단소송'이라는 말의 함정 — 한국에 일반 집단소송은 아직 없다
방송이나 인터넷에서 흔히 쓰는 '집단소송'은 미국식 class action을 떠올리게 합니다. 한 사람이 대표로 소송에서 이기면 같은 처지의 피해자 전원에게 효력이 미치고, 따로 참여하지 않은 사람까지 배상을 받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런 일반적 집단소송 제도를 두고 있지 않습니다.
현재 우리 법에서 이름 그대로의 집단소송이 인정되는 분야는 증권 분야 하나뿐입니다.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은 주권상장법인이 발행한 증권의 매매나 거래로 다수가 피해를 본 경우에만 적용되며, 기획부동산처럼 토지 매매를 둘러싼 분쟁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모든 손해배상으로 확대하는 일반 집단소송법 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2026년 6월 현재까지 제정·시행되지는 않았습니다.
따라서 기획부동산 피해자들이 "집단소송을 하겠다"고 할 때 실제로 진행되는 것은 class action이 아니라, 여러 피해자가 한 소송에 함께 원고로 참여하는 공동소송이거나 그들 중 대표를 세우는 선정당사자 방식입니다. 용어를 정확히 이해해야 "참여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배상받겠지"라는 오해를 피할 수 있습니다. 우리 제도에서는 원칙적으로 직접 소송에 이름을 올린 사람만 그 판결의 혜택을 받습니다.
한국에는 증권 분야를 제외하면 일반 집단소송 제도가 없습니다. 기획부동산 피해자의 '집단소송'은 법적으로는 공동소송 또는 선정당사자 방식의 공동대응을 뜻합니다.
피해자들은 어떻게 함께 싸우나 — 공동소송과 선정당사자
그렇다면 같은 기획부동산에 당한 피해자들이 힘을 합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민사소송법은 다수 당사자가 하나의 절차에서 함께 다툴 수 있는 두 가지 길을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어느 쪽을 택하느냐에 따라 소송 진행 방식과 부담이 달라지므로, 처음에 제대로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동소송(민사소송법 제65조) — 여러 피해자가 각자 원고가 되어 한 소장에 이름을 올리는 방식입니다. 권리나 의무가 공통되거나 같은 원인으로 생긴 경우에 인정되며, 같은 회사의 동일한 사기 수법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은 대체로 이 요건을 충족합니다.
선정당사자(민사소송법 제53조) —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진 피해자들이 그중 한두 명을 대표로 '선정'해 그 사람 이름으로 소송을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수십 명이 모두 법정에 설 필요 없이 대표가 전원을 위해 소송을 수행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지번의 임야를 지분으로 쪼개 판 회사에 50명이 당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50명 전원을 원고로 적는 통상의 공동소송도 가능하지만, 당사자가 너무 많으면 서류 송달과 변론 진행이 번거로워집니다. 이럴 때 2~3명을 선정당사자로 세우면 절차가 훨씬 단순해집니다. 다만 각 피해자의 매매 시점, 매수 면적, 지급 금액이 제각각이라 손해액이 크게 다르다면, 무리하게 묶기보다 비슷한 유형끼리 나누어 진행하는 편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선정당사자 제도 — 다수 피해자가 대표를 세우는 방법
선정당사자는 다수 피해자 공동대응에서 가장 자주 활용되는 도구입니다. 핵심은 '공동의 이해관계'입니다. 단순히 같은 회사에 돈을 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주요한 공격·방어 방법을 공통으로 한다고 평가될 수 있어야 합니다. 같은 기망 수법(개발 호재 거짓 설명, 맹지를 호재 토지로 둔갑 등)에 동일하게 속았다면 이 요건을 인정받기 쉽습니다.
선정당사자로 선정되면 그 사람은 선정자 전원으로부터 소송수행에 관한 포괄적인 권한을 받은 당사자가 됩니다.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소 취하, 청구 변경, 상소 제기 등 소송 종결에 이르기까지 모두를 위한 일체의 소송행위를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누구를 대표로 세우느냐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시간을 낼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건 — 공동소송을 할 관계일 것, 공동의 이해관계가 있을 것, 그 이해관계인 중에서 선정할 것.
권한 — 선정자 전원을 위한 포괄적 소송수행권. 판결의 효력은 선정자 전원에게 미칩니다.
장점 — 당사자 수가 줄어 송달·변론이 단순해지고, 변호사 선임과 의사결정 창구가 일원화됩니다.
다만 선정당사자가 받은 배상금이 곧바로 다른 선정자들의 몫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판결로 인정된 권리는 각 선정자에게 귀속되므로, 내부적으로 회수금을 어떻게 나눌지, 비용은 어떻게 분담할지 미리 합의해 두어야 분쟁을 막을 수 있습니다.
