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의뢰인이 사무실 문을 두드렸습니다. 결혼 12년 차, 두 아이의 어머니였던 그녀는 남편의 외도로 이혼을 결심했지만 정작 가장 큰 걱정은 따로 있었습니다. 남편이 지난 3년간 회사 월급의 상당 부분을 가상화폐에 투자해온 사실은 알고 있는데, 막상 이혼 이야기를 꺼내자 거래소 계좌를 모두 정리한 뒤 "다 잃었다"고 주장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사례는 더 이상 특수한 상황이 아닙니다. 상담 현장에서 보면, 최근 2~3년 사이 재산분할 가상화폐 월렛 추적이 쟁점이 된 이혼 사건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부동산이나 예금과 달리 가상자산은 익명성과 이동성이 높아 은닉이 비교적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블록체인 자체가 모든 거래를 영구 기록하는 공개 장부이기 때문에 오히려 추적의 단서가 풍부한 자산이기도 합니다.
왜 가상화폐가 재산분할의 사각지대가 되었나
법원은 이미 여러 결정을 통해 가상자산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거래소를 통해 매매되는 코인은 시가 산정이 가능하므로 분할 대상 재산에 포함되며, 이는 혼인 중 형성된 재산이라면 명의자가 누구든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있다는 사실은 아는데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모른다"는 정보 비대칭입니다.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개인 월렛(메타마스크, 트러스트월렛, 하드웨어 지갑 등)으로 옮겨두면 일반인이 그 존재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 해외 거래소나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 프로토콜에 예치해두는 경우, 국내 금융정보 조회만으로는 흔적조차 잡기 어렵습니다.
핵심 포인트
가상화폐는 분할 대상 재산입니다. 다만 그 존재와 가치를 입증할 책임은 원칙적으로 주장하는 측에 있습니다. 따라서 "있을 것이다"라는 추측을 "이만큼 있다"는 증거로 전환하는 작업이 핵심입니다.
실무에서 활용하는 가상화폐 월렛 추적 단서
제가 실무에서 의뢰인들에게 가장 먼저 권하는 작업은 거창한 기술 추적이 아니라 일상 속 흔적의 정리입니다. 가상자산은 결국 법정화폐(원화)와 이어진 구간이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단서 1은행 거래내역의 "입출금 키워드"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국내 거래소는 실명계좌 연동이 의무화되어 있어 입출금 시 거래소명이 그대로 찍힙니다. 혼인 기간 중 배우자 계좌에서 거래소로 송금된 흐름을 모으면 최초 투자 원금을 역산할 수 있습니다.
단서 2휴대전화·이메일·클라우드
거래소 회원가입 안내 메일, 출금 알림 문자, OTP 인증 메시지, 월렛 앱 아이콘, 시드구문(seed phrase) 메모는 모두 결정적 증거가 됩니다. 다만 배우자 동의 없이 비밀번호를 풀어 열람하는 행위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소지가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절차를 상의해야 합니다.
단서 3국세청 자료와 가상자산 거래내역서
2022년 이후 거래소들은 고객별 거래내역을 상당 기간 보관하고 있으며, 법원 명령이 있으면 제출됩니다. 또한 해외 거래소를 이용했다면 해외금융계좌 신고 자료가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법원을 통한 공식 추적 — 사실조회와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
의뢰인이 개별적으로 모은 단서만으로 분할 대상을 확정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때 활용하는 것이 가사소송법상 사실조회신청과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입니다.
실무에서는 통상 다음 순서로 진행합니다. 첫째, 배우자 명의 계좌에서 출금된 거래소를 특정하여 해당 거래소에 회원 가입 여부·계정 자산 현황·입출금 내역을 사실조회 신청합니다. 둘째, 거래소에서 외부 월렛으로 출금된 트랜잭션 해시(TxID)가 확인되면, 블록체인 익스플로러를 통해 해당 월렛 주소의 잔액과 이후 흐름을 추적합니다. 셋째, 자산이 다시 다른 거래소(특히 해외)로 입금되었다면 추가 사실조회를 반복합니다.
실무 팁
최근에는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 크리스탈(Crystal) 같은 전문 추적 도구를 활용한 보고서가 증거로 제출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자산 규모가 큰 사건에서는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의 보고서를 함께 첨부하면 입증력이 한층 높아집니다.
가치 산정 시점과 "고의 처분"의 함정
월렛을 찾았다고 끝이 아닙니다. 가상자산은 가격 변동성이 극심해서 어느 시점의 가격으로 분할할 것인가가 또 다른 쟁점이 됩니다. 일반적으로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시가를 산정하지만, 소송 직전에 의도적으로 저점에 매도하거나 알트코인으로 옮겨 가치를 떨어뜨린 정황이 있으면 처분 직전 시점의 가액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해야 합니다.
실제로 이혼 의사를 통보한 직후 거래소 잔고를 외부 월렛으로 옮기고 "잃었다"고 진술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블록체인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출금 트랜잭션은 영구히 남고, 해당 월렛이 여전히 잔고를 보유하고 있다면 이는 명백한 재산 은닉으로 평가되어 분할 비율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전망 — 추적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거래소의 이용자 자산 보관·기록 의무가 강화되었고, 트래블룰(Travel Rule)에 따라 100만 원 이상 송금 시 송수신자 정보가 거래소 간 공유됩니다. 또한 국세청과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정보 협력도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즉, 시간이 흐를수록 "숨길 수 있는 자산"이 아니라 "찾을 수 있는 자산"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다만 추적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작업입니다. 이혼을 결심한 시점에 배우자가 가상자산에 관여한 정황이 있다면, 자료가 사라지거나 자산이 분산되기 전에 신속하게 단서를 확보하고 가처분·증거보전 절차를 검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변호사의 코멘트
더감 법률사무소 · 경기도 수원시
이 분야 사건을 다루면서 느낀 점은, 가상화폐 재산분할의 승부는 소송이 시작되기 전 "증거 확보 단계"에서 거의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배우자가 자산을 옮기기 전에 거래소 입출금 흔적, 휴대전화 알림, 이메일 기록을 빠르게 정리해두시고, 가능하다면 변호사와 함께 사실조회 전략을 미리 설계하시길 권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