피해자 모임 구성과 공동대응의 첫 단계
공동대응의 성패는 소송 기술보다 초기 조직화에서 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흩어진 피해자가 모여 정보를 합치면, 혼자서는 보이지 않던 회사의 조직적 기망 정황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같은 설명을 들었다는 여러 사람의 진술이 모이면, 그것 자체가 '처음부터 속일 의도가 있었다'는 편취 고의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정황이 됩니다.
피해자 모임을 꾸릴 때는 다음 순서로 접근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무엇보다 창구를 하나로 모으고, 같은 자료를 같은 형식으로 취합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피해자 모집 — 등기부상 같은 토지의 공유자 명단, 분양 설명회 참석자, 온라인 피해자 카페 등을 통해 같은 회사·같은 토지 피해자를 모읍니다.
증거 취합 — 매매계약서, 입금내역, 분양 홍보자료, 상담 녹취, 문자·카카오톡 대화를 사람별로 같은 양식에 정리합니다.
창구 단일화 — 대표 연락책과 변호사 소통 창구를 정해 의사결정이 분산되지 않게 합니다.
대응 방향 결정 — 형사 고소를 먼저 할지, 민사를 함께 갈지, 가압류가 급한지를 변호사와 함께 판단합니다.
이 단계에서 흔한 실수는 자료를 충분히 모으기도 전에 감정적으로 회사에 항의하거나, 일부만 먼저 합의해 버리는 것입니다. 일부 피해자가 개별적으로 합의하면 회사의 자력이 줄어 나머지의 회수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공동대응 방침을 먼저 정한 뒤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형사 공동대응 — 공동고소장과 고소인 다수의 효과
기획부동산 사기는 민사 회수와 형사 처벌을 함께 검토해야 하는 사안입니다. 형사적으로는 형법 제347조 사기죄가 핵심이며, 피해 규모가 크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여러 피해자가 함께 고소하는 '공동고소'는 법으로 정해진 특별한 절차가 아니라, 다수의 고소인이 하나의 고소장에 이름을 올리거나 같은 시기에 연계해 고소하는 실무적 방식입니다.
공동고소의 가장 큰 효과는 사건의 무게가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한 명의 고소는 개인 간 분쟁으로 비칠 수 있지만, 동일한 수법에 다수가 같은 방식으로 속았다는 정황이 한꺼번에 제시되면 수사기관이 조직적·계획적 기망으로 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특히 기획부동산 사기의 쟁점은 '단순한 투자 실패인가, 처음부터 속일 의도가 있었는가'인데, 여러 피해자의 동일한 진술은 편취 고의를 인정하는 데 결정적 자료가 됩니다.
다만 형사고소가 곧바로 돈을 돌려주지는 않습니다. 형사절차는 처벌을 목적으로 하므로, 실제 투자금 회수는 별도의 민사 절차로 진행해야 합니다. 또한 사실관계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고소하면 무혐의가 나거나 상대방이 무고로 맞대응할 위험도 있으므로, 증거가 갖추어졌는지 먼저 점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민사 공동대응 절차 — 소장 작성부터 가압류·강제집행까지
투자금을 실제로 돌려받는 길은 민사입니다. 공동대응에서도 민사 절차의 큰 흐름은 개인 소송과 같지만, 다수 당사자라는 점에서 보전처분의 중요성이 더 큽니다. 회사가 폐업하거나 대표가 잠적하면 여러 명이 동시에 회수에 실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형적인 진행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순서를 지키되, 재산 도피 정황이 있으면 가압류를 가장 앞에 두는 것이 핵심입니다.
재산 조사·가압류 — 소송 전에 회사와 관련자의 부동산·예금·채권을 찾아 가압류로 묶어 둡니다. 판결을 받아도 재산이 없으면 회수가 불가능하므로 가장 먼저 검토합니다.
소장 제출 — 공동소송 또는 선정당사자 방식으로 매매대금 반환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합니다. 청구 원인은 민법 제110조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 취소에 따른 부당이득반환, 또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구성합니다.
변론·입증 — 기망행위와 그로 인해 계약했다는 인과관계를 피해자들의 공통 증거로 입증합니다.
판결·강제집행 — 승소 후에도 임의 변제가 없으면 가압류해 둔 재산에 대해 강제집행으로 회수합니다.
주의할 점은, 같은 토지를 함께 매수했더라도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각자의 사정에 따라 따로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은 피해자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할 수 있으므로, 모임을 꾸리느라 시간을 흘려보내기보다 시효가 임박한 피해자부터 우선순위를 두어야 합니다.
공동대응의 장단점 — 함께 할 때 유리한 점과 주의할 점
공동대응은 만능이 아닙니다. 모이면 분명히 유리한 점이 있지만, 인원이 늘수록 조율 비용도 커집니다. 자신의 사정에 맞는지 따져 보고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장점 — 변호사 비용과 감정·조사 비용을 나눠 부담을 줄이고, 증거와 진술을 합쳐 입증력을 높이며, 사건의 사회적 무게가 커져 수사·재판에서 주목받기 쉽습니다.
단점 — 피해 시점·금액·계약 내용이 다르면 이해가 충돌할 수 있고, 일부의 개별 합의나 소 취하가 전체 전략을 흔들 수 있으며, 의사결정이 느려질 수 있습니다.
특히 통상의 공동소송에는 '독립의 원칙'이 적용된다는 점을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공동소송인 한 사람의 소송행위나 그에 대한 상대방의 행위는 원칙적으로 다른 공동소송인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즉 함께 소를 냈어도 각자의 청구는 독립적으로 판단되므로, 누군가의 증거가 부족하다고 해서 다른 사람까지 무조건 지는 것은 아니지만, 반대로 한 사람이 이겼다고 모두가 자동으로 이기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공동으로 갈지 개별로 갈지는 피해 유형의 동질성, 회수 대상 재산의 규모, 시효 임박 여부를 종합해 판단해야 합니다. 이 판단은 초기에 한 번 잘못 설계하면 되돌리기 어려우므로, 변호사와 함께 사건 구조를 먼저 그려 보는 것을 권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기획부동산 피해도 미국처럼 집단소송이 되나요?
A. 우리나라는 증권 분야를 제외하면 일반 집단소송 제도가 없습니다. 따라서 기획부동산 피해자의 '집단소송'은 정확히는 여러 명이 함께 원고가 되는 공동소송이거나, 대표를 세우는 선정당사자 방식입니다. 소송에 직접 참여한 사람에게만 판결의 효력이 미치므로, 참여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배상받지 못합니다.
Q. 피해자가 몇 명 이상 모여야 공동대응을 할 수 있나요?
A. 정해진 최소 인원은 없습니다. 두 명만 모여도 공동소송이나 선정당사자 방식이 가능합니다. 다만 인원이 많을수록 변호사 비용 분담과 입증력 면에서 유리해지고, 수십 명 규모라면 선정당사자로 대표를 세워 절차를 단순화하는 편이 효율적입니다.
Q. 다른 피해자가 먼저 합의해 버리면 저는 어떻게 되나요?
A. 통상의 공동소송에서는 각자의 청구가 독립적으로 판단되므로, 다른 사람의 합의가 곧바로 내 청구에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다만 회사의 자력이 한정된 경우 먼저 합의·집행한 사람이 재산을 가져가면 나중에 회수할 몫이 줄어들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공동대응 방침을 먼저 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형사 공동고소를 하면 투자금을 돌려받나요?
A. 형사고소는 가해자 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절차이므로, 고소만으로 돈이 자동으로 반환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형사절차에서 사기 사실이 밝혀지면 민사 입증이 수월해지고 합의를 끌어내기도 쉬워집니다. 실제 회수는 가압류와 민사소송, 강제집행을 통해 별도로 진행해야 합니다.
Q.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지금이라도 공동대응이 가능한가요?
A. 가능 여부는 소멸시효에 달려 있습니다. 불법행위 손해배상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청구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시효는 피해자마다 따로 진행되므로, 시기가 오래된 경우 지체 없이 변호사와 시효 도과 여부부터 점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맺음말
기획부동산 피해는 같은 회사에 여러 사람이 당하는 경우가 많아 공동대응이 큰 힘이 됩니다. 다만 '집단소송'이라는 통칭에 기대 막연히 기다리기보다, 우리 제도에서 실제로 가능한 공동소송과 선정당사자 방식을 정확히 이해하고 초기에 전략을 설계하는 것이 회수의 출발점입니다. 누구를 대표로 세울지, 형사와 민사를 어떤 순서로 갈지, 가압류를 언제 걸지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무엇보다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피해자마다 따로 흘러가므로, 모임을 꾸리는 사이에 시효가 지나 버리지 않도록 서두를 필요가 있습니다. 증거를 모으고 대응 방향을 정하는 단계부터 법률 전문가의 점검을 받으면, 흩어진 피해를 하나의 효과적인 대응으로 묶을 수 있습니다.
수원과 경기 남부 지역에서 기획부동산 공동대응을 고민하고 계신다면, 피해 구조와 증거를 함께 검토해 가장 실효성 있는 방향을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혼자 막막하게 고민하기보다 같은 처지의 피해자들과 함께, 그리고 전문가와 함께 한 걸음씩 풀어가시기 바랍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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